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43)
제 777화
184화. 숙명을 넘어(16)
명왕검 투신기 제10검
명왕군림검 – 개開
오의가 펼쳐지기 시작하자마자 어둠이 걷혔다.
사람들은 손으로 눈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고, 흉신의 검은 몸뚱어리는 푸른 빛에 휩싸인 채 겨우 윤곽만을 남겼다.
그 거대한 육체가 빛에 파묻혀 형체를 잃은 것이다. 하늘을 가리고 있는 람의 하부조차 새하얗게 보일 지경이었다.
빛은 보는 이들이 함부로 눈을 뜨지 못하게 만들었고, 혼돈마저 녹여버리는 열기는 함부로 몸을 움직일 수 없게 위압했다.
초가 지날 때마다 그 모든 현상이 증폭되었다. 흉신의 몸이 타며 피어오른 검은 연기조차 빛에 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빛의 신’이 존재한다면, 바로 지금 이 자리에 강림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만일 진이 사투왕 린파의 절기, 형제수호자를 함께 펼치지 않았다면.
이미 명왕군림검이 시작된 순간부터 아군의 5할 이상은 죽거나 빈사가 되었을 것이다. 아군들은 그 사실을 알아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가주 선언을 한 그날의 검……!]정말로 진, 자신의 막내아들이 모두를 구하겠다고 말한 걸 실현할 것 같은 직감.
흉신은 이미 사라진 인간 시절의 심장이 광기에 젖어 들뜨는 듯한 감각에 휩싸이고 있었다.
[흉신, 육신에 가해지는 타격은 의미를 잃었다 하였는가.]진은 내면에 퍼지는 반의 말을 흉신에게 전하고 있었다.
[정말로 육신을 초월해 무형으로 존재했던 진짜 신들조차 나의 검에 찢어졌었다. 이 몸은 이미 신을 죽여보았으니…….]감히 내 형제의 세계를, 우리가 다시 돌아와야 할 세계를 더럽히지 마라.
반이 뒷말을 이은 순간.
흉신의 몸이 폭발하며 명왕군림검의 영역 속에 혼기의 폭풍을 일으켰다. 혼기가 시퍼렇게 빛나는 진의 몸을 가리고 있었다.
또한 흉신의 성 전체가 혼기로 흩어지고 있었다.
한계까지 비대해진 몸뚱어리뿐만이 아니라 성까지 다 혼기로 흩어지며 사방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명왕군림검과 형제수호자의 보호를 받는 이들조차 모조리 혼기에 뒤덮였다.
그러나 혼기가 그 속으로 침투하지는 못했다.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지금껏 그토록 많은 절망을 모아 신이 되었어도, 흉신은 반의 검을 뚫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힘의 총량 자체는 반보다 광대할지도 모른다.
부족한 것은 깊이와 의지.
그리고 싸우고, 이겨야만 하는 이유.
콰아아아……!
흉신이 자폭한 직후,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던 빛의 중앙이 갈라졌다.
그 틈을 찢으며 하늘이 그대로 내려앉는 듯 검은 기운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람의 주포가 혼기를 토한 것이다.
1차 총공세 당시 사람들이 겪은 그 주포는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신기다. 도시 하나쯤은 몇 초면 초토화할 수 있는 거대한 힘이 빛처럼 빠르게 움직이기까지 했으니까.
그러나 지금, 람의 주포는 그 속도를 잃었다.
명왕군림검의 뇌기가 주포의 속도를 강제로 늦추고 있었다. 주포는 물 속으로 가만히 가라앉는 사물처럼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저 함선은 역시, 마녀의 것인가.)
‘예, 투신 형제.’
흡……!
진은 두 눈을 부릅뜨며 시그문드를 더욱 꽉 쥐었다.
혹은 반이 그렇게 했다. 계속 동조율이 높아지고 있는 탓에, 진과 반은 이제 단지 ‘투신합일’이라는 궁극기의 이름이 아니라 정말로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동조율이 계속 높아지는 까닭이었다.
