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08)
제 888화
201화. 시작된 침공(2)
* * *
조룡성채는 하이란 용기사들의 훈련장이자 그들의 동반자인 조룡을 양성하는 공간으로, 적명족은 지플 2급 마탑에 이은 다음 사냥터로 이곳을 골랐다.
조룡성채가 있는 땅인 ‘콰셀 평원’은 용기사 훈련의 특성과 보안 유지를 위해 지역 전체가 용기사와 예비 용기사, 조룡들로만 구성된 곳이기 때문이었다.
적명족에게 필요한 건 강인한 생명체의 피.
적명족의 입장에서 그들은 취하기 쉽고 훌륭한 영양분이었다. 조룡은 유체라 할지라도 백랑족이나 적호족을 뛰어넘는 가치가 있었고, 용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적명족의 기준에서 조룡성채가 가진 방어력은 말 그대로 하찮은 수준이었다. 적명족은 2급 마탑 습격 때 보여준 것처럼 차원 이동과 함대 강하로 순식간에 조룡성채의 상공을 장악했다.
적명족의 붉은 함대는 이번에도 등장과 동시에 포격을 난사했다.
난데없이 상공에서부터 시작된 포격은 겨우 몇 초 만에 성채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공간 도약을 통한 습격이니 당연히 용기사들로서는 대비할 틈이 없었고, 대응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
“감히…….”
까드득!
단테가 머리 위로 떨어진 잔해와 포격의 파편을 쳐내며 이를 악물었다.
평소 단테는 하이란 제2성에서 업무를 보지만, 오늘은 용기사들을 살피러 직접 조룡성채를 찾은 상태였다.
만일 지금 단테가 없었다면.
적명족은 예정대로 손쉽고 빠르게 학살과 약탈을 즐기고 유유히 콰셀을 빠져나갔을 것이다.
“가주,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다, 어린 기사들과 조룡들을 살펴라!”
“예!”
“즉시 그들을 구출해서 대피하도록. 그대들이 대적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리고 가장 빠른 용기사 한 사람을 하이란 제2성으로 보내 이 사실을 알려라.”
“알겠습니다!”
곁에 있던 기사들이 무너진 회의실의 잔해를 밀어내며 흩어졌다.
형용할 수 없이 깊고 거친 분노가 치솟았으나 단테는 이성을 유지하며 바깥으로 나섰다. 척 보기에도 백 척이 넘는 붉은 함선이 성채를 포위하고 있었다.
단테와 함께 중앙 홀에 있던 이들은 모두 최상위 용기사들이다. 그렇기에 첫 포격에 별다른 피해를 받지 않았으나, 다른 쪽에 있던 용기사와 조룡들은 아니었다. 용기사단장 칼마인은 부재중이고, 최정예 용기사들 역시 전부 제국 전역에 파견을 나간 상태였다.
근처에서 죽은 용기사와 조룡들의 시체가 보였고, 귀로는 부하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단테는 차분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적들의 기함을 살피며 검을 뽑았다.
‘진이 말한 적명족인가, 함대만 강한 게 아니다. 탑승자 중에 초월적인 실력자가 있어.’
단테는 직감적으로 그 사실을 알아보고 있었다
지금 성채를 포위한 적명족 붉은 함대의 사령관은 드렉 혼.
적명족 칸 일족의 수장이자 새로이 깨어난 대투왕이었다. 그리고 그는 라키만과 달리 전성기의 무력을 거의 되찾은 상태이기도 했다.
“저 인간은 인세에서 검황이라 불리는 인물이 아닌가. 생김새도 일치하고, 기운 또한 대단하군. 헨지 동포, 왜 저자가 여기에 있는가?”
“죄송합니다, 드렉 동포. 현재 단테 하이란은 제국의 수장인지라 일정을 정확히 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군, 이해하지. 그러니 헨지 동포 역시 지금부터 내 뜻에 의해 불사군이 되는 걸 이해하도록.”
드렉은 헨지라는 적명족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의 머리를 붙잡았다.
