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80)
제 555화
151화. 상황 정리(1)
(경악스럽고 추악한 비먼트 황실의 민낯 – 하얀 돌, 그리고 생체 골렘에 관하여.
흑해의 왕이라는 괴물이 깨어난 후, 제국은 역사상 가장 어둡고 끔찍한 봄을 보내고 있다.
이제는 하이란이 품고 있던 하얀 돌, 그것이 흑해의 왕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이란이 아주 오래전부터 줄곧 하얀 돌이 깨어나는 것을 홀로 지켜왔다는 사실도. 하이란은 누군가 그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의 힘을 탐내다 지금처럼 세계에 재앙이 퍼지는 것을 경계해왔다.
이는 최근 섭정 선포를 한 하이란의 가주, 단테 하이란 경이 가주 전용 문서와 기록들을 공개함으로써 사실임이 밝혀졌으며, 비궁주 탈라리스 엔도르마 경 또한 하얀 돌에 관한 기록을 공개해 하이란이 결백함을 알리는 일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 자리를 빌려 중립임에도 세계 전체가 처한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비궁의 정보를 공개하고, 글리엑을 토벌하는 일에도 헌신한 탈라리스 경께 인류의 일원으로서 큰 감사를 전하는 바이다.
백성들의 돌에 맞아 죽은 전 황제, 아미르 비먼트와 황실.
하이란이 걱정했던 일을 설마 제국의 황실이 저지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심지어 그들은 하얀 돌의 힘을 얻고자 사실상 제국을 지플에 팔아넘기기까지 했다.
그들은 왜 그렇게 하얀 돌이 가진 힘에 집착했나?
그간 제국은 친 지플에 더욱 가깝긴 하나, 룬칸델을 비롯한 다른 거대 세력들과도 외교를 통해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굳이 도박이나 다름없는 수, 그것도 제국 백성들의 안전을 포기하면서까지 하얀 돌에 집착해야 했던 이유는 없었다.
심지어 황실이 하얀 돌을 탈취하고 그 힘을 가공하는 것에 성공했다 한들, 제국이 거대 가문을 앞설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며 세계는 대전쟁의 위기에 휩싸였을 것이다.
그때, 당연히 가장 많은 타격을 받는 건 바로 제국의 백성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미르 비먼트가 하얀 돌에 집착한 것은, 바로 ‘생체 골렘’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미르 비먼트는 하얀 돌이 가진 힘을 이용해 황실에서 비밀리에 연구 중인 생체 골렘 연구를 완성하고, 그것을 대량 생산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오늘 그 증거가 공개되었다.
증거를 제출한 인물은 룬칸델의 12기수, 진 룬칸델 경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진 경은 과거 성국 사건 당시에도 생체 골렘에 대한 진실을 밝히며 세상에 그 해악과 위험성을 알린 전적이 있다.
이번에도 진 경은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해냈다. 생체 골렘을 양산하려는 황실의 욕심이 결국 세상을 혼돈에 오염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생체 골렘은 인간을 비롯한 살아 있는 생명체를 재료로 만들어진다. 그 끔찍한 방식으로 인해 맥이 끊긴 흑마법만큼이나 잔혹한 사술.
황실이 ‘마인’이라 명명한 생체 골렘도 그 방식을 벗어나지 않았다.
또한, 진 경이 직접 겪은 황실의 마인은 하나하나가 9성 기사를 뛰어넘는 전투력을 보유했으며 초재생 능력을 갖추었다고 전해졌다.
황실은 그런 마인을 수천, 수만 이상 양산해 세계의 패권을 쥐고자 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패권을 쥐고 싶었다면, 하얀 돌을 위해 제국을 지플에 ‘팔았다’는 사실이 설명되지 않는다.
지플은 검황성전 1차전 당시 진 경에게 갖가지 협상을 시도했던 바. 하얀 돌을 넘겨주기만 하면 당시 봉인되었던 단테 경을 원상태로 돌려주고, 제국을 멸망시켜주겠다는 제안까지 말했던 것이다.