[마녀가 직접 운용하는 건 아닐 터인데, 불쾌하군.]방금까진 진이 흉신에게 반의 말을 전했을 뿐이나, 이제는 아니었다. 동화가 심해질수록 진은 반처럼 생각하고, 반처럼 말했다.
반은 막 그 사실을 깨달으며 경계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진의 자아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뜻하지 않게 진 형제의 몸을 빼앗고 잠식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잠시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투신 형제.)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내면에서부터 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육체의 통제권이 완전히 반에게 넘어온 것이다. 이제는 진의 자아가 오히려 내면 더 깊은 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진 형제, 괴롭지는 않은가? 투신합일의 주체가 바뀔 수도 있다는 건 나도 처음 알았군.’
(예, 제 걱정은 말고 싸우십시오. 링링의 목소리도 들리고, 아주 편안하군요. 제 자아가 붕괴될 일은 없습니다.)
당연하게도 진은 반의 생각을 완벽하게 살펴보았다. 투신합일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럴 수 있었을 터였다.
반은 미소를 지었다.
‘알았다.’
불쾌하다.
반이 람의 주포가 느리게나마 움직이는 걸 보며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람은 완성되지도 않았고, 흉신은 마녀 정도의 힘을 갖고 있지도 않으며, 인세엔 자신이 현현했다.
마녀가 남긴 불완전한 유물 따위가 감히 자신을 위협하듯 포구를 겨누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건방지구나…….]명왕검 투신기 제10검
명왕군림검 – 전戰
개開의 포효가 잦아들며, 투신 오의의 두 번째 결이 시작되었다.
진짜 투신의 진군가가 울리고 있었다. 적을 흔적도 없이 말살하겠다는 엄중한 의지가 시그문드를 단단히 빛내고 있었다.
그러자 천천히 낙하하던 람의 주포가 움직임을 멈췄다. 내려앉던 어둠이 정지하며 바짝 움츠러들었다.
‘람의 주포가…… 진행을 완전히 멈췄다고? 린 밀카노는 권한을 잃었건만!’
흉신은 이미 성을 지을 때부터 린의 배신을 알아보고 있었다. 린이 가지고 있던 람에 대한 권한은 성이 완성되기 전에 모조리 회수한 상태였다.
처음 임시 동맹군이 왔을 때 주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건 여흥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일부러 성 속으로 막내와 동맹군을 몰아 시련을 겪게 하려는 목적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람의 주포가 멈춘 모습에 흉신조차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흉신은 이 세상에 람의 주포보다 강력한 파괴 수단은 결단코 존재치 않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1차 총공세 당시 잠시 소환됐던 무라칸조차 람의 주포를 정면으로 방어하는 일엔 부담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었다.
설령 시론이라 할지라도 람의 주포를 완벽하게 베는 건 불가능할 것 같았다. 주포가 한 번 쏘아질 때마다 임시 동맹의 함대가 하나씩 사라질 지경이었으니까.
쿠르르…… 그우우으으……!
흉신의 시선이 잠시 하늘에 닿았다.
명왕군림검과 형제수호자의 뇌기 속에 있는 아군들 역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보이는 것은 멈춘 채 장막처럼 펼쳐져있을 뿐인 람의 포격.
그러나 하늘을 올려보는 이들의 귓속으로, 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하늘에 떠 있는 거대 함선.
그리고 그보다 더 높은 하늘에서부터 들려오는…… 깊고도 거대한 뇌성. 천둥번개가 지상을 난타할 때의 전조.
반이 시그문드를 가볍게 휘두르자.
흉신에게서 다시금 비명이 튀어나왔다. 이미 흉신의 육신은 폭발과 함께 흩어져서 혼기의 폭풍 같은 형태가 되었으니, 영혼이 내지르는 비명이 귀곡성처럼 사방을 울렸다.