“끄아, 악, 아아아…….”
그러자 헨지의 거대한 몸뚱어리가 순식간에 나뭇가지처럼 앙상하게 변했다. 그의 몸에서 빠져나온 피가 붉은 입자로 변해 드렉의 손아귀로 흡수된 것이다. 쩔그럭! 광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에 적명족들은 긴장을 다잡았다.
“함교를 열어라. 검황에게 제안할 것이 있으니.”
기함의 함교가 개방되자 단테는 드렉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드렉은 단테를 내려다보며 흥미로운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검황, 나는 적명족 대투왕 드렉 혼이다. 기회를 주지. 이 보잘것없는 성채를 포기하고 지금 즉시 도망쳐라. 그리하면 오늘은 네 목숨을 거두지 않겠다. 우린 적당한 피를 취한 채 복귀하고, 너는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다.”
단테는 당장 올라가서 드렉을 죽이고 싶었으나 입을 닫은 채 시간을 끌었다. 흩어진 기사들이 다친 예비 기사들과 조룡들을 조금이라도 더 챙길 수 있도록.
드렉은 그 속내를 꿰뚫고 조소를 머금었다.
“어설프게 몇 초 시간을 끌어봐야 오늘 이곳에 있는 인간은 어차피 모두 우리의 양분이 된다.”
제왕검 비기, 천공일섬.
드렉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라시드가 빛을 뿜었다. 전방의 붉은 함대 전체를 휩쓸 듯 거대한 검기가 쏘아졌다.
그러나 드렉은 직접 힘을 쓰지도 않은 채, 함대의 보호막만으로 단테의 일격을 가로막았다. 드렉 본인의 무력은 물론이고, 함대의 성능과 화력 역시 라키만이 킨젤로 3지부를 쳤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것이 대답인가, 과연 검황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검이로군. 내려가서 직접 무기를 섞어보고 싶을 정도야……. 하지만 우린 결투를 하러 온 게 아니다. 침략이지. 아쉽게 됐군.”
함교가 닫히고 드렉의 모습이 사라졌다. 단테는 포효하며 연달아 천공일섬을 펼쳤으나 함대의 보호막은 그럴수록 더 붉은빛을 낼 뿐이었다.
붉은 함대의 보호막이 대단하다 한들 단테의 비기를 계속 받아낼 수는 없다.
다만, 전장의 주도권이 단테에게 없다는 게 문제였다. 붉은 함대는 상공에서 일방적으로, 그것도 성채 전체를 타격할 수 있는 반면 단테는 용기사와 조룡들을 지키며 싸워야 하는 것이다.
다시금 포격이 시작되었다. 적뇌를 머금은 사나운 포격이 조룡성채를 짓밟고 있었다. 단테의 존재를 인지했기 때문에, 드렉은 처음보다 훨씬 더 맹렬한 포격을 명령했다.
‘다 살릴 수는 없다.’
단테는 인정해야 했다. 지금 자신의 능력으로는 결코 이곳에 있는 모두를 보호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드렉의 제안을 받아들여 도망치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드렉 역시 지금 단테와 싸우다 전력에 손실을 입느니 사냥감만 챙겨서 떠나고자 한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오늘 조룡성채에 단테가 찾아온 게 첫 번째 불행 중 다행이고.
두 번째는, 단테가 혼자 온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스아아악……! 크지직!
별안간 적명족 포위망 좌측 상공에 폭발이 일었다. 누군가 그쪽에 모여 있던 함대의 후방을 공격한 것이다.
그간 적명족은 단테의 공격을 막기 위해 전방 보호막에 동력을 집중한 상태였으니 상대적으로 후방은 취약한 상태였다.
적명족의 함선이 아무리 뛰어나도, 지상에서 가장 강한 완력가의 일격을 보호막 없이 버틸 수는 없었다. 적명족들은 급히 후방 보호막을 전개하긴 했으나, 이미 두 척의 함선을 잃은 다음이었다.
“……헨지 동포에게 불사군이 되는 영광을 주기 전에 저 인간에 대한 것도 물었어야 했군.”
