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55)
제 333화
109화. 오즈도크(3)
진이 반사적으로 눈동자를 좁혔다.
메리의 손아귀에서 뻗어진 독사의 섬광이 눈을 찔렀기 때문이었다. 섬광포를 직격으로 맞은 것에 버금가는 강렬한 빛.
그건 한없이 응축된 오러가 폭발하며 번진 빛이었다.
‘결전기? 아니면, 비기인가?’
명왕검을 본떠서 만든 공격은 아닌 듯했다.
진이 그런 생각을 했을 때, 이미 메리는 동작을 끝낸 다음이었다. 오즈도크를 향해 사선으로 뻗은 메리의 검에서 새하얀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후!
메리가 한 차례 깊게 숨을 골랐다. 동작은 끝났지만, 아직 변한 것은 없었다.
‘검을 내지르는 순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진이라 할지라도.
아니, 진보다 더 뛰어난 무인이라 할지라도.
그 빛을 ‘보고 반응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광속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극의에 달한 제5비기를 반응만으로 피할 수 있는 인물은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다.
반응을 뛰어넘는 예측.
혹은 예측을 초월하는 어떤 깨달음.
광속 찌르기는 그런 요소를 지니지 않고는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검이었다. 하물며 검술의 기본조차 되지 않은 마물이 그 신묘한 일격에 반응할 수는 없었다.
섬광은 이미 3초 전에 오즈도크의 내단을 꿰뚫고 지나갔다.
쩌적-!
한 박자 늦게, 오즈도크의 가슴팍에서 무언가 갈라지고 터지는 소리가 일었다.
커다란 내단 한가운데 사람의 머리만 한 구멍이 뚫렸다. 오즈도크는 망연자실한 몸짓으로 고개를 숙여 그 구멍을 바라보았고, 진은 구멍 너머.
하늘에 더 거대하고 검은 구멍이 생긴 광경을 보고 있었다.
메리의 광속 찌르기가 하늘까지 닿은 것이다. 검은 바다처럼 빽빽하게 떠 있는 흑해의 구름 사이로 둥근 섬 같은 균열이 번진 모습.
등골을 타고 전율이 치솟았다.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경외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단 한 차례의 찌르기가 만든 결과라는 사실에.
‘다행히 저 어마어마한 찌르기의 속도에 맞춰 마법이 타격된 모양이군. 운이 좋았던 건 아닐 테고, 메리 누님이 속도를 맞춰준 건가.’
오즈도크는 마법과 물리 공격을 동시에 막을 수 없다. 다시 그 사실을 떠올린 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내 마법이 닿지 않았어도, 어쩐지 저 찌르기가 오즈도크에게 타격을 주지 못했을 것 같진 않군.’
거허어억-!
오즈도크가 덩어리진 검은 핏덩이를 토했다. 괴로움에 몸부림을 치며 포효를 내지르고, 미친 듯이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찍기도 했다.
핏…….
마치 실이 끊어지는 것 같은 감각과 함께, 놈의 가슴에 뚫린 구멍에서부터 새로운 균열이 시작되었다.
눈동자에 선 핏발처럼 마구잡이로 오즈도크의 몸에 선들이 그어졌다. 수백, 수천에 달하는 그 선들은 모두 광속 찌르기가 지나간 자리로부터 파생된 것이었다.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고, 꼬리가 수십 조각으로 썰리고, 발목과 허벅지가 토막 났다. 문자 그대로 오즈도크의 온몸이 분해되고 있었다.
비기라는 이름에 걸맞은 충격.
그럼에도 메리는 만족스럽지 않은 듯 이를 갈았다.
“칫, 아직 한참 멀었군.”
이런 권능에 가까운 찌르기를 본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결코 ‘한참 멀었다’는 표현 따윈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시론 룬칸델의 검을, 그가 일격에 상대를 입자처럼 소멸시켜버리는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그런 모습을 보며 자란 룬칸델이라면. 멀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혹은 오만하다고 여길 수도 있었다.
벌써 아버지와 자신을 비교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메리가 펼친 광속 찌르기보다도 뒷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었다.
‘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즈도크.
