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14)
제 888화
204화. 전쟁 선포(2)
* * *
지플, 드락카.
“제국의 조룡성채가 적명족에게 공격을 당했으니, 우리 선동이 힘을 잃겠군.”
베라딘이 보고서를 살피며 말했다. 지플의 정보원들은 전투를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폐허가 된 조룡성채를 확인한 상태였다.
보고서 옆에는 소식지들이 놓여 있었다. 루테로 연방의 소식지들은 모두 진과 바멀 연합이 적명족을 깨워 인세를 위협한다는 내용을 선동했고, 휴페스터의 소식지들은 조룡성채의 대승을 상세히 알리고 있었다.
대조가 될 수밖에 없었다. 피해 상황만 비교해도 지플은 2급 마탑을 잃었고, 바멀 연합은 조룡성채를 잃었으나 대부분의 예비 기사와 조룡을 구출하고 드렉과 함대까지 격파했으니까.
“휴페스터는 진 룬칸델로 인해 적명족이 깨어났다는 부분에 대해선 제대로 된 반박기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만 집중적으로 공략을 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그렇게 진행하세요, 로닐 형님. 어차피 추후 우리가 역사를 직접 수정하게 될 때의 수고를 덜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그 부분이니까. 다만 이번 일로 대중들은 한 번 더 우리가 바멀 연합보다 무능하다는 느낌을 받겠군요. 그게 사실이라는 게 더욱 뼈아프고 말이죠.”
“……기술력이 문제입니다. 바멀 연합은 순간 이동 능력에 더해 초장거리 통신 수단도 확보한 것 같습니다. 제국 내에 심어둔 첩자들이 확인한 내용입니다.”
사트린의 말에 베라딘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 가주가 제때에 발레리아 히스터를 처리하고, 팅겐 바우어를 잘 지켜냈다면 이렇게까지 기술 격차가 나지는 않았을 텐데. 우리가 바멀 연합처럼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단 하나, 적명족으로부터 탈취하는 것뿐입니다. 흉신전 직전까지 기껏 투자한 혼돈 제어 기술은 이제 거의 쓸모가 없어졌으니까요.”
문제는 적명족의 본거지를 전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답답한 일입니다. 선공권은 완전히 적명족이 쥐고 있으니, 사실상 우리가 그들의 기술을 분석하려면 침공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전투가 끝난 후 남은 잔해를 살펴보는 게 고작일 겁니다, 가주님. 물론 어떻게든 적명족을 생포한다면 조금은 낫겠지요.”
“그마저도 우린 바멀 연합보다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은 이미 킨젤로 3지부와 조룡성채 전투를 통해 적명족의 물건이나 잔해를 꽤 많이 손에 넣었을 테니. 발레리아 히스터와 팅겐 바우어가 열심히 분석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번 패배로 인해, 놈들은 진을 더욱 두려워하게 되었을 겁니다. 다들, 그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베라딘이 눈을 가늘게 뜨며 간부들을 둘러보았다.
“앞으로 적명족은 우리와 킨젤로만 노릴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킨젤로는 침공했더니 뜬금없이 진이 나오는 걸 확인했으니, 둘 중 우리를 치는 게 더 안전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겁니다.”
회의실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가주, 혹시 무녀로부터 무언가 들은 바는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망령대장. 기도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곧 무언가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고는 하더군요. 전 가주의 행방과 적명족의 본거지, 그 두 가지를 알아내는 일은 무녀의 몫입니다.”
당연하게도 지플은 여전히 켈리악 지플을 추적하고 있었다. 켈리악과 쉬누를 완벽하게 끝장내야 마신석의 완성을 가속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무녀가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겠군요. 무녀가 결과를 획득할 때까지의.”
옥타비아가 그렇게 말한 순간, 복도 쪽에서 소란스러운 기색이 들려왔다.
“무슨 소란이냐!”
말석에 앉은 간부가 소리치자 문사 한 마법사가 안으로 들어섰다.
“가주님! 지금 적명족의 함선들이 연방을 돌며 이런 종이를 살포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뭣? 놈들의 함선이 연방 상공을 날고 있다는 말이냐!?”
“이리 내라.”
문사가 다급한 얼굴로 베라딘에게 내민 쪽지엔 이런 내용이 쓰여 있었다.
(루테로 연방의 인간들에게.
우리 적명족은 현 시간부로 지상의 루테로 마법 연방에 전쟁을 선포한다.
연방은 결코 우리를 감당할 수 없다.
그러나 전쟁이 우리의 승리로 끝났을 때, 연방에 남는 것이 피와 죽음, 전쟁의 상처 뿐만은 아닐 것이다.
정식으로 전쟁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린 ‘연방군’ 소속이 아닌 평범한 인간들에게 두 가지 약속을 하겠다.
첫째, 우린 일반인 피해를 배제한 채 전쟁에 임한다. 우리는 정복자지 학살자가 아니다. 군인들 또한 항복하면 즉시 일반인으로 간주하고 합당한 대우를 해 주겠다. 우리 검과 포격에 죽는 것은, 오로지 군인들 뿐이다. 절대로, 일반인이 학살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둘째, 전쟁이 끝난 후 우리는 루테로 마법 연방의 문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적명족의 우월한 기술과 자원으로 연방 전체가 재설계될 것이며, 일반인들은 그 모든 혜택을 평등하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다음 목적은 지플의 1급 마탑 중 하나, 일주일 안에 너흰 1급 마탑 하나를 잃게 될 것이다.
마음껏 대비하라.
적명은, 다시 이 세상을 완전하게 만들 것이다. -적명족 대투왕 바카룬 융.)
