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90)
제 555화
153화. 킨젤로의 목적(3)
“오, 오오……!”
부바르는 그런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기계와 설계도를 보며 연신 탐욕스러운 감탄을 내뱉었다.
“이게, 공학이라고? 하! 이봐, 불운한 젊은이. 너도 이걸 그저 공학이라고만 생각하냐?”
젊은이, 그렇게 불린 콰울은 왠지 낯이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금설족 제품은 그 산적 두목 같던 콰울을 근육질의 청년으로 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수염이 가리고 있던 본판이 꽤 쾌남 같기도 했고.
“공학이지.”
“멍청이! 이건 그저 공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예술! 하아, 이런 귀중한 작품을 너희 같은 놈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게 개탄스럽군. 이 복잡하고 기하학적인 암호, 설계, 그 어떤 명화도 따라올 수가 없겠어.”
부바르가 말한 복잡한 암호는 모두 콰울이 만든 것이니, 그는 놈에게 욕과 칭찬을 동시에 듣고 있는 셈이었다.
흥, 핫, 호오오, 같은. 듣기만 해도 불쾌하고 소름 끼치는 부바르의 탄성을 세 시간 동안 듣는 건 바멀 연합과 킨젤로 양측 모두에게 참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진은 내내 그 소리를 겨우 참아줬다는 듯 시간이 되자마자 홱 물건들을 회수했다.
“앗, 버, 벌써!?”
“어, 끝났으니까 가라.”
“조금만, 조금만 더 보게 해주면 안 되냐……!”
“손 치워, 잘라버리기 전에.”
진의 싸늘한 목소리에 부바르가 움찔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하, 하하! 어차피 그 예술품들을 이해하려면 결국 이 부바르 님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그때 가서는 싹싹 빌어도 안 도와줄 거라고!”
부바르는 자신이 물건들로부터 꽤 많은 정보를 얻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부바르의 입장에서는 실제로 그렇기도 했다.
킨젤로의 간부들 또한 아쉬워하면서도 잔뜩 흥분한 부바르를 보며 나름의 수확이 있었으리라 짐작했다.
함정을 정말 아무것도 모르게 쳐놨다면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콰울은 그런 부분까지 생각해서 부바르가 핵심 정보들을(콰울의 기준에서)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만 장치를 해두었다.
“그럼 이것으로 회담은 끝이다.”
돌연 진이 돌아가는 부바르를 뒤따랐다.
“아니 이, 미친! 네 말대로 손 치웠는데 왜, 왜 이러는데!”
부바르는 당연히 진이 자신을 폭행하거나 베려는 의도로 뒤를 밟는다고 생각했다. 오직 그만이 그렇게 느꼈다.
나머지 인원은, 진의 살기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를 똑똑히 인지했다.
비앙카 칼리고.
칼리고의 제1공녀, 진은 헐레벌떡 도망치다 넘어진 부바르를 지나쳐 그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마족.”
“비앙카 칼리고…… 나한테, 무슨…… 볼일…… 있어?”
“흑기사 몬 경의 왼팔 값을 받으려면 얼마나 강해져야 하는지 궁금하더군.”
“그게…… 누구야?”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투기가 사납게 일렁이고 있었다. 불씨 하나만 떨어져도 곧장 폭발할 화약고처럼.
기운을 먼저 거둔 것은 진이었다.
“다음에 알려주마.”
비앙카는 돌아서서 성큼성큼 동료들에게 돌아가는 진을 보며, 일순 자신의 솜털이 곤두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끄, 끝까지 무례하군! 하등한 인간 놈이! 언니, 그냥 묵사발을 내버리지 그랬어!”
두 사람의 기운에 위축되어 있던 아이나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만약 방금 진이 먼저 검을 뽑고 싸움을 시작했다면, 비앙카는 백이면 백 승리를 장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훅, 낯선 불안감이 찾아왔다. 자신이 진을 이길 수 있는 순간은 오로지 지금뿐일 것이라는.
“대공…… 마르지엘라.”
“말씀하세요, 칼리고 공녀님.”