드렉이 좌측 함대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엔 헤도, 바멀 연합의 핵심 간부라는 인간인가.”
헤도.
지플의 2급 마탑이 습격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진은 헤도를 제국으로 파견했다. 적명족들의 공격 패턴을 파악하고, 마땅한 대비책이 나올 때까지 단테 혼자서만 제국을 지키는 건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부터 기함을 제외한 나머지 함선은 전부 검황과 헤도를 집중적으로 타격하라. 도주하는 사냥감들은 우리가 잡겠다. 기함은 동력원을 최대로 개방하도록. 내가 직접 뇌기를 증폭시키겠다. 오늘 저들 중 하나는 꼭 처리하고 돌아가는 게 좋겠군.”
성채 전반에 떨어지던 포격이 두 사람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예비 기사와 조룡들은 보다 수월하게 대피할 수 있는 듯 보였으나, 잠깐뿐이었다. 드렉이 자신의 광심장을 동력원에 연결하자마자 기함 ‘바리온’의 화력이 더 높아진 것이다.
바리온의 양 측면에서 날개가 펼쳐지며 사나운 뇌전이 깃들었다. 본능적으로 위험한 느낌이 들기는 했으나, 아직 단테와 헤도는 적명족 함대를 제대로 경험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비행을 시작한 예비 용기사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함께 포격을 막아줄 수 있다면, 조룡을 타고 날아서 도망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바리온의 날개에 맺힌 적뇌는, 콰셀 평원의 하늘을 순식간에 잠식하며 조룡들을 추락시켰다.
바리온의 적뇌가 퍼진 하늘은 용암지대와 같다. 제국 특임대의 적색 연환결계처럼 공중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를 섬멸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특임대가 사용하던 연환결계와는 비교할 수 없이 강대한 위력이었다.
“키아아악!”
“키이익……!”
조룡들이 재가 되어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탑승한 예비 기사들도 모두 재가 되었고, 단테는 밀려오는 허망함을 억누르며 기함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소나기처럼 밀려드는 포격에 거리를 좁힐 수가 없었다. 바리온을 제외한 모든 함선이 단테와 헤도를 압박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대피하던 용기사들은 직접 뛸 수밖에 없었다. 조룡들은 달리면서 씩씩 거품을 물었고, 바리온은 그마저 용납할 수 없는 듯 포격까지 가했다.
말하자면 하늘에도, 지상에도 용기사들이 제대로 도주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검황! 이대로라면 머잖아 용기사들이 전멸할 것이다.”
헤도가 단테의 옆에 서며 소리쳤다.
“헤도 경.”
“그러니 자네가 직접 행렬을 보호하면서 전장을 빠져나가게. 최대한 빨리 하이란 2성으로 가 통신기로 진을 불러. 그때까지 내가 혼자 놈들을 묶어두고 있을 테니.”
용기사들을 모두 포기할 게 아니라면, 그게 최선이었다.
다만 단테는 더 위험한 역할을 맡는 건 당연히 자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조룡성채에 남는 건 분명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인 것이다.
이곳은 제국이고, 하이란의 영토이며, 자신은 하이란의 가주였다.
“……차라리 제가 남겠습니다. 헤도 경이 가십시오!”
“아니, 자네는 강하지만 약골이잖나.”
“언제적 이야기를 하시는 겁니까, 헤도 경이 가는 게 옳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검황 자네가 나보다 튼튼할까? 나는 다쳐봤자 그냥 치료하면 그만이지만, 자네가 죽는 건 제국 전체가 흔들리는 일이다. 그러니까 이럴 시간이 없다. 어서 가서 진을 불러와! 싫다고 하면 적명족이고 뭐고 자네부터 반으로 접어버릴 것이다. 진심일세.”
헤도의 완강한 태도에 결국 단테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헤도 경!”
헤도는 단테가 물러나는 걸 확인하고 적들을 노려보았다.
“후우, 빡빡하군. 그럼 어디 한번 열심히 버텨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