흩어진 혼기는 하나하나가 모두 흉신을 이루는 몸이다. 람을 형성한 혼기 역시, 대부분은 그녀로부터 파생된 혼기였다. 즉, 람 또한 흉신의 몸인 것이다.
그게 흉신이 비명을 내지르는 이유였다.
수천.
수만.
수십만 줄기의.
우레가 함선 람을 내리치고 있었다. 10리에 육박하는 선체 전체가, 인류를 절망에 빠뜨렸던 그 무지막지한 함선이 투신이 부른 우레에 난타되며 부서지고 있었다.
함선 위에는 벌레 한 마리조차 움직일 틈이 남지 않았다. 우레는 그 드넓은 면적 전체를 완벽하게 감싸고도 남아, 근처의 허공까지 찢어버리고 있었다.
[끄아아악……!]고통에 빠진 인간이 몸을 비틀듯, 혼기의 폭풍이 뒤틀리는 모습이 이어졌다. 쾅, 쾅, 쾅, 쾅, 쾅, 우레가 떨어질 때마다 람이 앞뒤로, 좌우로 흔들리며 부서져댔다.
마침내 흉신은, ‘위기감’에 휩싸이고 있었다.
신이 된 이후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
패배할 수도 있다는 직감, 이대로라면 곧 모든 게 끝장이라는 불안감, 소멸에 대한 공포.
‘이 내가, 공포를 느낀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심지어 아직 검이 다 펼쳐진 것도 아니다!’
명왕군림검을 이루는 결은 총 셋.
로사는 그 사실을 모르나, 본능적으로 알아보고 있었다. 신의 통찰력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직 이 뇌기의 영역이 더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이, 그 말도 안 되는 가능성이.
[흉신, 감히 내 위에 떠 있을 수 있는 사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반이 왼손을 위로 뻗으며 말했다.
그리고 주먹을 그러쥐자 멈춰 있던 람의 주포가 물감처럼 짓이겨졌다. 흩어진 포격 사이로 드러난 람의 하부는, 꼭 무언가 사납게 움켜쥔 것처럼 찌그러져 있었다. 실제로 반의 기운이 람의 하부를 움켜쥔 상태였다.
이내 반은 서서히 뻗은 손을 아래로 내리기 시작했다.
잡아당기고 있는 것이다.
람은 그저 조금 무거울 뿐인 사물처럼 끌려오고 있었다. 왕좌에서 추하게 끌어내려지는 왕처럼, 볼품없이 끌려오고 있었다.
그 대목에선 아군들조차 충격에 휩싸였다. 아니, 이미 반이 등장한 직후부터 아군들의 내면엔 묘한 불안감이 깃들었다.
‘12기수가 매번 뜻대로 저런 힘을 운용할 수 있다면…….’
‘그가 조금이라도 마음을 잘못 먹는 순간 이 세상은 끝이다. 흉신조차 압도하는 힘이라니!’
방금까지만 해도 흉신의 괴력에 세상이 멸망할까 걱정하던 이들은, 이제 투신의 힘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 힘이 또 다른 흉신이 되는 날을 상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단지 아군이 아닌, 동료들은 그저 감동하며 전율했다. 동료들은 진이 저 초월적인 힘으로 이 세상의 수호자가 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벌써 함선 람은 아까보다 지상에 두 배 이상 가까워졌다. 람을 잡아당기는 반의 힘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광대해졌고, 상부를 타격하는 우레는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흉신은, 간신히 공포를 밀어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자신과 람이 소멸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토록 고대한 싸움을, 이토록 허무하게 끝낼 수는 없었다.
‘찾아야 한다. 찾아야만 해!’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무언가를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
흉신은 의지를 다잡으며 반을 노려보았다.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으나, 어떻게든 찾아내야만 했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막내가 항상 그래왔듯이 말이다.
막내가 늘 해낸 일을, 이제 자신이 해내야 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