그 문제에 대해 진 경은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아마 황제는 일단 지플의 힘을 빌려 하얀 돌을 얻고, 마인을 양산한 다음 지플을 배신하려고 했을 겁니다. 마인을 대량 생산할 수만 있다면 지플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겠죠.
무엇보다도, 황제는 하얀 돌의 정체를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 룬칸델이나 지플과 달리, 처음부터 그것이 혼돈의 왕 글리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죠…….
진 경의 인터뷰에 의하면 황제는 모든 것을 알고도 하얀 돌을 탐냈으며, 지플을 배신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본 기자는 진 경의 의견이 틀리지 않았으리라 예상하며, 다시 한 번 하이란이 지켜온 가치. 정도에 대해 황실을 비롯한 제국 전체가 생각을 해볼 시기라고 생각한다…….)
마인 시체라는 증거를 앞세워 곧장 새로운 기사들이 작성, 배포되기 시작했다.
그 기사를 본 황실의 일원들과 친 황실파 귀족들은 하나같이 대로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황실 시종장 바르캄 경, 최근 나오고 있는 기사들이 정말 사실입니까!? 한 말씀 해주십시오!”
“전 황제가 처음부터 하얀 돌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게 정말입니까?”
“황실은 그렇다면 글리엑에 의해 세계에 이런 재앙이 닥쳐올 수 있음을 알고도 황제의 횡행을 묵인한 겁니까?”
시종장 바르캄은 초췌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저었다.
“아니외다, 폐하…… 아니, 저, 전임 황제는.”
“폐하? 이 미친 작자가 지금 무어라고!”
“저, 전임 황제는 황실과 관련 내용을 공유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시종장인 저조차 마인화에 대한 정보를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현재 증거로 제시된 생체 골렘, 마인의 시체가 황실친위대 소속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기괴한 살덩이들 사이에 친위대의 황금 견장과 피에 젖은 순백 코트가 있었고, 모조품이 아니라 밝혀진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말씀을 해주십시오.”
“마인 시체가 황실친위대라고?”
황궁에 몰려든 기자와 백성들이 그 말에 웅성거리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황실에 충성해온 기사들을 고작 실험체 따위로 사용한다는 건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
“어, 어째서 친위대의 물건들이 그 살덩이에 섞여 있던 것인지는 아직 파악하고 있으나, 이는 조작…….”
“조작이라니! 진 룬칸델 경은 성국 사건 당시에도 목숨을 걸고 생체 골렘의 위험성을 알린 분이오. 이번 전쟁에서도 아무런 대가 없이 하이란을 도왔지, 단지 의리로 인해! 그런 사람이 증거를 조작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이오?”
“진 경과 단테 경이 황실을 끝장내고 싶다면 무력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오. 이미 단테 경은 광장에서 힘을 드러내 그 사실을 증명했지. 반면 황실은 어떻소? 황제와 관련이 없다, 친위대의 물건이 왜 있는지는 모른다. 오직 말뿐이오. 제대로 된 해명을 하시오!”
“흠, 흠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소. 대신, 세 시간 내로 황실의 성명 발표와 기사 배포를 통해 이번 일에 대한 해명을 할 테니, 물러가주시오…….”
바르캄의 말대로 세 시간 뒤 새로운 보도들이 쏟아졌고, 황실은 성명을 발표했다.
상황을 뒤집을 만한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단지 조금 더 정돈된 문장으로 자신들은 관련이 없고, 모른다는 말을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황실이 그런 식으로 나오는 건 다름이 아니다.
성난 민심은 언젠가 사그라지기 마련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무엇보다도, 진이 가져온 마인 시체는 그 자체만으로는 황실과 황제의 결속을 알리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없었다.
