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17)
제 333화
97화. 조슈아의 반격(2)
회의장에서 로사의 파격 제안에 모두가 헛숨을 삼킨 그 순간, 유난히도 담담했던 진의 표정에서.
조슈아는 사실 진의 무표정한 표정 속에 어떤 특별한 것이 숨어있으리라 생각지 못했다.
원래도 늘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으니 달리 이상할 이유가 없던 것이다.
그럼에도 갑작스레 진에게 아리아 아울하트를 이미 찾지 않았느냐고 말한 것은, 순전히 ‘감’에 의한 판단이었다.
정적이 흘렀다.
‘뭐지? 아까 다들 놀랐을 때, 내가 너무 멀쩡하게 앉아있던 건가?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그것만으로 이렇게 확신에 차서 말할 리 없다.’
빠르게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하지만 조슈아가 언제, 어떻게 자신이 발레리아를 만났던 걸 알아냈는지 짐작되는 바가 없었다.
조슈아와 대립하기 시작한 이후, 진은 처음으로 당황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다행인 점은 조슈아가 발레리아를 운운하며 훅 들어온 순간,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을 잃지 않았다는 것.
진이 미소를 지었다.
결국 조슈아가 어떻게 알아냈든,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잡아떼면 그만인 문제였다.
“어머니나 당신이나, 꽤나 애가 타는 모양이로군요. 별 시답잖은 소릴 지껄이는 걸 보아하니.”
“막내야.”
“그렇게 친근하게 부르지 말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서로 형님 동생 하며 우애 좋을 사이는 아니잖습니까.”
“이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중요한 문제다.”
“그러니까 어머니께서 동부 5지역을 보상으로 내거셨겠지요.”
처음엔 확신한 듯 말했으나, 순전히 감이었던 만큼. 조슈아로서도 대화의 흐름을 어떻게 끌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럼 너도 아직 그자를 찾지 못했단 말이냐?
차마 그렇게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자를 내게 넘기면, 동부 5지역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것을 네게 주겠다. 내 이름과 가문의 명예를 걸고.”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이기에 자꾸 헛다리를 짚는 건지, 한 번 들어나 봅시다.”
“목숨.”
피식.
진이 웃음을 흘렸다.
그리곤 정색하며 조슈아와 눈을 맞췄다.
“여전히 농담엔 소질이 없군요. 저번에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네놈이 날 죽일 기회는 그때가 마지막이었다고.”
“그리고 네 동료들의 안전.”
조슈아는 당연히 진이 그 말에 잔뜩 흥분하는 모습을 보일 줄 알았다. 방금 자신을 네놈이라 부르며 정색한 것처럼.
하지만 진은 그 말에 흥분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을 뿐.
‘언제 내 동료들을 인질로 잡을지 궁금했는데, 지금이란 말이지.’
동료, 그들은 진의 가장 든든한 울타리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큰, 그리고 유일한 약점이기도 했다.
때문에 진은 당연히 어머니, 로사와 조슈아가 언젠가는 동료들을 건드려서 압박을 해오리라 각오하고 있었다.
진뿐만이 아니라, 동료들도 모두 예상하고 있던 문제.
‘스승의 몸값이 점점 더 의아해지는군. 동부 5지역도 모자라, 날 압박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패를 지금 꺼내?’
로사가 히스터를 넘기는 대가로 무엇을 받기로 했는지, 궁금증이 빠르게 증폭되었다.
목숨, 그리고 동료들의 목숨.
조슈아가 진에게 두 가지를 보장하겠다고 말한 것이 의미하는 바는…….
‘솔더렛의 계약과 관련한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어머니는 지플에 마신석, 혹은 내 계약을 조슈아에게 옮길 수 있는 다른 수단을 요구했을지도 몰라.’
어디까지나 짐작이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전개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슈아의 목적은 자신을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 솔더렛의 권능을 빼앗는 것이며, 로사의 목적 또한 그에 상응할 테니 말이다.
‘어머니는 저번부터 묘하게 날 아까워하는 느낌이 있었다. 내 계약만을 조슈아에게 옮기고, 나는 가문을 위한 기수로서 이용하는 것이 어머니의 입장에서도 가장 좋은 결말일 터.’
