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56)
제 666화
167화. 테마르의 다섯 번째 무덤(1)
베일의 검신이 뻗은 빛이 점차 ‘문’ 같은 형태로 변화하고 있었다. 문이 형성되는 속도는 영기가 주입되는 것과 정확히 비례했다.
산드라는 이게 염원의 힘이라며 호들갑을 떨었고, 헤도는 얼떨떨한 얼굴로 자신의 검과 문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흑룡 무라칸의 말처럼, 정말로 베일이 옛 룬칸델이나 솔더렛과 관련이 있는 물건이었다는 말인가.’
헤도가 오래전 우연히 얻은 그 장검의 검신엔, 베일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너…… 그 검. 어디서 구한 것이냐?
-이상한 질문을 하시는군요, 흑룡이시여. 그리고 일전에 가이파 군도에서 당신의 무위를 경험한 이들에게 듣기로는, 이 정도가 아니었다고 했습니다만.
-그 검, 잘 맡아두고 있어라. 아무래도 이 무라칸과 사연이 있는 물건 같으니. 가자, 꼬마.
백야의 탑에서 진 일행이 처음으로 헤도를 조우한 날, 무라칸은 헤도의 검을 보자마자 잠시 두통에 휩싸이며 괴로워했었다. 어떤 잊힌 기억이 떠오른 듯이.
이후 소타 사막을 빠져나온 후에도 무라칸은 계속 장검 베일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려 했으나 매번 실패했었다.
때문에 일행은 헤도의 검 역시 역사가 조작된 물건이라 추정하고 있었는데, 설마 베일이 지금 이런 식으로 테마르의 무덤과 엮이게 되리라고는 당연히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어떻게 된 연유인지 알 수가 없군. 넌 과거 나와 전투를 할 때도 대량의 영기를 사용했었는데, 그때는 이런 반응이 없지 않았나.”
“테마르의 무덤이라는 위치적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오. 아무래도 그 검이 무덤을 여는 열쇠인 것 같군. 그 검을 어디서 얻었소?”
“젊은 시절, 흑해에서 한 괴물을 베고 얻었다.”
“추후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군. 어쨌거나 당신의 검 덕분에 희망이 생겼소, 탑지기. 고맙군.”
우연, 진이 이번 칼드란 설원 행에 헤도를 데려온 건 순전히 우연에 가까웠다.
그러나 진은 그의 검에 룬칸델에 대한 사연이 있다면, 우연이 아니라 운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2기수. 차원문이 다 완성되면, 들어갈 생각이겠지?”
“그렇소.”
“나도 들어갈 거야!”
“안 됩니다, 아가씨.”
“안 된다, 산드라.”
진과 헤도가 동시에 말했다.
“아, 왜!?”
“안에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릅니다. 히스터 생존자가 살아 있다면, 저길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한 걸 수도 있습니다.”
“나도 같은 의견이다. 칼드란 설원에 함께 온 것과는 다른 문제다. 이 문이 테마르의 무덤으로 연결된다면, 그 안에서 일어날 일에 대해선 어떤 것도 예상할 수 없어. 탈출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럼 진 씨가 들어가는 건요? 진 씨가 로사의 유일한 대항마인데, 만약 안에서 혼자 죽으면 어쩔 건데요?”
“테마르의 무덤은 내 신과 선조들이 룬칸델을 위해 남겨둔 안배다. 나는 지금껏 그 무덤들을 돌아다니며 단 한 번도 위험에 빠진 적이 없다. 또한 영기를 통해 언제나 원할 때 빠져나올 수도 있었지.”
물론 거짓말이다.
진은 대부분의 무덤에서 수호자들에게 죽을 뻔했고, 네 번째 무덤에선 나가는 법을 알지 못해 발레리아와 함께 하염없이 기다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리아가 자리에 없으니 산드라가 진실을 확인할 방도가 없었다.
확인됐다 할지라도 진은 무조건 혼자 들어갈 생각이지만 말이다.
“소요 시간이나 상황. 어떤 것도 예상할 수 없으니, 나와 아가씨, 악마룡이 해야 할 대처가 고민되는군.”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하루나 이틀 내로 다시 인세에 나올 수 있었소.”
“그 기간 동안 여기서 우리가 기다리는 건 불가능하다.”
“알고 있소, 그러니 복귀하시오. 로사가 직접 오지만 않는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아마 탈출할 수 있을 테니.”
“자기 두고 안 가!”
“산드라, 부탁이다.”
무엇보다도 진이 산드라와 상당히 가까워졌다고는 하나, 그녀와 헤도는 명백히 지플의 사람이었다. 그들을 테마르의 무덤에 들일 수는 없었다.
“그래도 안 돼요. 지금까지는 호의적이었어도, 이번엔 무덤이 진 씨한테 적대적일지도 모른다고요. 헤도와 내가 충분히 도움이 될 거예요. 게다가 진 씨는 문을 연 것만으로도 이렇게 지쳤잖아.”
문이 다 형성되었을 때, 진은 산드라의 말대로 엄청난 탈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영기가 거의 다 소모되어 버린 것이다.
‘사용된 영기가 첫 번째 무덤 때 무라칸이 사용한 것에 비해 몇 배는 훌쩍 넘을 것 같군.’
오러와 마력이 남아 있기는 하나, 행여 안에서 버거운 상대를 만날 경우 진은 최대 전력으로 싸울 수 없었다.
“게다가 룬칸델의 3기수는!? 자기가 돌아왔을 때 로사가 아니라 3기수가 있다 할지라도 문제야. 지친 상태로 혼자 3기수를 상대해야 하잖아, 그것도 적지 한가운데에서.”
