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82)
제 555화
151화. 상황 정리(3)
로키아 가네스토.
천 년 전의 10대 기사이자 순수 마법만으로는 옛 룬칸델 제일의 실력자였던 인물.
진과 발레리아는 테마르의 네 번째 무덤에 남긴 기록 영상 속에서 그녀를 본 적이 있었다.
“……그게 순간 이동 장치의 핵심 부품이라는 것도 놀라운데, 가네스토라고?”
흔한 성이 아니다. 적어도 진은 전생과 현생을 포함해 단 한 번도 가네스토라는 성을 쓰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십대기사에 대한 역사 조작으로 인해 가네스토라는 이름 자체를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게 된 이유일 터였다.
“팅겐 바우어, 콰울 가네스토라는 자는 높은 확률로 로키아 가네스토의 후손일 거다. 기록을 살펴보며 역사 조작으로 인한 반발력이 느껴졌으니까.”
순식간에 진의 머릿속에 여러 가정들이 떠올랐다. 모두 좋지 않은 내용이었다.
로키아 가네스토가 옛 룬칸델을 배신했고 그 후손들은 지금껏 가명을 사용하며 지플에 일조해왔다거나, 혹은 역사가 지워진 탓에 원한도 잊고 지플에 종속되었다거나, 지플이 그녀의 후손들에게 잘못된 역사를 알려준 결과라거나 하는 등의.
‘기록 영상 속 로키아 가네스토는…… 잔혹하고 차가운 듯한 느낌의 인물이었다. 마녀 헬루람에게 호의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
-가주, 아니! 오라버니.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내가 흑해에 있다는 그 마녀를 한번 만나보고 올게. 로키아가 그랬는데, 마녀라면 뭔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랬어. 지플의 역사 조작을 막을 수 있는…….
세 번째 무덤의 기록 영상 속에서 사라 룬칸델이 했던 말.
천 년 전 전쟁이 한창이고, 요정족과 룬칸델의 역사가 조작되고 있을 때, 사라는 로키아의 의견을 듣고 헬루람을 만나보고자 했었다.
물론 속단할 만한 문제는 아니었다. 천 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콰울은 로키아의 후손일 뿐, 룬칸델의 십대기사가 아니었다.
“콰울 가네스토라는 인물을 찾아서 만나보아야겠군. 설계도와 기계 장치에 남은 기록만으로는 그의 위치를 알 수 없을 테지?”
“그래. 부품 제작 연도는 1780년이군. 네가 태어난 해다.”
설계도는 1775년, 순간 이동 장치는 1780년에 제작이 되었다.
찾아서 만나봐야겠다고 말은 했지만, 사실상 콰울을 만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터였다.
지플이 설마 그 정도 수준의 마법 공학자를 아무렇게나 방치하고 있을 리는 없는 것이다. 단언컨대, 콰울은 현시점 최고의 마법 공학자였다.
‘어머니는 예언자로부터 이 기계가 전쟁의 판도를 바꿀 물건이라 전해 들었다고 했지.’
기계가 순간 이동 장치의 부품임이 밝혀졌으니 예언자의 말은 옳았다.
‘아울러, 예언자는 어머니에게 함선 설계도를 보완하고 강화해서 즉시 함대 생산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그렇다면 예언자에겐 기계 또한 완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단지 효율만을 생각하면, 당장 예언자와 접촉해 그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들을 듣고 협상을 진행하는 게 나을 터.
실제로 로사는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본래 나는 그것들을 예언자를 통해 사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조슈아의 기수 자격을 정지시키며 생각이 바뀌었다. 예언자와의 협상을 유예할 것이다. 그 기간 동안, 네게 예언자보다 뛰어난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보아라.
그 기간이 구체적으로 언제까지인지, 로사는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진은 글리엑 토벌전으로 인해 본래 로사의 계획보다는 길어졌으리라 짐작했다.
현재 로사는 가문을 정리하는 일만으로도 벅찬 상태였다.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가문의 기사들이 죽었다. 흑기사 다섯을 포함한 삼백 이상의 최정예 기사를 잃은 것이다.
룬칸델은 그간 흑기사가 차출되거나 사망할 때마다 최상위 집행기사들에게 검은 투구를 씌웠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식으로 10인 체제의 흑기사를 유지하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소타 사막 이후 집행기사로 강등 당한 몬이 다시 흑기사로 복귀하게 된 정도였다.
‘게다가 어머니 또한 혼돈의 잠식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일 단지 가문의 전력만이 손실된 상태라면, 로사는 오히려 예언자와의 협상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 지플이 약해진 지금 빠르게 전력을 복구하며 치고 나아갈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지금은 그녀가 힘을 제대로 낼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협상도 미룰 수밖에 없었다. 현재로서는 예언자와 제대로 된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작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을지 몰라도, 기술을 실전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시킨 건 최근이겠군.”
“언제부터 사용이 가능했든, 본래 지플은 함대와 순간 이동 장치를 더 늦게 공개하고 싶었겠지. 소타 사막에서 함대를 미끼로 쓴 건, 너희 가문에 있는 예언자라는 존재를 확인하기 위함이었으니까.”
발레리아가 설계도와 기계 장치를 진에게 돌려주었다. 몇 번쯤 기록 마법으로 새로운 정보를 얻고자 시도해보았으나 더 이상의 소득은 없었다.
“이제 정말 가야겠군. 뭐든, 추가적인 진척 사항이 생기면 티칸으로 서신을 보내도록 하지. 어쩌면 조만간 네 누이가 테마르의 다섯 번째 무덤에 대해서도 작은 단서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거든.”
“룬티아 누님? 어쩐지, 혼돈을 막는 일에 룬티아 누님이 아닌 디푸스 형님이 지휘를 맡았다고 들었는데. 테마르의 무덤을 찾고 있었군. 네게 도움이 될 정도라니, 의외인데.”
