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58)
제 111화
54화. 사칭, 짠(2)
“알아서 뭐하게?”
진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하자 순식간에 주점 내부가 싸해졌다.
주문을 받고 있던 주인장은 잠시 제 귀를 의심했고, 생도들은 그대로 굳은 채 두 눈을 끔뻑거렸다.
몇 초쯤 정적이 흐르는 사이, 주인장은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 되었다. 가게 안에 손님이라곤 진 일행과 생도들밖에 없는데, 싸움이 번지면 어쩌나 안절부절 할 수밖에.
“알아서 뭐하게……라. 이런, 내가 실례했나보군. 그래, 조금 더 정중히 다시 묻도록 하지. 네놈은 어느 소속 찌꺼기냐?”
“우린 그냥 조용히 나갈 테니, 계속 유감스럽게 행동하지 말고 식사나 하지 그래. 그런데 방금 정중히 묻겠다고 하지 않았나?”
“당장 따귀를 올려붙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라. 어서 대답해. 우리가 오자마자 도망치듯 나가려고 하는 걸 보니 뭔가 켕기는 게 있는 모양이지? 설마 암흑마법회냐?”
괜한 시비에 이어 오기를 부리는 생도를 보니, 진은 같잖아서 웃음도 안 나올 지경이었다.
사실 그들이 이토록 무례한 모습을 보이는 게 이상할 건 없다. 영주조차 생도에 불과한 이 귀족 도련님들에게 아부를 떨어댔으니, 추레한 행색의 마법학도가 얼마나 우습게 보이겠는가.
상대가 실력자, 혹은 배경 좋은 인물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하는 것이다.
“아, 아이고, 생도님들. 하하, 저들은 그냥 지나가는 여행객이라 했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제가 금방 맛있는 특제 요리들을 내올…….”
짝!
생도가 주인장의 뺨을 후려쳤다. 움찔한 엔야가 반사적으로 일어서려고 하자 진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어딜 나서, 하찮은 평민 자식이.”
“죄송합니다.”
“이봐, 네놈 때문에 애꿎은 주인장이 매를 맞았잖아. 꽤나 자신만만하던데, 소속을 밝혀라. 네놈 상관까지 족쳐야겠으니.”
어떻게 대답해줄까?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들을 다 때려눕히고, 한동안 이용해먹을 수도 있는 단체 하나가 곧장 떠올랐으니까.
터벅, 터벅.
진이 생도들이 앉은 식탁을 지나쳐 주점 문을 닫았다. 탁, 터걱! 그러고는 빗장을 채운 뒤,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비먼트 제국 황실 직속 특수임무대 마법 1국 3조.”
“뭐?”
“무슨 개소리야? 특임대 1국 3조 소속이라고? 미친놈이……!”
진의 거짓말에 당황한 엔야도 급히 후드를 눌러썼다.
‘지, 진 공자!? 갑자기 그게 무슨!?’
정작 진은 여전히 차분한 눈빛. 거짓말이나 사칭은 그의 또 다른 전문 분야다. 어째 매번 실제 자신의 신분보다 위압감이 떨어지는 이름만 팔아재끼는 것 같지만 말이다.
“그걸 믿으라는 거냐?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는군! 특임대 마법 1국 3조?”
“곧 믿게 될 거다.”
빡!
진이 가까이 다가온 생도의 명치에 주먹을 꽂았다. 오러를 전혀 싣지 않았으나, 폭풍성 시절부터 단련한 주먹을 아카데미 생도의 흐물흐물한 육체로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어, 어어!?”
맞은 생도가 거품을 물며 무릎을 꿇었다. 나머지 두 생도가 황급히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으나, 진이 지팡이를 잡는 속도가 압도적으로 빨랐다.
지팡이 끝에 환하게 빛나는 작은 점이 돋아난다.
‘마음 같아선 역류계로 실신시키고 싶지만…… 일단은 일반적인 방법을 쓰는 게 좋겠지. 특임대를 사칭했으니.’
푹, 푹!
지팡이가 남은 생도들의 가슴팍을 찔렀다. 영창이 반절도 끝나지 않은 생도들의 몸속에 7성 마력이 주입되자마자 역류가 번진다. 생도들은 3, 4성에 불과했다.
“커억! 커컥!”
“으그극, 그그극!”
줄줄 코피를 쏟는 생도들의 다리가 풀렸다. 연체동물처럼 허물어지는 그들을 내려다보는 진의 눈빛이 차갑다.
