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50)
제 666화
165화. 충격 이후(5)
“진실의 계약자라…… 고아, 그중에서도 특히 불운해지기 좋은 운명이지.”
“재수 없는 소리는 집어치우지, 오르갈. 어린애다.”
“불쾌했다면 미안하군. 네가 아는 용들을 제외하면, 내게는 나머지 모두가 어린애나 다름이 없다 보니 말이지. 하긴, 아즈 밀의 계약자는 네가 직접 구원했을 테니 불운과는 거리가 멀기도 하겠군.”
“왜?”
“진실의 계약자는 나를 확인할 수 없다. 그 점을 인지해주면 좋겠군.”
“싫은 건 아닌 것 같고, 불가능하다는 의미인가?”
“그래.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계약자와 그 어린 수호룡이 감당키 어려운 타격이 있을 테니. 너를 생각해서 한 말이다.”
오르갈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정말로 그를 시험했다가 유리아와 라트리에게 심대한 피해가 온다면 답이 없었다.
“비슈켈이나 마르지엘라를 통해 간접적인 확인을 하는 것엔 동의하겠지?”
“물론.”
“지플 측은 어떻소? 동의하오?”
“……동의합니다. 미리 언질을 주셨다면 더 좋았겠지만.”
로닐이 나서자 옥타비아는 분노를 가라앉히는 모습이었다.
로닐이 그녀의 상관은 아니나 아주 무시할 만한 위치도 아닌 듯 보였다.
“과거 진실의 용을 납치한 대가라고 생각하시오.”
그들이 회담장으로 들어서기 시작하자 바깥에서 기다리던 인파가 환호를 내질렀다.
티칸뿐만이 아니라 휴페스터를 제외한 각국의 기자들이 모였다. 그들은 쉴 새 없이 노트에 그들의 모습을 그리고 메모했다.
비공식 회담이 아니었다.
세인들은 얼마 전 지플과 룬칸델의 휴전 협정이 허무하게 깨진 것에 환멸을 느꼈으나, 이번 회담은 진이 직접 주최했다는 사실에 기대를 걸었다.
회담장엔 라트리가 준비한 다과와 간단한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산드라는 저번에 베라딘과 티칸을 찾아왔을 때 그 쿠기에 환장을 했었는데, 지금은 달리 반응이 없었다.
반면 의외로 옥타비아는 쿠키를 한 입 먹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짧은 식사 동안엔 의례적인 말들이 오갔고, 식사가 끝나자마자 유리아가 회담장으로 들어섰다.
이제 겨우 열세 살이 된 유리아는 세계의 내로라하는 패자들 앞에서도 전혀 위축되는 기색 없이 당당한 눈망울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회담의 검열관으로 온 유리아 알프리온입니다. 여러분들께선 편히 대화를 나누시다가, 중간중간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마다 제게 검열을 요청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유리아의 수호룡 라트리입니다. 검열 과정에 문제가 생길 법한 상황이 온다면, 제가 미리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의 당차고 귀여운 자기소개에 진은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세계의 운명이 걸린 회담을 귀여운 고아들 덕분에 웃고 시작하는군.”
“그 고아라는 표현, 아까부터 거슬리는데 말이야.”
“고아를 고아라 말할 수 없는 세상이 왔다는 걸 계속 잊게 되는군.”
“고아가 무슨 뜻이지?”
진은 ‘고아’라는 표현을 과거 솔더렛의 기록 장치 속에서 마녀 헬루람이 사용하는 걸 들었었다.
단순한 은유가 아닌 것 같아, 전부터 궁금했었다. 과거 퀴칸텔이 무라칸에게 그 표현이 묘하게 익숙하다고 말했던 것도 떠올랐다.
“말 그대로다. 생명의 부모를 잃은 자들에게 하는 말이지.”
“유리아가 카시미르 경과 알리사 경의 딸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그 말에 오르갈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낳아준 부모가 존재하기 이전에, 너희를 존재케 해준 부모가 있다.”