“지금…… 죽이는 게…… 좋지, 않겠어?”
지금이 아니면, 룬칸델 전체보다도 위험한 인간이 될지도 몰라. 비앙카는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음, 아무래도 우리 편이 되기는 틀린 것 같지만. 아직은 그가 세상을 위해 할 일이 남아 있을 거예요.”
“그것 때문에 저렇게 날뛰어도 아직 우리가 자신을 죽이지 않으리라는 걸 잘 아는 것 같네요, 마르지엘라. 저 악마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줬어요.”
“악마란 게 원래 부조리한 존재잖아요? 천사가 깨어나면, 참회하게 될 거예요.”
진 일행이 모트를 타고 사라진 후에도, 비앙카는 오랫동안 진이 떠난 자리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 * *
진과 동료들이 회담을 하는 사이, 제트는 콰울의 오두막에 남아 있던 그의 발명품들을 모두 티칸으로 옮겼다.
“부바르 가스톤이라고 했던가? 그 역겨운 놈. 그래도 나름 대단하긴 하더군. 머리는 몰라도, 손재주 하나만큼은 이 몸을 뛰어넘는 모습이었다.”
콰울이 발명품들을 살피며 말했다. 진이 몇 개를 부수기는 했으나 대부분 온전한 모습이었다. 발명품들을 바라보는 아멜라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함정 때문에 핵심 정보는 못 얻었지만, 애초에 그놈은 마신석의 최초 개발자인 데다, 조각의 신의 환생으로 추정된다 하니. 아마 이번에 얻은 정보로 뭔가를 만들기는 할 거다. 대외 활동을 못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놈들의 단장에게도 특별한 힘이 있는 것 같고.”
“놈들의 기술 발전 속도가 콰울 님의 예상 범위를 뛰어넘지만 않으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손이 좋아도 머리가 없으면 답이 없지. 함선은 어차피 놈들에게도 그르닐이라는 완성품이 있으니 금방 따라오겠지만, 시공간 장치는 꿈도 꿀 수 없을 거다.”
“놈들에겐 강철 문 형태의 순간 이동 능력이 이미 있긴 하지만 말이죠.”
전쟁의 판도를 바꿀 기술, 함선과 순간 이동 장치.
이제 지플과 킨젤로에 한참 뒤처져 있던, 애초에 개발 능력과 의지조차 없던 룬칸델의 기술력은 그들과 대등해지거나, 앞서게 될 것이다.
정확히는 룬칸델이 아니라 바멀 연합의 기술이지만 말이다.
“마수왕 오르갈이라…….”
두 사람이 말하는 동안 퀴칸텔은 킨젤로의 단장을 떠올렸다.
마수왕 오르갈, 그에 대해서는 퀴칸텔도 무라칸과 함께 몇 번 이야기를 한 바가 있었다. 퀴칸텔은 그래서 특히 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는 분명 헬루람에게 배신 당해 죽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게다가 콜론 학살 사건 당시에, 뮤론이 지옥에서 오르갈을 불러내 그에게 빙의하려고 했었다며?”
“저도 그 부분이 의아하긴 합니다, 퀴칸텔 님.”
오르갈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진은 회복 중인 테스를 잠시 소환하기도 했는데, 테스 또한 그가 사망했다고 아는 눈치였다. 헬루람의 적옥묘였던 슈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생각해보면, 어쩌다 오르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와 무라칸은 자연스레 주제를 돌렸었다. 그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면 그조차 역사 조작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군.”
“오르갈은 어떤 인물입니까?”
무라칸에겐 ‘대단한 마족’이라는 이야기만 들었었다. 그러나 무라칸이 제 입으로 대단하다 평가하는 정도의 존재는 세상에 그리 많지 않다.
“자세히…… 기억이 안 나는구나. 다만, 나와 무라칸은 그를 그리 싫어하지 않았고…… 어떤 면에선 존경했었어.”
“존경이라고요? 무라칸이?”