‘고작 이따위 놈들이 엔야를 괴롭혀왔단 말인가.’
진이 생도 셋을 제압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4초.
그때쯤 주인장은 완전히 넋이 나간 채 입만 뻐끔거리고 있었다.
“그극, 사, 살려, 컥.”
“역류 초기 증상일 뿐이니 호들갑 떨지 마라. 겨우 이만한 마력에 역류가 올 정도라니…… 아카데미의 미래가 썩 밝지 않다던 돌체 국장님의 말이 사실이었군.”
특임대 마법 1국 국장 돌체 릴리스타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건 회귀 전에 얻은 정보로, 지금도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이름이었다. 일반 대원과 달리, 특임대 각국 국장들은 공식적인 자리에 가끔은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흐느적, 흐느적.
두 생도가 바닥을 기는 사이, 처음 명치를 얻어맞은 생도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공포에 젖은 눈동자를 한 채 간신히 진을 올려다보았다.
“저, 정말로 특임대이십니까……?”
“코드네임까지 듣고 싶은 건가? 그렇게 되면 너희 셋은 특임대 본부 지하 취조실 행을 피할 수 없을 텐데. 분위기 파악이 덜된 모양이군.”
황제 직속 친위대를 제외하면, 비먼트 내에서 가장 강력한 집행권을 지닌 게 바로 특임대다.
그중에서도 마법 1국 3조는 비먼트 내 마법사들 사이에서 ‘사신’이라 불렸다. 그들의 주 업무는 마법사들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캐고, 필요시 즉시 처벌하는 일종의 감시자 역할이기 때문.
진이 진짜 특임대라면, 이 세 사람을 한마디로 죽이고 살리는 것은 물론.
가문 전체를 풍비박산 낼 수도 있었다. 그들은 하이란이나 헨서크, 릴리스타 등의 비먼트 대표 세도가 출신이 아니니 말이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실수했습니다. 트, 특임대원이신지 몰랐습니다!”
“특임대원이 아니라 일반인이었다면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는 뜻이냐?”
“그게 아니라…….”
“특임대원 사이에서 너희 같은 놈들을 두고 하는 말이 있지. 조국의 안녕과 평화를 저해하는 벌레. 고름 덩어리! 장차 폐하와 백성을 수호해야 할 생도라는 것들이, 선술집에서 유세나 부린단 말이냐.”
진의 호통에 생도가 질끈 눈을 감았다. 진은 그와 쓰러진 생도들의 로브에 수놓인 문양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아카데미를 상징하는 금독수리 문양 아래, 각 가문의 문양이 작게 새겨져 있었다. 역류에 당한 생도들이 마우라와 오렐, 명치를 맞은 생도가 칩가였다.
“마우라가, 오렐가, 칩가. 각 가주가 휘서스 마우라, 루소 오렐, 마타 칩이었지, 아마? 아니, 마우라는 휘서스의 장자인 갈론 마우라인가?”
비먼트 마법가문들의 수장은 전생에서부터 달달 외웠다. 검의 정원에서 연회가 열리기 직전에 각국 요인 목록을 확인하기도 했고.
“대, 대원님. 제발 가문에 알리는 것만은…….”
“기상.”
“기상! 야, 얘, 얘들아. 일어나! 얼른!”
칩이 마우라와 오렐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마우라와 오렐도 역류 때문에 아직 말은 못하고 있었으나, 일생일대의 위기가 찾아왔다는 사실은 직감하고 있었다.
또한 후회하고 있었다.
왜 하필 이 사람에게 시비를 걸었을까, 왜 이 사람이 조용히 넘어가려고 할 때 일을 키웠을까…….
부들부들, 생도 셋이 어깨동무를 한 채 다리를 떨었다.
그들은 진이 특임대라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마법1국 국장의 이름이 나온 데다 각 가문을 속속들이 꿰고 있고, 일반적인 마법사들과 달리 격투술까지 능하니 그럴 수밖에.
“첫째, 네놈들은 백성 수호라는 제국의 지엄한 국법을 어겼고. 둘째, 마법 아카데미 생도 수칙을 어겼으며. 셋째, 공연히 소란을 일으켜 특임대원의 임무를 방해했다.”
마지막 셋째를 제외하면 사실상 귀족 마법사들에게는 유명무실한 법도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생도들은 코피, 눈물, 콧물, 그리고 실금까지 하며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하고 있었다.
“네놈들을 본부 취조실로 끌고 가 제국에 어울리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교화하고, 소속 가문까지 모조리 감사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진이 말을 멈추고 그들을 노려보았다.