마인화 연구에 참여, 기여한 자들에 대한 문서나 증인들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친위대의 견장과 순백 코트도 우연의 일치, 혹은 이번 전쟁에서 죽은 친위대의 물건을 통한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진과 발레리아를 제외하면, 어느 누구도 작년 9월에 완타라모 숲에서 황실친위대가 마인화하는 것을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황실은 ‘발레리아 히스터’라는 인물의 존재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녀가 있는 이상, 이런 식의 발뺌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도.
발레리아는 그간 마인 시체에 기록 마법을 펼쳐 황실의 ‘마인화 연구소’가 소재한 지역을 알아왔다.
황실은 대범하게도 변방이 아닌, 제국의 수도에 연구실을 차리고 운영해오고 있었다.
그리고 황실의 성명 발표가 진행되자마자, 진 측의 소식지들은 즉시 연구소의 위치를 공개했다.
물론 연구소는 전쟁이 끝나고 황제가 죽자마자 관련자들이 모두 도망치고 폐쇄된 상태였다.
그러나 제대로 뒷정리를 할 여유가 없었다.
하필 제국 한가운데 존재하던 터라 폭파시키는 것도 무리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황실은 연구소를 완전히 없앨 의지가 없었다.
마인화 연구는 이제 정말 황실에 마지막 남은 동아줄인 것이다.
어차피 지금껏 그 누구도 연구소의 위치를 알아내지 못했으니, 황실은 세상이 좀 잠잠해지면 다시 가동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진이 발레리아로부터 그 위치를 받아 공개한 덕분에 이제는 그조차 물거품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설마 마인 시체를 통해 마인화 연구소의 위치까지 알아냈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등잔 밑이 어둡다는 건가, 미친놈들. 제국 수도 한가운데에 연구실을 세워두고 있었다니.”
진이 앞에 놓인 찻잔을 들이켜며 말했다.
그의 앞에는 발레리아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변장하지 않은 채 하이란 제2성을 찾았는데, 그건 이제 그녀가 진의 동료들을 어느 정도 신뢰한다는 의미였다.
진과 진의 동료들은 이번 전쟁에서 모두가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세계의 수호를 위해 싸웠다. 그 모습이 발레리아가 가진 건조하고 차가운 내면에도 무언가 진동을 전한 것이다.
“나도 설마 백성들이 널 그렇게까지 믿을 줄은 몰랐다, 진 룬칸델. 본래 마인화와 생체 골렘은 근본적으로 다른데, 네가 말하니 그에 대해선 아무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는군.”
“백성들은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고, 황실은 아니라고 할 테지만 방법이 없지. 지금 기자와 백성들, 그리고 각 세력의 인사들까지 연구실로 들이닥치고 있으니 더 이상은 부정할 수 없어. 우리가 일부러 남겨둔 증거들이 성난 사람들을 반겨줄 테지.”
황실과 그들의 마인 연구자들은 급박한 와중에도 중요 자료는 대부분 빼돌렸으나, 비교적 사소한 문서들, 가령 참여자와 기부자의 명단 같은 것들은 하나씩 방치해둔 채 연구실을 떠났다.
진은 사람들이 그것을 볼 수 있도록 일부러 남겨둔 상태였고, 그 문서들엔 수많은 황실 인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황실이 진행한 마인화는 옛 흑마법의 마인화와 다른 종류니까.”
진이 씁쓸한 목소리로 말하자 발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인 시체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고 알 수 있었지. 제국 황실이 연구하는 건 분명 마인화이긴 하지만, 생체 골렘 실험이나 다름이 없어. 그러니 마인화 연구를 생체 골렘 연구라고 말하는 네 주장은 사실 거짓이 아닌 셈이지.”
본래 마인화와 생체 골렘은 인체와 생명체가 사용되느냐, 사용되지 않느냐로 구분이 된다.
마인화는 마법이고 생체 골렘은 마법 공학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나 황실이 진행하고 있던 마인화 연구는, 그 두 가지 속성을 동시에 띠고 있었다.
“……마인화에는 너희 룬칸델의 초대 가주, 테마르 룬칸델의 육신이 사용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