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52)
제 666화
165화. 충격 이후(7)
로닐이 대답을 고르려는 기색을 보이자, 옥타비아가 앞으로 나섰다. 무얼 숨길 게 있냐는 듯 당당한 얼굴이었다.
“소가주는 불가하다, 진 룬칸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군.”
진이 옥타비아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한숨을 삼키며 한 차례 고개를 저었다.
“그 아이는 이제 네가 알던 베라딘 지플이 아니다. 지금은…… 거의 신생아와 같은 상태지.”
“신……생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면 좋겠는데, 망령대장.”
“말 그대로다. 현재 베라딘은 언어를 비롯해 그간 쌓은 지식, 마력, 습관 등과 더불어…… 기억 모두를 잃은 상태다.”
옥타비아의 표현에 의하면 현재 베라딘은 백지와 같은 상태다.
그 이야길 들은 진 역시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감각에 휩싸였다.
로닐은 조금 불편한 듯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진은 생각 같아서는 곧장 옥타비아를 제압한 후 그녀의 목에 칼을 들이고 싶었다.
지금부터 베라딘에 관한 모든 사항을 똑바로 설명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간신히 인내를 발휘한 진의 시선이 유리아에게 닿았다.
곧 진실의 권능이 발현되었고, 푸른 끈이 보였다.
-어제까지 유지 장치 속에서 꼼짝도 못 하는 신세였다. 뭐, 덕분에 당분간 가문이 내 정신을 조작할 수 없게 되기는 했어.
-그렇다면 지금은 그 마력을 다 잃은 모양이군.
-마력뿐만이 아니라 기억에도 좀 문제가 생겼어. 내 형제들 이름도 기억이 잘 안 나고, 마법도 엄청나게 까먹었지. 폭주의 부작용이다. 마력은 반드시 돌아오겠지만, 기억은 확신할 수 없어. 마법도 뭐, 다시 배우면 그만이긴 하지.
라프라로사로 떠나기 전에 베라딘과 나눈 대화.
그때, 베라딘은 기억이 말소되기 시작했음에도 진과 단테에 관해서는 단 하나도 잊은 게 없었다.
인세로 돌아온 후, 진은 카시미르로부터 베라딘이 그간 외부 활동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고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결국 불안감은 현실이 되어 진의 마음을 짓눌러댔다.
진은 저도 모르게 산드라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평소와 다른 것도 베라딘처럼 실험을 당한 결과일 것 같았다.
“정말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는 상태란 말인가?”
“……베라딘이 너나 검황성주와 친하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너희에 관한 걸 참 많이도 물었지. 전혀 떠올리지 못하더군.”
진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다스렸다.
이곳은 회담장이다.
개인적인 분노나 원한을 해결하자고 모인 자리가 아닌 것이다.
심지어 진은 그 회담의 주최자이며, 바멀 연합과 동맹들의 대표였다.
옥타비아는 그런 진을 우습게 보지 않았다.
다만, 세계 최강에 가까운 힘을 얻고도 아직은 어린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반드시 그런 면모가 사라지기 전에 끝장을 내야 한다고도.
“베라딘은 우리의 소가주이자, 가문의 다음 세대 중 단연코 제일가는 인재였다. 그 아이가 망가진 것은 네가 아니라 우리에게 더 슬프고 괴로운 일이다.”
진은 당장 베라딘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발레리아의 기록 마법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은 잠깐 스쳤으나, 어디까지나 희망일 뿐이었다.
“잘도 그런 소리를 지껄이는군. 베라딘을 그렇게 만든 건 네놈들이다. 아마 생체 골렘 실험의 부작용이겠지. 사람이 그 모양이 되도록 네놈들은 실험을 한 거다.”
“부정하지는 않으마. 하지만 그렇다고 괴롭지 않은 건 아니지.”
“그래서. 앞으로 베라딘을 어떻게 할 생각이지?”
“어떻게든 그 아이가 정상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번에도 푸른 끈이 보였다.
진은 한동안 그 끈을 응시하다가 한 차례 눈을 감았다.
“네놈들의 잘난 마신석으로도 그건 어렵나 보군.”
“애초에 그 아이에 대한 건 네 소관이 아니다. 아무튼, 그런 연유로 베라딘은 붙여줄 수 없다. 대신 여기 있는 헤도 경이 수고를 해주실 것이다.”
“지플 쪽에선 최강의 탑지기라, 그럼 우린 제피린을 보내도록 하지. 그래, 이만하면 동부 5지역에 갑자기 로사 룬칸델이 나타난다 할지라도 네가 허무하게 죽을 일은 없겠어. 이 부분은 대충 정리가 끝난 것 같군.”
남은 건 검의 정원에 임시 동맹이 총공세를 퍼붓는 일시와 작전 상황 설정, 돌발 상황에 대한 대안들이었다.
의견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주도적으로 회의를 이끌어간 건 오르갈이었다.
혼돈, 최근에서야 일반에 알려진 그 힘의 속성과 흉신, 예언자에 대해 오르갈은 그 누구보다도 깊고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킨젤로는 그날 이후 계속 그 람이라는 함선의 형성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는 말이로군.”
진의 물음에 오르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 예상이 맞다면, 현재 완성도는 약 5할 미만이다. 어쩌면 3할조차 되지 않을 수 있고.”
“그렇다면 반드시 완성되기 전에 승부수를 띄워야겠군.”
“그럴 수 있기를 바라야지. 이 속도로는 버거울 것 같지만.”
