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4)
제 22화
10화. 진, 생도들, 수인, 그리고……(3)
설마 전생에서 소식지로나 접해 본 테러 단체가 범인이리라곤 진도 상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단순히 룬칸델의 생도를 습격한 것도 모자라, 납치까지 저지를 줄이야.
“메사가 납치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지?”
“아직 한 시간이 안됐습니다.”
“그렇다면 아직 수인들의 땅 초입으로 가는 중이겠군.”
진이 옆쪽 습격자의 머리통에 꽂힌 단검을 빼냈다. 그러곤 조원들에게 단검 두 개를 더 받아 부츠와 로브 안쪽에 장착했다.
“도련님, 저희도 추적 준비를.”
“아니, 메사를 구출하러 가는 건 나 혼자다. 너흰 여기 남아서 응급 처치를 끝내고, 남은 1조와 합류해 본가에 지원을 요청해라.”
“예?”
조원들이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저희가 만난 습격자들도 모두 4성 수준의 무인이었습니다. 그런 놈이 스물이나 있다는데, 도련님 혼자 가신다니요!”
“안 됩니다, 도련님. 저희도 데려가 주십시오.”
“메사도 중요하지만, 도련님이 우선입니다. 솔직히, 추적한다는 것 자체도 너무 위험합니다. 차라리 함께 본가 지원을 요청하시는 게…….”
잠시간 조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습격자가 죽기 전 밝힌 지부원만 스무 명.
그들의 말대로 추적과 구출은 무모한 짓이다. 더욱이 진 혼자서 실행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스무 명이라는 것도 축소시킨 것일지도 모릅니다. 도련님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죽으면, 도련님께서 이놈과 하신 약속 자체가 사라질 테니까요. 신중히 판단해 주십시오.”
“메사는 저희 모두가 아끼는 동기이지만, 임무 중 사망은 종종 있는 일입니다. 본가에서 곧장 지원을 보내 주면, 무사히 구출할 가능성도…….”
“스컷.”
“예, 도련님.”
“네 말대로 임무 중 사망은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생도가 잡혀갔는데, 룬칸델의 적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진이 찬찬히 고개를 돌려 생도들과 눈을 맞췄다.
“난 너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다. 그러니 몸을 추스르고 명령에 따라라. 이 이상의 반발은 나에 대한 불복종으로 간주하겠다.”
생도들이 침통한 얼굴을 떨궜다. 진의 강경한 어투와 눈빛 때문에 더 입을 열기가 어려웠다.
“나중엔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 싸울 수 있을 만큼. 너희도 강해지길 기대하지. 다녀오마. 아, 그리고 벨롭.”
“예.”
“2조 전원이 부상을 입은 지금. 생도들 중 가장 강한 건 너다. 그러니 네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 무슨 뜻인지 알겠지? 망설여선 안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떠나는 진의 뒷모습을 향해 생도들이 고개를 숙였다.
* * *
현재 진의 성취는 영기 해방 3성, 검술 3성, 마력 4성.
이 모든 걸 열다섯에 이뤘다고 말하면 아무도 믿지 못할 성취지만, 4성 수준의 무인 스물을 한꺼번에 상대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하급 대원이 4성이라면 수장급은 5성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진이 자신 있게 혼자 나선 건, 그들이 진의 ‘영기’와 ‘마력’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또한 검술 역시 3성이라곤 하나, 각종 무가의 비전 일부도 획득한 상황. 승산이 마냥 낮은 싸움은 아니었다.
‘스물과 한꺼번에 싸울 일은 없을 거야. 놈들도 수색을 하며 흩어진 상황이니, 한 무리씩 처치하면서 메사를 찾는다.’
생도들로부터 충분히 멀어졌다고 판단한 진이 뜀박질을 멈췄다.
숨을 한 차례 고른 진의 오른 손바닥 위에 주먹만 한 마력이 덩어리졌다. 진은 놈들을 추적하는 데 마법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지면 감지.’
지면 감지는 3성 대지 마법이다. 이름 그대로 지면의 상태를 감지하는 마법으로, 주로 지진 등의 재난을 감지하는 용도다.
지금처럼 추적을 해야 하는 상황엔 어울리지 않는 마법이라는 뜻.
그러나 마법이라는 건 응용과 연계에 따라 무궁무진한 활용이 가능했다. 응용과 연계라는 개념 자체가 일반적인 마법사들에겐 ‘협력’을 요구하지만 말이다.
우웅!
오른 손바닥에 놓인 마력 덩어리가 서서히 바닥으로 스며들기 시작하자, 진의 왼 손바닥 위에 또 다른 마력 구체가 형성되었다. 바람의 속성을 띤 반투명한 마력이었다.
동시 영창.
