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23)
제 111화
40화. 델키의 추적자들(1)
칠색조 대원들이 유의미한 정보를 가져온 건,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다음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성과가 없어 애를 태우더니. 단서가 생기니 금방이로군요. 칠색조 대원들이 델키에서 꽤 그럴싸한 정보를 가져왔습니다.”
“무슨 내용입니까?”
“마리우스라는 성 말입니다. 대륙 여느 곳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성입니다만, 델키 왕국에선 딱 한 집단만이 사용하는 성이더군요.”
“가문이 아니라 집단이요?”
“예. 델키 왕국 남부 지역에 ‘달의 희생’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아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아원 출신은 모조리 마리우스라는 성을 사용하고요.”
“알루와 타이뮨 유모가 같은 고아원 출신이라는 말이겠군요. 혈연까진 아니더라도, 꽤 깊은 인연으로 맺어져 있는 사이고.”
“맞습니다. 그런데 대원들이 그 고아원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도 같이 알아 왔더군요. 달의 희생은 평범한 고아원이 아니었습니다.”
달의 희생은 단순히 고아들을 기르기 위한 용도로 지어진 시설이 아니었다.
상당히 많은 고아를 수용한 건 사실이나, 그 고아원의 진짜 설립 목적은 델키 왕가의 비수를 육성하는 것.
“달의 희생은 델키 국왕파의 주축들이 직접 운영했고, 고아들을 훈련시켜 암살자, 혹은 공작원으로 만드는 시설이었습니다. 내전이 왕자파의 승리로 돌아간 이후 폐쇄됐고요.”
“일종의 비밀 병기 양성소였군요.”
“예, 그 훈련 과정도 무척 잔혹했답니다. 고아들끼리 끈끈한 유대 관계를 형성시켜 놓고, 억지로 서로 죽이게 만들고, 살아남은 아이들을 최종 선발하는 형식이었다고…….”
“미친놈들, 룬칸델에서도 안 하는 짓을. 그런데, 타이뮨 유모와 알루가 그 고아원에서 활동한 시기가 겹칩니까? 나이 차가 꽤 될 텐데요.”
“활동 시기는 겹치지 않습니다만, 타이뮨 마리우스는 룬칸델의 유모가 된 이후에도 기회가 될 때마다 달의 희생을 찾았더군요.”
“유모가 된 이후에도요?”
“예, 그게 칠색조가 찾아 온 정보의 핵심입니다. 룬칸델에서 묵인해 준 건지, 신경을 쓰지 않은 건진 모르겠으나. 최소 두 달에 한 번은 달의 희생을 찾았다고 합니다.”
진이 알고 있는 룬칸델의 ‘유모’란 개인적인 시간이 거의 없는 존재였다. 룬칸델의 유모들에게 공식적으로 승인되는 휴일은 1년에 일주일이 전부였다.
그리고 유모들은 보통 그 일주일조차도 자진 반납하고 업무를 이어 갔다. 그들 대부분이 ‘돌아갈 곳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루나 누님 성격상 비공식 휴가를 많이 줬을 수는 있어. 그런데 달의 희생을 계속 찾았다니…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고아들에게 연민을 느꼈던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타이뮨이 알루에게 일종의 기회를 준 사실도 이해가 되었다.
어쨌거나 둘의 관계를 확인하자마자 찝찝한 마음이 치솟았다. 진은 내심 타이뮨과 알루가 우연히 성만 같을 뿐, 전혀 모르는 사이이길 바랐다.
그러면 알루가 저주와 관련이 있다 할지라도, 타이뮨에겐 책임을 물을 일이 없으니 말이다.
“정보 출처가 어떻게 됩니까?”
“델키에 달의 희생 출신 생존자들이 조금 남아 있다더군요. 죽은 알루를 제외하고 총 아홉 명. 왕자파에 의해 시설이 폐쇄되면서 살아남은 이들이죠.”
칠색조가 만난 달의 희생 생존자들은 하나같이 음지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암흑가에서 일하거나, 비정기적인 용병 활동을 하거나, 해결사 노릇을 하며 양민들에게 돈을 뜯어내거나.
“모두 타이뮨에 대해 말하는 걸 무척 꺼려하는 눈치였답니다. 대원들이 먹인 돈이 상당하기에 그녀가 달의 희생을 종종 찾았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던 거죠.”