“임무 때문에 즉시 실행할 수 없다는 게 통탄스럽군. 나는 국장님의 명을 받아 아카데미 마법사와 생도들의 암흑잔당회 소탕에 대한 비공식 감찰을 진행하러 왔다.”
“아…….”
생도들이 그렇게 탄식을 내뱉을 때, 엔야는 제 입을 틀어막았다. 주인장은 특임대의 임무가 무엇인지 듣지 않기 위해 일부러 제 귀를 막았고 말이다.
“이제 네놈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실감이 나나?”
“사…… 사죄할 기회를 주십시오.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무엇이든?”
진이 미소를 지었다.
좋은 생각이 난 것이다.
“좋아, 마지막으로 기회를 한 번 주마.”
“말씀해주십시오!”
생도 중 가장 멀쩡한 칩이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저 친구는 오늘부로 너희 셋의 종자가 된다. 종자 신분으로 소탕에 참여해 특임대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나?”
“예, 물론입니다.”
“기존에 데려온 종자들의 얼굴이 다른 생도들에게 알려진 상태인가? 그렇다면 이번에도 너흰 기회를 잡지 못하는 셈이로군.”
“다, 다행히 아닙니다, 일단 저는 종자를 데려오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급하게 짐꾼으로 쓸 종자를 고용했다고 해도 의심을 살 일이 없을 겁니다…….”
진이 칩의 턱을 우악스럽게 붙잡았다.
“확실할 테지?”
“무논이니다(물론입니다).”
“이번에도 날 실망시키면, 그때는 셋 다 파국을 면치 못할 것이다. 대신 너희들이 내 임무에 뚜렷이 기여를 했다고 판단된 경우, 방금 전 실수는 잊어주겠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봐, 주인장.”
주인장이 호다닥 달려와 진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예, 예이!”
“나 때문에 자네가 욕을 봤군.”
“저는 아무것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습니다!”
“훌륭해. 맞은 곳은 좀 괜찮나?”
“그런 사실도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저, 저는 그저…….”
특임대원은 생도들에게만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특임대와 잘못 엮이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비먼트 양민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이야기였다.
“자네가 생도들보다 낫군. 그럼 다 잊어버린 걸로 알 테니, 아까 주문한 요리나 내어오게. 아, 그리고 네놈들은 주방으로 가서 로브와 옷을 세탁해라. 그런 걸 입고 돌아갈 수는 없으니.”
진이 생도들의 젖은 옷가지를 가리키며 혀를 찼다.
주인장과 생도들이 주방으로 달려가자, 엔야가 참고 있던 숨을 내쉬었다.
“지, 진 공. 아, 아니, 형님…….”
이래도 정말 괜찮을까요? 특임대 사칭은 특급 범죄라고요!
진은 당연히 그런 말이 나올 줄 알았으나.
“역시 형님은 최고에요! 와, 세상에, 이럴 수가! 태어나서 이렇게 가슴이 뻥 뚫리는 건 처음 경험했어요! 완전 통쾌하고 신나요! 우오옵.”
진이 흥분한 엔야의 입을 부드럽게 틀어막았다. 우오오! 소리치는 게 생도들의 귀에 들어가면 오해를 살지도 모르는 일이다.
“연기 괜찮았어?”
끄덕끄덕.
“네 마음도 조금은 괜찮아졌고?”
“그럼요! 저 세 사람, 제 학년에서 악질로 소문났던 놈들이에요. 특히 저를 얼마나 못살게 굴었는지, 자다가도 저놈들이 생각나면 벌떡벌떡 잠에서 깼다니까요. 어쩜 저놈들을 이렇게 딱 만난 건지.”
“그럼 더 패줄까? 오스틴이 직접 족쳐도 되고.”
“음, 아뇨. 지금은 이만하면 충분해요. 형님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저 혼자 놈들을 짓밟을 수 있을 때야 진짜 복수일 테니까요.”
“좋은 자세야. 맞아, 혼자 온전히 감당할 수 있을 때가 진짜 복수지. 내가 보기엔 지금도 그 정도 조건은 충족됐지만.”
“흐흐, 지금은 저 따위 놈들이 아니라, 형님하고 건배를 한 다음 맥주를 마시는 게 더 소중해요.”
짠.
진과 엔야가 잔을 부딪치며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지글지글, 벅벅. 주방 안쪽에서부터 고기가 익는 소리와 생도들이 로브를 빠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