진과 메리는 그 천 년 묵은 내단 마물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최상위 마물이 초재생 능력을 갖고 있는 건 흔한 경우였다. 오즈도크처럼 이름이 붙은 내단 마물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단지 오즈도크가 내단 마물 중에서도 뛰어나기만 한 수준이었다면, 천 년 전의 영웅들이 그토록 골머리를 썩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즈도크는 가히 내단을 가진 것들 중 당대 최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마물이었다.
쿠드득, 드드득-!
산산조각 부서진 오즈도크의 몸이 급격히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겉보기에는 전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분리된 뼈와 살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변신’을 위한 준비였다.
입자로 변한 오즈도크의 신체가 허공에 하나의 형상을 만들고 있었다. 메리의 동공이 커졌고, 진은 자신의 불사조를 소리쳐 불렀다.
“테스!”
가아아악-!
테스가 눈동자를 빛내며 시퍼런 청화의 불꽃을 토했다. 현재 운용할 수 있는 모든 불꽃을 그러모아 쏜 것이다.
청화가 오즈도크의 형상을 완전히 잠식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러고도 모자란 듯 푸른 불꽃은 사방에 장벽을 이뤄 오즈도크를 완전히 가둬버렸다.
그러나 진과 메리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상당히 징글징글한 놈이네? 광속 찌르기를 직격으로 맞고도 끝장나지 않은 놈은 정말 오랜만인걸.”
프스스슷…….
잠시 오즈도크를 노려보던 테스가 점차 작아지며 소환 해제되었다.
모든 힘을 소진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느낌이 좋지 않아. 힘을 아끼면서 다시 탐색전을 할 필요가 있다.’
변신이 끝난 오즈도크의 힘이 어느 수준일지 예측할 수 없으므로 안배해둔 것이다. 만약 마검 비기를 꺼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 테스를 부릴 수 있도록.
‘그 짜증나는 모습도 오랜만에 보는군.’
무라칸이 청화의 기운이 꺼진 자리, 변신을 끝내고 있는 오즈도크를 쳐다보았다.
마물이 내단을 갖기 위해선 상상할 수도 없이 거대한 염원과 자극, 시간이 필요하다.
검을 쓰는 무인에게 부상당한 마물이 수도 없이 패배의 순간을 뒤돌아보다 어느 날 내단을 갖고 칼처럼 날카로운 육체로 진화하거나, 마법사에게 당한 마물이 마법에 면역을 갖게 되거나…….
오즈도크의 경우는, 탐욕이었다.
놈은 처음부터 금을 먹으며 살지 않았다. 여타 평범한 마물들처럼 짐승이나 인간, 혹은 다른 마물을 잡아먹던 평범한 존재였다.
그러던 오즈도크가 금을 탐하며 내단을 갖게 된 것은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죽이던 인간들의 습성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놈이 내단을 갖기 전에 살던 곳은 무역 도시의 인근이었다.
그곳에서 오즈도크는 죽는 순간까지도 금을 내려놓지 않고, 동료보다도 품 안의 금화를 먼저 지키려던 수많은 인간들을 잡아먹었다.
그리고 내단을 갖게 되었을 때.
오즈도크는 그 어떤 마물보다도 인간을 닮게 되었다. 겉모습은 물론이고 성격과 행동, 언어까지도.
착…….
연기에 가려져 있던 오즈도크가 허공에서 내려와 지상에 발을 디뎠다.
태산같이 거대한 몸은 온데간데없이, 놈은 완벽하게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기존의 검은 육체는 갑옷과 검으로 변한 듯, 무장까지 한 채였다.
“와씨, 저게 뭐야? 진짜 마물 맞아? 사람 같은데?”
작아졌다. 진보다도 작은 체구였다.
분명 변신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작아졌으나, 오즈도크가 내뿜는 위압감은 오히려 몇 배나 강해졌다는 사실이.
진과 메리의 등허리를 차갑게 만들고 있었다.
[천 년 만에 깨어났는데, 환영해주진 못할망정. 이따위 대접이라니…….]오즈도크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미친, 막내야. 저거 사람 말을 한 거야, 지금?”
