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81)
제 444화
134화. 선상의 결투(4)
찌릿, 찌릿!
진이 방출하는 뇌기에 메리는 수천, 수만 개의 송곳이 살갗을 찌르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그저 기운을 끌어올린 게 전부인데, 마주 서 있는 것만으로 이런 위압감이란 말이냐, 진……!’
거대하고 푸른 혈관처럼 번진 뇌기 속, 살의에 물든 진의 안광이 형형한 빛을 뿜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절로 마른침이 삼켜졌다.
또한 미친 듯이 피가 끓었다. 그녀의 인생은 늘 전투와 전쟁으로 가득했으나 이토록 가슴 뜨거운 싸움은 그리 많지 않았다.
“으읏!”
한참 떨어져 있었는데도, 코스모스는 진의 기운에 짓눌려 뒷걸음질을 쳤다.
그나마 그는 상당한 무골인지라 엉거주춤한 정도에 그쳤고, 근처에 있던 다른 해적들은 벌써 갑판 끝까지 대피한 상태였다.
뜨겁고 날카로운 뇌기는 심지어 티칸 난간에 있는 관객들에게까지 번지고 있었다. 물론 동료들이 미리 보호막을 쳐 객석에 피해가 오지는 않았다.
그 기운에 파도가 사납게 들썩이고 있었다.
뇌전의 입자를 머금은 해풍이 몰아치며 사방에 번쩍이는 빛을 내기도 했는데, 꼭 별 가득 뜬 밤하늘이 축소되어 함대 위에 깔린 듯했다.
진이 마음먹고 그 기운을 폭발시키면 함대와 해적들이 박살 나는 건 물론이고, 보호막 속의 관객들까지 참사에 휘말릴 수 있었다.
“대, 대단합니다! 진 경! 명왕검입니다, 과거 지상 최강의 존재였던 이들의 검이 지금 여러분 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코스모스는 잔뜩 흥분해서 해설을 이어갔고 관객들도 자리를 피할 생각이 없었다.
일생 최대의 구경거리를 조금 위험하다는 이유로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다.
후우!
한 차례 호흡을 가다듬으며, 먼저 움직인 쪽은 메리였다. 그녀가 몇 초쯤 가만히 있던 건 진을 기다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뇌기의 흐름을 읽으며 파고들 틈을 찾기 위해서였다.
오러와 달라 흐름을 끝내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계속 가만히 기다렸다간 완벽하게 준비된 기술을 맞게 될 터.
‘검의 정원 이후 새로운 경지에 닿은 건지, 아니면 그때 그 검과는 다른 것인지. 기운이 방출되고 있는데도 함대가 전혀 파손되지 않고 있다. 실격패 운운은 할 필요가 없었군.’
메리는 진의 뇌기에서 비롯된 현상 중 그게 가장 기묘하다고 생각했다.
바다가 들썩이고 객석까지 이토록 강력한 기운이 뻗치고 있는데, 어째서인지 갑판 위엔 작은 실금조차 하나 생기지 않고 있었다.
어느 쪽이든 메리로서는 긴장하며 파고들 수밖에 없었다.
프즈즉-!
뇌기가 짙은 쪽으로 들어서자마자 온몸이 찢어지는 듯한 반발이 느껴졌다.
메리 역시 화산의 오러를 키워 뇌기를 밀어내긴 했으나, 전반적으로 진의 기운이 더욱 강한 형세였다.
물속에 있는 듯 움직임이 답답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막내 녀석도 이 기운을 유지하느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듯 보인다는 건가.’
조금씩 메리가 접근하고 있는데도 진은 제자리에 멈춘 채 석상처럼 미동이 없었다.
단숨에 끝낸다.
진만이 그렇게 판단한 건 아니었다. 메리 역시 싸움이 길어지면 자신이 불리하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시작부터 광속 찌르기를 내지른 것이고.
물이 차오르듯, 한 걸음씩 가까워질 때마다 뇌기가 점점 더 짙어지고 있었다.
