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54)
제 333화
109화. 오즈도크(2)
[그워어어!]오즈도크가 포효를 내지르며 두 손으로 지면을 내리쳤다. 바닥이 까지며 바위가 볶은 콩처럼 튀고 지진이 난 것은 물론, 충격파에 메리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이어 오즈도크가 허공에 잠시 멈춘 메리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파앙-!
거대한 주먹이 공기를 찢으며 예사롭지 않은 파공음이 났다. 그대로 맞는다면 룬칸델의 축복받은 육체라 할지라도 온몸이 부서질 터였다.
하나 메리는 바르톤이 그랬던 것처럼 허공에서 검기를 뿌려 급격히 위치를 바꾸는 모습.
게다가 오즈도크의 주먹이 허공을 친 순간, 그녀는 놈의 팔에 독사를 휘감기도 했다.
키기기긱!
줄처럼 휘감긴 독사가 잡아당겨지며 오즈도크의 팔을 나선으로 길게 그었다.
마찰 때문에 급격히 단단하게 변한 놈의 팔과 독사 사이에서 불꽃이 튀었으나, 이번에도 제대로 된 타격은 주지 못한 모양새였다.
오히려 지상에 착지하기 전에 메리가 반격을 당했다. 주먹과 함께 뻗어진 꼬리를 막느라 팔을 들어 올리는 메리.
독사를 회수하기 전에 공격이 닿았으므로 팔로 막을 수밖에 없었다.
흡!
메리가 헛숨을 내뱉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녀가 물러난 방향을 따라 땅에 흉측한 자국이 남았다.
“기대한 것보다 훨씬 낫군.”
물론 그건 메리를 위축시키기보단 그녀의 투지를 한껏 자극시키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는 오히려 아쉽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막내와 무라칸 님이 없었다면, 좀 더 짜릿하게 싸워볼 수 있었겠는데.’
메리가 아쉬운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오즈도크와의 싸움에서 얼마나 밀리든,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등 뒤에 있는 막내를 믿었고, 그 뒤에 있는 무라칸도 마찬가지였다.
오즈도크가 아무리 강한 마물이라 한들, 그들이 있다면 승률은 반드시 10할일 수밖에 없다는 게 메리의 생각이었다.
‘누님이 지치기 전에 흐름을 읽어야 한다.’
진은 아직 별다른 공격을 취하지 않고 있었다.
‘메리의 흐름’을 읽고 있는 것이다.
다른 거리에서, 다른 방법으로, 똑같은 부위를 동시에 공격하는 일.
그건 어지간히 합을 맞춰온 2인조라 할지라도 결코 쉽게 성공시킬 수 없는 것이었다.
한동안 진이 가만히 지켜보기만 해도 메리는 달리 역정을 부리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막냇동생이 어떤 계산을 하고 있는지 눈치챈 상태였다.
메리와 오즈도크 사이에서 대여섯 번의 공방이 더 오가자, 진은 슬슬 계산이 끝난 듯 손아귀에 마력을 뭉쳤다.
‘하여간 꼬마 놈, 대단하긴 하단 말이지. 그 짧은 틈에 제 누이의 공격 흐름을 다 읽은 건가.’
당연히 무라칸도 진의 계획을 파악하며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장에 또 한 사람, 무라칸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남자가 존재했다.
‘오호, 진 룬칸델. 재미있긴 하군. 그 녀석이 괜히 그토록 칭찬한 것이 아니었어.’
그는 기운을 완전히 감춘 채 전장 한쪽에 숨어, 아까부터 일행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도 그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남자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계속 싸움을 지켜볼 뿐이었다.
화륵!
서슬 퍼런 청화의 불꽃이 번졌다.
그러자 화염계의 왕이 차원문 사이로 긴 목을 빼내며 포효를 내질렀고, 오즈도크가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 마물 새끼가, 날 앞에 두고 어딜!”
메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번쩍 뛰어올라 오즈도크의 주둥이에 독사를 내질렀다.
