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48)
제 111화
50화. 이틀 긴 밤, 하루 짧은 밤(1)
요나가 세 사람에게 첫 번째로 보낸 것은 상급 살수들이었다. 중급, 상급, 최고 살수 순서로 보낸다는 무명왕 오울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두 사람은 첨탑 꼭대기를 넘어 다니며 암살자들이 세 사람을 추격하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요나야…… 괜찮겠느냐? 처음부터 상급 살수들을 보내다니, 네 동생이 진짜로 죽을 수도 있단다. 그걸 정말로 바라는 건 아니지 않더냐?”
“막내는 엄청 강해요.”
“그 나이에 얻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성취인 건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강한 것과 훈련된 살수들을 막는 것은 다른 문제가…….”
“막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친한 척을 하는 녀석들은 당연히 죽어야 하고요.”
“으음.”
“만약 저것들을 못 죽이면, 제가 직접 상급 살수들에게 특훈을 진행하기로 했어요.”
오울이 아찔한 듯 이마를 짚었다. 무명의 살수들 사이에서 요나의 훈련은 가장 잔혹하고 괴롭기로 정평이 났다.
‘그렇다면 살수들이 정말 죽기 살기로 덤빌 텐데…… 진이 차기 가주들을 사밀 중심으로 잘 끌고 이동할 수 있을지…….’
마음 같아선 푹푹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 싶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요나는 여전히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세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특히 베라딘과 단테 쪽을.
그러더니 돌연 히히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다시 쌍심지를 켜는 걸 반복하는 요나의 시선 아래.
“으아아! 진한테 밥값만 받기엔 수지가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데!”
“어째 끝이 없는 것 같소!”
“게다가 이게 무슨 암살이야, 사냥이지! 여기 사밀 아니야? 저것들, 왜 대놓고 추격을 하는 건데?”
“목격자만 없으면 암살이라는 것 아니오? 아까부터 거리에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소. 마치 도시 전체가 우리만 노리는 것 같군.”
세 사람이 미친 황소처럼 거리를 내달리고 있었다. 그 뒤로 바짝 붙은 암살자들은 진짜 무명의 살수를 의미하는 하얀 가면을 쓴 모습.
“넌 가볍게 생긴 놈이 왜 이렇게 무거운 건데!”
심지어 진은 베라딘을 어깨에 걸친 채였다. 베라딘의 달리기 실력으로는 도저히 암살자들의 추격을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미안! 가방에 든 게 많아서.”
그렇게 소리친 베라딘이 지팡이를 치켜들어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거인의 손, 6성 대지계열 마법. 영창이 끝나자 지팡이 끝에서 분출된 마력이 바닥을 덮쳤고, 곧 그것은 돌과 흙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손이 되어 살수들의 길을 가로막았다.
열 명의 살수 중, 다섯이 거인의 손에 잠시 가로막혀 속도를 늦췄다. 콰아앙! 그러나 망치처럼 내려쳐진 거인의 손에 피해를 입은 살수는 하나도 없었다.
샤샥! 샥!
메뚜기처럼 튀어 오른 살수들이 지붕을 내달리며 단검을 던져댔다. 가볍게 쏜 듯 보이나 단단한 벽돌 담장과 포장도로를 푹푹 뚫고 들어가는 것이 과연 진짜 살수의 투검이다.
“미, 미친. 단검 박힌 자리가 녹고 있는데?”
유일하게 시선이 뒤쪽을 향하고 있는 베라딘이 식겁하며 소리쳤다. 벽돌이 흐물흐물 녹아버리는 광경에 모골이 송연해질 지경이었다.
생도들이 쓰던 독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위력에 단테도 잠시 뒤를 돌아보곤 헛숨을 삼켰다.
투다다다다!
진과 단테의 발놀림이 더 빨라졌다. 그리고 얼마 못가 그들의 앞에 막다른 길이 펼쳐졌다. 두 개의 건물이 맞닿으며 생긴 벽이다.
“단테, 부숴! 뒤는 잠깐 내가 막을 테니까!”
“알겠소!”
“그리고 즉시 피해! 분명 함정이 설치돼 있…….”
카각! 푸슈슛!
검기가 벽을 허무는 소리와, 살수들이 미리 설치한 함정이 발동되는 소리가 동시에 퍼졌다. 벽 너머 함정에서 발사된 것은 독침이나 단검, 화살이 아니다.