세상 대다수의 마법사들에겐 꿈이나 다름이 없는 경지이자, 재능이 없으면 7성급 마법사조차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의 정수 한 가지.
진은 이런 동시 영창을, 회귀 전 마법학도가 된 직후부터 사용할 수 있었다.
‘바람 추적.’
두 번째 영창이 끝나자 투명한 마력을 기준으로 선선한 바람이 모여들었다. 잠시 진의 몸을 훑은 바람은, 지면 감지의 미세한 반응을 따라 쭈욱 흘러가는 모양새였다.
지면 감지가 주는 땅의 정보를 토대로 바람이 향하는 것이다.
‘놈들이 초원으로 향해서 다행이야. 숲길로 갔다면 이 두 마법을 섞어도 추적이 어려웠겠지.’
킨젤로의 습격자들이 숲길을 이용했다면, 두 마법을 섞었어도 추적은 어려웠을 것이다. 숲은 나무와 생명이 너무 많아 탐지가 거의 불가능했다.
진이 마법을 꺼뜨렸다.
동시 영창은 마력 소모도 극심할 뿐더러, 행여 놈들 중 마법사가 섞여 있다면. 추적 사실이 발각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직 아주 멀리 가진 않았군.’
한 시간쯤 달리자, 슬슬 습격자들의 흔적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풀이 꺾인 것이나 발자국이 확인된 것이다.
흔적을 살펴보고 다시 이동을 시작하려는 찰나, 진이 흠칫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놈들의 진행 방향을 주의 깊게 살펴보니, 발자국이 줄어 있었다.
피잉!
풀숲 사이에서 화살 한 자루가 날아들었다. 진은 어렵지 않게 화살을 피한 후, 그것이 날아온 자리로 검을 겨눴다.
굴이 있었다.
습격자 중 일부가 굴을 파 놓고 생도들의 추격을 대비하고 있던 것이다.
“역시 룬칸델의 생도인가! 몸놀림이 훌륭하군. 아까 차프 녀석이 애먹은 이유를 알겠어.”
“클락! 저 녀석이 화살을 피했다. 금화 한 개 내놔.”
복면을 쓴 세 명의 남자가 킬킬대며 굴을 빠져나왔다.
그들은 굴속에서 진을 보자마자 내기를 한 모양이었다. 그들이 몰래 쏜 화살을 진이 피할지, 못 피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클락이라 불린 남자가 금화를 꺼내 튕겼다.
“빌어먹을 애새끼 덕분에 네놈은 신나겠군.”
금화를 받은 남자가 씨익 웃으며 검을 빼 들었다. 그때까지 진은 묵묵히 놈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놈들은 마법사 하나에 무인 둘로 이루어져 있었다.
‘느껴지는 오러와 마력이 강하지 않다. 셋 다 4성쯤 되겠군.’
진이 침착하게 전력을 확인하는 모습이, 그들에겐 겁에 질린 모양새로 비춰졌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꼬마야. 사람을 일부러 고통스럽게 죽이는 취미는 없으니까. 금방 끝날 거다.”
“그런데 왜 한 놈뿐이야? 다른 녀석들은 어디에 팔아먹었어?”
“차프하고 그렉한테 다 죽었나 보지, 큭큭.”
“그 차프와 그렉이란 놈들. 하나는 왼쪽 뺨에 흉터가 있고, 하나는 대머리인 놈이 맞나?”
진이 처음으로 입을 열자, 두 명의 남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 뺨에 흉터, 대머리라니.”
“나중에 그 녀석들이 이 얘길 들으면 꽤 어처구니가 없겠는데?”
그러나 한 남자는 웃지 못하고 있었다. 마법사였다.
“네놈, 차프와 그렉의 외모를 어떻게 알지?”
“빤하잖아, 죽인 다음 복면을 벗겨 확인했으니 알겠지. 내 부하들과 싸우고 있더군.”
남자들의 눈동자에 맺힌 웃음기가 싹 가셨다. 진은 여전히 검을 가볍게 겨눈 채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허세 부리지 마라. 그들은 4성 기사다. 룬칸델의 초급 생도가 어쩔 수 있는 수준이…….”
“너희 킨젤로는 애들이나 습격하는 양아치도 기사로 인정해 주나? 룬칸델과는 분위기가 좀 다르군.”
“클락, 밀스. 주변을 살펴. 아무래도 애들만 있던 게 아닌 모양이니까. 이 꼬마는 생도가 아니야. 수호기사가 있을 거다!”
남자들은 진이 챠프와 그렉을 죽였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룬칸델이라 할지라도, 발육도 안 끝난 꼬마가 4성 기사 둘을 처리하는 건 그들의 상상 밖이었다.