사실 솔더렛의 권능이 없어도, 심지어 거기에 더해 마법과 명왕족의 힘까지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할지라도.
진은 룬칸델 기수 중 가장 뛰어난 편이면서도 잠재력까지 높다고 평가될 만한 인물이었다.
순수 검술만으로도 충분히 차차기 가주로 거론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로사로서는 진이 조슈아에게 그림자의 권능을 넘기고, 가문을 배신하지만 않는다면.
결코 막내아들을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지플이 신의 계약을 옮길 수 있는 건, 전생과 현생의 시간의 계약자가 다른 것과 미도르 엘너, 베라딘이 공간 폭발을 사용한 것으로 미루어보면 거의 확정된 사안.
순식간에 온갖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어지러이 펼쳐진 여러 가정들은, 결국 한 가지 의문으로 귀결되었다.
조슈아와 어머니가 영기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떠냐? 이제 좀 대화해볼 생각이 드나?”
조슈아의 물음에 진이 미소를 지었다.
“재차 말하지만, 난 히스터를 찾은 적이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러는 줄 모르겠군요. 그냥 감으로 찔러본 것 같기도 하고.”
“열흘을 주겠다. 그 안에, 히스터를 내게 데려와라.”
“그렇게 전공을 세우고 싶으면, 날 붙잡고 이런 헛소리를 할 시간에 밖으로 나가 뛰는 게 나을 겁니다.”
돌아선 진이 뒷말을 이었다.
“혹시 싶어서 하는 말인데, 어설픈 망상에 큰 출혈을 각오하는 머저리는 아니길 바랍니다. 함부로 내 동료들을 건드려봐야 좋을 게 없다는 뜻이지.”
“충고는 참고하도록 하지.”
“충고가 아니라 경고입니다. 혹시 압니까? 이런 순간. 말하자면, 휑한 복도에 우리 둘만 있는 이런 순간에, 내가 충동적으로 검을 뽑아 2기수의 목을 베어버릴 수도 있잖습니까? 뒷감당은 생각 않고.”
“가소롭군. 일대일이라면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자신이 있다면 지금 당장 한 판 붙어도 좋습니다만.”
그러자 조슈아가 어깨를 으쓱였다.
“12기수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위치로군. 내게 깨져도 잃을 게 없으니 말이야.”
어차피 싸워주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던진 말이었다. 조슈아의 말대로, 일대일 결투에서 지더라도 진은 잃을 게 없는 반면 조슈아는 이겨도 평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조슈아는 진의 뒷모습을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곤 확신했다.
사랑스러운 막냇동생은, 최소한 아리아 아울하트를 만나본 적이라도 있을 것이라 말이다.
‘막내가 정말로 히스터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면, 오히려 내가 말을 걸었을 때 역으로 거래를 제안했을 것이다.’
조슈아가 인지한 진은 그런 인물이었다.
상대에게 욕망이 보이면, 그 욕망을 흔들 만한 무기를 들고 있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이용해먹는.
그런 무서운 구석을 가지고 있는 게 바로 그가 생각하는 막내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먼저 욕망을 드러냈는데도 자신은 히스터를 모른다며 발뺌만 했다.
그걸 이용해 거래를 제안할 생각도, 자신을 농락할 의지도 없어 보였다.
그것이 조슈아가 진과 히스터의 관계를 확신한 이유였다.
큰 수확을 얻었다는 마음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나 녀석의 동료들을 진짜로 납치하거나 죽여도, 진은 히스터를 절대로 내게 넘기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맹수를 자극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막내가 히스터를 알고 있는 것이 차라리 다행인 일이다. 녀석이 데리고 있다면 우리 룬칸델도, 지플도 히스터를 찾을 수 없을 테니까. 히스터는 안전해.’
막내는 자신이 쥐고 있는 패를 절대 빼앗기지 않는다.
그 또한 조슈아가 이해하고 있는 진이었다.
두 사람은 명백히, 적. 혹은 원수라고 불러도 좋을 관계지만.
조슈아는 진을 인정하고 있었다.
진이 두각을 드러내기 전, 모두가 진을 얕잡아보고 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조슈아는 진을 낮게 평가한 적이 없었다.
“주군.”
