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09)
제 888화
201화. 시작된 침공(3)
단테가 회의실에서 적명족의 습격을 처음 인지했을 때, 헤도는 성채 대기소에서 조룡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단테의 공격으로 붉은 함대가 전방 보호막에 집중하는 사이 후방을 노릴 수 있던 것이다.
어떤 면에선, 차라리 단테가 용기사와 조룡들을 데리고 떠난 게 헤도로서는 더 나은 일이었다. 용기사와 조룡들의 목숨을 생각하면서 싸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최초 포격 시점부터 지금까지 헤도는 조룡과 용기사를 살리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공격에만 진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적들이 후퇴하는 단테와 용기사들에게 아예 시선을 두지 못할 만큼.
단테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무인이다. 자신이 함대와 치고받는 동안 단테의 대열로 흐르는 충격 정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터였다. 즉, 마음껏 싸워도 된다는 뜻.
씨익.
헤도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그의 장검 거력이 새하얗게 빛나며 광대한 기운을 퍼뜨렸다.
특유의 근육이 순식간에 팽창했다. 단단하고 두꺼운 피부, 그 아래로 감춰진 근섬유는 한없이 빽빽한 송곳처럼 바짝 곤두서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사납게 꿈틀거리는 근육들은 언제든 한 점으로 힘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
그 힘이 검에 깃들면 무엇이든 벨 것 같고, 손아귀에 깃들면 무엇이든 찢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치 거대한 기계 장치를 점검하듯 헤도는 잠시 가만히 자신의 몸을 살폈다. 전신이 모두 완벽하게 자신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콰앙-!
몇 줄기의 포격이 헤도를 직격했다. 그러나 적뇌는 그의 무지막지한 육신을 뚫지 못한 채 허공으로 튕겨 나왔다.
헤도는 흩어지려는 적뇌를 붙잡아 우악스럽게 찢어발겼는데, 그 모습에 함내의 적명족들은 일순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저거…… 인간 맞아?’
‘함대 포격을 보호막도 없이 맨몸으로 튕겨내? 미친, 함선으로 도약하고 있다! 지금 하늘엔 드렉 동포가 펼친 뇌기가 가득하건만……!’
기함 바리온의 포격은 아니라 할지라도 적명족들의 상식을 한참 벗어나는 일이었다. 기함 바리온이 펼친 뇌기를 버티려면, 적어도 붉은 함대 이상의 방어력을 지니고 있어야 했다.
헤도의 육체가 함선보다 단단하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저 괴물 같은 인간은, 어느새 검기까지 쏘고 있었다.
검도의 경지, 거력에서부터 터진 검기가 해일처럼 함대를 덮치고 있었다. 단테와 용기사들을 노리던 포격은 검도의 압력에 밀려 궤도를 잃었고, 헤도와 가장 가까운 함대들은 잠시 기울며 뒤로 밀려났다.
검도가 순간적으로 함대의 시야를 가렸다. 좌측, 최전방에 있던 함대가 시야를 회복했을 때, 가장 먼저 적명족들의 눈에 보인 건 함수까지 도약한 헤도의 모습이었다.
“요격! 요격하면서 가시 가동해!”
함선 좌우에서 포신이 빠져나오며 헤도에게 구 형태의 포탄을 쏘았다. 그러나 주포조차 뚫지 못한 헤도의 근육을 그것들 따위가 어쩔 수 있을 리는 없었다. 헤도는 포탄을 피하지도 않으며 함수에 검을 찔러넣었다.
프즈즈즉-!
동시에 ‘가시’라 불리는 함선의 뇌전 보호막이 펼쳐졌다. 바로 지금처럼 함선에 직접 들러붙는 적을 떨구기 위한 장치인데, 어지간한 용들조차 순식간에 떨굴 수 있는 위력을 품고 있었다.
헤도에게는 그조차 그저 따끔한 함정에 불과했다. 헤도는 함수에 꽂은 검신에 기운을 폭발시키며 함선을 파괴했다.
