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51)
제 555화
145화. 전조(21)
옥타비아는 로사가 직접 흑기사들을 이끌고 나섰다 할지라도 자신이 패배할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들에게 당했다고 가정해도 충격적이건만, 이것이 진 일행과 싸운 결과라니. 심지어 방심한 결과도 아니었다.
그녀는 분명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마법을 꺼냈고, 그럼에도 진과 미샤의 업화를 견뎌내기엔 역부족이었을 뿐이다.
아직 끝이 아니다.
그렇게 소리치며 다시 일어서고 싶지만 부서진 몸은 경련만을 일으켰다.
“대장께서 의식을 찾으셨다!”
“대장, 명령을……!”
그녀를 지키고 있는 망령대원들이 다급하게 소리치고 있었다.
진과 미샤의 업화와 옥타비아의 비전 절기가 충돌한 것으로 인해 지상의 전투는 단숨에 절정으로 다다른 상태였다.
양측 다 옥타비아가 쓰러지자마자 필사적으로 남은 힘을 짜내고 있었다. 망령대는 기회를 붙잡으려는 무인들을 막아야 했고, 진 일행은 어떻게든 옥타비아를 끝장내야 했다.
모두 지금 옥타비아의 숨통을 완전히 끊지 못하면 다음은 없다는 확신이 있는 것이다. 망령대가 그녀를 지키느라 제대로 공격하지 못하는 틈에 승기를 굳혀야 했다.
망령대는 3인이 죽고 6명이 전투가 불가할 정도의 부상을 당했다. 반면 바멀 연합은 전원 부상을 당했으나 사망자는 아무도 없었다.
룬칸델의 마검이 지플의 마법을 깨부순 결과였다. 물론 진 혼자였다면 결코 있을 수 없던 일이다.
그러나 미샤 또한 옥타비아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다시 전투가 이어진 가운데 미샤는 싸우지 못하고 있었다. 전투의 여파로부터 오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다시 인간으로 변신한 것조차 힘겨운 듯 숨이 가빴다.
“미샤 님, 괜찮으십니까?”
진도 조금 지쳤으나 전투에 큰 문제가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미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줄 알았건만, 내가 저것을 다소 얕본 모양이구나.”
“제가 부족했습니다.”
“그렇지 않다. 저것 또한 괴물일 뿐…….”
큽, 미샤가 탁해진 영기를 뱉어내며 망령대의 뒤편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힘을 함께 펼친 진의 업화가 옥타비아를 반드시 사망케 하리라 예상했었다.
“조심해라, 진. 옥타비아 지플은…… 아마, 다시 일어날 거다.”
진도 그렇게 예감하고 있었다.
눈 하나를 잃었고 지독한 역류 증상이 겹쳤으며 몸뚱어리는 다 박살이 났으나, 옥타비아가 이대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았다.
이미 쓰러진 옥타비아의 근처로 새로운 빛의 마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빛나는 마력들이 옥타비아의 육체에 달라붙어 그녀를 치유시키고 있었다.
망령대는 옥타비아가 명령하기를 기다렸다.
그건 그들에겐 아직 선택권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물러설 것인지, 마저 싸울 것인지.
반면 검황성 진영은 선택권이 없었다. 어차피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이었다.
망령대원들이 옥타비아가 완전히 전투 불능에 빠졌다고 판단을 내렸었다면, 그들은 이미 그녀를 데리고 후퇴를 선택했을 것이다.
옥타비아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비틀거리는 모양새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으나, 빛의 마력들이 대신 중심을 잡아주었다.
“후퇴는…… 없다. 전투를 계속 이어간다.”
그녀의 명령에 망령대의 마법이 더욱 공격적으로 변했다.
미샤는 후방 대열로 빠져 무라칸의 장막으로 숨었고, 나머지 무인들은 진을 중심으로 대열을 다시 이루었다.
이제 망령대에서 전투가 가능한 인물은 총 스물이었다. 그러나 옥타비아가 다시 회복하는 순간, 진 일행은 이전보다 어려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명이 긴 건 그쪽도 마찬가지로군, 옥타비아 지플.”
아직 브라다만테에 업화의 잔불이 남아 있었다. 진은 남은 마력을 방출해 다시 그 불을 키웠다.
그게 어떤 신호라도 되는 것 같았다. 검이 불타오르기 시작하자마자 진 일행과 망령대는 다시 서로를 향해 검과 지팡이를 내질렀다.
