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03)
제 333화
93화. 테마르의 두 번째 무덤(2)
묘하게 친근한 말투였다.
무덤의 수호자로서 침입자를 대하듯 했던 실더레이와 달리, 눈앞의 수호자는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기색을 드러냈다.
‘사라라면…… 첫 번째 무덤의 기록 장치에서 들은 이름이다. 용 삼백이 모인 이야기의 탑에 마검사 다섯을 데리고 갔다던 룬칸델.’
실제로 무라칸을 바라보는 사라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영기가 피처럼 잔뜩 엉겨 붙은 얼굴과 이질감이 드는 미소였다.
“늦다니, 무슨 소리야?”
[네놈이 오기 전에 내가 그 잡것들을 다 죽였거든. 아, 정확히는 파들러랑 같이 쓸어버렸지. 넌 또 늦었어, 인마. 이번엔 어디서 농땡이를 부린 거야?]“사라.”
[파들러 녀석은 좀 다쳤어. 나야 언제나처럼 끄떡없다만, 그 약골은 아무래도 너나 가주가 훈련 좀 시켜야겠더군.]사라, 정신 차려라!
무라칸이 그렇게 소리치려는 순간, 진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눈으로 말했다. 무라칸, 저 사람은 네가 아는 진짜 사라가 아니라 그 사람을 본떠 만든 수호자라고.
피 대신 흐르는 영기가 증거였다.
진이 미트라 대사막에서 상대가 신기루임을 알고도 베는 것이 괴로웠듯, 무라칸도 비슷한 감정에 휩싸이고 있었다.
진짜 사라 룬칸델과 너무나 똑같기 때문이었다. 말투, 행동, 자신을 대하는 태도까지도.
영기로 빚은 존재는 진짜와 구분할 수 없다.
단순히 겉모습만 빚어놓은 게 아니라, 영혼이 섞인 상태라면 더더욱.
[무라칸, 왜 대답이 없어? 늦은 주제에, 설마 그런 건 귀찮다고 말할 셈은 아니겠지?]“……너무 오래 싸운 모양이군, 사라 룬칸델.”
퀴칸텔이 무라칸의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녀 또한 사라를 기억하고 있었다.
수호자가 멈칫하며 퀴칸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오, 이게 누구야. 퀴칸텔? 웬일로 방관자가 전장에 납셨군. 싸움은 다 끝났지만.]무라칸과 퀴칸텔은 참담한 심정이었다.
천 년.
수호자가 이 어두운 아공간에서 홀로 두 번째 무덤을 지킨 시간.
온몸에 가득한 상처와 사방에 깔린 수천 구의 백골이 그 지독한 싸움을 증명하고 있었다. 심지어 수호자의 검은 부러져서 검신이 반밖에 남지 않은 모습이었다.
수호자는 이미 지나간 옛일을 현재와 구분하지 못했고, 때때로 자신의 사명이 무엇이었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하자면 정상이 아니었다.
천 년 전, 무덤을 습격한 지플의 마법사들을 죽인 이후 줄곧 홀로 그 긴 세월을 견딘 대가였다.
[주렁주렁 달고 온 그 친구들은 뭐지? 처음 보는 얼굴들이군.]수호자가 다가서자, 결심한 듯.
무라칸이 본모습으로 변신하며 날개를 펼쳤다. 뒤이어 퀴칸텔도 변신해 은룡의 위엄을 드러냈다.
[내 오랜 전우, 사라 룬칸델. 늦어서 미안하군. 그만 해묵은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내가 도와주겠다.]무라칸의 말에 우뚝, 수호자가 걸음을 멈췄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본 그녀는 일행이 생각한 것보다 더 심한 부상을 입은 모습이었다. 영기가 아닌 피를 흘리고 있었다면, 서 있는 것도 기적처럼 느껴질 것이다.
[갑자기 무슨 소리를…….] [검을 들어라.] [뭐? 나랑 한 판 붙자는 거냐?]무라칸의 등 뒤로 하나둘씩 영기의 소용돌이가 번지고 있었다.
영기 해방.
그것은 무라칸이 반드시 적을 죽여야 할 때 펼치는 힘이라는 걸, 수호자가 모를 리 없었다.