호두처럼 박살 난 함선 속에서 적명족들이 튀어나왔다. 살기 위해 다른 함선으로 도약하는 적명족도 있었고, 어떻게든 헤도를 저지하려고 달려드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 같은 운명을 맞이하는 건 변함이 없었다. 다가온 적들은 일검에 베어버리고, 물러나는 적들을 향해서는 검도를 쏘았다. 검도에 쓸린 적명족들의 육편이 가까운 함선으로 튀어 역겨운 풍경을 자아냈다.
“모조리 부숴주마!”
헤도가 왼손으로 함교를 붙잡으며 말했다. 방금 폭발로 인해 부서졌다고는 하나 함교는 족히 그보다 열 배는 컸다. 헤도는 그걸 돌멩이처럼 들어 올린 채 옆 함선으로 던지고 있었다.
옆 함선에 있던 승무원들은 눈동자를 끔뻑였다. 지금 인간이 부서진 함교를 손으로 들어서 집어 던진 건가? 그런 생각이 든 찰나, 어느새 가까워진 헤도의 얼굴이 보였다.
“헉, 컥!”
파차앙! 헤도가 주먹으로 유리를 부수고는 적명족의 목을 붙잡아 비틀었다. 그러곤 검을 입에 문 채 유리에 난 구멍을 양손으로 붙잡고는, 그대로 함선을 ‘쪼개버리는’ 괴력을 선보였다.
크아아아아아악-!
헤도의 포효가 끝난 순간 그 함선은 반으로 쪼개져 지상으로 추락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말 그대로 종잇장처럼 함선을 찢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벌써 두 척의 함선이 침몰했다. 처음에 후방으로 기습해 부순 것까지 총 네 척, 적명족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비행함선은 분명 최강의 전쟁병기지만 근접전에 어울리지 않는다.
고대나 현대나 함대가 강한 건, 초장거리에서 일방적인 타격이 가능한 데다 기동력까지 우수하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거리가 너무 가까웠던 게 문제였다.
헤도라 할지라도 수십 리 이상 바깥에서부터 함선의 정밀 타격을 견뎌야 했다면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는 없었다. 물론, 지금처럼 근접해서 전투가 시작된 상황에서도 이렇게 할 수 있는 무인은 세상에 채 열 명이 되지 않을 것이다.
헤도는 공중으로 올라와 함선들을 터뜨리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검도를 뿌려 단테에게 향하는 기함의 포격을 비틀고 있었다.
차라리 드렉이 기함을 제외한 백여 척의 함대로 단테 쪽을 노렸다면 조금은 나았을 것이다. 헤도 혼자 그 많은 함대의 포격을 비틀 수는 없으니까.
“검황은 버린다. 지금부터 모든 함대는 거리를 벌리며 헤도를 정밀 타격할 준비를 하라. 내가 직접 놈을 묶어놓도록 하겠다.”
드렉은 빠르게 명령을 수정했다. 계속 이대로 전투를 이어가면 쓸데없는 함대 손실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단테와 용기사들은 아예 포기하고, 헤도를 끝장내려는 것이다.
기함 바리온의 함교가 열리자 헤도는 옆 함선의 함수로 도약하며 숨을 골랐다. 함선과 함선 사이에서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혔다.
포격이 멈췄다. 기함 바리온도 더는 단테와 조룡들에게 포격을 쏘지 않았고, 하늘을 물들인 적뇌도 잦아들고 있었다.
“드디어 대장이 직접 나서는군.”
“지금의 지상 세계는 참으로 놀랍군.”
“놀랐으면 다시 조용히 지하로 가서 죽은 듯이 사시오. 바멀 연합이 있는 한 적명족이 다시 이 세상의 패자가 될 일은 없으니.”
“이해할 수가 없군. 이 하찮은 성채를 지키기 위해 너 같은 인간이 목숨을 걸 이유가 있나? 본래 우리가 취하려던 인간과 조룡들은 너나 검황에 비하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고깃덩이에 불과할 뿐이다.”
“나는 무언가를 지키는 일이 몸에 밴 사람인지라.”
“왜 검황만 도망치게 했나? 다른 인간과 조룡들을 포기했다면 충분히 같이 도망칠 수 있었을 텐데.”
