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38)
제 666화
164화. 흉신의 땅(1)
하늘을 짓밟고 있는 듯 떠 있는 검은 배.
10리에 육박하는 선체 전장全長, ‘람’은 그 크기부터 휴페스터 상공의 다른 함선들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다.
“저게…… 함선……이라고?”
옥타비아가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람의 형태는 비행함보다는 투신전 본당 같은 ‘공중요새’에 더 가까웠다. 일개 함선이 아니라 어느 검은 섬 하나가 그대로 부유한 것 같았다.
“룬칸델이 저런 걸, 도대체 언제 만들었다는 말이냐……!”
이를 악물며 소리치는 카둔.
기세 좋게 휴페스터를 찾은 거대 세력들은, 또 한 번 룬칸델이 감추고 있던 힘 앞에 피가 식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절망스럽기까지 했다.
우린 그간, 룬칸델의 무엇을 알고 있던 것인가?
각 세력 수뇌부들은 모두 똑같이 자문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놈들이 얼마나 끔찍한 힘을 숨기고 있었는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어찌 적의 실체를 이토록 몰랐단 말인가.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제 판단이 틀렸습니다. 휴페스터를 찾아와서는 안 됐습니다.”
헤도는 총공격을 준비하자던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빠르게 인정했다.
“자네의 책임이 아니다. 켈리악도 그 판단이 옳다 여겨 직접 최종 승인을 하였어. 이제껏 저놈들의 힘을 전혀 모르던 우리들 모두의 실수다. 빌어먹을! 함대 회선조차 어려운 모양새로군.”
빠져나가기에는 이미 적진으로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
각 함대의 후방 저 멀리까지도 하늘은 온통 칠흑처럼 어둡기만 했다. 혼돈의 기운이 선체 회선을 가로막고 있었다.
단지 회선 방해를 넘어 람 쪽으로 함대를 끌어당기는 모습도 확인되었다. 지플은, 결정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맞서 싸우는 것을.
아직 람의 공격은 시작되지 않았다. 기운과 외형만으로 압도당하기는 했으나, 붙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거대 세력들도 각자의 최대 전력을 이끌고 온 것이다.
“억지로 후퇴하려고 해봤자, 일방적으로 공격당하기만 할 뿐이다. 게다가 저토록 거대한 힘을 운용하는 일에는 반드시 제약이 있을 터. 어떻게든 그걸 찾아서 공략해야 한다. 킨젤로도 그걸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킨젤로는 카둔의 말에 정확히 부합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건 내게도 예상 밖인데. 저걸 벌써 만들었을 줄이야. 로사 룬칸델과 조슈아 룬칸델, 그들이 품고 있던 절망이 저 정도였다는 말인가? 그야말로 흉신의 현현이로군…….]유일하게, 오르갈은 과거 람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오르갈은 전성기의 자신조차 람의 화력을 감당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오르갈이 보기에 람은 아직 완전하지 않았다.
[진 룬칸델, 그에게 모든 것이 달리게 되었다.]“단장, 그게 무슨 소리요?”
“주인님?”
[비록 완전하지 않다고 해도, 람이 존재하는 한 우리나 지플이 상공을 뚫고 검의 정원으로 진입하는 건 절대로 불가하다. 후퇴 역시 피해만 막심한 결정이지.]단장의 차원문도 혼돈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모트의 차원 이동, 붉은 부엉이의 공간도약 등 혼돈은 모든 종류의 이동에 제한을 걸었다.
억지로 차원문을 연다면, 킨젤로는 그사이 룬칸델에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하고 궤멸적인 피해만 입을 것이다.
[내부에서 싸우고 있는 유일한 인물, 진 룬칸델이 람의 동력에 피해를 입히는 걸 기대할 수밖에 없다. 공격도, 후퇴도. 그게 성립되어야만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람의 동력.
로사 룬칸델을 중심으로 검의 정원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혼기. 그것에 문제가 생겨야만 했다. 지플과 킨젤로가 조금이라도 수확을 얻어 다음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전쟁 목적을 재설정하겠다. 전 함대, 람에 응전하며 진 룬칸델을 지원한다. 그를 살리는 게 최우선 목표다.]지플과 룬칸델 양측에 피해를 주도록 전쟁을 주도한다.
