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10)
제 888화
202화. 드렉 혼의 위기(1)
제국, 하이란 제2성으로 진입하는 관문.
“저게 뭐지? 뭔가 엄청난 속도로 접근하는 중이다.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사람? 사람 같은데. 아니 사람이 이런 속도로 달릴 수가 있, 이런 미친! 섭정 전하시다! 어서 문을 열어!”
관문을 지키던 병사들이 화들짝 놀라며 자세를 고쳤다.
단테가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함께 대피한 용기사와 조룡들이 지친 탓에 혼자 먼저 이곳까지 뛴 것이다.
쌔앵-!
단테가 관문을 지나치자 병사들의 옷과 머리칼이 휘날렸다. 병사들이 언뜻 본 단테는 피부가 말라서 갈라진 채 흉측한 모습이었다.
그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론의 진기를 물려받은 강체가 단지 달리기만으로 탈진 직전까지 내몰렸으니 말이다.
“허어억! 헉! 헉!”
“섭정 전하!”
“크헤엑!”
순식간에 성내로 진입한 후 마침내 걸음을 멈춘 단테는 잠시 숨을 고르며 핏물을 토했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가주! 괜찮으십니까, 무슨 일이……!”
“다, 허어억, 당장, 케헥, 티칸에, 통신, 후우욱.”
“어떤 내용을 전달하면 되겠습니까!”
“즉시, 진, 조룡성채, 출격. 헤도 경, 위험. 적명족, 함대가 습격했다! 규모는, 백 척 이상. 대투왕 드렉 혼까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소궁주도 이곳으로, 보내 달라고 해라! 나도 다시, 가서 싸워야겠으니! 물과 영약들을 가져와라!”
티칸은 즉시 통신을 받았다.
“적명족 습격? 헤도 경이 위험하다고!? 진 공자는 지금 검의 정원에 있다. 바로 연락을 취하도록 하지. 소궁주는 십여 분 내에 그쪽으로 도착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카시미르 전하!}
“내 근육 돼지가 위험!? 어지간하면 그럴 수가 없는데? 국왕님, 빨리 우리 자기한테 알려요. 그리고 소궁주한테 검황 데려가면서 성국도 들르라고 해요! 성왕은 뒈지지만 않았으면 뭐든 회복시킬 수 있잖아.”
[카시미르, 이 몸도 시리스와 함께 가도록 하마. 혹 그놈들과 싸우다 보면 무언가 옛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겠지. 드렉 혼이라, 고유 능력이 꽤 위험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아메리스 님! 근육 돼지는 괜찮은 거겠죠?”
[산드라, 넌 근육 돼, 아니. 헤도를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으나 그는 이 몸조차 순수 검술로는 꺾을 수 없는 인간이다. 그러니 행여 함께 가겠다고 설치지 말고 기다려라. 확실하게 보복하고 돌아올 테니.]“그럼 베일이라도 데려가요.”
[그럴 생각이었다. 함대를 상대하기에 베일보다 특화된 녀석은 드물지.]검의 정원도 바로 통신을 받았다.
[조룡성채, 알겠습니다. 1분 내로 소가주께서 출격할 겁니다.] [집사장, 우리도 가겠소!] [흑검회장, 호법회장, 생도 총교관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곧 룬칸델이 헤도 경을 구해 올 테니 동료분들에게 너무 걱정 말고 기다리라고 전해주도록 하세요, 국왕 전하.]{알겠습니다, 집사장님.}
제국에서 티칸으로, 티칸에서 검의 정원으로.
말리엣의 전승지에서 구한 통신 장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바멀 연합의 각 거점은 순식간에 사태를 파악하고 지원군을 보내고 있었다.
룬칸델 소가주와 전대 가주 셋, 검황과 비궁의 소궁주, 그리고 베일과 큰 뱀 아메리스.
가히 인세 최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파티가 조룡성채로 향하기 시작했다.
[크하핫! 오랜만에 한바탕 시원하게 날뛰겠군. 그 헤도란 녀석은 잘 버티고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증손아. 이크! 여기 집사장 없지? 후우, 증손을 증손이라 부르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한다니.]“출발하겠습니다, 선조님들. 도착하면 저와 증조부님, 알펜 경은 바로 전투를 시작하고, 타샤 경은 붉은부엉이를 안전권에 착륙시킨 후 합류해 주십시오.”
[알겠소.]“놈들에게 우리 바멀 연합의 참모총장을 건드린 대가를 혹독하게 알려주는 겁니다…….”
까득!
