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92)
제 777화
196화. 큰 뱀, 아메리스(2)
돌연 진이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하자 아메리스는 잠시 당황한 듯 헛기침을 했다. 헤도도 진을 따라 아메리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흠흠, 그래.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군. 질이 아주 나쁜 놈들은 아니로구나.]“정식으로 다시 소개를 올리겠습니다. 저는 바멀 연합의 총수이자, 59대 룬칸델의 소가주를 맡고 있는 진 룬칸델입니다.”
“저는 바멀 연합의…… 간부? 진, 내가 간부가 맞나?”
“헤도 경이 간부가 아니면 누가 간부겠습니까?”
“하긴. 그렇지. 정확한 직책명은?”
“음, 참모 총장 정도로 하심이.”
“괜찮군. 바멀 연합의 참모 총장이자 산드라 아가씨를 모시는 집사, 헤도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성은 없습니다.”
아메리스는 두 사람이 귀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산드라라면 구덩이 바깥쪽에 있는 아이들 중 하나를 가리키는 모양이로구나. 성미가 다소 괴팍한 아이와 차분한 아이. 둘 중 어느 쪽이냐? 설마 고양이는 아니겠지?]그녀는 십여 리 바깥에 자리를 잡고 있는 발레리아 일행의 존재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전자입니다.”
[고생이 많았겠군. 하나 그 아이 덕분에 네가 그런 힘을 갖고도 타락하지 않은 것일 테지.]헤도는 그 말의 의미를 헤아리지 못했으나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메리스는 생각에 잠긴 듯 보였는데, 희미하게 떠오르는 자신의 기억들을 되짚는 중이었다.
[……그럼 이 몸이 누구인지 알려주어야겠구나. 잠시 기억을 떠올리느라 시간이 걸렸다. 이 몸은 아메리스, 불행한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불멸자다. 내가 깨어 있을 때, 필멸자들은 나를 큰 뱀이라 불렀다.]“용이 아니시군요.”
[용들과 아주 관련이 없지는 않다. 내 먼 후손쯤 되는 존재들이니.]“……먼 후손이라고 하셨습니까?”
용들이 세상에 등장한 시기를 정확히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심지어 용들조차 자신들의 시작을 알지 못했다. 그저 ‘각자의 신이 빚었다’고만 알고 있을 뿐.
아메리스의 말대로라면 방금 진과 헤도는 세상의 오랜 비밀 한 가지를 알게 된 셈이었다.
[그렇다. 서로 소개를 하였으니 이제 하나 묻고 싶군. 너흰 태양신의 부활을 저지하려는 입장이라 하였는데, 어째서 이 몸이 지키는 지하 세계를 탐하였느냐?]“현재 인세에 태양신교라는 괴집단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저흰 그들과 대립하고 있는데, 최근 이곳에 마계의 문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정보를 습득했습니다. 지금 인세가 처한 상황에 대해 설명해드려도 되겠습니까?”
[들어보도록 하지.]한동안 진은 아메리스에게 인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검황성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괴물’에 관한 내용이었다. 글리엑이 소멸한 후 흉신이 탄생한 일, 사건의 배후에 있으리라 추정되는 태양신교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자연스레 거대 세력들의 구도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었다.
아메리스는 주의 깊게 진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때때로 심한 두통을 느끼며 신음을 냈다. 기억이 떠오르고 가라앉고 뒤죽박죽 섞이기를 반복하며 생기는 두통이었다.
“……하여, 굴착을 한 건 단지 실체를 확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태양신에 관한 정보가 너무 없는 상황이니, 뭐라도 알아내야 적들에게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죠. 솔직히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아메리스 님을 만나게 된 겁니다.”
설명이 끝나자 아메리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너희의 입장은 대충 이해하였다. 이 몸이 잠들기 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지상이 꽤 어지러운 상황에 처해 있구나.]“대체 언제 잠에 빠지신 겁니까?”