“한번 그들을 직접 만나 봐야겠습니다. 그들에게 내 신분을 밝히면 타이뮨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길 들을 수 있겠죠.”
“예비 기수신데, 신분을 밝히는 건 좀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괜찮습니다. 형제들 귀에만 안 들어가게 적절히 조치하면 되니까요.”
* * *
1796년 4월 1일.
진과 제트가 델키로 향하는 이동 관문에 몸을 실었다.
휴페스터 연합국. 룬칸델의 본진을 찾아가는 만큼 굳이 많은 인원은 필요하지 않았다. 눈에 띄어 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는 것이다.
“헤헤, 나으리! 이 제트가 지내는 동안 성실히 보필하겠습니다요.”
제트를 데려가는 건 잡일을 맡기기 위해서였다.
“보필은 무슨, 행여 전투가 벌어지기라도 하면 내가 널 책임져야 할 텐데.”
“아앗! 절 책임져 주신다굽쇼? 이렇게 감격스러울 데가. 혹 급박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언제든 절 버리고 가셔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널 왜 버려, 기껏 칠색조에 입단시켰는데 쭈욱 써먹어야지. 요즘 생활은 어떠냐.”
“좋습니다! 칠색조 정보원이라면 어디서든 엘리트로 먹어 주는 직업 아니겠습니까? 흐흐, 나리가 아니었다면 저 같은 놈이 이런 데서 일할 기회 같은 건 없었겠죠.”
“그건 그렇지. 이제 순간이동이 시작되나보군.”
“도착하면 말끔한 숙소부터 찾아 놓겠습니다!”
“아니, 필요 없어. 오늘은 생존자 셋이 있는 서부 지역을 다 돌 거다. 숙소는 세 사람을 다 만나보고, 북부로 이동한 다음 구하도록 하지.”
우우웅!
이동 관문이 개방되며 사방에 진동이 일었다. 이어 시퍼런 마력이 두 사람을 뒤덮었고, 다시 눈을 떴을 땐 델키 왕국 서부 이동 관문의 대기실이었다.
“환영합니다, 진 그레이 님. 제트 님. 즐거운 여행되시길.”
안내원이 신분증을 확인하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진은 입구를 나서자마자 후드를 눌러썼고, 그 뒤를 따르는 제트의 만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느낌이 옵니다! 날씨도 쾌청한 것이, 어쩐지 나리께서 원하시는 정보를 금방 얻어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요.”
“첫 번째로 만날 생존자가 누구지?”
“예, 어디 보자. 가버 마리우스. 넬타라는 동네에서 건달 짓을 하고 있는 친굽니다. 그리고 넬타는 여기서 말을 타고 한 시간쯤 가면 되는군요.”
“말 구해 와.”
“예이!”
제트는 델키 서부에 생전 처음 와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채 30분이 지나지 않아 어디선가 준마 두 필을 구해 왔다. 그것도 진이 내어 준 금화보다 훨씬 적은 돈을 사용했고, 잔돈은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진에게 돌려주려는 모습까지 보이며.
그래서 진은 조금 황당한 기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전생엔 내 가죽까지 벗겨 먹을 놈이었는데. 하긴, 이번 생에도 처음 만났을 때 나와 무라칸, 길리를 팔아먹으려고 했었고. 사람 일, 정말 모르네.’
진이 가볍게 고개를 젓자, 순식간에 제트가 비굴한 표정을 지었다.
“나으리. 혹시 말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아니면, 제가 너무 늦었습니까요?”
“아니, 훌륭해. 잔돈은 가져라. 곧장 출발하지.”
“하이고오! 감사합니다! 요긴하게 쓰겠습니다요.”
이랴!
두 사람이 잘 포장된 마상 전용 도로를 실컷 내달려서 넬타에 도착한 건 정오 무렵이었다.
“여기 어디쯤이라고 했는데…… 아 저기 보입니다, 나리. 넬타 자경단. 아, 이 웃긴 놈들. 깡패 주제에 잘도 자경단이라는 간판을 걸고 있군요.”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에 헛웃음이 나올 뻔했으나, 내색하지 않고 넬타 자경단의 대문을 두들기는 진.
“나으리! 이런 건 저 시키십시오. 귀한 손에 아랫것들의 천한 기운이 묻습니다요. 그리고 대낮에 깡패 소굴을 두들길 땐, 좀 더 과격하게 해야 한 놈이라도 튀어나오는 법입죠.”
“그래?”
