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51)
제 666화
165화. 충격 이후(6)
발레리아 히스터, 동료들이 마지막으로 그녀를 본 건 약 두 달 전이다.
이토록 오래 연락이 되지 않은 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나, 세상에 진이 돌아왔다는 소식이 퍼진 후에도 지금껏 연락하지 않을 리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로사는 진을 검의 정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초대 가주의 유물을 발견했다고 알렸으며, 소환된 파들러는 테마르의 다섯 번째 무덤을 지키던 수호자로 추정되었다.
모든 단서가 그녀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리고 있었다.
“어째서 경의 아군을 우리에게 묻는지 모르겠군요, 12기수. 혹시 히스터 생존자와도 연락이 끊긴 겁니까?”
“그렇소.”
본래라면 진은 절대로 지플에게 발레리아에 관한 정보를 묻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 말에 로닐은 한숨을 내쉬었고, 옥타비아는 이마를 짚었다.
“반응을 보아하니 당신들도 모르는 것 같군.”
“예, 모릅니다.”
“그래도 확인은 해보아야겠지. 유리아.”
진실의 권능을 사용하니 로닐, 옥타비아와 유리아 사이에 푸른 끈이 생겼다. 이번엔 진이 실망하려는 찰나, 로닐이 새로운 정보를 말했다.
“대신, 우린 히스터 생존자가 마지막으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알고 있습니다.”
지플은 천 년 동안 줄곧 테마르의 무덤을 추적해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발레리아가 탐색하는 동안, 지플 역시 테마르의 무덤을 찾고 있던 것이다.
“그게 어디요?”
로닐이 옥타비아와 눈짓을 교환했다. 옥타비아는 알려줘도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휴페스터, 동부 5지역 칼드란의 한 동굴입니다. 우리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기록 마법을 사용한 흔적이 있었습니다.”
“히스터 생존자가 흔적을 남겼다고?”
“예, 동굴 속에 기록 마법의 푸른 창이 남아 있더군요.”
“푸른 창을 직접 보았소?”
“……그렇습니다. 제가 직접 히스터 생존자를 추적하고 있었으니.”
진이 아는 발레리아라면 그런 허술한 실수를 할 리가 없었다. 일부러 함정이나 교란을 유도한 게 아니라면.
“당시 상황을 더 자세히 말해주시오.”
“저는 멀리서 히스터 생존자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녀를 추적했습니다. 동부 5지역 내였던 만큼 히스터 생존자도, 저도 이동에 제한이 많은 상황이었죠. 칼드란 설원에서 약 사흘간 추격이 있었고, 그녀는 입구와 출구가 하나뿐인 동굴로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기록 마법의 푸른 창을 남긴 채 사라졌다?”
“예, 그게 전부입니다. 동굴 안엔 탈출의 흔적이 전혀 없었고요. 혹 히스터 생존자가 전승지에서 투명화나 순간 이동 마법을 익힌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기록 마법을 제외하면 다른 마법이 사용된 흔적도 없었습니다.”
“눈두꺼비 모트라도 없는 이상 사람이 그렇게 사라질 수는 없지 않소.”
“우린 그래서 모트가 히스터 생존자를 구출한 줄 알았습니다. 비궁은 이제 중립이 아니라 경의 동맹이나 다름이 없으니.”
“이후 칼드란의 동굴은 계속 조사했소?”
“못했습니다. 직후부터 룬칸델의 3기수가 그곳을 지키기 시작한 터라.”
-이제 정말 가야겠군. 뭐든, 추가적인 진척 사항이 생기면 티칸으로 서신을 보내도록 하지. 어쩌면 조만간 네 누이가 테마르의 다섯 번째 무덤에 대해서도 작은 단서를 찾아낼 수도 있을 것 같거든.
라프라로사로 떠나기 전, 발레리아가 했던 말.
룬티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테마르의 무덤을 추적하고 있었다.