[정확한 시기는 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아까 너는 지금이 1803년이라 하였고, 흉신을 꺾는 일에 지대한 공을 세운 명왕족들은 반만년 전에 멸망했다고 하였다. 솔더렛이 가까스로 77인을 봉인해서 살려둔 상태고 말이다.]“그렇습니다.”
[내가 잠든 시기가 반만년보다도 훨씬 더 이전인 것은 분명하다. 난 이 세상이 이등분 되었을 때 경계 수호의 운명을 받고 싸우다 잠들었음이니.]아메리스가 말한 ‘경계 수호의 운명’이란, 단지 지하 세계를 찾는 이들을 가로막는 일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운명은 지하와 지상이 섞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세상이 지상과 지하로 나뉜 건 태양신 킨젤로가 죽은 다음이다. 그때 지하로 보내진 것이 너희가 마족이라 부르는 이들이고, 지상으로 보내진 것이 인간을 비롯한 여타 생물들이지.]“그 둘이 섞이지 않아야 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것이 새로운 질서이기 때문이다. 태양신은 죽었고, 그가 관장하던 완전한 세상은 사라졌다.]완전한 세상.
진이 그간 본 태양신교들은 태양신이 부활하면 다시 이 세상이 완전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진과 헤도는 그 점을 생각하며 계속 아메리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러나 완전에서 불완전으로 넘어온 세상이 주는 상실감을 견디지 못하는 자들이 있었다. 당연히 그들은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이지 못했어. 탄생과 죽음, 주어진 운명을 벗어나는 존재들, 그로 인해 생기는 인과율의 손상, 수복하려 할수록 엇나가는 옛 질서. 그런 요소들 때문이었다. 그런 이들은 자연스레 한자리에 모여 태양신 부활을 염원하기 시작했다.]“그게 태양신교의 시작이겠군요. 아메리스 님은 그런 자들이 지하를 찾는 걸 막는 역할이었고요.”
[그렇다. 그러나 나의 전부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이 몸의 머리였던 놈들 중에도 태양신 부활을 꿈꾸는 경우가 있었어.]아메리스는 자신의 머리가 본래 아홉이라 밝혔다. 머리 아홉 달린 큰 뱀, 어느 대륙의 신화에서나 흔히 비슷한 요소를 찾아볼 수 있는 신비로운 존재.
[나는 그 머리들과도 싸워야 했다. 총 다섯 중 하나는 내가 직접 죽인 기억이 나고 하나는 명왕족이 죽였다. 나머지 셋은 잘 모르겠군. 지금껏 활동이 없었으니 이미 소멸했거나 이 몸보다 아래에 있을 터인데, 지금 딱히 느껴지는 기운은 없구나.]“그럼 태양신 부활을 반대한 나머지 머리들은 어떻게…….”
[나를 포함한 네 개의 머리. 이 몸은 너희 앞에 있고, 나머지 셋 중 둘은 마찬가지로 그때의 명왕족들에게 살해당했다. 하나 남은 머리는 지하 어딘가에 남아 있으면 좋겠군.]아메리스의 입장에서 설명하자면 그녀의 머리는 일종의 선악으로 나뉘어 있었다. 태양신 부활을 원하는 다섯이 악이고 반대가 선. 죽음이 확인되지 않은 머리는 악에 셋, 선에 하나였다.
“새로 태어난 불멸자? 잠깐, 그럼 아메리스 님은…… 지금 신이라 불리는 존재들보다 더 오랜 세월 존재하신 것 아닙니까?”
[네가 아는 신들의 이름을 읊어보아라.]진이 아는 신들의 이름을 모두 말하자 아메리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솔더렛과 클람을 제외한 이들은 모두 내가 알지 못하는 불멸자들이로군. 하나 기억이 온전치 않으니, 그들 중엔 나를 아는 자들이 있을 수 있다.]“저희는 그런 아메리스 님의 잠을 깨운 것이군요…….”
