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24)
제 555화
144화. 친구를 위해(3)
“……황제군 선봉의 규모는?”
“기사 천, 마법사 백과 용 다섯, 사령관은 용왕기사단의 케빈 페럴입니다. 주요 기사로는 중앙기사단의 스캇 할로우, 마빈 팬, 백창기사단의 글로리아 첸더러가 있습니다. 마법사들의 지휘관은 로야 릴리스타고, 대부분 릴리스타 마법대 2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쟁 아티팩트는 사자급 포 오십 문과 적룡급 포 삼 문, 결계 증폭 아티팩트 다수 등 확인되었습니다.”
그 정도만 되어도 세상에 정복하지 못할 국가가 그리 많지 않았다. 거대 세력들을 제외하면 단일 국가, 가문의 전력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지휘관들이 읊은 목록은 선봉일 뿐이다. 뒤이어 도착할 본대는 그 규모를 비교할 수 없을 터였다.
“아직 본대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최소 열 배 이상은 되리라 짐작됩니다.”
회의실의 분위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론의 상태를 짐작하던 이들은 한 번 더 각오를 새로이 다졌고, 그렇지 않던 자들은 계속 하얀 돌을 생각했다.
“세 시간이라, 예상보다 빠르군. 황제도 론 경이 싸울 수 없는 상태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오. 그러니 이리 급히 달려드는 것일 테지. 아마 본대도 선봉 이후 두어 시간 내에 당도할 테지.”
슈라스의 말대로였다.
쩍-! 별안간 슈라스가 회의실의 긴 테이블을 반으로 쪼개 그 사이를 걸어 단테의 앞에 섰다.
그리곤 한쪽 무릎을 꿇으며 몸을 낮췄다.
“헬터가의 가주, 슈라스 헬터. 나와 나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은 헬터의 기사들은 하이란과 운명을 함께할 것이오.”
슈라스가 맹세하자 다른 기사들도 함께 무릎을 꿇었다.
“셀링턴가도 하이란과 싸우겠소!”
“로페르모가는 하이란이 없었다면 옛적에 멸문당했을 것이오. 미약하나 보탬이 되겠소.”
“트라가가, 하이란의 옆에 서겠소.”
“아클릭가도…….”
그렇게 회의실에 있던 각 가문의 대표 서른이 단테와 하이란을 향해 맹세했다.
그리고 일곱 사람이 남았다. 론이 의식을 잃었다는 말에 가장 크게 동요한 이들이었다.
단테는 맹세를 바친 이들의 어깨에 검을 얹어 화답한 후 가만히 그들에게 시선을 두었다.
“킹젤가, 펠리시가, 메틴가, 바이제린가, 파네가, 미트로가, 지니온가.”
“단테 경, 우리는…….”
“그대들은 하이란과의 신의를 저버렸습니다. 나의 가문과 조부, 그리고 조상들께서 그대들의 안녕을 위해 싸워온 사실을 잊었습니다.”
단테의 말에 일곱 가문의 대표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직 몸을 숙이고 있는 기사들은 단테가 명령만 내리면 당장이라도 그들의 목을 베어버릴 기세였다.
“그러나 나는 그대들이 단지 개인의 생사와 가문의 존망을 두려워해 하이란의 신의를 버렸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군요. 그대들은 하이란과의 신의보다 제국을 위한 충의를 지키기로 했다고 여기겠습니다. 그러니 떠나기 전, 제국을 위해 그대들이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입니다.”
“말씀…… 하십시오.”
“검황성의 백성들을 대피시키는 걸 도우십시오. 그조차 하지 않겠다면, 그대들은 충의를 선택한 것도 아니니 나로서는 살려둘 이유가 없습니다.”
맹세하지 않은 일곱 기사들은 고개를 숙이곤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골로 경.”
“예, 소가주!”
“전투 인원이 아닌 가신들과 백성을 모두 대피시키십시오. 혹시라도 일곱 가문이 그 과정을 돕지 않는다면, 즉시 목을 베어도 좋소.”
“받들겠습니다.”
“또한 일반병도 모두 대피시켜야 합니다.”
전투에서 일반병의 역할은 장비 운용과 보급, 그리고 경계와 사후 통제가 전부나 다름이 없다.