하필이면 얼마 전 진의 로브를 다 찢어놓은 그 갈고리였다.
“어엇!”
과연 열아홉에 하이란의 차기 가주가 된 인물답게, 단테는 검을 휘두른 동작에서도 갈고리를 두 줄기나 베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두 갈고리는 베어지지 않은 채 뱀이 몸을 비틀듯 다시 단테를 노렸고, 칼이 닿지 않은 나머지 세 줄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 진이 이를 악물며 그에게 몸을 던졌다.
팅! 팅!
베라딘을 들친 상태만 아니었다면 세 줄기 모두 깔끔하게 튕겨낼 수 있었을 것이다. 진이 쳐냈음에도 여전히 한 줄기의 갈고리가 단테의 목덜미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괜히 윗세대를 제치고 하이란의 차기 가주가 된 것이 아니다. 단테는 그 짧은 틈에 진을 따라해 찌르기로 갈고리를 튕겨냈다.
“덕분에 부상을 면했군, 고맙소!”
애초에 미리 갈고리의 속성에 대해 알려주는 걸 깜빡한 내 잘못이다.
진이 그렇게 말하려는 찰나 뒤쫓은 살수들이 또 무언가를 던져대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까부터 진이 일부러 막다른 길을 향해 달려왔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낮에 무명왕이 떠나고 품속을 뒤지다 얼마나 놀랐던지.’
지도.
무명왕은 단지 진과 대화만 나눈 것이 아니라, 몰래 진의 품속에 지도를 넣어두기도 했다. 친절하게도 진 파티가 살수를 피해 움직여야 할 동선까지 표시된 지도였다.
도시의 중심부로 향하되, 요나가 의심하지 않을 만한, 그래서 굳이 쫓기는 도중 막힌 길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동선.
단테가 뚫은 벽 너머로 사밀의 중심부까지 쭈욱 이어지는 대로가 보였다.
그리고 그 대로의 일대엔 암살자들이 숨을 만한 낮은 건물이나 돌담, 배수로조차 없었다. 마치 성국 반켈라 성자들의 순례길처럼 넓고 깨끗한 도로만 뻗어 있는 것이다.
즉, 중심부로 이어지는 도로에서는 무명 살수들의 실력이 아무리 귀신같아도 암살이 불가능했다. 요나라도 되지 않는 한.
“완벽한 개활지요! 저곳으로 저 사악한 살수들을 끌어들여 전면전을 치르는 게 좋겠소!”
“동감, 저렇게 넓은 땅에서라면 우리가 더 도망칠 필요가 없지. 이제 다 죽었다, 진짜.”
으드득, 이를 악무는 두 사람.
그러나 진은 생각이 달랐다.
‘아직 도로일 뿐, 중심부는 아니야. 무명왕이 꼭 중심부로 가라고 했던 이유가 있을 거야.’
게다가 세 사람이 대단하다지만.
진은 여전히 마법과 영기를 쓸 수 없고, 상대는 무명의 상급 살수 열이다. 그것도 요나가 특별히 엄선한.
‘이 녀석들 실력도 제대로 볼 겸, 잠깐 살수들과 붙다가 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물론 생각이 다르다고 싸울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단테와 베라딘의 성취도 확인하고, 이제껏 사람을 사냥감 취급한 살수들에게도 약간의 빚은 갚아주어야 했다.
“베라딘.”
“응.”
“우리 둘이 엄호할 테니까, 네가 익힌 것 중 가장 강한 광역 마법을 써. 저것들을 한 방에 쓸어버릴 수준이면 더 좋고.”
챙! 챙챙! 세 사람이 암기를 쳐내며 대로로 접어들었다.
“10분만 시간을 벌어줘. 딱 어울리는 마법이 하나 있지.”
“뭔데?”
살수들이 둥글고 넓게 진을 짜며 그들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멸살암천화염옥 마황 1형.”
“오오, 마법명의 위엄이 엄청나오.”
대답을 들은 진은 하마터면 기겁하는 모습을 보여줄 뻔했다.
‘그걸 익혔다고!?’
단테는 마법의 이름이 거창하다는 생각만 할 뿐,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럴 수밖에 없다.
마법사들 중에서도 그 마법을 아는 건 극소수. 이백여 년 전 마황이라는 칭호를 얻은 지플의 옛 가주, ‘리올 지플’이 생에 딱 한 번 시전한 것이니까.