“그래. 그가 헬루람의 저주를 감내하는 것만으로 세상 전체가 그에게 빚을 지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헬루람의 저주가 세계에 퍼지는 걸 막았다, 이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것만은 또렷이 기억이 나. 그가 폭주한 테마르와 무라칸 둘 중 하나를 말린 사실은 내 기억 속엔 없는 일이고.”
“그만한 존재라면, 어쩌면 지플 스스로도 자신들이 오르갈의 역사를 조작한 사실을 모를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면 뮤론 지플이 오르갈에게 빙의하려 했던 사실도 설명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당시 뮤론의 빙의 흑마법은 끝까지 펼쳐지지 못했다. 마법이 완성되기 전에 진이 그가 소환한 지옥문을 베어버린 것이다.
“지플이 알고 있었다 할지라도, 뮤론에게까지 그 정보가 내려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고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야. 천 년 동안 유실되거나 조작된 역사가 너무 많으니까. 헬루람으로부터 그가 세상을 지켰다는 내 기억조차 온전하다고 여길 수 없어. 아무튼 킨젤로의 목적이 세계 정화라면, 내 불안정한 기억 속 오르갈의 모습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군.”
킨젤로의 실제 목적이 어떻든, 그 미친놈들이 세계의 패권을 쥐게 둬서는 안 된다. 동료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어쨌거나 역사의 진실을 알아내려면, 발레리아의 기록 마법이 완전해지는 걸 기다리며 솔더렛의 유산을 찾아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르갈이 완벽하게 회복되는 시점이 언제인지가 중요하겠습니다.”
룬칸델, 지플, 킨젤로. 세 세력 모두 회복이 관건이었다.
그중 어느 세력이 가장 먼저 회복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따라서 각 세력의 수장들이 해야 할 일은, 전쟁이 멈춘 동안 최대한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진은 벌써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운 좋게 시작부터 콰울을 얻었고, 휴전 협정까지 체결되었으니 방해 없이 성장에 매진할 수 있게 된 셈.
다만 진은 자신이 가장 유리하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약간의 불안감을 느꼈다.
“그래.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말거라. 네가 없는 동안에도 세상이 굴러가기는 할 테니.”
퀴칸텔은 이제 곧 라프라로사로 떠날 진이 어떤 불안감을 갖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보고 있었다.
“네가 부재한 사이 만일 티칸에 무슨 일이 생겨도, 무라칸이 빠진 대신 이제 룬칸델의 보호가 있으니 괜찮다. 게다가 비궁주도 회복에 전념하고 있으니, 미샤 님도 머잖아 제자리로 가실 것이다. 그러면 무라칸도 다시 티칸으로 복귀할 거고. 조금은 마음을 편히 가져라.”
“알겠습니다, 퀴칸텔 님.”
“공자.”
카시미르가 회의실로 들어서며 진을 찾았다.
“노다브 사르생 양이 티칸을 찾아왔습니다.”
노다브 사르생, 그건 산드라 지플의 가명이다.
진은 이 민감한 시기에 대놓고 티칸을 찾아온 그녀의 돌발 행동이 더 이상 놀랍지 않았다. 더한 짓을 하고도 남을 위인이었다.
“혼자 왔습니까?”
“아뇨.”
당연히 진은 그녀가 헤도와 함께 티칸을 찾아왔으리라 생각했으나, 산드라의 동행은 다른 사람이었다.
“베라딘 지플, 그와 함께 왔습니다.”
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라프라로사로 떠나기 전에 그를 한 번 만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 불행한 친구와의 만남은, 자신이 아니라 전적으로 지플의 판단에 달려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상 이미 휴전 상태에 돌입하긴 했으나, 아무리 그래도 두 사람을 호위 하나 없이 보내다니. 지플이 애가 타긴 하는 모양이군요.”
진은 두 사람에게 헤도 같은 호위가 따로 붙지 않았다는 사실에 즉시 지플 수뇌부의 속내를 알아보았다.
“예, 제 생각에도 두 사람과 공자의 관계를 이용해 뭔가 정보를 캐내려는 속셈 같습니다.”
“바로 만나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