[장난이지?] [진, 그리고 다들 잘 들어라.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여도, 사라는 옛 룬칸델 십대기사 중 최강을 논할 때 반드시 거론되는 인물이었다. 어설프게 상대할 생각은 하지 마.]과연 저런 몸으로 싸우는 게 가능한 일일까 싶었다. 심지어 검은 부러진 채 이가 다 나간 모습.
그러나 단신으로 무려 수천 명의 마법사를 상대한 인물이다.
스릉, 철컥!
일행이 일제히 무기를 꺼내 들었다.
잠시간 일행과 수호자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이내, 수호자의 몸에서 해일처럼 거대한 투기가 번지기 시작했다.
[어쩐지…… 이제 알겠어. 무라칸 네놈, 늦은 것이 아니었군. 일부러 기다린 것이야. 싸움이 끝나 내가 지칠 때까지.]우우우웅-! 화악!
별안간 사라의 검이 광휘를 내뿜었다. 무라칸이 영기로 장막을 펼쳐놓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일행은 일순 빛을 가리기 위해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을 것이다.
그리고 수호자가 멀쩡한 상태였다면, 눈을 감은 이들은 단 하나도 빠짐없이 목을 베였을 것이다. 전성기의 사라 룬칸델이 지닌 무위는 가히 창성에 가까운 경지였다.
[방관자의 꾐에 넘어간 것이냐? 아니면, 잘난 네놈도 지플이 두려워진 것이냐. 모두가 네놈을 믿고 있었다, 이 더러운 배신자 새끼.]한 마디, 한 마디 모두 무라칸의 가슴을 후벼 파내는 이야기였다.
영기로 가려진 무라칸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작고 흐리게 느껴졌다.
잊을 수 없는 과거를 마주할 때마다, 무라칸은 칼처럼 날카로운 슬픔에 난도질을 당하는 마음이었다.
수호자가 오러로 이글거리는 검을 치켜들었다.
[각오해야 할 거다. 전우에게 배신당하고 온몸이 바스라졌어도, 나는 사라 룬칸델이다.]화르륵-!
오러로 물든 검이 또 한 번 화염으로 뒤덮였다.
동시에 소용돌이치고 있는 무라칸의 영기처럼, 사라의 근처에도 작열하는 불덩이들이 치솟았다.
‘마법!?’
그녀는 룬칸델이 지플과 굴욕적인 맹약을 맺기 이전의 순혈.
마검사였다.
[길리, 알리사, 카시미르는 엔야와 제트를 보호해. 진은 우릴 엄호해라!]퀴칸텔이 숨결을 모으며 소리쳤다. 무라칸은 이미 영기로 수천 개의 송곳을 만들어 수호자를 조준하고 있었다.
송곳은 전조도, 소리도 없이 지상으로 낙하했다. 무엇이든 잠식할 것 같은 어두운 송곳이 상처투성이인 수호자의 몸을 노렸다.
그러나 단 일검이었다.
수호자가 비처럼 쏟아지는 그 수많은 송곳을 지워버린 것은.
검이 부러진 것 따윈 그녀에게 아무런 문제도 아니었다.
휘둘러진 검에서 쏟아지는 화염은 송곳을 지우고도 맹렬한 기세가 전혀 꺾이질 않았다.
난데없이 불로 이루어진 바다가 펼쳐졌다.
수호자의 불은 대상을 재로 만드는 열기와 함께, 반으로 가르는 예기를 함께 품고 있었다.
날카로운 불, 그런 이상한 표현을 적용할 수 있는 속성을 띠고 있는 것이다.
영기와 불, 허공에서 두 가지 힘이 뒤엉키며 서로를 잡아먹어대는 모습이 이어졌다. 퀴칸텔은 숨결을 토하며 시간의 권능을 발현시켜, 잠깐씩 수호자의 불을 정지시켰다.
그러나 불이 너무 많았다.
퀴칸텔의 권능으로 묶을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한 곳의 불이 멈추더라도 다른 곳의 불이 전장을 질식시키고 있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토록 심한 부상을 입고도, 수호자는 두 용을 상대하며 전혀 밀리지 않는 괴력을 보였다.
염제炎帝 사라 룬칸델.
천 년 전 사람들이 그녀를 부르던 이름.
비록 오랜 싸움과 고독으로 인해 본신의 힘을 다 발휘할 수는 없으나, 또한 지플에 의해 역사에서 그 이름은 완전히 사라져버렸으나.
