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81)
제 555화
151화. 상황 정리(2)
-누굽니까? 테마르의 무덤을 찾고 있는 다른 세력들은.
-누구일 것 같아요?
-지플.
-정답!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랍니다. 비먼트 황실도 룬칸델 초대 가주의 무덤을 찾고 있답니다. 당신의 동선은 그들에게 한 번 노출된 적이 있고요.
킨젤로가 진에게 입단 제의를 하러 룬칸델을 찾아온 당시 마르지엘라와 나눈 대화.
진은 그때 처음으로 비먼트가 테마르의 무덤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림자의 가호를 받는 자가 아닌 이상, 솔더렛이 그의 무덤에 남긴 유산들은 사용할 수 없다. 게다가 현재까지 밝혀진 유산들은 모두 솔더렛이 천 년 전에 이미 안배해둔 것이다.
따라서 지플은 진과 룬칸델이 그 유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지만, 사실 비먼트는 굳이 테마르의 무덤을 추적할 이유가 없다.
그때, 마르지엘라는 단지 비먼트가 테마르의 무덤을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넘어 그들이 유산이 아닌 ‘시신’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었다.
진은 그들이 테마르의 시신을 찾아 무얼 하려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이후 완타라모 숲에서 마인을 경험하며, 어쩌면 마인화를 위해 찾는 것이 아닐까 유추했었다.
그 불길하고 끔찍한 예상이 결국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비먼트가 정확히 어느 시점에 테마르 룬칸델의 시신을 얻었는지는 알 수 없어. 지금 내 기록 마법으로는 확인할 수 없이 먼 시점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테마르 룬칸델의 역사를 조작하고 있는 지플의 힘이 너무 강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
발레리아의 예상은 정확했다.
그녀가 처음 마인 시체를 얻어 기록 마법을 사용했을 땐 거의 모든 정보가 보이지 않았다. ‘테마르 룬칸델의 역사’를 지우고 있는 지플의 조작 마법 때문에, 테마르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연구소의 위치조차 드러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글리엑에 의해 지플이 가진 ‘이야기의 힘’이 무뎌진 덕에 상황이 바뀌었다. 마인 시체에서도 이전까지 보이지 않던 기록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이야기의 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또한 비먼트가 테마르의 육신 ‘일부’를 얻은 시점은 천 년이 지난 일이었다. 지금 발레리아의 능력으로는 그 시기까지 확인할 수 없다.
“……내 생각엔, 육신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 사용한 것 같아. 전체였다면 마인은 이미 완성되었을 거고, 비먼트가 지금도 그의 무덤을 찾고 있을 이유는 없을 테니까.”
으득!
이를 악문 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미친 새끼들…… 뒷감당이 두렵지도 않았던 건가. 아니면, 혹시라도 룬칸델에 이 사실이 밝혀졌을 때의 일을 감수하더라도 마인을 완성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한 건가.’
어느 쪽이든 진으로서는 피가 거꾸로 솟는 일이었다.
‘지금껏 지플조차 황실이 테마르의 시신 일부를 갖고 있다는 정보를 몰랐던 것 같으니, 절대 발각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었겠지.’
발레리아가 아니었다면 진이 절대로 알아낼 수 없는 일이었다. 황실이 꼬리를 밟힌 건 히스터가의 생존자를, 그녀와 진의 관계를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바로 황실을 칠 건가?”
발레리아가 덤덤한 목소리를 꾸미며 물었으나, 진은 그녀가 이 문제를 상당히 신경 쓰고 있다는 걸 느꼈다.
검황성전과 글리엑 토벌전이 끝나고 겨우 한 달이 조금 지난 시점이다. 진이 가문에 황실의 만행을 알리고 제국을 치는 순간, 이 땅은 또다시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발레리아는 이유 없이 죽게 될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진은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그런 모습이 반갑기도, 안타깝기도 했다.
‘진 룬칸델…… 또 내 내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군.’
발레리아가 생각하는 사이 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론 경과 하이란이 그토록 힘겹게 지켜낸 땅이다. 곧바로 다시 제국이 전쟁터가 되게 할 수는 없어.”