또한 그녀는 진이 ‘현재 상태’를 모르는 세 형제 중 한 명이기도 했다.
“정황상, 룬칸델의 3기수도 히스터 생존자의 위치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확실하다고 해야겠군요. 정확히 그 동굴을 중심으로 3기수와 기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으니.”
후우.
진이 감정을 억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메리와 토나 형제, 그리고 죽은 조르덴과 살아남은 저항자들도 룬티아에 대한 소식은 알지 못했다.
글리엑 토벌전의 여파를 감당하는 일에 최상위 기수인 룬티아를 대신해 디푸스가 나설 정도였으니 말이다.
‘역시, 룬티아 누님은…… 혼돈에 물들어 있는 것인가?’
다만 다들 만난 적이 없어도 룬티아의 상태를 그렇게 예상하기는 했다.
그게 아니라면 그녀가 저항자들과 마주치지 않을 일은 없었을 테니까.
“로닐 경, 룬티아 누님과는 마주치지 않은 것이오?”
“상황이 급박했는지라 3기수를 가까이서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칼드란 설원엔 혼돈에 물든 기사들이 가득했습니다.”
유리아는 로닐의 모든 말이 사실임을 밝혔다.
룬티아의 잠식은 확정이나 다름이 없었다.
“히스터 생존자가 룬티아 누님에게 납치되었을 가능성은?”
“그날 그 동굴에서 내가 발견하지 못한 걸 3기수가 발견했다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진이 오르갈을 돌아보았다. 오르갈은 왜 그러는지 알겠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왜, 내 차원 이동 능력이 의심되어서 그러나? 우리도 히스터의 생존자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
유리아가 이블리아노 남매를 확인하자 그 말대로였다.
‘지플과 킨젤로가 모른다면, 발레리아는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진은 그런 확신이 들었다.
‘만일 로사가 스승을 확보한 상태라면, 벌써 그걸 통해 나를 겁박했을 것이다. 나를 검의 정원에 불러들인 후에도 스승을 더 이용했어야 한다.’
검의 정원에서 로사는 발레리아에 대해 아무런 추가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진이 묻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녀를 이용할 방법이 없던 게 결정적인 이유였을 터였다.
물론 세상에 테마르의 무덤을 추적하는 이들은 진과 여기 모인 거대 세력들뿐만이 아니다.
황실, 테마르의 왼팔을 소유하고 있는 그들 역시 무덤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황실이 발레리아를 붙잡았다면 지플이 모를 리가 없어. 놈들이 지플의 뒤통수를 치고 룬칸델에 붙지라도 않은 이상…….’
진은 대놓고 묻기로 했다.
“로닐 경, 지플과 황실의 관계는 여전하오?”
“황실은 히스터 생존자를 잡을 능력이 없습니다. 우리 가문 모르게 그럴 능력은 더더욱.”
“진, 유독 히스터 생존자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군. 설마, 히스터 생존자를 통해 내 역사를 복원하거나, 지플의 역사 조작을 사용해 검의 정원을 치고 싶은 건 아닐 테지.”
“그딴 역겨운 생각을 할 것 같나? 그녀는 내 동료다.”
오르갈의 말에 진은 약간 분노를 드러냈다.
“어쨌거나 앞으로 당분간 그녀를 찾는 일에 혈안이 될 것 같은 분위기로군.”
“그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 일이지. 이제 다시 검의 정원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도 좋을 것 같군.”
“아니, 이건 검의 정원에 대한 이야기가 맞아, 진. 잊었나? 너는 현재 시점에 로사 룬칸델의 유일한 대항마다. 함부로 몸을 굴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 부분은 제 생각도 오르갈 경과 같습니다, 12기수. 지금 히스터 생존자를 찾으려면, 당연히 동부 5지역을 먼저 가볼 것 아닙니까? 지금 휴페스터가 어떤 상태인지는 물론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아시리라 생각이 됩니다만.”