진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지하에서 적명족이 깨어난 이래, 오늘은 최고로 분노가 치솟는 날이었다. 그간 킨젤로와 지플만 노리던 놈들이 겁도 없이 바멀 연합을 직접 건드렸으니 말이다.
붉은부엉이가 마력에 휩싸이며 비상하자, 룬칸델 일행은 순식간에 조룡성채로 도착할 수 있었다.
공간 도약을 끝내자마자 붉은부엉이는 포격의 충격에 잠시 중심을 잃었다.
그리고 진은 그 사실에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리 덮개 너머로 붉은 함대가 미친 듯이 포를 토해대는 모습이 보였고, 그건 아직 헤도가 살아있다는 의미였다. 단지 성채를 부수기 위한 포격이라면 진즉 끝이 났어야 했다.
“헤도 경!”
[크하하하! 헤도, 룬칸델 가주들이 널 구하러 왔다!]진과 발라스, 알펜이 포격의 중심으로 뛰어내리며 검을 휘둘렀다. 세 사람의 검기는 한순간에 포격이 형성한 거대한 반원을 지워버리며 그 안에 파묻혀 있던 헤도의 모습을 드러냈다.
“지이인…….”
헤도는 갈라진 목소리로 겨우 진을 부르며 고개를 들었다.
다행히 외적으로 심각한 상처는 없었으나 척 보기에도 내상이 심했다. 특유의 엄청난 근육들은 바짝 말라서 쪼그라졌고(그런데도 거대했다) 한계까지 높아진 근선명도가 징그러울 지경이었다.
“괜찮으십니까!”
“모기… 모기 새끼가, 내 피를 다 빨아먹었다. 다행히 검황이 시간 안에 지원군을 불렀군.”
헤도가 서러운 듯 말했다.
모기 새끼, 드렉 혼과 지금껏 일대일을 했다면 결코 이렇게까지 밀리지 않았을 터였다. 그의 권능이 아무리 부조리해도 분명 싸움다운 싸움을 했을 것이었다.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러나 붙으면 피가 빨리고, 멀어지면 쫓아오고, 뒤엉켜 싸우는 와중에도 함대의 포격은 놀랍도록 정확하게 헤도만을 타격했으니.
드렉 혼의 함대를 홀로 상대한 게 ‘헤도’이기 때문에 지금껏 죽지 않고 버틸 수 있던 것이다.
드렉은 붉은부엉이가 상공에 등장하자마자 즉시 거리를 벌린 상태였다.
“저 모기의 고유 능력은 흡혈이다. 일정 거리 안에선 무슨 짓을 해도 막을 수 없어. 그냥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서 놈에게 흡수된다.”
“알겠습니다, 헤도 경. 물러나서 회복하고 계십시오. 곧 시리스 님이 치유사를 데리고 올 겁니다.”
[으랴아아아! 얼마 만에 이토록 시원하게 검을 휘두르는지 모르겠구나! 오너라, 와라! 와보란 말이다! 기사왕의 검에 죽는 영광은 흔치 않음이니!]발라스는 외팔로 검을 휘두르면서도 붉은 함대의 포격을 화살 쳐내듯 튕겨내는 위엄을 보였다. 그가 호탕하게 웃으며 기합을 뱉을 때마다 터무니없이 거대한 검풍이 일었다.
[시작부터 무리하는 것 아니오, 57대.] [어허! 우리 20대께서 또 섭섭한 소리를 지껄이시는군! 아니면 아메리스 님이 우리의 남은 시간을 늘려준 걸 잊었나? 시한부일 때처럼 야금야금 힘을 쓸 필요가 없잖소, 껄껄!]-[짧으면 6개월, 길면 1년. 아마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의 한계는 그 정도일 거야.]
진이 소가주가 된 직후 타샤가 했던 말.
그러나 아메리스는 연합에 합류한 후 고대의 술식을 이용해 전대 가주들의 소멸을 늦춰둔 상태였다. 따라서 전대 가주들은 힘을 쓰다가 소멸이 앞당겨질 걸 우려하며 싸울 필요가 없었다.
[후후, 57대는 늙어서 전사했으니 혹 지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한 말이오.] [아, 이 사람! 건방진 도발이었구만.] [뭣, 건방져!? 이 사람!? 이보시오, 57대, 지금은 내가 더 젊어도 난 그대의 선조요. 그것도 아주 까마득한. 그간 내가 선조여도 그대의 연배를 생각해 참았건만 이건 좀 아니지 않소?] [큭큭, 그러면 내기를 하자고, 20대. 너무 멀어서 잘 안 보이기는 하는데, 대충 세어보니 함선은 대략 백 척이 조금 넘소. 전투가 끝났을 때 누가 더 많은 함선을 부쉈는지 보는 거요. 기사왕과 빛의 기사, 이긴 쪽의 이름이 더 드높은 것이오.] [좋소! 무르기 없기요.] [그럼, 그럼. 일수는 불퇴 아니겠소.]반은 농, 반은 진심으로 티격태격하며 두 사람은 진의 분위기를 살폈다.
