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16)
제 333화
97화. 조슈아의 반격(1)
아리아 아울하트.
로사의 입에서 발레리아의 가장 아끼는 가명이 나오자 기수들은 대부분 서로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그게 누군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기수 중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은 진과 조슈아가 전부였다.
하지만 감히 로사에게 ‘어머니, 그게 누굽니까?’라며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조리한 일이지만, 그렇게 물어봐야 스스로의 무능을 증명하는 꼴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반면 조슈아에게 내릴 포상을 결정한 원로들은 당연히 아리아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은근히, 대부분의 기수들보다 자신들이 정보 우위에 있다는 걸 드러내며 점잔을 뺐다.
“가주 대행과 2기수가 큰 결정을 하셨구려. 결국 기수들 모두에게 알려 얼른 찾아야 할 인물이었소.”
원로장(흑검회장), 조르덴 룬칸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원로장(호법회장) 린 밀카노도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원로회 서기장(호민회장) 텔롯 룬칸델은 달리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조르덴이 은근히 조슈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 일은 2기수의 역할이 매우 컸소이다.”
“맞습니다, 조르덴 원로장. 2기수가 그 이름을 알아냈으니 우리가 지플보다 먼저 움직일 수 있게 되었지요.”
“맞습니다.”
조르덴과 조슈아를 지지하는 원로들이 한 마디씩 거들자, 기수들은 미칠 노릇이었다.
‘조슈아 오라버니는 우리한테 딱히 얘기해준 게 없는데?’
‘망할 노친네들, 앞뒤 다 잘라먹고 대체 무슨 소리들을 씨불이고 있는 거야? 좀 알아듣게 설명해주면 덧나?’
뮤와 앤의 속마음.
‘큰형님이 또 얼마나 대단한 전공을 올렸기에 원로들이 이렇게까지 분위기를 잡는 거지?’
‘슬슬 가주로 올리기 위해 밑 작업을 끝내고 있는 건가.’
란과 뷔고.
‘어, 우린 그냥 조용히 있자.’
‘그래도 최대한 무게를 잡고 있어야 해.’
토나 형제.
‘오라버닌 뭐 들은 것 좀 있어?’
‘없어.’
메리와 디푸스.
‘귀찮고 짜증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룬티아.
형제들이 머릿속으로 제각각 생각하는 사이, 로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대부분의 기수들은 아리아 아울하트라는 이름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것이다. 설명해주도록 하겠다. 그자는 한때 지플을 위협했던 마법사 가문, 히스터가의 마지막 남은 생존자로서…….”
로사는 한동안 ‘히스터’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히스터가가 활동했던 시기, 그들이 마법으로 지플을 위협할 수 있던 이유, 그토록 대단했던 가문이 어쩌다가 관련 사료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역사 속에서 지워지게 되었는지 등등.
‘꽤나 자세하게 알고 계시군.’
회귀 전엔 기수가 아니었으니 이런 회의에 낄 수 없었다.
그때의 진이 룬칸델이라는 가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극히 한정적이었다.
진이 예상한 것보다 로사, 아니. 룬칸델은 히스터가에 더욱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니, 우리가 아리아 아울하트. 히스터라는 인물을 먼저 찾는다면. 그자가 알고 있는 히스터가의 전승지와 기록 마법에 대한 정보를 획득한다면. 지플을 압박할 중요 수단 하나를 갖게 되는 것이다.”
로사가 ‘기록 마법’과 ‘히스터가의 전승지’라는 단어를 직접 꺼낸 것은 정말로 의외였다. 조슈아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에게 로사가 그만한 정보는 공유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하긴, 이상할 것은 없지. 원로회 핵심 인물 몇과 기수들에게만 알려주는 것이니.’
로사의 설명이 끝나자 기수들이 눈동자를 빛냈다.
모두에게 ‘기회’가 왔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 그럼 오늘 회의를 소집하신 이유는, 저희 기수들에게 그자를 찾으라고 명령하시기 위해서입니까?”
“그렇다, 란. 아리아 아울하트를 수색 및 포획하는 것은 오늘부로 룬칸델 기수들의 상시 임무다. 극비로 분류하고, 외부 인력 사용은 절대 배제하라.”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우리가 히스터를 찾고 있다는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면 반드시 유출 경로를 찾아내 관련자를 모두 엄벌에 처할 것이다. 예외는 없다. 그러니 각 기수는 예하 수호기사 중 임무 수행 인원을 신중하게 선발하도록.”
기수들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외 없이 엄벌에 처하겠다는 표현.
그건 곧 이 임무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갔다가, 아랫것들이 정보를 유출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라도 하면.
기수 자격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자격 박탈은 곧 추방, 혹은 기약 없는 유배로 이어지고 말이다.
“지플 또한 현재 눈에 불을 켜고 그자를 찾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아직 아리아 아울하트라는 이름은 알지 못하지. 반드시, 우리가 지플보다 먼저 히스터를 확보해야 한다.”
“예!”
흠흠!
조르덴이 헛기침을 하며 주의를 끌었다.
“원로장으로서 이번 임무에 관해 기수들에게 이야기해줄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기수들이 이 임무를 단순히 전공을 세우기 위해 행하는 것이 아니라 가문의 중대사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길 바라는 바이며…….”
조르덴이 잠시 말을 멈추며 뜸을 들였다.
“둘째는, 임무에 진전 사항이 있을 때마다 기수들은 모두 현재 최상위 기수인 2기수에게 보고를 올리도록 하게.”
그 말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일부 기수들의 눈빛에 실망스러운 빛이 스몄다. 오랜만에 로사에게 차별받지 않고 전공을 올릴 기회라고 생각했건만, 이번에도 장자 독식의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다들 인정은 하고 있었다. 어차피 조슈아가 가주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러니 기수로서 전공을 세워 가주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싶다는 마음은 거의 없었다.
