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16)
제 888화
204화. 전쟁 선포(4)
* * *
같은 시각, 지플은 적명족으로부터 두 지역을 더 공격받고 있었다.
큐운 자치구의 1급 마탑과 이야기의 탑에도 적명족의 침공이 시작된 것이다. 다만 리스릿 자치구와 달리, 그 지역들을 공격한 건 공중요새가 아니라 함대였다.
“역시 지플은 지플이라는 건가, 함대 전력이 상당히 밀리는 듯 보이는데도 잘 싸우는군.”
퀴칸텔이 말했다. 그녀와 발카스, 라타는 무명 최고 살수 비젠의 도움을 받아 큐운 자치구에 잠입한 상태였다.
큐운의 마탑을 친 붉은 함대는 약 이백 척, 대투왕 라키만이 이끌고 있었다.
반면 마탑에 포진한 지플의 함대는 백오십 척 수준이니, 함선 기술력은 물론이고 물량에서도 지플이 밀리는 모양새였다.
다만 현재 큐운엔 옥타비아와 그녀의 수호룡 살리온이 있었다. 그녀는 차원문이 열리자마자 마탑의 꼭대기로 올라 마법을 난사하며 붉은 함대를 저지하는 괴력을 보였다.
“옥타비아 지플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맞다, 발카스. 옥타비아가 아니었다면 전세는 금방 기울었을 거다. 지플의 대마법사란 수호룡과 마탑의 보조를 받을 때 가장 강력해지는 법이지. 흉신전 때보다 더 강해지기도 했어. 깨달음을 얻은 모양이군.”
큐운의 전세는 메리 일행이 본 리스릿 마탑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적명족 측은 공중요새가 없고, 지플 측엔 인세 최상위권 초인이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적이라고는 하나.
일행은 옥타비아의 저력을 확인하며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녀 한 사람의 힘이 전투를 좌우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것이다.
“네놈들이 우리 지플을 얼마나 우습게 보았기에 이런 짓을 벌인 것인지는 모르나, 오늘 네놈들은 오만의 대가를 치르고 돌아가게 될 것이다!”
지플 제2함대 기함, 루시아가 부상하며 옥타비아의 앞에 자리를 잡았다. 옥타비아는 루시아의 선두에 오르며 시뻘건 안광을 번뜩였다.
콰르륵!
홍련의 마안, 과거 검황성전에서 진을 한계까지 몰아붙인 전용 비기가 온 하늘을 화염으로 잠식하고 있었다.
풍룡 살리온이 발산하는 폭풍이 홍련의 바람을 붉은 함대로 옮기고 있었다. 역병처럼 번진 불길에 붉은 함대가 주춤하며 포격을 멈췄다.
방어막에 적뇌를 더 집중시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보호막 연계를 위해 붉은 함대는 산개를 포기하며 한 곳에 뭉쳤고, 옥타비아와 마탑도 그에 맞춰 화력을 집중시키는 모습이 이어졌다.
“기함 루시아, 돌진하라! 내가 직접 놈들의 진형으로 들어서서 박살을 내겠다.”
“대장님, 아직 초전입니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뒷일을 생각하며 싸워서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다, 적명족이라는 놈들은. 분명 다른 마탑들도 침공을 받고 있을 거다. 아까 탑주의 지팡이가 신호를 보냈었으니, 아마 리스릿 쪽은 벌써 패배했다는 뜻이겠지. 우리라도,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한다!”
“알겠습니다, 망령대 1선 전원 집결하겠습니다!”
각 함선과 마탑 곳곳에 흩어져 있던 망령대들이 순식간에 기함 루시아로 모이는 모습이 이어졌다.
옥타비아는 정말로 죽음을 각오한 듯 비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선전포고, 그것도 타격 지역까지 예고한 첫 전투에서 전 지역이 패배하면 지플엔 미래가 없었다.
그 치열한 마음이 옥타비아를 더욱 매섭게 만들고 있었다. 지팡이가 머금은 빛 마력은 한없이 날카로웠고, 그녀의 뒤로 집결한 망령대는 형형한 살기를 뿜었다.
지금 이곳엔 마신석이 없다.
따라서 옥타비아와 망령대가 죽으면, 다시 부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설령 시신을 회수해 추후 부활에 성공하더라도 결코 온전할 수는 없었다. 뒷일을 배제한다는 건 빈말이 아니었다.
