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23)
제 777화
182화. 임시 동맹의 맹점(1)
1803년 6월 첫날.
작전이 끝난 이후, 임시 동맹은 그간 흉신의 룬칸델을 상대하며 얻은 모든 정보를 일반에 공개했다.
흉신과 절망의 관계, 죽은 예언자의 정체, 디푸스가 타락한 이유 등.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가슴에 검은 리본을 걸었다. 지금껏 흉신에게 희생된 사람들을 애도하기 위해서.
또, 평범한 사람인 자신들도 함께 싸우고 있다는 것을 임시 동맹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가만히 앉아서 흉신에게 절망을 더해주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검은 리본을 건 사람들은 피난을 준비하거나 실의에 빠지지 않았다. 어떻게든 흉신이라는 공포에 저항하며 ‘일상’을 이어가려고 노력했다.
그게 평범한 사람들이 흉신에게 대항하는 방식이었다.
전 대륙이 그렇게 힘을 내고 있었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누군가는 임시 동맹이 무능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고 소리쳤고, 누군가는 조슈아와 디푸스, 뮤와 앤, 란과 뷔고를 들먹이며 티칸의 룬칸델들이 사실 흉신과 이미 붙어먹고 있는 게 아니냐고 떠들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조차, 내면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염원하는 바는 단 하나였다.
어서 이 지옥이 끝나는 것.
누구든, 어서 세상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주는 것.
[이제 마지막 고지만 남았군…….]오르갈이 말했다.
현재 임시 동맹은 티칸궁에서 흉신과의 결전을 위한 마지막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베라딘의 지도로 확인되는 절망의 확산도 뚜렷하게 느려졌더군. 저번 작전을 성공하며 얻은 수확이 상당히 커.”
카둔이 말했다. 이번 회의에 지플은 베라딘이 아니라 그를 대표로 보냈다.
지극히 냉정한 관점에서 보자면, 이번 전투로 임시 동맹은 그다지 잃은 바가 없었다.
비록 전체 포로의 3할 정도에 불과하다고는 하나 약 3만에 달하는 사람을 구했으며, 그 과정에서 주요 전력에 치명적인 손실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반면 검의 정원은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우선 예언자가 소멸했다. 리칼튼이라는 땅과 함께.
전투 마지막에 구슬로부터 시작된 폭발은, 지도상에서 리칼튼을 지워버릴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뮤와 앤도 예언자의 소멸로 인해 완벽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녀들의 최후를 지켜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저 허무한 기록으로만 그 사실이 남았을 뿐이었다.
아무도 제대로 관심을 가지지 않고, 슬퍼하지도 않는.
더할 나위 없이 초라한 죽음이었다.
뮤와 앤에게 가장 오랜 시간 괴롭힘을 당한 토나 형제조차 벌써 그녀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기억할 만한 가치가 없는 까닭이었다.
무엇보다도, 디푸스와 함께 흉신의 권능 일부가 사라진 게 가장 컸다.
흉신이 정확히 얼마나 약해진 것인지는 발레리아의 기록 마법으로도 알 수 없다.
다만 리칼튼 작전 이후 함선 ‘람’의 형성이 완전히 중지된 것은 확실했다.
그건 곧, 흉신이 약해졌을 뿐만이 아니라 성장 또한 멈췄다는 의미였다.
따라서 이제 결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두 가지였다.
진이 로사와 일대일로 싸워 이길 수 있는가.
현재까지 완성된 함선 람의 화력을 임시 동맹의 전력이 감당할 수 있는가.
“리칼튼 성에서 다행히 임시 동맹의 전력이 혼돈의 군대에 밀리는 모습도 전혀 없었다고 들었다. 그걸 넘어 예언자와 4기수가 없었다면, 아마 시종일관 압도했을 거라더군. 흉신과 함선 람을 빼면, 나머지 전력은 우리가 전체적으로 명백히 우위다.”