물러났던 1등 집사 ‘하워드’가 조슈아에게 다가왔다. 그는 집사장 하인츠의 동생이자 조슈아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이었다.
“소득이 있으셨습니까?”
“생각지 못한 월척을 낚았다. 하워드, 아리아 아울하트. 히스터를 찾는 일에 내 기사들은 한 사람도 배치하지 마라. 인력 낭비에 불과한 일이다.”
“알겠습니다.”
“대신 다른 기수들에게 히스터에 대한 가짜 정보를 뿌려. 기수들이 히스터를 찾는 일에 정신이 팔린 사이, 리칼튼으로 최대한 많은 사형수를 확보해라.”
하워드는 조슈아의 판단에 첨언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유도시 티칸과 관계를 맺고 있는 무역상들, 부호들, 귀족들을 비롯한 모든 거래처 목록을 알아봐.”
“그건 이미 문사들이 파악해둔 사항입니다. 일주일 단위로 갱신하던 정보라, 오류도 미미한 수준일 겁니다.”
그러자 조슈아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다 끊어. 돈줄을 좀 말려놓고 싶군. 막내와 녀석의 동료들은 갑자기 거래처가 싹 사라진 이유를 알아도 상관없지만, 외부에는 우리의 압박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안 된다.”
“입단속 확실히 시키겠습니다. 지플, 비궁, 제국 쪽의 거래처들은 어떻게 처리할까요? 그쪽은 보안 유지를 확실히 명하는 게 어렵습니다.”
“몇 군데나 되지?”
“확인해봐야 하지만, 대략 열 곳쯤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중 지플이 절반 정도고요.”
“비궁은 내버려두고 나머지 거래처들은 지플 본가, 제국 황실과 제대로 된 연줄이 있는 곳인지 알아봐. 없다면, 해적들을 시켜서 약탈하고 파업하게 만들어.”
“알겠습니다.”
맹수가 먼저 전면전을 걸어올 정도로 자극할 필요는 없다.
대신, 조슈아는 살살 진의 신경을 긁어보기로 결정했다. 돈줄을 끊고, 동료들을 은근히 위협했을 때 진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그리고 과연 동료들이 온갖 불이익을 감내하면서 끝까지 진의 곁에 남을지가 궁금한 것이다.
‘이 정도로 그 머리 잘 돌아가는 녀석이 나와 전면전을 치를 리는 없을 테지. 하지만, 꽤나 짜증날 거다.’
* * *
열흘이 흘렀다.
1799년 4월 10일, 티칸 자유도시.
집무실에 앉은 카시미르의 표정이 어두웠다.
도시 경제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마비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벌써 8할 이상의 거래처가 계약 위반과 위약금을 감수해가며 거래 중지를 요청했고, 남은 2할도 머잖아 사라질 분위기였다.
“과연 룬칸델 2기수의 힘이 어마어마하긴 하군요. 거래를 끊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거래처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공자.”
진은 소식을 듣자마자 무라칸, 길리와 함께 변장한 채 티칸을 찾은 상태였다.
“꼬마, 네 형이란 놈. 대체 누굴 닮아서 이렇게 쩨쩨한 거냐?”
“글쎄.”
“공자께서 2기수의 공격이 있을 수 있다고 하셨으니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습니다만. 설마 이런 식일 줄은…… 우선 비자금으로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습니다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조슈아의 공격은 유효했다. 어떤 면에선 직접적인 암살 위협보다도 피해가 컸다.
티칸의 수뇌부는 자유도시를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만큼, 매달 어마어마한 돈을 각 세력에 바치고 있기 때문이었다.
“분하지만 아직 자금력으로는 그 개자, 아니. 조슈아를…… 아니, 그 나쁜 자식을! 이길 수 없습니다, 도련님. 인근 해역에 해적선이 출몰한다는 소식에 관광객조차 텅텅 비었더군요.”
길리가 분노를 토하며 말했다.
진의 비자금도 상당한 수준이었으나, 한 도시를 먹여 살릴 정도는 아니었다.
“나도 놈이 설마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군. 이렇게까지 싸움을 원한다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지.”
“계획이 있으십니까?”
카시미르가 묻자 진이 입꼬리를 올렸다.
“놈의 별장 하나를 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