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107)
제 1107화
257화. 마신대의 습격(11)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바멀 연합을 돕고 있다.
론도는 실린이 한 말을 떠올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정말 그 말처럼, 초월적인 무언가가 바멀 연합을 돕고 있는 건지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객관적인 전력 차가 이토록 큰데도 전황이 이럴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건, 론도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저들은 무엇을 믿기에 이토록 처절하게 싸우는 것인가?’
‘분명 밀려야 하는데, 밀리질 않는다…… 쓰러지질 않는다. 대체 어떻게?’
‘무한한’ 적이 밀려든다는 공포.
이전까지 그 공포에 시달리며 싸운 건 바멀 연합이다. 실제로 마신대는 수천 대의 함대와 수십 명의 창성을 잃고도 오히려 더 많은 병력을 내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제 마신대의 병사들은 연합의 일원들, 그들의 얼굴에서 두려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지팡이에 목을 꿰뚫리면서도, 광선에 육신이 찢기면서도, 마법에 온몸이 난자되면서도, 연합의 일원들은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의 별들이 저 앞에서 싸우고 있다, 버텨라!”
“형제들이여, 우린 오늘을 잊지 않으리!”
상공에서도, 지상에서도 끊임없이 연합원들의 포효가 울리고 있었다.
“쳐내라, 놈들은 분명 지치고 있다!”
“저격부대, 진 룬칸델과 창성들을 계속 조준하라, 잠시도 쉬지 말고 쏟아부어!”
이 싸움을 시작하기 전부터, 마신대는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다고 확신했었다.
전 차원을 정복한 자신들이 일개 차원에 패배할 리는 없다고, 저항이 아무리 격렬하더라도 결국 변하는 건 없으리라고.
복종과 맹목, 겨우 그런 걸 기반으로 한 얕은 투지가 아니었다. 세계를 지키기 위한 절실함, 제 손으로 미래를 선택하겠다는 집념, 그리고 유대.
그 투지엔 당연히 밀려야 할 싸움을 기어이 버텨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마치 창성들이 운명을 극복한 것처럼, 진이 가진 존재의 힘처럼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는 힘이 있었다.
이를테면, 무한하다.
그렇기에 이제는 마신대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무한하게 밀려드는 적에 대한 두려움을, 어쩌면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공포를.
“너흰 너희가 특별하다고 생각할 테지. 신념? 긍지? 그딴 건 다 허상에 불과하다!”
“모조리 짓이겨 주마……!”
마신대도 악을 썼다. 두려움에 대한 반발, 적들의 신념을 부정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유리해도 제정신으로 싸울 수 없었다.
양측 창성들은 모두 마신대의 본진 가장 깊숙한 곳에서 격전을 치르고, 그 앞으로는 초인들과 성수단이 격돌하고 있었다.
전장 중앙, 바멀 연합은 룬칸델과 명왕족을 중심으로 전선을 유지했다. 성수단 봉인을 수행하다 밀려난 일부 투왕과 메리가 연합원들을 이끌었다.
“커헉……!”
“데이토나 경!”
“괜찮다, 자리를 지켜라! 메리 누님을 받쳐야 한다! 우리가 밀리면 함대가 창성들을 지원하기 어려워진다!”
“카하아악!”
“과연 진 형제의 혈육들, 룬칸델의 기사들인가. 꽤 용맹하잖아!”
“린파 경! 좌측!”
촤하아악-!
메리의 목소리에 린파의 대검이 시퍼런 뇌전을 토했다. 좌측에서 날아든 마력 광선은 모조리 쳐냈으나, 중앙에서 버티는 이들이 딛고 있는 땅이 갑자기 반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흑해는 아버지의 의지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을 텐데!?’
지금도 흑해는 시론의 뜻에 따라 백색함대와 마신대의 병력을 집어삼키는 중이다.
그러나 처음처럼 격렬하진 않았다. 오의를 오랜 시간 유지하며 시론은 분명 심력을 많이 소모한 상태였고, 지금은 진과 더불어 가장 많은 견제를 받고 있었다.
때문에 흑해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적들도 시간이 지나며 전장에 적응하고 있었다.
메리와 기사들, 명왕족들은 산개해서 갈라진 땅을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꺼진 땅 사이에서부터 별안간 수천 개의 녹색 손이 돋아나며 기사들을 붙잡는 모습이 이어졌다.
“크아아……!”
이 세계엔 구현된 적 없는 어둠계 연환 마법이었다. 모두가 그 손아귀를 피할 수는 없었다. 룬칸델의 수호기사 이십여 명이 붙잡혀 어둠 속으로 추락해 사라졌고, 명왕족도 평전사 둘이 당했다.
“슐 형제!”
“흩어져라, 피해!”
마법 기사단이 황급히 종이를 찢으며 마력 억제를 시도했으나, 마신대는 전 차원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들이 모인 집단이다. 그들은 손쉽게 마법 기사단을 견제하며 어둠계 마법을 확장시켜 갔다.
순식간에 전장 중앙을 지키던 기사들이 몰살당하고 있었다.
‘아버지께 문제가 생긴 건 아니다, 놈들이 허를 찌른 것이야! 이대로 전선이 무너지면, 함대 지원이 창성들의 전장에 닿기가……!’
갈라진 틈으로부터 거리를 벌린 메리는, 다시 그 앞으로 가 버티자고 결심하며 이를 악물었다.
“너흰 결국 진 룬칸델 같은 인물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천만에, 그건 우리처럼 섭리를 초월한 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지!”
토나 형제도 같은 마음으로 그녀와 함께 몸을 던질 준비를 하던 찰나, 그들보다 먼저 어둠계 마법으로 쇄도한 이가 있었다.