모두가 지치고 다쳤다. 지상의 전장에 본래의 실력을 온전히 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기에 그들의 전투는 ‘싸움’이라는 행위의 원형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원시적이고 처절한, 흔히 막싸움이라 부르는 것에 가까운 난전.
검에 찔린 마법사들도, 마법에 당한 기사들도 비명이 아니라 짐승처럼 괴성을 내질러댔다.
특히 진과 검성들의 괴력이 도드라지고 있었다.
이런 순수한 싸움에서 룬칸델 패도의 검과, 그 검을 따라 만든 하이란의 패왕검이 가장 빛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필사적으로.
진은 옥타비아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흑청으로 물든 브라다만테는 휘두를 때마다 마법과 보호막에 부딪혔고, 그 반발 때문에 목구멍에선 피가 치솟았으나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끝이었다. 이미 적의 대열 속으로 들어왔으니 이곳에서 쓰러지거나 멈추는 건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를 따라 적진으로 들어선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한 번 헤엄치기 시작하면 절대 되돌아갈 수 없는 바다를 건너는 일과 같았다. 저 끝에 닿기 전에 멈추는 순간 찾아오는 것은 차가운 죽음뿐.
매 순간 죽을 수 있고 초 단위로 불구가 될 위험이 다가왔다.
그런 길로 몸을 던지고 있으면서, 단 한 사람도 두려워하는 무인이 없었다. 그저 모두 진의 등을 보며, 그의 사각으로 날아드는 적들을 밀어내며, 그를 믿으며 나아가고 있었다.
‘어째서 12기수가 쓰러지지 않는 것인가……!’
‘빌어먹을, 대장을 저 꼴로 만들고도 힘이 남았다는 말이냐!’
늘, 진 룬칸델이란 인간을 지플의 마법사들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매번 어찌 이런 기적을 부릴 수 있는 것인지, 분명 객관적으로 전력 우위에 있는 자신들이 왜 밀리고 있는 것인지, 이 힘은 무엇인지.
언제 이렇게 거대한 적이 되어버렸는지…….
악을 쓰며 대마법을 난사해도 진의 돌파 속도는 늦춰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번엔 멈추겠지, 이번엔 한 걸음이라도 물러서겠지, 이번엔 쓰러지겠지……!
그 모든 예측이 빗나가고 있었다. 심지어 한 번은 망령대의 연환 마법이 정통으로 진의 가슴팍을 후려쳤는데도 그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연환 마법은 꼭 유령을 통과한 것 같았다.
가만, 유령을 통과한 느낌?
제기랄!
그 순간, 망령대원들은 끔찍한 사실 한 가지를 깨달아야만 했다.
자신들이 또 한 번 흑룡 미샤의 장난질에 놀아났다는 사실을.
돌파 중반부터, 망령대가 공격하고 있던 것은 진짜 진이 아니었다. 미샤가 후방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영기로 빚어놓은 진의 허상이었다.
허상은 영기 인형과 달리 물리적인 행사력이 전혀 없으나, 페이스를 잃은 적들을 속이는 것쯤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허상에 그렇게 힘을 써도 될 만큼 여유가 있나?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진이 한 망령대의 복부에 검을 찌르며 말했다.
그는 공격이 허상에 집중되는 틈에 검성들 사이에 섞여 몸을 감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죽인 망령대는, 옥타비아의 바로 앞을 지키던 인물이었다.
그때쯤 옥타비아는 상당히 호전된 상태로 몸을 가누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업화에 당한 직후보다 좋아진 것일 뿐, 아직 싸울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막아!”
아직 다 쓰러지지도 않은 망령대의 시신을 뚫고 마력 광선이 날아들었다. 진은 간신히 고개를 돌렸고 광선은 그의 뺨을 스치는 것에 그쳤다.
이어진 공격까지 피할 여력은 없었으나, 검성 루얀이 믿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서서 그를 보호했다.
눈에 들어선 루얀의 손목이 마른 나뭇가지처럼 얇았다. 평생을 단련해온 무인의 손목이라 믿을 수 없을 만큼.
뒤따른 나머지 검성들도 모두 그녀처럼 야윈 모습, 패왕검을 사용하는 대가였다.
그러나 야위어갈수록 그들의 검은 더욱 예리해지고 있었다. 불꽃이 꺼지기 직전에 일순 만개하는 것처럼.