종이를 살펴본 간부들은 한동안 말을 잊은 채 눈동자를 끔뻑였다.
메시지만 보면, 이미 적명족은 자신들의 완승을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친절하기도 하군. 다음 목표까지 알려 주다니.”
베라딘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으나 간부들은 간신히 분노를 억눌렀다. 지난 천 년간, 지플은 단 한 번도 이런 식의 도발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종이를 살포한 적명족의 함선들은 어떻게 되었나?”
“저는 페일린에 나타난 것만 봤습니다. 연방 함대가 즉시 격추를 시도했으나, 별다른 피해 없이 도주에 성공했습니다. 아군 대형함들은 아예 추격이 불가능할 정도로 속도 차이가 심했고, 소형 고속함은 견제를 뚫을 수 없어 계속 쫓지 못했다고 합니다.”
“함선 기술력 차이가 있으니 어쩔 수 없었나 보군. 페일린엔 현재 대기 중인 초인도 없고.”
“그렇습니다, 가주님.”
“알겠다.”
종이를 가져온 마법사가 나가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베라딘은 잠시 고민하며 간부들을 쳐다보았다.
“지금 즉시 연방 전 지역 1급 마탑 전면전 태세로 전환하고, 외부 파견 중인 주요 함선들 복귀시키세요.”
“마탑 인근 일반인들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봉쇄하세요. 피난갈 수 없도록. 놈들이 정말로 일반인 피해를 배제하며 싸우는지 지켜봅시다.”
말하자면 베라딘은 일반인들을 인질처럼 활용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적명족이 선전포고에 굳이 일반인을 건들지 않겠다는 내용을 강조한 이유를 알 것 같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결과가 말해 주고 있습니다. 우린 전쟁에서 적명족보다 우위를 점한 영역이 거의 없습니다. 함대 성능은 물론이고 통신 수단, 기동력 역시 한없이 부족하죠. 그러니 어떻게든 그간 준비한 것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일반인들을 방패로 내세워서.”
“……가주께선 놈들이 선전포고와 달리 일반인 살상을 거리낌 없이 자행한다면 그런 시간조차 벌 수 없으리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우리 지플이.”
“그건 적명족의 진짜 전력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다르겠죠, 망령대장. 다만 놈들이 일반인들을 학살하더라도, 우리로서는 그리 나쁠 게 없습니다.”
“어째서 그렇습니까?”
“그런 짓을 하면 진이 우리와 적명족의 전쟁을 마냥 방관하지 못할 테니까요.”
베라딘은 그렇게 답하며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 * *
[선전포고문에 적명족들이 너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가 잘 드러나는구나.]아메리스가 말했다.
티칸도 적명족의 선전포고문을 입수하자마자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놈들은 일반인들을 학살하면, 설령 그들이 연방 소속이라 할지라도 네가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 그러니 네가 이번 전쟁에 참전하는 것만큼은 피하고자 이런 내용을 강조한 것이야.]적명족들은 시마트 일당이 봉인에서 풀린 직후부터 계속 지상의 정보를 수집해왔다. 당연히 일반에 공개된 흉신전의 기록도 살펴보았으며, 비먼트 황가로부터도 진을 자극하지 않는 방법을 전해들었다.
그게 바로 절대 일반인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철칙인 것이다.
실제로 적명족에게 일반인들이 학살된다면, 진은 주저하지 않고 바로 지원을 갈 터였다. 그것이 회귀자로서의, 현재 세상의 한 축을 지배하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마땅한 도리니까.
말하자면, 현재 지하 최대 세력과 지상의 가장 오래된 패자가 치르는 전면전임에도.
일반인들은 전시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 셈이었다. 진 룬칸델이라는 한 사람의 영향력으로 인해서.
물론 전쟁인 만큼.
루테로 마법 연방의 일반인들은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군 소속 가족을 잃을 수도 있고, 생계와 보금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대량학살은 완전히 금한다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적명족이 스스로 선언한 내용을 잘 지켜주기만 하면, 바멀 연합으로서는 나쁠 게 없는 상황이었다. 순전히 ‘적’들끼리만 서로 피를 흘리며 싸우는 것이니까.
“지난번 회의 때, 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시간이라 말했었습니다. 함대를 생산하고 통신 장치를 전 지역에 보급할 시간, 양산형 이엘로와 마법 기사 부대를 완성할 시간, 적들이 보유한 수단들을 알아볼 시간, 무라칸이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 내 형제들이 바깥으로 나올 수 있는 방법을 완성할 시간 등. 그리고 지금, 시간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 같군요.”
진이 말하자 동료들이 그를 쳐다보았다.
“적명족과 지플, 선전포고문이 잘 지켜진다면 두 세력의 전쟁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적명족은 일반인 때문에 무차별 포격을 할 수 없고, 지플은 놈들의 본거지를 모르니 선공권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한쪽이 실마리를 발견하는 순간이 관건입니다.”
적명족의 입장에선 더 이상 진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
지플의 입장에선 그들의 본거지를 찾아내고, 전력으로 붙어서 승리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
그 두 가지 요소가 이번 전쟁의 핵심이었다. 둘 중 하나가 성립될 때까지, 바멀 연합은 추후 반드시 확장될 전쟁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즉시 성명문을 발표해야겠습니다. 일반인을 학살하지 않는 한, 우린 전쟁에 결코 참전할 일이 없다고. 아울러 연방에 고립된 일반인들에게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내용도 덧붙여야겠군요. 우선 첫 전투는 직접 확인을 해 봐야겠으니, 인원 꾸려서 각 1급 마탑에 침투할 준비도 시작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