그러니 카둔은 람을 자신과 오르갈을 포함한 최고위 전력 몇 사람이 감당하고, 나머지는 모두 혼돈의 군대를 상대하는 일에 배치하자는 의견을 내세웠다.
“다 들러리를 서는 셈이다. 너와 로사의 대결을 위해. 저번 작전처럼, 다른 요소가 네 싸움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4기수와 예언자는 그래도 네가 결국 모두 잡아냈지만…… 흉신은 다를 테지.”
진은 그의 말에 비소를 머금었다.
“함선 람을 감당할 수 있겠나? 첫 총공격 당시, 람의 주포에 당신네들 함대는 전혀 대응하지 못했었는데. 특히 카둔, 당신은 죽을 뻔했을 텐데. 당신은 그날 이후 연이어 부상을 입은 탓에 저번 작전에도 참여하지 못했지.”
대놓고 역정을 내는 진에게 카둔은 성질대로 소리치지 못했다.
“왜 회의에 베라딘 대신 당신이 온 줄 모르겠는 뜻이야.”
“켈리악이 부재한 지금, 가문의 최고 책임자는 나다.”
“그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화룡 카둔에게 이런 얌전한 대답을 듣게 될 줄이야. 보아하니 베라딘에게 회의에서 절대 사고 치지 말라는 명령이라도 받은 모양이지?”
[이제 큰 싸움 하나만 남았는데 서로 쓸데없는 감정 소모는 할 필요 없을 것 같군. 임시라고는 하나 세상에 다시 없을 동맹이니, 조금만 더 노력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어떻겠나?]오르갈이 말하자 카둔이 진을 노려보던 시선을 거뒀다.
[어쨌거나 첫 총공격 때와 달리 나는 힘을 일부 되찾았고, 예언자는 소멸했다. 따라서 흉신은 너와 전투를 하면서 함선 람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을 거다. 본래라면 예언자가 흉신을 대신해 람을 이용했을 테지.]진은 대답하지 않고 오르갈과 카둔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임시 동맹’이라는 단어가 가진 뜻을 생각하면서.
‘결국 로사가 명백히 약해진 이 시점에 와서도 킨젤로와 지플은 비장의 수를 사용할 생각이 없다.’
오르갈의 회복과 역사 조작.
킨젤로와 지플로서는 그 패들을 지금 꺼낼 이유가 없었다.
그건 흉신과의 싸움이 끝난 후, 다시 세력전이 시작될 때 사용해야 할 테니까.
혹은 진짜로 꺼낼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르갈의 회복엔 베일 같은 태양신의 잔재가, 역사 조작엔 발레리아의 능력이 필요하니 말이다.
‘어느 쪽이든, 네놈들 뜻대로만 되지는 않을 거다. 흉신을 끝장낸 다음엔 네놈들 차례야…….’
임시 동맹으로 몇 차례 함께 사선을 넘기는 했으나, 진에게 지플과 킨젤로는 여전히 또 다른 흉신이었다.
한쪽은 태양신을 통해, 한쪽은 역사 조작을 통해 세상을 뜻대로 주무르려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뭐, 자신이 있다면 됐어. 그렇다면 이제 약조를 한 가지 해줘야겠는데.”
“약조?”
[갑자기 무슨?]카둔과 오르갈이 동시에 의문을 표했다.
“흉신과의 최종전이 무사히 끝나면 임시 동맹은 자연스레 해체된다. 나는 그때, 서로 최소 1년은 공격하지 않기로 합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필요한 내용이긴 하다만.]“문서에 도장을 찍고, 대중에게 그 사실을 발표하는 정도로 그런 합의에 강제력이 생긴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 테지? 무의미한 이야기다. 흉신과의 전쟁이 끝나면, 각자 피해 상황이 어떻든 모두 알아서 할 일을 하면 된다.”
