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108)
제 1108화
257화. 마신대의 습격(12)
론도가 이끌고 나타난 함대엔 서른에 육박하는 창성이 탑승하고 있었다.
명백히, 무리수다.
마신대의 입장에서 명왕포의 가동이 완전히 중지되었다는 걸 모르는 상태로 이토록 많은 창성을 내보낼 이유는 없었다.
하물며 연합의 창성들은 이제 눈에 띄게 지쳐가는 중이었다. 기존 전략을 고수하며 연합의 창성들이 더 지치기를 기다리고, 나머지 병력으로는 중앙 전장을 계속 흔드는 게 분명히 더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그러나 론도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진이 반드시 명왕포를 사용하리라는 걸 알면서도 전장으로 나섰다. 일시적으로 차원 간섭의 제약을 완화하고자 타 차원의 완성된 마신석 하나를 소멸시키면서까지.
“너는 우리를 너무 많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진 룬칸델. 그것에 놀아나 자꾸 악수를 두게 되더군. 한데, 간단한 문제였다. 어차피 정말로 거대한 힘 앞엔 모두가 평등하기 마련이다. 켈리 경은 이 자리에 없지만, 지금은 너희 공중요새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지.”
전투가 시작된 후, 론도와 마신대는 연합의 저력에 매 순간 충격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건 단연 명왕포였다. 다른 창성들을 압도한 시론이나 반의 무위보다도 마신대를 가장 주춤하게 만든 것이다.
“네 말대로 우린 신념도, 긍지도 없는 병사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더 거침없이 선을 넘을 수 있지.”
라프라로사가 상승하며 창성들의 격전지를 조준하고 있었다. 론도는 태양처럼 떠오른 라프라로사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적과 아군, 그 모두를 학살할 각오는 되었을 테지? 광기는 너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진 룬칸델…… 오너라!”
즈즈즈즈즛……!
선체를 빠져나온 라프라로사의 포신에 광대한 태양기가 맺히고 있었다. 콰울은 동력 화면에 떠오르는 여러 수치를 살피며 진땀을 쏟았다.
“미치겠군, 이걸 정말…… 쏘라고? 동력이 말도 안 되게 상승하고 있어. 방금 저놈들이 대량의 차원문을 이용하여 말루기아의 힘과 벨티안이 더 공명한 거다. 이대로 쏘면, 아군 창성도 진짜 다 죽을 수 있다!”
명왕포를 직접 개발한 콰울조차 상상한 적 없는 수치였다.
“바바! 총수더러 한 번만 재고하라고 말해 봐. 이건 우리더러 아군 창성들을 죄다 죽이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어!”
그 말에 바바는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진은 물론이고 반으로부터도 결정을 번복한다는 통신이 들려오지 않았다.
“……창성이 수십 명이나 빠져나왔어. 이게 아니면 방법이 없는 거다, 콰울. 정비에 집중해, 한 번 쏘고 끝나지도 않을 것 같으니.”
최초로 명왕포를 쏘았을 때, 연합의 창성들은 한자리에 뭉쳐 보호막을 형성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통으로 직격되는 위치인 만큼, 차라리 최대한 흩어져서 적 창성들을 이용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진은 당연히 아군 창성들도 똑같은 판단을 내렸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창성들은 흩어지는 대신, 오히려 진을 중심으로 뭉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모두 어떻게든 막내를 보호하라.”
“아버지?”
“명왕포를 사용하기로 한 건 훌륭한 판단이다. 그러나 만약에라도 네가 죽으면 안배는 어찌할 것이냐? 나머지 모두가 죽더라도, 너만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시론의 말에 진을 제외한 창성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은 반박하려다 입을 닫았다. 이미 다시 흩어지기엔 때를 놓쳤고, 사실 옳은 말이기도 했다.
“집중해야 하니 행여 그러면 안 된다고 투정을 부리진 마라, 진 형제.”
“……아뇨, 얌전히 보호받겠습니다.”
“그래야지.”
콰아아아아아-!
반이 대답하자마자 격전지로 명왕포가 떨어졌다. 사선으로 쏘아진 황금의 해일은, 가장 먼저 그 열기만으로 격전지 근처에 진을 치고 있던 적들을 모조리 녹이는 모습을 보였다.
빛처럼 빠르게 떨어지는 포격, 그러나 포가 닿기도 전에 아군 창성들의 눈과 귀, 입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큭……!”
“카아아아!”
창성들에 둘러싸인, 진 한 사람만이 피를 쏟지 않았다. 그에게 가야 할 충격은 다른 창성들이 전부 나눠 받고 있었다.
진은 시론과 반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이를 악물었다.
명왕포가 일으킨 황금 해일 때문에 적들의 모습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만 거대한 힘의 흐름 속, 적 창성들이 움직이는 대략적인 흐름은 알아볼 수 있었다.
“막내, 네가 적들의 움직임을 읽어라. 우린 너를 지키느라 여유가 없으니.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지휘를 하도록. 명왕포가 끝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적을 잡아야 한다.”
“이후로도 적 창성이 더 추가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겠지. 하지만 놈들이 승부수를 띄운 건 분명한 것 같군.”
시론과 반, 진을 지키는 창성 중 두 사람만 입을 열고 있었다.