“신을 말하는 건가?”
“그 이상의 존재지.”
“비슈켈 경과 마르지엘라 님은 오르갈에게 이러한 내용을 전달받은 적이 있습니까?”
“있어요!”
“유리아.”
진의 부름에 유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슈켈 경과 마르지엘라 님은 잠시 저와 눈을 맞춰주시길 바랍니다. 진실이라면 두 분과 저의 시선 사이에 푸른 끈 형태의 빛이, 거짓이라면 붉은 끈이 형성될 겁니다.”
유리아가 라트리와 공명하며 두 사람과 눈을 맞췄다. 3분이 지날 때쯤 그들의 시선 사이에 푸른 끈이 형성되었다.
“거짓말이 아니야, 진 오빠.”
오르갈이 말한 내용이 거짓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최심복인 비슈켈과 마르지엘라에겐 그렇게 설명한 것이었다.
오르갈이 그들에게까지 굳이 거짓 정보를 줬을 것 같지는 않았다.
“난 진실의 계약자가 없다 할지라도 딱히 거짓을 말할 생각이 없다, 진 룬칸델. 지금 세상이 이 모양인 건, 생명의 부모가 소멸하였기 때문이지.”
“난데없는 이야기로군. 어쨌거나 내가 들은 킨젤로의 목적과 관련이 있는 존재인 듯 보이는데.”
“회담 주제를 벗어난 이야기다. 우선, 서로 가진 패들이나 까보는 게 어떻겠나? 앞으로 고아라는 표현은 삼가도록 하지.”
“동의한다. 그럼 우선…… 각 세력 피해 상황부터 파악하도록 하지. 내가 먼저 말하겠소. 바멀 연합과 그 동맹은 나의 부상과, 탈라리스 님, 눈두꺼비 모트의 부상을 제외하면 아무런 피해가 없소.”
“비궁주는 회복이 되었나?”
“내상과 혼돈 잠식 때문에 전투가 불가한 상태요. 회복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소.”
“유리아 양, 확인을 부탁하겠습니다.”
로닐이 말하자 이번엔 유리아가 진과 눈을 맞췄다. 당연히 푸른 빛이 일었다.
“지플은 함대 7할가량이 소실되었고, 카둔 님이 심대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또한 망령대원 27인을 포함한 최정예 마법사 삼백여 명이 죽었고, 그밖에도 천여 명의 사상자가 나왔으나 대부분 마신석으로 부활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함대 복구는 두 달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칠색조가 파악한 지플의 피해는 함대 5할 소실 정도였으나, 지플과 킨젤로는 진이 휴페스터를 탈출한 이후에도 얼마간 람과 전투를 치렀었다. 그 과정에 2할을 더 잃은 것이다.
“그대들의 가주는 이번 전투에 참전하지 않았지. 그러나 궁금하긴 하군. 지플의 가주는 이번 전투에서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소?”
로닐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가 이렇게 답했다.
“……타격을 받으셨습니다. 하지만 자세한 사항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유리아.”
“응, 잠깐만.”
진이 확인을 요청한 건 피해 상황에 거짓이 있으리라 생각되어서가 아니었다.
그만한 함대를 복구하는 데 고작 두 달이 필요하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였다.
로닐과 유리아 사이에 푸른 끈이 형성되었다.
“두 달 만에 그 함대를 전부 복구할 수 있다니, 놀랍군. 단지 인력만으로는 불가할 텐데.”
진은 로닐에게 그 방법을 묻지 않았다.
유리아는 어디까지나 각 세력의 피해를 확인하기 위함이지, 그들의 비밀까지 모두 캐내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었다. 상대가 대답해줄 리도 없고 말이다.
“킨젤로는 함대 1할과 양산형 명인 천오백 정도를 잃었다. 나 또한 타격을 받았으나, 특별한 조치가 없어도 3년이면 회복이 가능할 것 같군.”