지금까진 빈틈을 찾지 못했으므로 얼굴 쪽을 공격하는 건 처음이었다.
쾅! 독사의 칼날은 이빨에 가로막혀 놈의 목구멍 속으로 들어서지 못했으나, 메리의 입가엔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
“오, 이가 좀 약하군?”
흔들렸다.
독사에 닿은 송곳니 하나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감각이 분명, 검끝을 타고 전해진 것이다.
연한 이빨, 그게 오즈도크의 첫 번째 약점이었다. 심지어 놈은 이빨을 맞자 상당히 괴로운 듯 부르르 몸을 떠는 모습까지 보였다.
“막내!”
메리의 부름에 진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진은 즉시 테스를 부려 오즈도크의 주둥이로 숨결을 쏘았고, 동시에 양손엔 새로운 공격 마법을 맺었다.
7성 화염옥과 8성 지옥풍. 금방이라도 터질 듯 잔뜩 부풀어 오른 화염덩어리와 바람이 쏘아지자 오즈도크는 처음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마법을 막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으나,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눈앞의 두 인간이 자신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두 가지나 찾았다고 말이다.
이빨과 물리, 마법의 동시 타격.
천 년 전, 오즈도크가 처음으로 내단 마물이 되었을 때 인간들은 꽤나 오랜 시간 동안 그 약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때의 오즈도크는 지금보다 몇 배는 강했으므로 놈과 육탄, 탐색전을 펼칠 수 있는 인물이 그리 많지 않았다.
[거어어워!]오즈도크가 괴성을 내지르며 주먹을 휘저었다.
그러나 테스의 불꽃은 주먹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주둥이로 향했고, 오즈도크의 모든 신경이 그 불꽃에 쏠린 사이.
메리는 영리하게도 놈의 발목을 노렸다. 막내라면 분명 모두 놈의 이빨에 집중하는 것보다, 새로운 부위에 타격을 주는 게 훨씬 더 이득이라는 걸 알 것 같았다.
그 생각은 적중했다.
진이 준비한 두 개의 마법은 오즈도크의 오른쪽 발목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정확히 메리가 그곳으로 쇄도하는 속도에 맞춰서 말이다.
두 사람의 공격이 발목에 닿은 순간엔, 단 1초의 오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서걱, 콰아악-!
“이야, 이걸 한 번에 맞추네! 하여간 장해, 우리 막내.”
오즈도크의 발목에서 마물 특유의 시커먼 피가 튀었다. 분수처럼 뿜어진 피가 메리의 머리와 갑옷을 적셨지만, 그녀는 그야말로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반면 오즈도크는 얼굴에 붙은 청화의 불을 떼어내고, 발목을 재생시키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서 청아석을 뛰어넘는 불쾌한 울음소리로 두 사람의 공격을 조금이라도 늦추려 했으나, 고작 소리 따위에 물러설 룬칸델들이 아니었다.
“이제 뒤질 때까지 맞을 시간이다, 오즈도크!”
메리가 독사에 새로운 오러를 덧씌우며 소리쳤다. 불과 몇 분 사이에 오즈도크의 주먹과 꼬리에 맞아 바닥을 수십 번이나 뒹굴었으니 반격의 시간이 그만큼 짜릿할 수밖에.
진도 연달아 공격 마법을 준비했다.
이대로라면 섬광포나 역천, 멸살암천화염옥 마황 1형 같은 비기들을 꺼내지 않아도 머잖아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 같았다.
“으하하하!”
메리는 ‘마검사가 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공격할 때마다 딱 맞는 틀 두 개가 합쳐지듯, 진의 공격 마법들이 보조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자신의 검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채로워지는 사실이 절감되었다.
무인으로서 하나의 경지를 더 깨우치더라도. 지금 진이 마법으로 보조해주는 것보다 뛰어나고 효율적인 공격을 펼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무라칸 님이 여기 오는 내내 옛 룬칸델 마검사들의 힘이 대단했다고 말한 이유를 이제 좀 알겠군.’