그들에게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건 연합의 창성들뿐만이 아니라, 마신대의 창성을 모두 포함해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점을 살려라.
시론은 진에게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명왕포를 견디면서도 자신과 반을 이용해 이 황금 지옥 속에서 일방적으로 적들을 치자고.
적 창성은 아직 아무도 죽지 않았다. 그들은 론도를 중심으로 보호막을 펼친 채 가만히 명왕포를 견뎌내고 있었다.
‘역시, 놈들 중엔 아버지나 반 형제처럼 명왕포 속에서 다른 활동이 가능한 인물이 없다. 길을 잘 고르면, 아버지 말씀대로 우리만 놈들을 벨 수 있다.’
완벽하게 무방비한 상태의 적 창성은, 굳이 결전기나 오의 같은 대단한 검을 펼치지 않더라도 끝장낼 수 있었다. 명왕포를 뚫고 닿을 수만 있다면 말이다.
길을 잘 봐야 한다. 그저 막막하고 빽빽하게 펼쳐진 금빛 해일을 뚫고 적들에게 다가가야 하는 것이다.
명왕포는 마치 폭풍처럼 난잡하게 출렁이고 있다. 즉, 진이 고를 수 있는 길은 매 순간 바뀌고 있었다.
금빛 해일을 관찰하던 진은 돌연 한 번 더 시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버지의 과거가 보이는 것 같았다. 매일 지형이 바뀌는 흑해를 상대로, 그는 평생에 걸친 싸움 끝에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오늘 내가 이 속에서 길을 찾는 건 아버지가 흑해의 숙명을 완수한 것에 비하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집중해라, 찾을 수 있다.’
한 걸음만 잘못 떼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갑자기 시론의 오른팔이 뜯길 수도 있고, 루나가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아버지, 반 형제. 어느 정도 거리까지 공격하실 수 있겠습니까?”
“삼백 보.”
“삼백 보.”
두 사람이 동시에 답했다. 그렇다면 창성들이 나아가야 할 걸음은 약 백 보였다. 백 걸음을 내딛는 동안, 단 한 번도 실패하면 안 되는 것이다.
진은 숨을 고르며 침착하게 명왕포의 빛을 살폈다.
“지금부터 모두 제 걸음과 보폭에 맞춰 움직이십시오. 일단 한 걸음 전진하겠습니다.”
진이 걸음을 옮기자 창성들이 그에 맞춰 나아가기 시작했다.
“좌측으로 두 걸음 이동해서 다시 전진해야 합니다. 아니, 다시 그대로 전진…….”
스무 걸음을 걷는 동안.
진은 단 한 번도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명왕포의 흐름을 완벽하게 읽어낸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없지는 않았다.
‘……속도가 너무 느리다. 이대로라면 아버지와 반 형제의 공격권에 들어서기 전에, 명왕포가 끝날 가능성이 너무 크다.’
그렇게 되면, 명왕포의 영향력이 사라지는 순간 연합의 창성들은 오히려 위험해진다. 단 한 번의 명왕포로는 적 창성을 셋 이상 죽일 수 없으니, 나머지에게 즉시 공격당할 테니 말이다.
물론 두 번째 명왕포를 바로 다시 쏘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테지만, 두 번째 포격이 이어지기 전 잠시 비는 시간이 문제였다. 연합의 창성들은 만신창이가 된 채로 스무 명이 넘는 창성의 공격을 버텨야 했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해. 길이 확실치 않더라도.’
거기까지 생각하고 발을 떼려는 순간, 별안간 진은 흠칫하며 앞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시론과 반의 뒷모습, 그러나 그 앞에 익숙한 푸른 창 하나가 떠오르고 있었다.
‘……발레리아!?’
기록창이었다.
실키아와 포칼이 데려온 지원군엔 당연히 발레리아도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진은 창성들의 격전지에 발레리아를 일부러 부르지 않았다.
첫째로 그녀는 이 전투를 견딜 수 없다. 격전지를 버틸 수 있는 최소 기준은 창성이라 할 수 있었다. 따라서 발레리아는 애초에 이런 식으로 기록을 보여줄 수 없었다.
둘째로 그녀는 전장 전체의 기록을 분석해야 했다. 적들의 병력 규모를 파악해야 하니까.
마지막으로 기록 마법이 아무리 대단해도 명왕포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기록창에 서술되는 사이에도 흐름은 실시간으로 더 빨리 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나타난 기록창은, 진에게 길을 알려주고 있었다.
지금껏 발레리아의 기록창에는 단 한 번밖에 나타나지 않은 구어체 서술. 진은 그 문장을 보자마자 얼마 전 발레리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 이건 아마도, 다른 세계의 내가 이 세계의 나에게 남긴 기록일 거야.
‘다른 세계의 발레리아가 우릴 돕고 있다, 그때 메시지를 남겼던……!’
적의 함정일 수는 없다.
발레리아의 마력을, 그 고유한 흐름을 진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이건 분명 발레리아의 마법이었다. 비록 다른 세계의 발레리아여도.
“또 다른 지원군이 왔군요. 일곱 걸음 전진하겠습니다. 아버지, 명왕포가 끝나기 전에 두 분의 검은 놈들에게 닿을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기록창이 갱신되는 중이었다.
진은 혼자 길을 읽을 때보다 몇 배는 빠르게 적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