조금 전에 밖에서 진의 형형한 안광을 확인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뇌전 안쪽의 시야는 완전히 시퍼렇고 뿌옇기만 했다.
이제 둘 사이의 거리는 약 열 걸음.
메리는 이쯤이면 되었다는 듯 더 거리를 좁히지 않았다. 대신 진과 마찬가지로, 자세를 잡으며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뇌, 뇌전 안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고오오오……!
연기처럼 피어난 오러가 뇌기를 밀어내며 공간을 형성했다. 반구 형태의 뇌전 한쪽에 구멍이 뚫렸고, 관객들은 그 속에 있는 메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광경은, 소용돌이였다.
독사의 검신을 중심으로 거대한 오러가 십자 소용돌이를 그리며 회전하고 있었다. 십자 소용돌이가 회전할수록 뇌기의 반구 속 메리의 공간이 넓어졌다.
그 순간, 진은 차가운 칼날이 목덜미에 닿은 듯 온몸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누님도 한 순간에 끝을 볼 생각이시군.’
그리고 다행히도.
메리는 여전히 진이 펼친 뇌기를 명왕군림검의 한 형태, 혹은 그에 준하는 다른 기술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힘 대 힘으로 맞서려고 하시는 것일 테고.’
다만 메리가 진의 기술이 단지 속임수에 지나지 않다는 걸 알지 못하듯, 진 역시 메리가 펼치려는 검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우선 지금의 자세는 찌르기다.’
광속 찌르기를 다시 펼치려고 한다는 것까지는 계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 리 없었다. 화산으로 강화된 광속 찌르기라고는 하나, 이미 실패한 기술로 대미를 장식할 리는 없었다.
시그문드를 쥔 손아귀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독사가 움직이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두 눈을 부릅떴다. 바로 그때 승부가 갈릴 것이다.
‘너를 위해 준비한 검이다, 동생아.’
메리의 어깨가 들썩였다.
그 장면은 느리게 이어지는 화면처럼 보였다. 모든 신경을 쏟고 있었기에 겨우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룬칸델 제5비기
광속 찌르기
역시나 티칸에 직접 피해는 없는 궤도를 그렸지만, 두 번째로 펼친 광속 찌르기는 처음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을 품고 있었다.
뇌기의 반구가 찢어지며 셀 수 없이 많은 시퍼런 입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수만, 수십만 장의 유리가 한꺼번에 깨진 듯 시야가 착란해졌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뇌기의 입자들.
진의 동료들조차 그 속에서 진이 광속 찌르기를 회피했는지, 그러지 못했는지 얼른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광속 찌르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작정, 수행을 떠나기 전 사랑하는 동생과의 마지막 결투인 만큼. 메리는 이번 공격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기로 작정을 한 것이다.
두 번.
화산 상태의 광속 찌르기는 일 회에 그치지 않았다.
쓰아악!
뒤늦게 울려 퍼진 파공음이 알리고 있었다. 광속 찌르기가 연속으로 펼쳐진 사실을.
‘광속 찌르기를 총 세 번이나 펼쳐……!?’
그건 진이 예상치 못한 수였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수는 아니었다. 광속 찌르기가 얼마나 대단하든, 얼마나 빠르든. 결국 함대와 티칸을 부수지 않는 범위에서만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좌, 우. 양방향을 거의 동시에 잠식한 광속 찌르기 때문에 진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극히 한정적이었다.
중앙.
심지어 중앙조차 온전치 않았다. 허공을 지나친 두 줄기의 광속 찌르기는 중앙 공간에 쉴 새 없이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뇌전의 입자와 문자 그대로 살을 에는 광풍 한가운데, 진은 겨우 중심을 잡고 있었다.
‘두 줄기의 광속 찌르기는, 날 잡아두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이제 진은 피할 수 없었다. 좌우 허공을 유린하고 있는 광속 찌르기 때문에, 남매는 마치 외나무다리에 일대일로 서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상태였다.
빛이 퍼지고 있었다.
광속 찌르기가 번지며 남긴 섬광과 잔상이, 뇌기가 부서지며 산개된 광휘들이 남매의 거리를 빽빽하게 채웠다.