“람이라…… 자기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딴 건가? 자기애가 강한 모양이군, 예언자…… 아니, 헬루람은.”
진이 그렇게 말하자 오르갈이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래도 그간 예언자를 헬루람이라 생각한 모양이군.”
“그럴 것이라 추정하고 있었지.”
“그랬다면 네 적옥묘가 검의 정원에서 무언가 반응을 보이지 않았겠나? 예언자는 헬루람이 아니라 그녀의 딸이다. 아주 수많은 딸들 중 하나에 불과하지…….”
“수많은 딸들? 그렇다면 예언자 같은 존재가 세상에 더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인가?”
“적어도 인세에는 없다. 헬루람이 안배해둔 공간이 있다면 거기엔 남아 있을 수 있으나. 딱히 의미가 없어. 어차피 그들은 헬루람이 깨어나기 전에는 절대로 인세로 나올 수 없으니. 아무튼 그녀의 딸들이 소망하는 건 단 하나다. 내 옛 연인, 헬루람의 재림.”
“그래서 인간을 제물로 사용하는 건가?”
“정확히는 인간 그 자체가 아니다. 인간의 살점과 뼈 같은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효율이 썩 좋지는 않아. 진짜는 절망이지. 순도 높은 대량의 절망만이 헬루람을 깨울 수 있다.”
“헬루람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군. 당신은 헬루람을 깨우고 싶은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
“연애를 안 해본 사람들이나 할 법한 소리로군. 헬루람이 깨어나는 건 내게 하나도 좋을 게 없는 일이다. 그걸 바라지도 않고.”
계속해서 유리아의 권능은 푸른 끈을 형성하고 있으나, 진은 이런 식으로 오르갈의 지식과 경험에 의지해야 하는 사실이 찝찝했다.
‘발레리아를 찾으면, 어떻게든 헬루람과 예언자에 대한 정보를 더 알아보아야겠군. 콰울 님은 스승이 마지막으로 티칸을 떠나기 전, 조슈아의 별장에서 얻은 구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었지.’
슈지엘 히스터의 마법서.
진은 라프라로사로 떠나기 전 슈지엘 히스터의 마법서 절반을 길리에게 맡기고 갔었다.
발레리아는 마법서가 길리에게 있다는 걸 알고도 약 1년 전에야 찾았고, 그걸 통해 기록 마법의 단서를 얻었다고 했다.
덕분에 그녀는 조슈아의 구슬과 솔더렛의 기록 장치 복원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지금은 행방불명이 되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람의 형성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현재로서는 딱히 없으니 결전은 람이 완성된 채로 진행된다고 가정해야겠군요. 우리가 할 일은, 람을 상대하며 12기수를 로사가 있는 곳으로 내려보내는 것입니까?”
로닐의 말에 오르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정확하군. 그때까지 켈리악 지플이 회복하고 마신석이 완성 단계에 이르기를 바라도록 하지.”
“12기수, 하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하시오, 로닐 지플.”
“경에겐 혼돈을 정화할 수 있는 수단이 있습니까?”
진은 회담장으로 오는 동선에 일부러 정화 중인 가문의 기사들을 배치해두었었다.
혼돈을 제어라는 방식으로 이용하는 타 세력과 달리, 자신에겐 완벽한 정화 수단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있소.”
푸른 끈이 나오자 로닐과 옥타비아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렇다면…… 그 정화 수단을 제 아버지에게 사용해주십시오.”
“아까는 켈리악 지플의 상태를 내게 정확히 알려줄 수 없다고 하지 않았소?”
“신중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진 정화 수단은 완벽하지 않소. 혼돈으로 인해 신체 변형이 일어났거나, 잠식이 완전히 끝난 상태라면 정화가 불가능하오.”
또다시 푸른 끈이 나오자 로닐은 처음으로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응을 보니 이미 그런 상태인 것 같군.”
“단지 가문의 생존이 아니라, 세계의 운명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온전한 상태로 결전을 치를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결전 때 나도 켈리악의 힘이 필요하오. 물론 불쾌한 일이나, 만일 결전 전까지 정화기가 개량된다면, 그리고 그때 켈리악 지플이라는 전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면. 정화기를 그에게 사용하도록 하겠소.”
“……알겠습니다.”
이후에도 회의는 이틀이 넘도록 진행되었고, 세 세력의 임시 동맹은 그날부터 곧장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 * *
1803년 3월 7일.
회의 때 말한 대로, 진은 칼드란 설원에 진입하고 있었다.
이번엔 붉은부엉이를 이용하지 않았다. 제피린과 헤도, 그리고 산드라 지플이 함께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산드라는 회의 때와 달리 진이 알고 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하하하, 진 씨! 진짜 제 연기가 감쪽같았죠? 내가 회의 때 진 씨를 향한 이 거대한 사랑을 얼마나 표현하고 싶었는지. 하지만 안 돼, 안 돼 산드라! 정신 차려! 그러면 이렇게 자기를 따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거야! 그렇게 이를 악물고 버텼단 말이죠!”
“……내가 지플과 킨젤로에 사람을 붙여달라고 말하는 건 원래 계획에 없던 일인데?”
“언제든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거든요. 내가 그날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는 상태에서 그렇게 미친 척을 했으니, 기회가 오자마자 이렇게 자기와 함께할 수 있게 됐잖아.”
그렇게 말한 산드라는 활짝 웃으며 의수로 진에게 팔짱을 꼈다.
진은 그걸 곧장 풀지 않았다.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