그래서 즉시 그들은 죽음을 각오했다. 킨젤로에 입단하기 전엔 용병이나 기사로 지낸 이들인 만큼, 룬칸델 수호기사의 명성을 모르지 않는 것이다.
푸하하…….
진이 한바탕 웃고 입을 열었다.
“룬칸델을 두려워하는 주제에, 생도를 습격하는 건 무섭지 않았나 보군? 수호기사는 없다. 여긴 혼자 왔어.”
“개소리!”
“내 수호기사들이 있었다면, 네놈들은 지금 나와 이렇게 말을 섞지도 못해. 그리고 이 초원 어디에 숨을 데가 있나? 우리 기사들이 네놈들 따위를 습격하려 숨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극도로 긴장하고 있던 남자들이 숨을 고르며 주위를 살폈다. 과연 개활지엔 숨을 곳이 하나도 없었고, 진의 말에도 틀린 점이 없었다.
이내 남자들이 다시 험악한 태도를 취했다.
방금까지 그들보다 스무 살은 어려 보이는, 진의 말 몇 마디에 휘둘린 게 부끄럽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혼자 왔잖아…… 가문만 믿고 설치는 꼬마인 줄 알았더니, 그냥 겁 없는 하룻강아지였군.”
“그래? 내가 가문만 믿고 설치는 사람이었다면…….”
진이 말하는 사이 클락이 앞으로 달려들어 진의 목덜미를 노렸다.
“너희에겐 참 행운이었을 텐데 말이야. 유감이군.”
“죽어어어억!”
진의 코앞까지 다가온 클락이, 돌연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난데없이 그의 한쪽 다리가 깔끔하게 잘려 나간 것이다.
‘시간을 끌길 잘했어.’
클락의 다리를 절단한 것은 ‘칼날 바람’이라 불리는 마법으로, 4성 바람 계통 마법 중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했다.
놈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진이 몰래 준비한 마법이었다.
“클락! 룬칸델이 무슨 마법을……!”
마법사가 반격을 위해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고, 밀스가 잔뜩 흥분한 채 진에게 달려들어 검을 휘둘렀다.
“이 자식이!”
챙!
진이 살짝 밀려나며 종으로 떨어진 밀스의 검을 쳐 냈다. 어린 몸으로 받아 내니, 오러가 둘러진 일격이 꽤나 묵직했다.
그래도 4성 기사 하나쯤은 문제가 아니다.
진이 몸을 한 차례 회전시키며 밀스의 측면을 잡으려는 찰나, 마법사가 소리를 질렀다.
“밀스, 떨어져!”
화르륵! 마법사의 손바닥에 큼직한 불꽃이 일었다. 이내 불꽃이 밧줄처럼 풀어지며 진 쪽으로 쏘아졌다.
4성 화염 계통 마법, 화염 채찍. 킨젤로의 마법사가 펼칠 수 있는 최고 위력의 마법이었다.
진은 화염 채찍을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받았다. 마법사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걸린 순간, 진은 자신의 몸이 불꽃에 가려진 걸 이용해 밀스의 목에 브라다만테를 찔러 넣었다.
푸욱……!
칼날이 꽂히자 밀스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다. 마법사는 제 눈을 의심하며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고, 클락은 잘려 나간 다리를 부여잡으며 계속 비명을 질렀다.
진이 로브에 들러붙은 화염 채찍을 손으로 붙잡아 꺼뜨렸다. 불꽃이 사그라지며 마력의 잔재가 먼지처럼 휘날렸다.
불사조의 심장이 완벽하게 흡수되었으니, 6성 이하의 화염 계통 마법은 진에게 피해를 줄 수 없는 것이다.
“빌어먹을!”
진이 불 내성을 지녔다는 걸 깨달은 마법사가 급히 또 다른 마법을 영창했다. 얼음 송곳. 과거 진의 마차를 친 그 마법이었다.
“다가오지 마라!”
마법사의 손에서 얼음 송곳이 쏘아졌으나, 이번엔 아예 진에게 닿기도 전에 저 혼자 부러져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수왕 오르갈의 펜던트. 그 펜던트의 마력이 진을 보호한 것이다. 5성 이하의 마법으론 펜던트의 마력을 뚫기가 극히 어려웠다.
“어, 어떻게……! 크악!”
날카로운 궤적을 그린 브라다만테가 마법사의 허리를 그었다. 진이 검을 한 차례 비틀자, 부르르 몸을 떨던 마법사가 절명했다.
“내가 좋은 누이들을 좀 뒀거든.”
벌벌 떨고 있는 클락까지 마무리한 뒤, 진이 다시금 초원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물론 클락을 마무리할 땐, 그가 마법에 당했다는 사실을 모르도록 상처 부위를 다시 한 번 도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