어쨌거나 승기를 잡았다.
벌써 오즈도크는 그 거대한 몸이 거의 다 피로 물든 채 현저히 움직임이 느려진 모습이었다.
손가락이 잘려나가기도 했고, 테스의 불꽃에 송곳니 두어 개가 녹아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나 메리와 진의 공격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특히 메리는 놈의 공격을 피하고 막기만 할 때보다 오히려 체력이 회복되고 있었다.
‘누님도 괴물은 괴물이군. 아까 그렇게 두들겨 맞고도 더 쌩쌩해지고 있다니.’
순수 체력만으론 기수 중 루나 다음이라고 표현해도 결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워어…….]쿵!
오즈도크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낮은 신음을 토했다.
창공을 가르는 테스의 날카로운 포효가 대비되는 가운데, 조금만 더 공격을 퍼부으면 싸움이 끝날 것 같았다.
하지만 진과 메리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쉽게 끝날 놈이 아닌 것 같았는데.’
고작 한 번 분위기를 내어준 것으로 끝장이 날 녀석이었나? 한없이 약해졌다곤 하나, 천 년 전 세상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이 금의 괴물이.
그렇다고 신중하게 기다려줄 필요는 없었다.
베고, 찢고, 가르고, 부숴보면 답이 나올 테니까.
진과 메리의 시선이 오즈도크의 가슴 한가운데를 향했다.
놈의 내단이 있는 자리였다. 온몸이 시커멓건만, 내단이 있는 가슴 한가운데만이 은은한 황금빛을 흘리고 있었다.
내단을 공격한다.
굳이 입 밖으로 꺼낼 필요 없이 남매의 생각은 일통했다.
오즈도크가 그토록 수세에 몰리면서도 내단만큼은 확실하게 보호를 해온 것이다.
어쩌면 함정일 수도 있었다.
‘내단을 공격하게 만든 뒤, 누님이 품에 들어오면 뭔가 새로운 공격을 펼칠 수도 있다.’
충분히 가능한 전개였다.
그러나 메리도 그 정도의 가정은 세워두고 있었다. 만일 오즈도크가 내단을 미끼로 기습한다 할지라도 치명상은 피할 자신도 있고 말이다.
진은 메리의 그런 생각을 읽었기에 따로 조언을 덧붙이지 않았다.
대신 그녀와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합을 맞출 수 있도록 알맞은 마법을 준비할 뿐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든단 말이야, 막내 녀석. 기특하니 선물을 주마.’
메리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풀어진 사슬검을 일자로 단단하게 고정시키며 안광을 빛냈다.
급격히 오러로 물든 칼날에서 눈이 부실 만큼 강렬한 광채가 토해졌다.
찌르기를 위한 자세.
비기.
결전기와 다르게 분류된, 룬칸델의 또 다른 필살기.
메리가 펼치려는 찌르기는 바로 룬칸델의 일곱 비기 중 하나였다.
진은 단 한 번도 그 비기를 본 적 없으나, 그게 평범한 찌르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저번엔 화산의 변형을 보여주더니, 또 날 놀라게 하시려는 건가.’
그게 어떤 기술인지 유추할 시간 따윈 없었다.
지금껏 자연스레 맞춰온 템포가 급격히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메리의 동작이 끝나기 전에, 진도 그와 똑같은 속도로 마법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주군께서 7기수를 아끼긴 아꼈던 모양이로군. 자세를 보아하니, 직접 전수를 하신 것 같은데.’
그들을 지켜보던 남자가 흥미로운 듯 눈동자를 빛냈다.
‘게다가 12기수는 처음 보는 것이 분명할 텐데, 그 흐름을 쫓아 보조해줄 생각을 다 하는군…….’
직접 와보길 잘했어.
남자가 생각을 정리한 순간.
쐐애액-!
메리가 독사를 곧게 뻗었다.
룬칸델 제5비기
광속 찌르기
그녀가 펼친 검의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