“룬칸델 내부에 네가 모르는 정보가 있었을지도 모르지. 3기수는 그걸 기반으로 움직이는 중이고.”
발레리아가 진에게 악수를 청했다.
“또 보자고.”
“몸조심해라.”
* * *
이틀 후,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진은 콰울 가네스토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콰울 가네스토라는 자의 가명이 팅겐 바우어라고 하였느냐?”
비궁 속의 비궁.
초췌한 얼굴의 탈라리스는 진에게 그 이름을 듣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아시는 사람입니까?”
“콰울 가네스토도, 팅겐 바우어도 다 흔한 이름이 아니지. 특히 마법 공학자인 팅겐 바우어라면…… 내가 아는 사람일 것 같다는 확신이 드는구나.”
-천재 마법 공학자라, 흐으응…… 내 애인이었던 애들 중에도 그런 샌님이 몇 명 있기는 했었는데. 한번 연락해줄까? 사위.
기계 장치를 얻은 직후, 진은 탈라리스와도 공학자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탈라리스는 젊은 시절 팅겐 바우어라는 인물과 연애를 한 적이 있었다.
“내 일흔일곱 번째 애인이었지. 흐응, 행운의 숫자였던 데다 녀석의 독특한 성격 때문에 아주 또렷하게 기억이 나. 천재는 괴짜라는 표현의 표본 같은 사내였는데, 지플에서 이런 걸 만들고 있었다는 말이지?”
“허, 탈라리스 님. 그와 지금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옛날에 녀석이 살던 집이 기억나긴 하는데, 아직 거기에 살 가능성은 낮겠지? 페일린 왕국 오지에 있는 한 통나무집, 벌써 30년도 더 된 일이로군.”
“그래도 한번 가보는 게 좋겠습니다. 어떤 인물이었습니까?”
콰울과의 추억을 떠올린 탈라리스의 입에 잠시 미소가 스쳤다.
그와의 기억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던 모양인가, 생각이 드는 찰나. 탈라리스가 표정을 구겼다.
“재수 없는 새끼였어. 네 아비를 제외하고 이 몸을 찰 수 있는 인간이 세상에 또 존재할 줄 몰랐는데!”
“……예? 제 아버지라고 하셨습니까?”
“아, 오해하겠군. 네 아비가 날 찼다는 건 연애가 아니라 결투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튼, 팅겐은 그때 무슨 연구가 바쁘다며 나와의 관계를 끊었고, 그 이후론 소식을 들은 적이 없구나. 아무튼, 이따 딸이 돌아오면 모트를 내어줄 테니 한번 가봐. 녀석이 살던 집에.”
“알겠습니다.”
보오옹-!
대답하기 무섭게 모트가 탈라리스의 앞에 나타나며 울음소리를 냈다.
모트의 몸 곳곳에도 혼돈의 검은 반점들이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다만 모트는 진이나 다른 감염자들과 달리, 자신의 기운으로 조금씩 혼돈을 정화하는 중이다.
“하여간 우리 딸도 양반이 되기는 글렀군.”
“어머니.”
전쟁 이후, 시리스를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시리스 님.”
때문에 진은 그녀가 자신에게 화를 내리라 생각했다. 탈라리스가 지금 심대한 내상에 빠진 채 대부분의 힘을 잃은 것에, 자신의 책임이 없는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었다.
“진.”
하지만 진의 예상과 달리, 시리스는 진에게 분노를 드러내지 않았다. 오히려 진의 손등에 남은 반점을 보며 그를 걱정하는 기색을 보였다.
“……괜찮은 거냐?”
“어, 음. 예, 아직 괜찮습니다.”
시리스는 한동안 말없이 진의 손등을 바라보았다. 진은 그 상황이 왠지 어색해 헛기침을 했다.
시리스는 탈라리스가 종종 진 때문에 룬칸델, 지플과 관련한 일에 참여하고 손해를 보았을 때마다 분노하고는 했었다.
그러나 그건 진에게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거대 세력들이 비궁을 깔보고 있다는 사실이 싫은 것이었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을 자신의 동료로 인정해왔다. 일종의 치기와 묘한 경쟁심으로 까칠하게 군 것은 한때에 불과한 것이다.
특히 글리엑 토벌전은 진 때문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비궁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반드시 탈라리스가 나서야 하는 일이었다.
따라서 시리스는 오히려 진 덕분에 비궁이 이 정도 피해만을 입었다고 이해했다. 탈라리스에게 진이 없었다면 엘로나의 봉인을 모두 풀었어야 한다는 걸 전해 들은 것이다.
엘로나가 봉인에서 풀려났다면, 비궁 역시 그녀가 사라질 때까지 오랜 시간 세상과 단절해야만 했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진의 도움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리스의 시선이 탈라리스의 뒤편으로 닿았다. 엘로나 지플의 봉인에 영기가 섞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흑룡 미샤.
그녀는 토벌전이 끝나자마자 탈라리스의 요청을 받아 이곳으로 와 봉인 유지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
자칫하면 엘로나가 풀려날 수 있기에, 미샤는 전혀 회복하지 못한 채 모든 힘을 봉인에 쏟았다.
때문에 미샤는 현재 가사 상태나 다름이 없이, 엘로나의 봉인에 같이 묶여 있는 상태였다.
진도 시리스를 따라 엘로나의 봉인과 미샤를 쳐다보았다. 봉인에 들어서기 전 미샤는 진에게 괜찮다고 말했으나,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리스 님.”
“내가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하군.”
“흐응, 둘이 분위기 좋네? 딸, 지금 당장 사위랑 데이트나 한번 가. 페일린 왕국으로.”
진이 콰울에 대해 설명하자 시리스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