‘고놈 참, 동료가 죽을 뻔해서 그런가 지독하게 살벌하구만!’
‘집사장께서도 이 모습을 본다면 감히 말을 못 붙일 것 같군…….’
전대 가주들조차 흠칫할 만큼 살기 가득한 뒷모습은 과연 검가의 지배자였다.
“타샤 경이 합류해서 헤도 경을 보호하기 시작하면, 전 오로지 저 모기에게만 집중하겠습니다, 선조님들.”
그러니 싸움에 다른 놈이나 함선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하라는 뜻. 전대 가주들은 흐뭇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타샤가 도착하기 전까지, 드렉은 계속 물러나며 연합의 일원들을 살폈다.
‘저자가 진 룬칸델인가, 확실히 검황이나 헤도와 느낌이 다르군.’
퇴각을 해야 하나?
그런 고민이 드렉의 뇌리를 스치고 있었다. 라키만이 제때 귀환술을 쓰지 않아 어떤 꼴을 당했는지 시마트가 입이 닳도록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물러나기엔 소득이 너무 부족했다.
무엇보다, 전성기의 자신이 직접 붉은 함대를 이끌고 있는데 몇 명이 두려워 물러나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그 끔찍한 청명족 투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방금까지 헤도의 피를 취해 봉인되기 전보다 오히려 더 강해지기도 했으니, 어울려볼까. 저들 중 하나라도 잡아서 완벽하게 양분으로 취할 수 있다면, 내가 그놈을 꺾고 다음 투신이 되는 것도 마냥 꿈은 아닐 것이다.’
함대는 헤도를 상대하며 충분히 멀어진 상태.
일단 싸워보고,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그때 귀환술을 쓴다. 드렉은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어차피 모든 동포들이 무사히 귀환술을 쓰려면 미리 챙겨 온 것보다 더 많은 촉매가 필요하기도 했다. 약한 동포들을 조금 덜어내는 것도 방법이었다.
타샤가 일행에 합류하며 쌍검을 치켜들었다. 진은 몸을 풀며 선조들을 돌아보았다.
“살아서 귀환술로 돌아가는 놈들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습니다. 시리스 님과 지원군들이 도착하면 같이 저 함대. 모조리 다 부숴버리십시오. 연구는 잔해로 하면 되니.”
그 말을 끝으로 진은 드렉을 찾아 쏜살같이 전방으로 쇄도했다. 계속 퍼붓고 있던 포격은 속도를 높인 진을 잘 따라가지 못했다.
진은 순식간에 드렉의 위치를 파악하고는 시그문드로 광속 찌르기를 쏘았다. 평원이라는 특성상 포격을 지워버리면 숨을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쩌엉-!
시그문드가 보호막을 찢으며 드렉의 이마를 내리쳤다. 드렉은 창을 세워 공격을 막으며 미소를 지었다.
진이 알아서 흡혈 거리로 들어온 것이다.
“진 룬칸델, 설마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 나는 드렉 혼, 적명족의 대투왕이다.”
“지금은 유언을 말할 때지 자기소개를 할 때가 아니다.”
“대단한 자신감이야, 그러나 날 라키만 따위와는 비교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진은 대답하지 않고 공격을 이어갔다. 우선 헤도가 말한 흡혈이라는 능력이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가졌는지 알아본 후 전투의 흐름을 맞출 생각이었다.
드렉은 방어일변도로 진을 상대했다. 적당히 공격을 받아내기만 해도 피가 들어올 테니까.
그런데 잠시 후, 진과 드렉은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흡혈 능력을 감추는 건가?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전혀 없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왜 놈에게서 피가 빠져나오지 않는 거지!?’
이내 진은, 드렉이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읽어내며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아, 이 모기의 고유 능력. 설마 저주의 한 종류였나?’
드렉의 얼굴에선 빠르게 여유가 사라졌고, 진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왜, 뭐가 잘 안 되는 모양이지? 모기,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진이 그렇게 말한 순간.
전장 후방에서 모트의 기분 좋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보옹, 보옹!
티칸에서 제국과 성국을 거쳐 출발한 연합의 일원들도 막 전장으로 도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