그리고 달려오고 있었다.
먹잇감을 막다른 길에 몰아넣은 맹수처럼, 하나밖에 남지 않은 길 위로 메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피할 수 없고, 맞서야만 하는 단 한 번의 공방. 이를테면 두 사람이 서 있는 중앙의 길은 메리가 만든, 이 결투의 진짜 무대였다.
‘하여간, 불 같으시군.’
아주 멋있으시고.
메리의 화산은 처음보다도 더욱 눈부신 빛을 발했다. 화산의 빛이 다른 빛들을 짓밟으며 점점 거대해졌다. 진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메리가 이런 상황을 만들리라고 예측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예측이 빗나갔을 땐, 보통 불리해져야 마땅하나.
진으로서는 오히려 가장 만들고 싶던 그림이 바로 이것이었다. 피할 수 없는 일대일.
그걸 위해 명왕군림검인 척, 가주 선언 때보다도 더욱 섬세하게 다룰 수 있게 된 척 의미 없이 뇌기를 뿌렸다.
반구를 이루고 있던, 지금은 부서져서 빛나는 입자들이 된 뇌기들은 단지 그녀의 시야를 교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완전히 허수였다는 것이다.
화산에 물든 메리가 코앞까지 다가온 순간.
진은 시그문드를 쥐고 있던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맥없이 떨어진 창백한 칼날은, 바닥에 닿자마자 머금고 있던 뇌기를 폭발시키며 어디론가 튕겨 나갔다.
‘뭣!?’
그 대목에서 메리는 일순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동생이 명왕군림검이나 그에 준하는 검을 펼칠 줄 알았던 것이다.
‘이 자식, 설마 날 죽일까 봐 겁이 나서 검을 내렸단 말이냐……! 분명 그렇게 물렁한 놈은 아니었는데!’
물론 자신도 막내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언제까지나 겨루거나, 함께 싸우고 싶은 동생이니까.
‘그래, 언젠가 그런 얘길 해줬었지. 각축장에서 단테 하이란과 싸울 때에도 결정적인 순간에 검을 무른 적이 있다고.’
진이 물렀다 한들, 메리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건 룬칸델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막내의 가슴팍으로 독사를 내지르기 직전, 메리는 깊은 실망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가주 선언 당시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의 무르디무른 행동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네 번째의 광속 찌르기.
그녀가 고른 검은 그것이었다.
본래는 다른 검을 생각했다. 미완의 오의를 펼쳐 막내에게 경의를 보내고 싶었다.
‘이런 식이라면, 네놈에게도 교훈이 필요하겠군. 누이로서 다시 일깨워주마!’
중앙을 가로지르는 광속 찌르기는, 반드시 티칸에 피해를 입힐 터였다.
‘……하지만 나도 너처럼 무른 구석이 없는 건 아니로군.’
가족애.
메리가 가장 큰 유대감을 느끼는 두 사람은 디푸스와 진이었다. 그렇기에 메리는 교훈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진의 보금자리에 피해를 입히려고 하면서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는 입히지 않는 방향으로 네 번째 광속 찌르기를 펼치고자 했다. 대신 싸움이 끝난 다음엔 죽기 직전까지 패버릴 것이지만 말이다.
또한, 광속 찌르기에 맞아 죽는 일은 없도록. 조금은 진의 상태를 봐가며 검을 내지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오만이었다는 사실을, 메리는 다음과 같은 소리를 듣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스릉!
예리한 칼날이 검신을 빠져나오는 맑고 소름이 돋는 소리.
메리는, 자신의 막냇동생이 어떤 인간인지를 잠시 잊고 있었다. 막내의 애검은 두 자루라는 사실도.
그건 막내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꾸 마음이 넓어진 탓이었으나, 승부의 세계란 늘 냉정한 것이 아니겠는가.
‘날, 속였구나……!’
영검 제7식 그림자강습
진이 온 사방에 의미 없는 뇌기를 뿌려가며 감추고 있던 검은, 바로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