“말뿐인 합의라도 나는 받아야만 하겠어. 흉신과의 전쟁에서 결국 가장 크게 다치는 건 나일 가능성이 가장 높으니.”
“잠깐 동맹이었어도, 천 년간 이어진 전쟁이 이렇게 끝날 수는 없지. 문서에 도장 정도는 찍어주겠다만, 기대는 하지 마라. 아즈 밀의 계약자를 통한 검증은 거부하겠다.”
“유리아 얘길 굳이 왜 꺼내지? 어차피 그 아이는 지금 상태가 좋지 않아서 능력을 쓸 수 없다는 걸 잘 알 텐데. 계속 솔직하게 말해주는 건 차라리 마음에 든다만, 그러다 내가 앙심을 품고 흉신한테 붙으면 어쩌려고 그래?”
“크하하하!”
진의 말에 카둔이 웃음을 터뜨렸다.
“네놈이 그럴 수 있단 말이냐? 넌 죽으면 죽었지, 흉신과 붙어먹을 인간이 아니야. 오랜만에 재미있는 농담을 들었다.”
“재밌었다면 다행이네.”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갑자기 이런 얘길 하는 걸 보니, 너도 흉신과의 싸움에 자신이 있는 것 같군.”
진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카둔의 말대로 문서 따위는 강제력을 가질 수 없으니, 서로 볼모를 내어주는 건 어떤가?]“우린 상관없다만, 12기수는 싫어할 것 같군. 어차피 약조 얘길 꺼낸 건, 그저 동맹이 깨진 후 먼저 공격하는 쪽이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게 하기 위함이 아닌가?”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어느 쪽이 가장 먼저 약속을 어기는지, 세상 사람들도 알아야지. 지금 분위기를 미루어보면 지플이겠군.”
“글쎄. 먼저 남의 전력을 빼가고, 남의 비밀을 이용한 작자에게 들을 말은 아닌 것 같다만.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헤도와 성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카둔은 오히려 흉신과의 최종 결전이 끝난 직후 진이 가장 먼저 움직일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만약 12기수가 우리 예상보다 흉신을 쉽게 제압한다면, 직후에 바로 우리를 칠 수도 있다. 킨젤로와 미리 합의가 되었을 가능성도 높아. 그러니 흉신전은 함대 외 전력은 최대한 보존한 채 치러야 한다.’
카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록 하지.”
“내일 있을 회의엔 당신 말고 베라딘이 오면 좋겠군.”
오르갈도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벌써 동맹이 깨진 다음을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내일 회의에선 이런 모습이 없길 바라지. 휴페스터엔 아직 흉신이 버젓이 버티고 있으니 말이야.]두 사람이 수행원들과 함께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진은 한동안 그들의 함선이 티칸 저 멀리로 사라지는 걸 지켜보았고, 그사이 카시미르가 회의장을 찾았다.
“카시미르 경, 유리아는 좀 어떻습니까?”
어차피 유리아는 현재 상태가 좋지 않아서 능력을 쓸 수 없다.
진이 그 말을 했을 때, 카둔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리칼튼 성 작전이 시작되기 전, 유리아가 미래를 내다보며 정신적으로 너무 큰 충격을 받은 건 동맹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유리아가 지금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안정을 취해야 할 것 같더군요.”
“안 그래도 리칼튼 성의 미래를 본 것 때문에 괴로웠을 텐데, 그 아이에게 또 짐을 짊어지게 했습니다.”
“딸애는 아주 자랑스러워하는 중이고, 검증 도중 얻은 혼기도 잘 정화되고 있으니 너무 염려치 마십시오.”
어젯밤.
유리아는 갑작스레 티칸을 찾아온 ‘린 밀카노’의 말을 검증하다가 약간의 혼기에 노출이 되었다.
-호법회장……!?
-12기수, 그대에게 알려줄 것이 있어 찾아왔소.
호법회장 린 밀카노.
그녀는, 아직 ‘룬칸델’의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