“……테토!?”
십이투왕 테토, 그가 창을 뻗어 뇌전 지대를 형성하며 솟구치는 녹색 손아귀들을 틀어막은 것이다.
치이이익……!
“크으윽……!”
그러나 전부 막을 수는 없다. 뇌전을 뚫은 다섯 개의 손아귀가 테토의 사지를 붙잡아 그의 사지를 녹이는 모습이 이어졌다.
“튼튼한 내가 버티는 게 맞다, 어서 가서 놈들의 목을 떨궈! 이거 못 막으면 여기 있는 녀석들 다 녹는다!”
세 사람은 순식간에 테토를 지나쳐 백색함대의 보호막 아래 숨은 마법사들을 향해 쇄도했다. 토나 형제의 검이 먼저 보호막을 두들겼고, 균열이 생긴 직후 메리의 신독사가 그 속을 찔러 들어갔다.
푸욱-! 신독사의 칼날은 한 마법사의 머리를 관통하며 땅으로 박혔다. 그러나 그는 연환 마법의 핵심이 아니었고, 남매들은 다른 마법사를 공격하고자 재차 침투를 시도했다.
그 순간, 내내 연합의 창성들만 겨누던 저격부대의 광선 한 줄기가 헤이토나의 오른팔을 끊어내고 말았다.
헤이토나는 생각했다. 그저 팔 하나를 잃었을 뿐이다, 뒤에선 자신보다 명백히 위대한 전사가 온몸을 걸고 우리가 성공하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내가 길을 연다! 누님과 데이토나가 같이 들어가!”
“너 혼자 어떻……!”
“할 수 있어!”
방금 데이토나와 함께 전력으로 부딪혀도 겨우 작은 균열만 낸 보호막이었다. 하지만 각오했기 때문일까, 헤이토나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팔로 홀로 휘두른 일격에, 백색함대의 보호막 한쪽이 완전히 찢어지는 모습이 이어졌다.
“가!”
마침내 메리와 데이토나는 보호막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 연환 마법의 핵심들을 베어 낼 수 있었다. 죽은 마법사들의 머리가 공처럼 바닥을 구르다 전장의 충격파에 짓뭉개졌고, 남매는 뒤를 돌아보았다.
갈라진 바닥에서 솟구친 녹색 손들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헤이토나는, 그 자리에 서 있지 않았다. 메리와 데이토나의 후방으로 날아드는 적들의 공격을 막느라 산산조각 부서진 사슬검의 잔해만이 남아 있었다.
테토의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는 홀로 어둠계 마법의 독기를 전부 감당하다가 떠난 것이다.
메리와 데이토나가 다시 전열로 복귀하는 사이, 벨리즈는 테토가 쓰던 창을 주워 한 차례 입을 맞춘 후 땅에 내리꽂았다.
“우는 건 나중이다, 룬칸델들.”
“그래, 나중이지.”
“우린 지금처럼 테토 형제의 창 뒤로는 절대 밀려나지 않는다.”
“물론, 죽더라도 이 자리다. 아무도 못 지나간다!”
큰 희생이 있었으나 중앙 전선을 지켜냈다. 그들은 그 사실에만 집중하며 형제를 잃은 슬픔을 밀어냈다.
덕분에 황금함대는 여전히 견고하게 창성들을 지원할 수 있었다. 방금 자식을, 형제를 잃은 창성들의 검 또한 대지에 단단히 꽂힌 테토의 창처럼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창성들의 격전지에도 이제는 시체가 쌓이고 있었다.
적들의 주검이 먼지처럼 흩어지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시론이 지쳐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틀이 넘도록 적 창성들을 상대하고 있으니, 아무리 시론이라 할지라도 처음과 똑같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적들은 여전히 그와 바멀 연합의 창성들에게 정면으로 맞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도 다섯 이상이 한꺼번에 자리를 잡은 적이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앙 전선을 밀어내지 못한 것인가? 그쪽엔 연합의 창성이 무라칸밖에 없는데, 대체 뭣들 하는 것이냐……!’
연합 창성들을 상대하는 마신대의 지휘진으로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성수단조차 창성들과 똑같은 형세로 계속 봉인되고 있으니, 이미 전장에 도착한 병력 중엔 지원을 기대할 수도 없었다.
‘중앙을 밀어내기 전까지 론도 경은 본대를 내보내지 않을 것이다. 이번 창성들도 결국 겨우 시간만 버는 셈인가…….’
론도는 마신대의 창성들이 전선을 확보하고, 라프라로사의 주포가 모두 소진된 사실까지 파악한 후에 출전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창성들의 전장 가장 가까운 차원문에서부터, 백색함대의 제3기함 리델이 차원문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조금 전에 막 론도와 합류한 제1, 2기함도 함께 차원문을 나서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들은 차원문 안에서부터 창성들을 끌어모아 한꺼번에 전장으로 내보낼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론도 경!?”
“어째서 지금 본대가?”
진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지금 이 자리에 명왕포를 쏘아야 한다고, 자신과 아군 창성들이 직격으로 휩쓸릴 수밖에 없더라도.
그게 아니면 결코 감당할 수 없는 숫자의 창성이 백색함대에 탑승하고 있었다.
“라프라로사, 상승해서 이곳으로 명왕포를 쏘아라!”
론도는 라프라로사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짓고는 진에게 시선을 두었다.
“이제 공중요새의 주포를 사용할 테지, 진 룬칸델. 다 함께 죽어보자고, 과연 어느 쪽이 끝까지 생존해서 남은 적들을 유린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