룬칸델 3기수 룬티아 룬칸델.
로닐은 이곳에 그녀가 직접 추격대를 이끌고 발레리아를 쫓아온 모양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룬티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일행은 아마 이번에 도착할 지원군 사이에 그녀가 있으리라 짐작하고 있었다.
진이 문으로 들어서려 하자 산드라가 먼저 그쪽으로 몸을 던졌다.
헤도는 즉시 그녀를 가로막으려 했는데, 잠시 후 그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텅-!
“윽!”
산드라가 가까이 가자 문에서 충격파가 발생하며 그녀를 튕겨냈기 때문이었다.
몇 번을 시도해도 마찬가지였다.
“젠장, 이게 뭐야……! 헤도, 너도 튕겨내나 봐봐.”
산드라뿐만이 아니라 헤도에게도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그는 초인적인 괴력을 발휘해 문에 다가서는 것까지 성공했으나, 닿자마자 벽에 가로막힌 듯 더 나아갈 수가 없었다.
“더 나아가면 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가씨. 포기하십시오.”
반면 진에게는 전혀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12기수.”
진이 헤도를 돌아보았다.
“가능하다면, 무덤 안에서 최소 사흘 이상 시간을 끌어라. 그래야 우리가 복귀해서 킨젤로 측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헤도는 단장의 차원문을 이용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진 역시 그 의견에 곧장 동의했다.
“알겠소. 가능하다면 반드시 그렇게 하도록 하지.”
“또한 무덤을 빠져나왔을 때, 다시 이 동굴로 돌아오게 된다면 즉시 최대한의 기운을 방출해라. 우린 그걸 신호로 단장에게 차원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할 테니.”
“겉보기와 다르게 머리 회전이 굉장히 빠른 것 같소, 탑지기. 좋은 의견처럼 들리는군. 그 정도면 나도 더 안심할 수 있겠소.”
“최대한 빨리 오르갈을 대기시켜 놓겠다. 무운을 빌도록 하지.”
“진 씨!”
진이 눈짓으로 인사하고 문으로 들어서려는 찰나 산드라가 한 차례 그를 안았다.
“꼭 기억해둬요, 혹시라도 자기의 동료만 살아서 티칸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생긴다면.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사람을 죽여버릴 거예요.”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에 진은 한순간 머리가 지끈거렸으나, 산드라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명심하도록 하지.”
이내 진이 문 너머로 들어서자.
장검 베일이 형성하고 있던 빛이 즉시 꺼지는 모습이 이어졌다.
산드라는 한동안 멍하게 진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았고, 헤도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 * *
마치 글리엑의 심연에 들어섰을 때처럼, 테마르의 다섯 번째 무덤을 이루고 있는 아공간엔 어둑하고 텅 빈 어둠만이 가득했다.
“발레리아!”
그녀의 이름을 소리쳐 불러도 메아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마음이 급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진은 솔더렛의 아공간 속에서 이전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과거 겪은 무덤들과 달리, 영기가 나를 인도하는 듯한 감각이 없다. 지플이나 다른 세력에 훼손된 흔적은 없는데,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직접 움직여보는 수밖에 없었다.
[먀아!]슈리가 적옥을 빠져나왔다.
진은 곧장 슈리를 타고 사막처럼 드넓은 영기의 사막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아공간의 시간은 인세와 다르게 흐른다. 진이 지금까지 겪어본 바로는 인세의 시간이 훨씬 빠르게 흘렀었다.
‘어디 있는 거냐, 발레리아……!’
약 한 시간이 흐르도록 탐색에 진전이 없어 더 마음이 조급해지려던 찰나.
슈리가 걸음을 멈추며 앞발로 앞쪽을 가리켰다.
[먀, 먀먀!]그곳엔 유리처럼 투명한 무언가가 빛을 일으키고 있었다. 곧 꺼질 것처럼 희미한 빛을.
가까이 다가가자, 진은 그것이 조각의 형태를 띤 마력이라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었다.
바로 ‘기록 마법’의 조각이라는 사실을.
‘발레리아가 남긴 흔적이다……!’
심장이 급격히 두방망이질을 쳤다.
기록 마법은 과거의 기록을 찾는 것뿐만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표식을 남기는 것 또한 당연히 가능했다.
‘흔적이 희미한 걸로 보아 오래되었거나, 마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로 간신히 남겨둔 것이다.’
무엇보다도 마법이 남아 있다는 건, 술자가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었다.
진은 그때서야 처음으로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죽지 않았다. 스승은 이 아공간 안에 분명히 남아 있다.’
발레리아의 기록 마법이 알린 방향을 따라 슈리가 전속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진은 곧 그녀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한껏 마음이 상기되고 있었다.
그러나 진은 어째서인지 발레리아가 말한 방향으로 나아갈수록 발레리아의 마력이 아니라, 한 불쾌한 기운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혼돈의 기운이었다. 칼드란 설원에서 느낀 것들과는 질적으로 비교할 수 없이 순도 높고 거대한.
혼기의 근원지에 가까워질수록, 아공간은 황망한 어둠만이 아니라 전투의 흔적 또한 보여주고 있었다.
공간에 균열과 뒤틀린 흔적이 가득한 것이다. 모두 파괴적인 검술이 자아낸 듯한 흔적이었다.
이윽고 근원지에 다다르자 진은 한 여인을 마주할 수 있었다.
발레리아가 아니었다.
[오랜만이구나…… 막내.]룬티아 룬칸델.
진이 마주한 여인은, 바로 자신의 둘째 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