오르갈은 그 명령을 빠르게 번복했다. 진이 람의 동력을 타격하지 못하고 죽으면, 그때 거대 세력들이 받게 될 결과는 오로지 파국뿐이라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렇게, 양대 세력과 룬칸델의 공중전이 시작되었다.
선제 타격을 시작한 건 당연히 람이었다. 람의 선체 한가운데가 소용돌이처럼 일그러지며 혼돈의 기운이 모여들고 있었다.
주포, 일반적인 함선에 빗대면 그에 부합되는 공격 수단.
그러나 다음 순간 람이 쏟아낸 일격은, 그 거대한 규모처럼 지금껏 세상에 알려진 모든 종류의 함포를 상회하고 있었다. 비교조차 허하지 않겠다는 듯이.
콰아아아……!
하늘을 등분하는 검은 띠는, 우선 지플의 함대를 먼저 덮쳤다.
이미 본모습으로 변신해 함선 바깥으로 나와 있던 카둔은 시작부터 전력으로 화염을 퍼뜨려야만 했다.
함선들은 서로 바짝 붙어 보호막을 전개하고 있었다. 지플의 모든 기술과 마력이 담긴 보호막은, 람이 토해낸 검은 기운 앞에 분전하는 듯 보였으나.
몇 초 지나지 않아 사정없이 찢어지는 형세가 되었다.
제2함대의 기함 코젝2를 중심으로 한 보호막이 가장 먼저 뚫렸다. 카둔과 다른 강자들, 곁의 다른 함대들이 손을 쓸 틈조차 없었다.
[쿠아아아악……!]카둔의 포효가 함대가 파괴되는 굉음에 묻히고 있었다.
람의 선두에 서 있는 로사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벌레처럼 발버둥 치는 모습이 애석하구나…… 지플의 화룡.]희열에 휩싸인 듯, 로사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예언자는 그녀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꼈다.
‘정신이 무너지는 속도가 너무 늦다. 내가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건만, 어째서 아직도 나의 힘을 경계하는가, 로사 룬칸델……!’
단 한 번의 포격으로 코젝2를 침묵시키고, 지플의 제2함대를 전멸에 가까운 상태로 몰아넣었으나.
예언자가 기대한 현재 람의 위력은 그보다도 5할 정도는 더 높았다. 로사가 자신을 경계하고 있는 탓에 그 위력이 온전히 발현되지 않은 것이다.
로사는 그런 예언자의 내면을 모두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이 정도 능력을 증명하고 있는데도 내가 네게 완전히 동화되는 걸 경계하는 사실이 언짢은 모양이지?]“그렇지 않습니다.”
[룬칸델이 네게 완전히 종속되는 날은 절대로 오지 않는다. 네가 할 일은 그저 힘을 제공하는 것이다. 나의 가문에 기생하면서…….]“하아, 보다 효과적인 길이 있는데 배척하시니 그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언제나 그러시는 편이죠.”
[모든 것은 나의 판단에 달렸다. 너의 본질이 가문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걸 잊지 말라는 뜻이다, 일리나 룬칸델. 막내는 아직이더냐?]“스탐 경과 라이오넬 경이 있으니, 곧 해결될…….”
[그것으론 반드시 부족하다는 걸 정녕 모르지 않을 터. 내가 직접 나서기를 바라고 있구나.]예언자가 고개를 숙였다.
로사는 확실히 조슈아와 차원이 달랐다. 예언자는 그녀를 상대로 무엇 하나도 뜻대로 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 기회다. 오늘 이후, 네가 나를 어설프게 재보는 일이 한 번이라도 더 발생한다면. 그때는 너와의 계약을 파기할 것이다.]“잘못했습니다.”
[그를 소환하도록 하라.]람의 첫 포격이 끝났을 때, 카둔은 온몸의 비늘이 뒤집어진 채 쇳소리 같은 가쁜 숨을 내뱉고 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그는 전의가 완전히 상실되는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천 년 전의 무라칸을 마주했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이 그의 내면을 흔들어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둔은 있는 힘껏 화염의 숨결을 끌어모았다. 그가 아니라 다른 용이었다면, 결코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쉬누의 가호가 우리와 함께하리라……!]카둔이 쇄도하자, 지플의 함대도 람의 인력을 이용해 속도를 맞춰 전진하고 있었다.