“그런가.”
“게다가 지금 룬칸델이 전쟁을 벌이는 건 적절하지 않아. 명분 없이 제국을 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 가문은 테마르에 대한 정보를 일반에 공개해야 하고, 그건 곧 지플도 알게 된다는 뜻이며, 가문은 제국과 지플을 동시에 감당하게 되겠지.”
당장 황실 전체를 찢어 죽이고 싶어도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심지어 단테 역시 룬칸델이 제국을 치면 진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 검황성주의 역할은 제국 수호니까.
“지금은 나와 내 사람들이 정보를 독점하고, 황실이 추가적으로 테마르를 모독하고 능욕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할 때다.”
“좋은 선택이군.”
“칭찬도 할 줄 알았었나?”
“가끔은. 내심 걱정이 되기는 했거든. 네가 애써 알아낸 정보를 가문과 공유하는 머저리일까 봐. 룬칸델이 이 사실을 알면, 그때부터 테마르의 육체에 관한 일은 네가 아니라 네 가문의 소관이 될 거고, 나도 앞으로 마인 시체에 대한 기록을 더 살펴보기 어려워졌겠지.”
“또 전쟁에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게 걱정됐던 건 아니고?”
발레리아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찻잔을 들이켰다.
“아무튼, 혼돈의 왕이 끝장난 것 때문에 굉장히 많은 게 바뀌었다. 마인 시체뿐만이 아니라 네가 준 솔더렛의 기록 장치들을 해석하는 일에도 조금씩 실마리가 보이고 있지. 그리고 너희 룬칸델은, 다시 마검의 힘을 조금 지니게 되었더군.”
“그래. 지플이 룬칸델에 내린 저주가 옅어지고 있다.”
“내 선조들에게 내려진 저주도 마찬가지다. 놈들이 지운 히스터의 역사에도 아주 조금 변화가 생겼어.”
돌연 발레리아가 일어서서 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를 전해야 할 것 같네.”
진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간신히 감췄다.
“내가 아니라 론 경에게 전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떠나기 전에 검황성의 영지 근처에 들러 그렇게 할 생각이다.”
“지금 당장 갈 것처럼 말하는군.”
“어차피 앞으로는 이전보다 훨씬 자주 보게 될 테니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 너와 공유해야 할 것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 할 일도 더 많아졌으니. 앞으로는 지플의 추적으로부터 몸을 피할 때 종종 티칸을 이용할 생각이다.”
“허락한 적 없는데 잘도 그렇게 정했군.”
그 말에 발레리아는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서부터, 진은 그녀가 그렇게 웃을 때 마음이 좋아지고는 했다.
검황성전 이후, 티칸 근처엔 항상 룬칸델의 수호기사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이제 티칸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 룬칸델로서도 방관할 수 없는 것이다. 진을 위해서도, 가문을 위해서도.
전승지를 제외하면, 발레리아에게 이제 티칸보다 더 안전한 곳은 없었다. 특히 최근 지플의 추적이 더욱 집요해졌기에 그녀의 은신처는 대부분 발각되거나 파괴된 상태였다.
“불청객 취급을 한다면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자주 와라. 볼일이 없을 때에도.”
“노력해보지.”
“그런데, 당분간은 내 쪽에서 널 만나지 못할 것 같군. 해결해야 할 일 몇 가지가 끝나면, 조만간 자리를 비울 계획이거든.”
“혼돈. 그것 때문인가?”
발레리아의 대답에 진이 반사적으로 오른쪽 손등을 가렸다.
그 손등 위엔 글리엑의 심연에서 얻은 혼돈의 검은 반점이 남아 있었다. 놈이 죽은 후에도, 진을 잠식했던 혼돈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때처럼 강렬한 심마가 진의 내면을 압박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는 때때로 약간의 마성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성은, 느리지만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언젠가는 다시 글리엑의 심연에서 겪었던 것만큼 거대해질지도 모르는 일.
이미 성왕 라니는 만나보았다. 그녀조차 진의 몸에 남은 반점들을 치료하지 못했으니,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는 뜻이었다.