일반병이 빠지면 포 같은 장비를 하급 기사들이 직접 운용해야 할 테니 어느 정도 전력 손실이 있기는 할 테지만, 단테는 그들이 너무 가혹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싶지 않았다.
전쟁에서 패한다면, 그들은 단지 성벽에 서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족까지 모두 몰살당하게 될 테니 말이다.
대피가 끝나면 성내에 남는 인원은 평기사 삼천과 상급 기사 천, 그리고 단테를 포함한 지휘관급 기사 오십이 전부였다.
선봉군 정도는 그들로도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으나, 제국 전체를 상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단테와 지휘관들이 성벽으로 올랐다.
지난번 테러 이후 복구가 계속되고 있었으나, 아직 검황성은 온전한 옛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
성벽 곳곳에 균열이 남았고 아예 비어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어차피 수성을 위한 싸움이 아니다. 일반병들은 다 내보냈고, 전쟁 장비들도 테러 때 절반 이상이 파손되었으니 성에서 오래 버틸 수는 없었다.
전쟁의 승패와 관계없이, 오늘로 검황성은 끝이다.
단테는 그저 마지막으로 이 풍경을 눈에 담아두고 싶어 성벽에 오른 것이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랬다가 황실이 지플을 선택해서, 하이란을 우리와 함께 끝장내버리려는 방향을 잡으면?
-그건 네가 알아서 막아.
-난 지플의 가주가 아니라 차기 가주인데? 그만한 권한이 있겠냐.
-농담이고, 그때는 룬칸델이 하이란에 합세할 거다.
지휘관들의 명에 따라 성벽 아래 설치된 천막들이 걷어지고, 사람들이 대피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문득 친구들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진과 함께 베라딘에게 지플이 하이란을 더욱 압박하도록 종용해달라는 부탁을 했을 때.
세 사람은 이런 식의 전면전이 있을 가능성도 어느 정도는 상정했었다.
하지만 론이 완전히 의식을 잃는 경우와, 황제가 하이란의 비밀을 온 세상에 까발리는 건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였다.
특히 론이 싸울 수 없게 되는 일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검황성 테러 당시 론이 당한 부상은 절대로 이 정도가 아니었다. 짧으면 일주일, 길어야 한 달이면 완치되어야 정상인 부상이었던 것이다.
단테는 론의 부상이 이렇게까지 심화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조부께서 깨어나질 못하고 계시니 이제는 진, 그대가 오더라도 이 전쟁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군.’
진의 도움을 받는 건, 친구를 수렁에 빠뜨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은 아직 룬칸델의 가주가 아니었다. 그리고 론이 없는 하이란은,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룬칸델이 제국과 척을 지면서까지 얻을 가치가 없었다.
단테가 옆에 선 지휘관에게 종이와 펜을 받았다. 진에게 지원을 오지 말라는 서신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이걸 즉시 티칸으로 보내게.”
지휘관이 서신을 받아 성벽을 내려갔다.
진이 온다면 자신은 높은 확률로 살아남을 수 있을 터였다. 그가 베라딘과 대화할 때 말했던 것처럼 룬칸델 전체를 이끌고 오지는 못하더라도, 자신 한 사람을 구할 정도의 병력은 분명 데리고 올 테니까.
하지만 단테는 여기서 혼자 탈출해서 살아남는 선택을 하느니, 차라리 함께 싸우다 죽는 것이 옳다고 확신했다.
수천 명의 무인들이 하이란을 위해 목숨을 걸고 반기를 들고 있었다. 그들을 두고 검황성의 적자인 자신이 살길을 우선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단테와 지휘관들의 명령에 따라 성 곳곳에 기사들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기사들의 눈동자가 결사 항전의 각오로 무겁게 물들어 있었다.
이제 남은 일은, 적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 * *
“하얀 돌? 이런 걸 명분으로 검황성을 없애겠다는 말인가.”
보고서를 살펴본 로사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 하얀 돌에 대한 정보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입수된 적이 없습니다. 단지 명분을 위한 거짓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황제가 이리 움직인다는 것은, 필시 론의 검황성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일 터.”