“지플과 킨젤로가 내 걱정을 하는 세상이 와버렸군. 특히 지플이 나보다 히스터의 안위를 걱정하는 모습이라…… 낯설군. 내가 히스터를 구하려는 건 물론 그녀가 내 동료이기 때문이지만, 검의 정원과 대적하기 위함이기도 하오. 그녀의 능력이 필요한 건 당신들뿐만이 아니라는 말이지.”
“우리에게서 탈취한 시공간 장치를 더 개발하기 위해서겠군요.”
“그렇게 말하니 민망하군.”
“가문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니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 히스터를 위해 휴페스터로 가는 건 재고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로닐은 감정이 없는 듯 이야기했으나, 진은 그의 차분한 목소리가 이렇게 들렸다. 언젠가 다시 빼앗아주겠다고.
‘지플은 역사 조작이 아니더라도 다른 수단이 더 있을 것이다. 킨젤로는 오르갈이 무언가 대가를 치르면 분명 회복을 더 앞당길 수 있을 거고.’
유리아가 가진 진실의 권능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정도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나, 의도적으로 말하지 않은 ‘복수의 진실’이 있는 것까지 파악하는 건 무리였다.
진은 지플과 킨젤로가 이 사실을 모를 거라 생각지 않았고, 따라서 의도적으로 말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런데도 그들이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건, 그게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설령 유리아의 권능이 감춰진 진실의 여부까지 밝힐 수 있는 수준이라 할지라도, 이건 어디까지나 진짜가 아니라 임시 동맹의 회담이다.
그 정도로 깊게 권능을 사용했다면 애초에 회담은 결렬되었을 것이다.
‘놈들 입장에선 다른 패를 꺼내지 않고 나를 이용해 로사를 제거하는 게 가장 좋은 결말이다.’
이번에 로사가 검의 정원에서 보여준 무위는 가히 ‘흉신’이라 부르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을 만큼 초월적이었다.
그러나 진과 임시 동맹이 그녀와 최종 결전을 치르는 날이 오면, 그때는 분명 지금보다도 한층 더 끔찍해질 터.
그런 로사를 진이 이긴다 할지라도.
피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녀를 상대로 치명적 피해 없이 승리를 거두는 건 불가능했다.
물론 지플과 킨젤로도 타격을 받을 테지만, 로사와 일대일 승부를 펼친 진에 비할 바는 아닐 터였다.
그렇게 전쟁이 끝나면?
킨젤로와 지플은 더 이상 아군이 아니다. 진은 로사와의 전쟁에서 이기더라도 높은 확률로 가장 약할 때, 가장 강한 적들을 곁에 두게 될 것이다.
물론 진은 그렇게 둘 생각이 없었다.
‘놈들도 내게 발레리아가 시공간 장치뿐만이 아니라 황금 함대를 완성하기 위한 핵심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1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나 진은 그 안에 로사에게 맞설 준비를 하며, 나머지 두 세력을 최대한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렇게들 내가 걱정된다면, 사람을 하나씩 붙이지 그러시오. 나는 회담이 끝나는 대로 칼드란 설원으로 갈 것이니.”
“그렇게 빨리 말씀이십니까……?”
“사람을 붙여달라……. 재미있는 요구로군. 임시 동맹이 끝나기 전까지 우릴 뼛속까지 이용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데.”
“피차일반 아닌가. 사람을 내어주지 않아도 상관은 없소, 어차피 혼자라도 갈 거니까. 아까 오르갈이 그랬지, 로사가 다시 움직이려면 최소 1년이 필요하다고. 나는 그 안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내야 하오. 그러려면 히스터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지.”
“킨젤로는 동의할게요!”
마르지엘라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고, 로닐은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플도 동의하겠습니다.”
“지플 측엔 내가 원하는 사람이 하나 있기는 하오.”
“……누굴 생각하고 계십니까?”
진은 그와 눈을 맞추며 이렇게 답했다.
“베라딘. 베라딘 지플을 붙여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