“예이, 보통 이런 깡패들은 밤에 일을 하고, 낮에 숙면을 취하니까요. 수줍게 두들겨서는 듣지도 못합니다요.”
흠흠!
제트가 목을 다듬더니 대뜸 자경단 대문을 쾅쾅 걷어차기 시작했다.
“가버 마리우스를 만나러 왔다! 나오너라!”
이어 우렁차게 소리치자, 지나가는 행인 몇이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쾅! 쾅쾅!
그러나 한참을 두들겨도 굳게 닫힌 나무문은 열릴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허, 이것들 보게. 보아하니 딱 밤새 진하게 놀고 푹 자는 것 같은데요? 한 놈도 안 튀어나오네.”
“안에 아무도 없는 것 아니냐?”
“그럴 리가 없습니다. 깡패들이 자기들 본진을 얼마나 끔찍이 아끼는데요. 야! 아무나 튀어나와라!”
계속되는 제트의 발길질에도 안쪽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내 제트가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자, 진이 문에 귀를 바짝 붙여 인기척을 확인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진이 느낀 것은 인기척이 아니라.
‘이건……!?’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희미한 피 냄새였다.
똑같이 문에 달라붙은 제트도 그걸 느꼈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진을 올려다보는 모습.
“이것들, 간밤에 항쟁이라도 있었나? 아무래도 그냥 문 따고 들어가야겠습니다요. 피 냄새가 옅긴 하지만 여기까지 흘러나올 정도면 한두 명 죽은 냄새가 아닙니다, 이거.”
“뒤로 나와라, 문을 베겠다.”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요. 이목도 쏠리고, 괜히 칼을 보였다간 나중에 까딱하면 우리가 다 뒤집어쓸 수도 있지요. 잠시만 기다려 보십시오, 열쇠 구멍 모양새를 보아하니 제가 딸 수 있는 종류 같습니다.”
“그런 것도 할 줄 알아?”
“하하, 제가 음지에서 몇 년을 굴렀겠습니까. 크, 추억이 아롱아롱합니다. 어릴 적엔 이 문 따기 기술로 쏠쏠히 먹고살았죠.”
품속에서 길쭉한 핀과 고리를 꺼낸 제트가 자물쇠에 들러붙어 5분쯤 씨름을 하자, 딸깍.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저를 데려오길 정말 잘하셨죠?”
끼이이…….
문이 열리자 한층 더 피 냄새가 짙어졌다. 하지만 내부는 정오의 태양이 무색할 만큼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치익!
제트가 다시 문을 닫고 랜턴을 켠 순간.
두 사람은 저도 모르게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미친, 대체 이게 무슨…….”
“세, 세상에. 뭐야, 이건. 나리,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요!”
내부는 그야말로 지옥도였다.
바닥은 물론이고 벽, 천장까지도 인간의 살점이 분명한 것이 덕지덕지 들러붙어 있었고. 척 보기에도 스물이 넘을 것 같은 시체는 단 한 구도 멀쩡한 모습을 한 게 없었다.
두 사람이 피와 시체에 익숙한 이들이 아니었다면, 아마 한참 동안 구역질에 몸서리를 쳤을 것이다.
“으.”
“이자들, 죽은 지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피가 다 응고되지도 않았어.”
“허, 그러고 보니… 아니, 이만한 난리가 났는데 바깥에선 아무도 몰랐던 걸까요? 마물에게 뜯겨 먹히기라도 한 건지. 아니면 고위 기사에게 잘못 보이기라도 했나?”
불길한 예감이 진의 등허리를 스쳤다.
“일단 가버 마리우스를 찾아보겠습니다. 얼굴을 대조할 수 있는 시체가 있긴 한지 의문이지만…….”
제트가 피가 고이지 않은 바닥을 조심스레 밟아 가며 가버를 찾는 사이, 진은 시체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건 고위 기사나 마물의 소행이 아니다. 이자들은 바람 계통 마법에 당해 온몸이 찢어진 거야.’
그것도 최소 8성 이상의 마법사에게 당한 것이 분명했다. 8성 바람 계통 마법, ‘지옥풍’을 구사할 수 있는.
그리고 휴페스터 연합국은 마법을 이용한 범죄를 그 무엇보다도 중하게 다스렸다.
“제트, 그만 찾아라. 일단 여길 뜨는 게 좋겠어. 네 말대로 우리가 이 건을 덮어쓰거나 관련자로 분류될 수도 있을 것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