다만 가끔씩 이럴 때면 환멸을 느꼈다. 기수가 아니라 그냥 머릿수 채우는 꼭두각시가 된 기분이었다. 이러려고 죽도록 고생해 기수가 된 것은 아니라는, 그런 기분.
가주는 되지 못하더라도 자긍심은 갖고 싶은 것이다.
로사는 기수들의 그런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면서도 철저하게 그들을 무시했다.
무시하고, 또 무시하더라도 ‘자격을 증명하지 않은 한’ 결코 반발할 수 없도록 교육해왔기 때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가문에 남아있는 열한 명의 기수 중.
이럴 때 로사와 원로들에게 불쾌감을 드러낼 수 있는 인물은 네 명이 전부였다.
“원로장님,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째서 임무 진행 보고를 2기수를 통해서 해야 한단 말씀이십니까?”
“4기수의 말이 맞습니다, 원로장님. 2기수는 말 그대로 기수지, 가주 혹은 가주 대행이 아니지 않습니까?”
디푸스와 메리였다.
그들은 기수가 되기 전부터 꾸준히 자격을 증명해왔다.
무력이면 무력, 임무 수행이면 임무 수행. 어느 한쪽에서도 시론과 로사, 그리고 원로회에게 실망을 안겨준 적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실망을 안겨준 적이 없다고 해서 원로회 전체와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조르덴을 공경하지 않았으며, 아직 가주 자리를 포기하지도 않았다.
“허허. 4기수, 7기수는 불만이 있나 보군.”
“불만을 갖지 않게 생겼습니까? 이건 기수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입니다. 가문의 중대사라고 하셨으면서, 왜 굳이 이런 식으로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인지 납득이 안 가는군요.”
“그렇다면 자네들이 아리아 아울하트라는 이름을 알아오지 그랬나?”
“뭐라고요?”
“지플도 아직 파악하지 못한 그 이름을 알아온 것은, 자네들이 아니라 2기수일세. 온전히 2기수 혼자만의 공이라는 뜻이지. 우린 오히려 그 공을 자네들이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야.”
예상했다는 듯, 조르덴은 여유롭게 그들의 이야기를 맞받아쳤다.
“아, 그렇습니까? 몰랐군요. 그럼 조슈아 오라버, 아니. 2기수 혼자 알아서 수색하면 될 것을. 굳이 우릴 다 모은 이유가 뭔가요? 이거, 원로장님의 뜻입니까, 아니면 어머니의 뜻입니까?”
“말이 거칠군!”
“조르덴 원로장께서 저흴 그림 취급 하는 것보다야 심하겠습니까?”
메리가 이를 갈며 말하자 로사가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만, 7기수. 기분 상한 것은 이해하나 원로장께 예의를 갖춰라. 조르덴 원로장께서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지요. 혈기 왕성할 때이지 않습니까.”
로사의 한 마디에 으르렁대던 세 사람이 말을 멈췄다.
이어 로사가 발언권이 있는 또 다른 기수, 진과 룬티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3기수, 12기수. 너희들은 따로 할 말이 없느냐?”
“없습니다.”
“저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지. 좋다, 4기수와 7기수의 의견대로 보고는 조슈아가 아닌 내게 직접 올려라. 또한, 히스터를 찾아온 자에겐 휴페스터 동부 5지역의 통치권을 넘겨주도록 하겠다.”
그 말에 회의장에 앉은 모두의 시선이 로사에게 쏠렸다. 명백히 로사의 편인 조슈아와 조르덴조차 잔뜩 놀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딱 한 사람, 진은 차분한 얼굴을 유지했다.
‘동부 5지역의 통치권이라. 내 목에 걸렸던 금화 4억 따윈 빗댈 수도 없을 지경이군…….’
그리고 조슈아는 자신도 깜짝 놀라 로사를 보려고 고개를 돌리다가, 우연히. 진의 덤덤한 얼굴을 마주하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동부 5지역의 통치권.
그건 가주가 되는 것을 제외하면, 기수가 가질 수 있는 사실상 가장 큰 포상이었다.
가주가 되지 못하더라도 동부 5지역의 통치권을 갖고 있으면,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
심지어 기수, 혹은 원로가 가질 수 있는 통치권 중 ‘동부 5지역’은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좋은 땅이었다.
장자 독식인 줄 알고 실망한 기색을 간신히 감추던 나머지 기수들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지금껏 시론과 로사에게 인정을 받았든, 받지 못했든. 아리아 아울하트만 찾아서 데려오면 동부의 패자로 군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이번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확실히 체감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극비이자 상시 임무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서 히스터를 찾아 내 앞에 데려오도록 하라. 이상!”
회의가 종료되었다.
기수와 원로들이 로사에게 고개를 숙이고 회의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회의장 앞에 대기하고 있던 집사, 문사들이 각자의 주군을 찾아 뒤를 따랐다.
‘스승을 찾는 걸 보니 어머니와 켈리악 지플의 거래는 불발되었다. 게다가 동부 5지역이라니, 도대체 어머니는 스승을 찾아 지플에 넘기는 대가로 무엇을 얻으려는 것이지?’
그건 진도 아직 짐작되는 바가 없었다. 다만, 로사가 동부 5지역의 통치권을 거론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라는 건 확실했다.
고민하며 방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진.”
조슈아가 진을 불렀다.
“왜 부르십니까? 2기수.”
진이 돌아보자 조슈아가 자신의 집사와 문사들을 물렸다.
휑한 복도에 두 사람만 남게 되자 조슈아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진으로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였다.
“너는 이미 찾았다. 그렇지?”
“무슨 소립니까?”
“아리아 아울하트, 그자를 너는 이미 찾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