과연 그들에게도 저력이 있었다. 코젝2가 사라진 자리는 어느새 소환된 새로운 망령대의 함대가 채우는 모습이었고, 람의 공격에 무너진 보호막도 순식간에 복구되고 있었다.
모두 카둔이 방출하는 화기의 보조를 받는 중이었다.
헤도는 옥타비아와 함께 풍룡 살리온에 올라타 검기를 쏘았고, 그 뒤로 망령대들이 연환 마법을 펼쳤다.
람의 주포가 다시 준비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눈으로 보기에 혼기가 람으로 모여드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후방에서는 킨젤로가 달려들고 있었다. 그들은 람의 공격을 견딘 지플과 달리 아직은 전혀 피해를 받지 않았다.
그 선두에 선 제피린은 그 어느 때보다도 거대한 몸집이었다. 그간 제약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 오르갈의 힘을 모조리 끌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르갈이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닌 만큼, 그녀가 전성기를 재현하는 일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했다.
약 한 시간.
결코 길다 할 수는 없으나, 그동안 그녀는 마계 최강에 가까운 존재가 되어 전투에 임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제피린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켈리악을 데려오지 않은 저 멍청한 지플 놈들과 달리, 룬칸델에 제대로 한 방을 먹이는 정도는 가능하리라는 확신을 가졌다.
람이 개방되며 품고 있던 것들을 내보내기 전까지는.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제피린. 진 룬칸델이 지상에서 변수를 만들기 전엔, 람을 타격할 수 없을 거라고. 욕심부리지 말거라.] [젠장, 주인! 저건 또 뭔데요!?] [혼돈, 그녀의 피조물이지…….]그아아아아악-! 까아악!
람의 선체에서 빠져나온 것은, 수백 마리의 용.
‘혼돈룡’이라 불러야 할 헬루람의 피조물들. 그리고 마찬가지로 수백 척을 넘어서는 검은 배들이었다.
혼돈룡과 흑선이 람을 호위하고 있었다. 쉴 새 없이 숨결과 주포를 쏘고, 보호막을 펼치며 양대 세력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온 하늘이 어지러이 빛나고 있었다. 전쟁의 풍경은 인간과 인간의 싸움이 아니라, 흉신에 도전하는 필멸자들의 발버둥을 보는 것만 같았다.
혼돈룡들이 제피린과 함대를 물어뜯으며 기괴한 울음을 터뜨려댔다.
인간과 용의 피, 혼돈의 살점과 뼈가 사방에서 폭파하는 와중.
오르갈은 지상, 검의 정원 한가운데를 주시했다.
진의 업화가, 꺼져가고 있었다.
* * *
하아, 하……!
진은 가쁜 숨을 토하며 쓰러진 이들을 내려다보았다. 스탐은 몸이 반밖에 남지 않은 채 움직임을 멈췄고, 라이오넬도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피거품을 토하고 있었다.
‘라이오넬의 마지막 결전기는 확실히 위험했다……. 정신이 타락했어도 가주는 가주였다는 것인가.’
부서진 뮬타의 룬과 영갑 사이로 진의 부상이 드러났다.
체력이 급격히 소진된 건 사실이나, 계속 싸울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라이오넬을 끝장내러 가기 전, 진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람, 그리고 그 아래에서 싸우고 있는 혼돈룡과 흑선, 거대 세력들의 함대가 보였다.
‘저런 것들을 상대로…… 원로장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군.’
바깥의 이들과 마찬가지로, 진 역시 계속 예상을 벗어나는 가문의 힘에 조금은 마음이 초조해지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벌써 양대 세력이 밀리는 모양새인 것이다.
라이오넬이 고개를 들었다.
[내 직접 겪은 가장 강한 룬칸델의 아이야…… 너는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 나의 시대에 너 같은 아이가 있었다면…… 가문에서 흉신이 탄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진은 대답하지 않고 다가가 라이오넬의 목을 베었다.
이어 예언자를 찾으려는 찰나, 떨어진 라이오넬의 목은 이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또한, 가문의 영웅들이 가장 빛나는 후손을 상대로 이토록 불명예스러운 싸움을 할 일도 없었을 테지…….]진은 영묘에서부터 또 다른 옛 영웅의 기운이 나타나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건, 언젠가 진이 한 번 본 적이 있는 기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