고맙다고 말하거나 눈짓을 주고받을 틈조차 없었다. 진은 그대로 무인들을 뒤로한 채 한 번 더 안으로 파고들었다.
“옥타비아 지플!”
화르륵-!
브라다만테를 감싼 영기와 화염이 짙어졌다. 달려드는 진의 검을, 옥타비아는 뒷걸음질로 피하고 있었다.
그녀 정도 되는 인물이 전투를 치르며 그토록 볼품없는 뒷걸음질을 치는 건 본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마법사라 할지라도 무인을 상대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터득해야 할 체술이 있고, 그녀는 진보다 명백히 우위에 있는 무인들을 상대했을 때에도 뒷걸음질을 친 일이 없었다.
하수의 싸움에서나 볼 수 있는 동작이나, 옥타비아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1분만 더 회복할 시간이 있었어도……!’
다만 진은 마구잡이로 내뺀 그녀를 베지 못했다.
망령대는 망령대였다. 검성과 동료들이 목숨 걸고 그들을 밀어내고 있다지만 최후 저지선을 완벽하게 무너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옥타비아가 멀쩡했다면, 그들은 애초에 이곳까지 도달할 수도 없었다.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 칼날의 바람에 옥타비아는 온몸이 식은땀으로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
‘이제 55초, 54…… 빌어먹을!’
그 시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부하들은 그 시간 안에 자신을 온전히 지키지 못할 것 같았다. 그건 망령대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강하다거나 대단하다거나 운이 좋다는 식으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진이 특별한 것일 뿐.
검기와 마법이 빗발치는 가운데, 진은 언제나처럼 한 가지만을 생각했다.
벤다.
형제들에게 영검 1식을 배우기 전에 이미 깨닫고 있던 마검의 정수를 실행하고 있었다.
반드시 베겠다는 의지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 의지는 기어코 망령대의 포위를 빠져나오며 다시금 옥타비아에게 닿았다.
자신을 베기 위한 흑청의 검이 하늘로 치켜진 순간, 옥타비아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한 거대하고 어두운 감정을 마주해야만 했다.
공포.
이대로라면 반드시 죽는다는 공포.
“크, 아아악!”
“컥!”
검이 아래로 내리쳐진 순간, 옥타비아와 진이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망령대의 마력 광선이 진의 등을 강타한 것이다. 영기 갑옷이 막아주기는 했으나 충격에 일순 눈앞이 하얘졌고, 때문에 브라다만테는 옥타비아를 종으로 가르지 못했다.
스걱-!
진이 벤 것은 반사적으로 내민 옥타비아의 지팡이와 그걸 쥐고 있던 오른손이었다.
흑청의 불이 절단면에 들러붙어 빛의 회복을 방해했고, 잘린 손은 순식간에 재가 되어 휘날렸다.
그 이상 파고드는 건 무리였다.
‘일단 아군과 합류하고 다시 기회를 잡아야 한다. 어차피 옥타비아의 회복이 늦어질 테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더 들어갔다간 자신은 몰라도 아군들은 확실히 죽게 될 터. 진은 물러나며 쓰러진 옥타비아를 내려다보았다.
“세상에 두려운 것이 없는 듯 말하더니, 지금은 어떤가? 옥타비아 지플. 그 오만한 마음은 여전한가?”
옥타비아는 평생을 살아오며 오늘보다 더 굴욕적이고 치욕적인 순간은 단 하나, 시론을 마주했던 날뿐이었다.
흑룡 미샤의 참전 때문이든, 검성과 동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분투든, 진의 특별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옥타비아는 사실상 지상의 싸움에서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절대 우위의 전력을 보유하고도 완패한 것이다. 옥타비아 자신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싸움은 너의 승리다, 진 룬칸델.”
“아직 널 베지 못했으니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바멀 연합과 검황성의 승리라고 정정해주면 좋겠군. 죽으면 그러지 못할 테…….”
거기까지 말한 순간.
돌연 진은 오래전 단 한 번 느껴본, 끔찍한 기운이 하늘에서 시작되는 것을 느꼈다. 다른 동료들도 진이 인지한 기운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옥타비아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패배가 곧 지플의 패배를 뜻하지는 않음이니…… 너희들에겐 아쉬운 일이겠군.”
일행이 느끼고 있는 것은, 결국 개방이 완료된 마신석의 기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