그녀가 가진 불은 여전히, 이 외로운 아공간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초가 지나기 무섭게 화염이 거세지고 있었다. 점점 더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화염에 무라칸과 퀴칸텔의 권능이 밀리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날 동정하는 것인가!] [그런 게 아니다, 사라.] [아니면 무엇이지? 룬칸델을 등지기로 했으면, 제대로 하란 말이다, 무라칸!]사라가 도약하며 악을 내질렀다.
쐐액-! 내리친 일격에 무라칸이 황급히 보호막을 펼쳤고, 퀴칸텔은 그녀를 물어뜯으려 몸을 회전시켰다.
사라는 자신의 화염을 지지대 삼아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검을 내질렀다.
불꽃이 튀는 것처럼 보였다. 용들의 발톱과 이빨이 검과 맞부딪치며 쩡쩡거리는 굉음이 일었고, 지상까지 전해지는 충격파에 땅은 이미 다 헤집어졌다.
파지직!
화염과 영기 속에 한 줄기 뇌전이 균열을 일으켰다.
평식 벼락.
갑작스러운 뇌전에 사라가 일순 주춤하며 지상을 살폈다.
[명왕족의 힘이로군. 어째서 지플에 이 힘을 사용하는 자가 있는 것이지?] [저 녀석은 지플이 아니라, 룬칸델이다. 진. 너희들이 지켜낸 룬칸델의 후손이지.] [진? 룬칸델에 그런 이름을 쓰는 녀석은 없다.] [사라, 바깥은 이미 천 년이 흘렀다. 이곳은 테마르의 무덤이고, 우린 솔더렛의 안배에 따라…….] [내가 아무리 지쳤기로서니, 정신까지 붕괴된 줄 아나 보군. 불과 이틀 전이다, 나와 파들러가 가주의 명을 받아 이곳에 온 것은. 저 수많은 시체들이 보일 테지? 결국 지플은 무너질 것이다. 바로 우리들에 의해!]그녀는 무덤의 수호자임에도 테마르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수호자의 세계는 여전히 천 년 전에 머무르고 있었다. 테마르와 함께 룬칸델 마검사들을 이끌고, 룬칸델의 이름을 드높이던 그 가슴 뛰는 시절에 멈춰있는 것이다.
잔인한 일이었다.
진과 동료들이 수호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녀에게 한시라도 빨리 안식을 제공해주는 것뿐.
수호자가 지상으로 내려서서 진과 눈을 맞췄다.
[네 진짜 이름을 말해라, 지플의 소년.]“룬칸델 제12기수, 진 룬칸델입니다.”
[끝까지 거짓을 고하는구나. 그래, 네놈들 지플은 늘 이런 식이지. 세상을 온통 거짓으로 물들이려 하고 있어. 이젠 룬칸델의 이름까지 탐하는 모양이로군.]“사라 경께서 어떻게 생각하든, 내 이름은 변하지 않습니다. 나는 옛 룬칸델의 의지를 전승받기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이며, 솔더렛의 새로운 계약자입니다.”
뇌기로 물든 시그문드의 칼날 위에 새로 영기가 뒤덮였다.
그 모습에 일순 사라의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영검…….]그녀로서는 진이 영기를 사용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테마르가 살아있다면, 솔더렛은 여전히 그에게만 가호를 내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대신 단 하나. 솔더렛의 계약자가 아니어도 영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마녀, 그자의 짓이로군.]헬루람, 그 소름 끼치도록 음산한 괴물. 사라가 알기로, 마녀 헬루람은 솔더렛과 계약하지 않고도 영기를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화르르륵……!
돌연 사방에 퍼진 불이 사라에게로 모여들었다.
진은 그 모습을 보며 영검을 펼칠 준비를 마쳤다.
[이 몸은 오늘 이곳에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하나, 너만큼은 반드시 없애야겠구나.]이어 수호자의 온몸이 불타오르자, 무라칸이 영기를 최대로 해방하며 동료들을 휘감았다. 퀴칸텔 또한 눈동자를 빛내며 포효를 내지르고 있었다.
룬칸델 마검 비기
업화業火 – 사라 룬칸델
사라로부터 옛 룬칸델의 마검 비기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