“검황성 테러 이후 론 하이란은 대외 활동을 거의 멈추다시피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보름 동안은 아예 활동이 없었습니다.”
“전에 예상했던 대로 그가 싸울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겠군…… 황제가 군을 일으켰는데도 반응이 없는 걸 보니, 거의 확실해.”
“아직 본격적인 움직임은 없으나, 지플이 황제의 뒤를 봐주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하얀 돌이 황제가 말한 것만큼의 가치가 있다면 반드시 그럴 것이다.”
“기사들을 준비시킬까요?”
로사는 문사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잠시 자신의 막내아들을 떠올렸다.
“12기수는?”
“티칸 내부에 있는 것은 확실하나, 자세한 내부 상황은 가주의 명 때문에 알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 아이는 반드시 검황성에 갈 것이다. 4기수의 갑작스러운 휴가 요청도 그와 관련이 있을 것 같군.”
“가주 대행께 허락도 받지 않고 룬칸델의 기사들을 이끌고 검황성에 지원을 간다는…….”
“새삼스러운 소리를 하는군. 막내가 언제는 그런 눈치를 보면서 행동했던가? 게다가 막내는 가문의 기사들이 없더라도 자신만의 공고한 세력이 있다.”
문사가 고개를 숙였다.
‘하이란이 갖고 있는 하얀 돌이 정확히 어떤 물건인지는 알 수 없으나, 황제가 이리 안달하는 걸 보면 가져서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아무런 정보도, 명분도 없이 먼저 나서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혹시라도 하얀 돌이 별다른 가치가 없다면, 룬칸델은 소득 없이 제국의 내전에 개입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우선 막내가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도록 하지. 하지만 지플이나 킨젤로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정황이 포착되면, 우리도 그에 맞춰 움직이도록 한다. 계속 그들의 동향을 주시하도록. 또한 룬칸델은 이번 하이란의 내전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라.”
그래야 진의 행동이 좋지 않은 결과로 끝나는 경우, 그건 룬칸델 전체의 판단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자연스럽게 취할 수 있었다.
반대로 좋은 결과로 끝나면 룬칸델 12기수의 능력과 뚝심이 또 한 번 조명될 뿐이었다.
“예, 가주 대행.”
* * *
황제의 선봉군이 검황성의 평야에 도착했다.
단테는 정문 성벽 가운데 서서 그들을 지켜보았다.
다섯 마리의 용과 기사 천, 마법사 백, 오십삼 문의 포와 결계 장비들이 검황성의 정문을 가리키고 있었다. 후문과 측문은 어차피 본대가 포위할 테니 신경 쓸 필요도 없다는 눈치였다.
“나는 위대한 제국의 황제, 아미르 비먼트 폐하의 내전 진압군 선봉 사령관 케빈 페럴이다! 검황성주 론 하이란은 어서 나와 폐하의 칙서를 받고 따르도록 하라!”
케빈 페럴이 적룡에 탄 채 검황성을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단테와 지휘관들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케빈은 그 모습에 기고만장해 한층 더 목소리를 높였다. 황제에게 미리 듣기는 했으나, 론이 싸울 수 없다는 걸 방금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셈이니 말이다.
“론 하이란이 부재중인가? 그렇다면 소가주, 단테 하이란이 폐하의 칙서를 받고 따르라. 이것은 최후통첩……!”
이다!
그렇게 소리치려 했으나, 케빈은 별안간 가슴 한가운데로 바람 같은 것이 들어오는 서늘한 감각을 느꼈다.
“어……?”
가슴에 구멍이 난 것이다.
케빈은 그 순간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으나, 검황성 성벽 위에서 무언가 한 차례 빛을 번쩍인 직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빛은 단테가 발검하고 검기를 쏘며 일어난 것이었다. 케빈의 가슴을 뚫은 검은 이미 다시 검집으로 들어갔고, 그 속도를 인지한 사람은 고작 몇 명이 전부였다.
이윽고 케빈이 용의 등에서 추락하기 시작하자, 단테는 이렇게 말했다.
“제국에 감히 검황성을 내려다볼 수 있는 인물은 없소. 그것이 황제라 할지라도. 그러니 누구든 황제의 뜻을 알리고 싶다면, 나를 꺾고 이야기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