[후후, 그것도 겁도 없이 이 몸의 정수리에 무기를 휘둘러서 말이지. 그리고 솔더렛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그는 내게 검술을 알려준 불멸자다.]그 말을 듣자마자 진은 아메리스의 검술이 묘하게 낯익은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솔더렛의 계약자로서 무의식적으로 그의 흔적을 느낀 것이다. 아메리스의 검술을 보며.
“솔더렛이 직접 검술을…… 그와 가까운 사이셨습니까?”
[그는 세상의 새로운 질서에 순응하는 불멸자였지. 당연히 나와는 아주 가깝게 지냈을 것이다. 그가 내게 검이라는 사물의 즐거움을 일깨워줄 때, 무척 즐거웠던 기억만은 선명하구나. 넌 그의 계약자라고 하였지.]“그렇습니다.”
[어쩌면 너희가 오늘 이 몸과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운명일지도 모르겠군.]“그렇다면 좋겠습니다. 애초에 저희와 아메리스 님은 뜻이 같으니, 장차 서로 도와야 할 일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아메리스 님.”
[말하라.]“해주신 이야기 중 이해가 어려운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명왕족에 관한 내용입니다만.”
[왜 그들이 서로 다른 마음을 가진 내 머리들을 두루 살해하였는지가 궁금한 것이냐?]“그렇습니다.”
[간단한 이야기다. 당시의 명왕족들은…… 너희 입장에선 고대 명왕족 정도로 부르면 되겠군. 고대 명왕족들은 다른 필멸자들이 모두 그렇듯 세력이 나뉘어 있었다. 태양신을 부활시키려는 자들과 그걸 저지하려는 자들로.]“당연히 그럴 것 같기는 했습니다.”
[고대 명왕족들은 당시 지상과 지하를 스스로의 의지로 넘나들 수 있는 유일한 존재들이었다. 물론 그럴 때마다 이 몸과 격전을 펼치는 걸 감수해야 했으나, 때로는 나조차 싸움을 피해야만 했지. 그들은 너무 많은 힘을 부여받은 필멸자였다.]아메리스가 본인의 무위를 직접 설명하진 않았으나, 진은 분명 과거의 그녀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권능을 보유했으리라 짐작했다. 애초에 지금도 진, 헤도와 ‘검술 대련’을 한 것일 뿐, 그녀의 진면목은 드러나지도 않은 것이다.
“부여라……. 고대 명왕족들에게 힘을 나눠준 누군가가 따로 있는 겁니까?”
[태양신 킨젤로. 고대 명왕족들이 그토록 강했던 건 태양신의 가장 큰 사념이 그들에게 깃든 까닭이다. 때문에 그들은 더 큰 힘을 갖고자 태양신을 부활시키려는 자들과,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이자는 입장으로 나뉘었다.]그건 현재 라프라로사에 있는 명왕족들조차 모르는 비사였다. 아메리스가 말하는 고대 명왕족과 현재의 명왕족들 사이엔 단절되고 말소된 역사가 존재하고 있었다.
[아마 너와 형제가 된 명왕족은 후자들의 후손일 게다. 전자들이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면 지상은 이미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다. 태양신의 사념이 깃든 필멸자들은, 자연스레 지상을 파괴하기 마련이다. 헤도, 너처럼 타락하지 않고 유혹을 견뎌내는 존재들도 있긴 하다만.]“아메리스 님. 제게도 태양신의 사념이 깃들었다는 말씀이십니까?”
[네가 날 때부터 가졌을 그 괴력이 어디에서 왔겠느냐? 넌 잘못 자랐다면 아마 지상의 역사에 이름이 남을 만한 대악당이 되었을 것이다. 태양신의 사념은 대상이 광기에 빠져 지상을 파괴하는 운명으로 이끈다. 지하 세계, 그리고 그 너머의 제단을 찾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