“3년? 그 안에 로사와 결판을 지어야 한다면, 당신은 온전한 상태로 참전할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 아마 높은 확률로 그렇게 될 텐데. 3년이 아니라 당장 내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군.”
“그렇다. 애초에 내가 온전했다면 사태가 이렇게 흘러올 일은 없었을 것이다. 너흰 잘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제 인간이 아니야. 신이 되었지.”
“신이라고?”
“흉신이지. 혼돈에서 탄생한. 그리고 다들 로사가 언제 움직일지 걱정이 있는 것 같은데, 한 가지 알려주도록 하지. 그녀가 직접 움직이기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이 필요하다. 그때까지는 세상이 멸망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당신이 특별한 조치 없이 회복할 수 있다는 3년보다 짧군. 당신은 아마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면, 회복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수단이 있을 거고.”
“그렇지.”
“로사가 움직이기까지 최소 1년이 필요하다고 확신하는 근거는?”
“인간이 신이 되었으니 적응 단계가 필요하지 않겠나? 운신에 필요한 제물도 수급해야 하고 말이다. 알다시피, 로사와 예언자는 인간을 비롯한 생명을 제물로 사용한다. 그날, 도시 칼론의 모든 인간이 제물이 된 건 알고 있나?”
“……예상은 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그 이상의 인간과 생명이 로사의 제물이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그 수를 줄이려면, 전투는 단 한 번이어야 한다.”
“검의 정원을 한 번에 꺾을 수 있을 때 쳐야 한다는 말이로군.”
헤도가 말했다.
“그렇다, 지플의 집사. 인간이 죽는 게 상관없다면 여러 번 공격을 시도해도 괜찮겠지만.”
“윤리의 문제를 떠나, 괜히 로사를 자극했다가 제물을 수급하는 속도가 빨라지면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도 드는군.”
이번엔 옥타비아가 말했고 오르갈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따로 있지.”
오르갈의 시선이 진에게 닿았다.
“진 룬칸델이 로사와 일대일 승부를 벌여 이길 수 있어야 한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다름이 아니었다.
“그건 내가 혼돈 면역자이기 때문인가?”
진이 혼돈 면역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다. 검의 정원에서 진이 로사를 직접 상대하고도 잠식되지 않은 걸 모두가 보았으니 말이다.
오르갈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일한 혼돈 면역자이기 때문이지. 현재 세상에 로사 룬칸델을 죽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존재는, 아마도 너 하나뿐일 것이다. 지플에 특별한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유리아.”
앞서 고아에 대한 검증을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비슈켈과 마르지엘라가 오르갈을 대신해 검증을 받았다.
이번에도 오르갈이 말한 내용은 모두 진실로 밝혀졌다.
“혼돈에 면역이 없다면 혹 창성에 오른 인물이 있다 할지라도 로사를 죽일 수 없는 건가?”
“네 아버지가 당장 흑해에서 돌아와 참전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긴 하겠지. 하지만 너는 그와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 아닌가?”
“그렇다.”
진은 굳이 시론에 대한 내용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엔 로닐이 검증을 요구했다. 지플은 오래전부터 시론과 룬칸델의 연락 상황을 확인하고 싶어 했다.
진과 유리아 사이엔 물론 푸른 끈이 드러났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오직 나만이 로사를 상대할 수 있다고 하니 어깨가 좀 무거워지는군. 킨젤로는 그래도 오르갈의 회복이라는 변수가 있는데, 지플엔 비장의 수가 전혀 없소?”
“……있습니다.”
“적이 숨겨진 전력을 갖고 있다는 게 이렇게 기쁘게 들릴 줄 몰랐군. 무엇인지 말해주시오. 이건 대답해줘야 하는 문제인 것 같군. 공공의 적을 상대하기 위함이니.”
“역사 조작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아군인 히스터의 생존자가 없이는 절대로 실현할 수 없는 수단입니다.”
진은 그 말에 즉시 눈빛을 바꾸며 이렇게 물었다.
“로닐 경. 지플은 지금 히스터 생존자의 위치를 알고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