“그야 뻔한 이유지 않겠소. 검황은 지원군을 부르러 갔지. 적명족이 가장 두려워할 이름의 주인을 말이오.”
“진 룬칸델…… 라키만과 파틀록 성채 쪽 동포들의 말을 들으니 놈은 확실히 문제가 되는 인간이더군. 너는 나와 함대를 상대로 그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건가.”
“얼마든지.”
“그래.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너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하필 상대가 나라는 게 문제로군. 착각에서 깨어날 시간이다.”
드렉이 말을 끝낸 순간, 헤도는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끼며 검을 들었다.
기습일 것 같았다. 이렇게 정면에서 시작한 기습이라면, 헤도는 상대가 설령 요나라 할지라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그래서 막았다고 생각했으나, 서늘한 무언가가 자신을 훑고 지나간 것 같았다.
‘뭐지? 아무것도 안 보였다. 내 착각이었나?’
빠르게 온몸의 감각을 깨워봤으나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몸 어딘가를 베이지도, 타격을 받지도 않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피!? 피가……!’
헤도는 자신의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어째서인지 온몸에서 핏방울이 번지며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헤도는 흠칫하며 보호막을 형성했으나, 피는 물리력을 무시한 채 입자로 흩어지며 보호막을 빠져나가 드렉에게 향했다.
드렉은 헤도의 반응을 예상한 듯 미소를 지었다.
“흡혈귀. 봉인되기 전 세상의 수많은 불멸자와 필멸자들은 나를 그렇게 부르더군.”
흡혈, 그게 드렉이 대투왕으로서 가진 고유 능력이었다.
헤도는 본능적으로 거리를 벌리기 위해 지상으로 몸을 던졌다.
‘거리가 벌어지니 확실히 피가 빠지는 속도가 줄어들었다. 근접해서 싸우면 답이 없겠군.’
문제는, 드렉이 가진 게 권능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왜,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나? 거리를 벌리는 게 급하군.”
드렉은 헤도보다도 먼저 지상에 자리를 잡은 채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헤도는 가까스로 창을 피했으나, 방금보다 더 많은 피가 빠져나가는 걸 확인해야만 했다.
당장은 티가 나지 않지만 이대로라면 곧 움직임이 둔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걸 넘어,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함대는 드렉의 명령을 따라 대열을 넓히며 물러나고 있었다. 머잖아 함선은 헤도의 검도가 닿지 않는 거리에서 다시 포격을 시작할 터.
‘붙으면 놈에게 피가 빨리고, 멀어지면 함대가 나를 타격하기가 쉬워진다…….’
진퇴양난이었다.
‘어차피 놈은 검황을 포기한 듯 보이니, 검황 쪽이 안전한 지역까지 멀어질 때까지만 버티다가 도망치는 게 상수일 수도 있겠군. 어차피 진이 도착하면 도주 경로를 알아보고 쫓아올 것이다.’
드렉은 그 속내를 모두 꿰뚫어 보았다.
“아마 버티다가 도망치는 걸 택했을 테지. 그러나 헤도, 우리 함대는 너와 내가 붙어서 싸워도 너만을 정밀 타격하는 게 가능하다. 아까 보니 맨몸으로도 포격을 잘 버티던데, 과연 계속 그럴 수 있을까?”
헤도는 대답하지 않고 검도를 흩뿌리며 뒤로 물러났다. 몸속에서 피가 출렁이는 기괴한 감각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피가 흡수되지 않는 거리’를 쉽사리 잡을 수가 없었다. 드렉의 창이 계속 적뇌를 터뜨리며 헤도의 이동을 방해했다. 응수를 하느라 어쩔 수 없이 드렉과 붙으면, 여지없이 더 많은 피가 빨렸다.
“징그러운 능력이로군.”
드렉이 긴 혀를 뻗어 허공에 방울진 핏물을 핥았다.
“아, 정말 진한 피야……. 원래 먹으려던 기사와 조룡들 따윈 비교도 되지 않겠어. 오늘, 나와 동포들은 네 피로 축제를 벌일 것이다, 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