그럼에도 길고 긴 마법 사史의 몇 페이지 정도는 그에 대한 묘사와 기록으로 가득할 정도였다.
진은 전생에 마법 스승이 불완전하게 재현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또한, 진은 멸살암천화염옥 마황 최종형의 마법서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온다.”
평정심을 되찾은 진이 나지막이 말하자 살수들이 달려들었다.
살수라고 해서 암살 훈련만 받았을 리가 없다. 그들은 하나하나가 6성 이상의 무인이기도 했으며, 조장을 맡은 최고수는 7성 중반이었다.
카강! 캉! 두 자루의 검과 열 자루의 검이 맞물리기 시작했다. 진은 보호막을 친 베라딘의 옆에 붙어 직접 엄호를 했고, 단테는 전장 중앙으로 살수들을 끌고 나가는 형세였다.
단테에게 붙은 살수가 일곱, 진과 베라딘 쪽에 붙은 살수가 셋. 살수들은 단테를 먼저 처리한 후, 진과 베라딘을 죽일 계획이다.
그러나 단테는 일곱 살수가 덮치는 와중에도 전혀 밀리는 기색이 없었다.
그의 몸 전체를 띠처럼 휘감고 회전하고 있는 푸른 오러, 하이란의 비기 때문이었다.
‘폐관 수련을 했다더니, 저걸 익힌 건가.’
살수의 검이 띠 사이로 밀고 들어갈 때마다 불꽃처럼 오러가 튀었다. 띠 형태의 오러가 마치 갑옷처럼 칼날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 비기의 이름은 제왕검 용검갑. 겉보기엔 단지 특이한 형태의 오러 보호막일 뿐이지만.
용검갑은 충격을 받을 때마다 오러 띠가 역으로 상대를 찔렀다.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 공격해도, 용검갑을 뚫지 못할 위력이면 오히려 반격을 당할 수밖에 없다.
“큭!”
벌써 살수 두 명이 어깨와 허벅지를 찔리며 나가떨어졌다. 나머지 다섯의 검은 신중해졌고, 진은.
왠지 모르게 두 사람이 대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반격까지 하는 보호막이라니…… 저 비기는 앞으로 조심해야겠군. 베라딘 녀석은 진짜로 그걸 영창할 수 있는 건가, 보호막 안으로 모이는 마력이 심상치가 않은데.’
단테와 달리 진은 가볍게 보법을 밟으며 살수 셋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 셋엔 7성 중반의 조장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그조차 진의 검에 밀리는 모습이었다.
진의 오러는 아직 6성 후반임에도 말이다.
‘역시, 몸이 제대로 개화하고 있어.’
룬칸델의 축복받은 육체.
날 때부터 그 속에 포함된 괴력이 부족한 오러를 뒤받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룬칸델이 지금껏 최고의 검술명가로 버텨온 근간이나 다름없는 괴력이.
쩌엉!
진이 있는 힘껏 일격을 휘두르자, 막 달려든 살수의 검이 부러졌다.
조장조차 일순 충격을 받은 듯 멈칫하며 거리를 벌렸고, 검을 잃은 살수의 가면 너머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어차피 싸움은 당신들 전문 분야가 아니잖아. 너무 상심 말라고.”
그렇게 말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으려는 순간.
“진!”
단테가 다급한 목소리로 진을 찾았다. 용검갑의 오러가 뚜렷하게 옅어진 채였다.
저녁부터 지금까지 내내 살수들의 추적을 피한데다 호승심에 취해 비기를 펼쳤더니 고질적인 체력 문제가 도진 것이다.
‘이 멍청이가 조절을 하면서 싸웠어야지!’
단테는 조절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다소 무리해도 진이 있으니 안심이라고 판단했을 뿐. 이제껏 단테가 이렇게까지 신뢰감을 품은 건, 동년배 무인 중엔 진 하나뿐이었다.
그건 베라딘 역시 마찬가지.
베라딘이 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주문이 완성되었으니 단테에게 가도 좋다는 뜻이었다.
챙그렁!
진이 떠나자마자 조장이 휘두른 검에 베라딘의 보호막이 깨졌고, 진은 단테를 포위한 살수들을 밀어냈으며.
쿠오오오……!
깨진 보호막 사이로 멸살암천화염옥 마황 1형의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