[마지막에 그 찌르기는 좀 위험했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단 말이다.]쉬익, 핏!
오즈도크가 말을 끝냄과 동시에 메리의 오른쪽 뺨에서 핏방울이 튀었다.
놈이 쏜 검기가 아슬아슬하게 뺨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본래 목을 노리고 쏜 검기였다. 메리가 고개를 비틀어 반응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목이 잘렸을 터.
메리가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하아, 하아.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치고 호흡이 가빠졌다. 검을 쥔 손아귀에선 식은땀이 번졌다.
그 말을 할 때.
오즈도크는 이미 메리의 측면으로 검을 찔러넣고 있었다. 대체 어느새 거리를 좁힌 것인지 인지조차 할 수 없는 속도로 말이다.
그 공격은 은광갑에 가로막혔으나, 추가로 이어진 일격에 메리의 어깨에 긴 절상이 그어졌다.
그마저도 진이 달려들어 세 번째 검격을 막아주지 않았다면, 더욱 큰 부상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카강, 파직!
뇌기에 물든 시그문드와 오즈도크의 검은 칼날이 뒤엉켰다. 명왕검 평식 벼락과 압제를 쉴 새 없이 바꿔 공격을 퍼부었으나, 오즈도크는 전혀 압박을 받지 않는 모양새였다.
[가만, 너희들. 이 검술…… 설마 룬칸델인가?]오즈도크가 여유롭게 공격을 흘리며 물었다.
“그건 알아서 뭐하려고?”
메리를 등지며 방어태세를 취하는 진.
방금 광속 찌르기로 급격히 대량의 오러를 소모하고, 기습을 피한 그녀는 잠시 기운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했다.
“뭐?”
[이제야 깨어났는데, 그 무식한 놈들하고 다시 척을 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말이지. 룬칸델이 아직까지 존재한다면, 지플은 멸망한 건가?]오즈도크는 과거 모든 세력이 공공의 적으로 지정한 마물이었던 만큼, 인간을 개인이 아닌 세력으로 보는 법을 알았다.
그래서 그때는 필요할 때마다 이 세력, 저 세력과 거래하며 생존을 도모했었고, 이번에도 그럴 계획이었다.
자신이 아무리 강해도, 혼자서 세상 모두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선 이미 천 년 전에 충분히 교훈을 얻었으니까.
[만약 지플도 아직 건재하다면 내가 좀 도와줄 수도 있어. 어때, 네놈들 가문과 내가 일종의 공생 관계를 맺어보는 건?]“공생이 아니라 기생이겠지, 오즈도크. 룬칸델이 한낱 마물 따위가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있는 이름 같나?”
[그리 똑똑한 녀석들은 아닌 것 같군.]스각!
오즈도크의 칼날이 진의 코트 자락을 베었다.
“막내, 30초만 시간을 벌어줘. 가능하지?”
메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그 이상도, 얼마든지.”
메리는 오히려 잔뜩 상기된 채 즐거워 미치겠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30초만 몸을 회복하면, 화산의 변형을 펼쳐 오즈도크와 다시 진한 싸움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이 되는 것이다.
‘메리 룬칸델. 저것도 어지간히 미치긴 했어. 이 상황에 내게 도움을 청할 생각은 안 하고, 계속 싸우겠다 이 말인가? 꼬마 놈도 날 찾을 줄 알았는데, 그냥 지들끼리 계속 싸우려고 하네?’
절레절레, 무라칸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나서야 할 순간이었다. 굳이 남매를 위험에 빠뜨릴 필요가 없었다.
‘본모습으로 변신하고, 초장부터 제대로 해야 할 것 같…… 어? 저건 뭐야?’
무라칸이 난입 이후의 상황을 계산하던 찰나.
치이이잉-!
어디선가 한 줄기 섬광이 날아들어 오즈도크의 오른팔을 잘라냈다. 진과 메리의 공격은 아니었다.
또한, 본래는 몸통을 양단하려던 일격이었다.
[커억!]“오호, 피해?”
한 남자가 조금 전에 오즈도크가 메리에게 했던 말을 되돌려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내내 전장에서 진 일행을 지켜보던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