다만 진은 자신의 몸에 남은 투신혈이 혼돈의 잠식에 저항하던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라프라로사의 형제들, 특히 투신 형제라면 뭔가 방법을 알려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은 라프라로사에서 마성화를 멈출 방법을 찾아볼 계획이었다.
그리고 혼돈의 잠식에 빠진 것은 진뿐만이 아니다. 로사와 켈리악, 그들을 비롯해 글리엑 토벌전에 참여한 양대 가문의 주요 인사들 일부에게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진이 라프라로사에 있는 동안, 바깥에서는 그들이 마성화를 멈출 수단을 찾을 것이다.
“그것도 있지만, 지금이 적기거든. 형제들의 땅에서 수련을 하기에 말이지. 원래도 갈 생각이었지만, 양대 가문이 모두 약해진 데다 가문이 본격적으로 티칸을 보호하기 시작했으니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지.”
진은 라프라로사에 대해서도 이미 발레리아와 관련 내용을 공유한 상태였다.
추후 형제들을 라프라로사라는 죽은 세계에서 인세로 꺼낼 때, 반드시 그녀의 능력이 필요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명왕족이 겪고 있는 형벌 역시 지플의 역사 조작과 맥이 같은 것이다.
“나도 네 혼돈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따로 알아보도록 하지.”
“그렇게 해주면 고맙고.”
“큰 기대는 하지 마. 혼돈에 관한 기록을 살펴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니. 아, 그리고. 가기 전에 아까 말한 그 물건이나 한 번 보여줘.”
발레리아가 말하는 물건이란, 진이 소타 사막에서 얻은 정체불명의 기계 장치였다. 진이 품속에서 기계 장치를 꺼내 발레리아에게 내밀었다. 함선 설계도 일부도 함께.
“함선 설계도까지 부탁하는 건가? 너무 부려먹는군.”
“기록 마법으로 설계도의 완성본을 만드는 건 무리인가?”
“기록 마법도 만능은 아니야. 설계도 제작자가 함께 있고, 그의 기억이 온전하지 못해 복원에 도움을 주는 정도라면 모를까. 기록 마법만으로 설계도 일부로 전체를 다 알아내는 건 불가능해.”
“네 기록 마법이 완벽한 수준에 올라도?”
“전성기의 우리 가문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발레리아의 앞에 푸르고 투명한 마력 창이 떠올랐다. 그녀에게서 퍼진 마력이 기계 장치와 설계도에 스몄다 빠져나오며 창 위에 문자를 새기고 있었다.
함선 설계도의 기록이 적히는 창을 바라보는 동안엔, 발레리아의 표정에 달리 변화가 없었다.
“……역시, 예상대로 설계도 복원은 안 돼. 다만 제작 연도와 제작자의 이름이 나오는데, 1775년, 팅겐 바우어라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 만들었군.”
“팅겐 바우어?”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나머지 참여자들의 이름도 떠올랐는데, 그들은 모두 지플에 소속된 마법 공학자들이었다.
이어 기계 장치의 기록을 보던 발레리아가 흠칫하는 모습을 보였다.
“왜 그러지?”
“이건 네가 가이파 군도에서 처음 보았다는, 순간 이동 장치의 핵심 부품이다. 마찬가지로 팅겐 바우어가 만들었고…… 잠깐, 본명이 아니라고?”
기록 마법이 인간의 가명 따위를 밝히지 못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발레리아는 이상한 반발력이 팅겐 바우어의 본명이 드러나는 걸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건 곧 팅겐 바우어라는 인물에게도 역사 조작이 이루어졌다는 의미이며, 팅겐 바우어가 어쩌면 히스터와 관련이 있는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발레리아가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왜인지, 조금만 반발력을 걷어내면 본명이 나타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다.
그 직감은 틀리지 않았고, 5분쯤 뒤 발레리아는 진땀을 쏟으며 팅겐 바우어의 본명이 무엇인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진은 그 이름을 듣자마자 눈동자를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가네스토’라는 성을 쓰는 자를, 솔더렛의 기록 장치에서 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