“충돌 5초 전! 4, 3, 2……!”
콰드드드득-!
기함 루시아의 선두가 붉은 함대의 보호막에 부딪혔다. 선두는 즉시 박살이 났고, 붉은 함대의 보호막엔 그만한 균열이 일었다.
선체로 올라와 대기하고 있던 적명족들이 광심장을 빛내며 적뇌를 쏘아댔다. 옥타비아와 망령대는 마법과 지팡이로 적뇌를 쳐내며 단숨에 적함으로 진입했다.
“루시아는 계속 들이박아라, 모조리 부서질 때까지! 우린 이대로 놈들의 기함까지 진입한다!”
여전히 옥타비아의 눈동자엔 홍련이 불타고 있었다. 평전사들은 그녀와 눈이 마주치는 것만으로 온몸이 불타며 몸을 꺾었고, 급수가 높은 투왕들은 그나마 잘 버티는 듯 보였으나 감히 그녀에게 붙을 엄두를 못 냈다.
함대 간 포격전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두 함대는 물론이고, 포격과 그 잔해를 받아내는 지축도 당장 부서질 듯 진동했다.
벌써 양측을 합치면 50대가 넘는 함대가 부서진 상황이었다. 적명족은 무난한 승리를 기대했으나, 지금 그들이 겪는 건 치열한 난전이었다.
“진 룬칸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저것도 도저히 인간이라 여길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군. 옥타비아 지플, 지플의 망령대장이라 했던가.”
라키만이 함교에서 옥타비아와 망령대의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라키만 동포. 지플의 실질적인 2인자입니다. 기세가 매섭기는 하나, 여기까지 도달하는 건 무리일 것 같습니다.”
“안돌린 동포는 아직 보는 눈이 부족하군. 내가 직접 저자를 끝장내지 않으면, 이번 침공은 반드시 실패로 돌아간다.”
“하지만 라키만 동포께선 아직 내상이.”
라키만은 지난번 진에게 당한 내상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이기기 위해서다. 여기 시마트 동포가 있었다 할지라도 같은 의견을 냈을 터. 기함 라비에트 앞에 배치된 함선들을 물리고, 함교를 열어라. 내가 직접 상대하겠다. 그리고 각 함내의 모든 1급 투왕들은 망령대를 상대할 준비를 하라!”
라비에트 앞으로 늘어섰던 함선들이 좌우로 퍼지자, 옥타비아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저 멀리, 라키만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라키만 호그, 적명족의 대투왕이다. 가치 있는 피를 가지고 있구나, 옥타비아 지플.”
“아, 라키만 호그. 겁도 없이 룬칸델 소가주에게 덤볐다가 깨진 그 머저리였나. 유서는 미리 써두고 왔을 테지?”
“후후…… 이쪽도 더는 망신을 당할 수 없는 입장인지라. 그날처럼 방심할 일이 없으니, 너희들에겐 안타까운 일이겠구나.”
“루시아, 쇄도하라아!”
쿠지지지직-!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루시아가 속도를 높이며 옥타비아가 서 있던 적명족의 함선으로 쇄도했다.
함선은 그대로 반으로 갈라졌고, 살리온은 옥타비아와 망령대를 바람으로 고정시켜 다시 루시아의 부서진 선두로 올려보냈다.
그리고 루시아는 살리온의 바람을 추진력으로 삼아 계속해서 라비에트를 향해 전속으로 전진했다. 그사이 라비에트의 함포가 수차례 루시아를 강타했으나, 옥타비아와 망령대의 연환 마법에 상쇄되어 힘을 잃었다.
결국 루시아와 라비에트가 격돌하며 엄청난 충격파가 일었다. 근처에 포진한 함대들이 밀려났고, 두 함선의 승무원들 절반 이상이 그 여파에 목숨을 잃었다.
옥타비아와 라키만조차 일순 온몸이 부서지는 감각에 휩싸이며 서로를 노려보았다. 지팡이와 라키만의 검이 부딪힌 순간, 맞물린 두 함선은 그 압력을 못 이기며 서서히 추락을 시작했다.
만일 라비에트가 얼마 전 진의 명왕군림검과 업화에 손상을 입은 상태가 아니었다면, 루시아만이 부서지며 추락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두 함선은 엇비슷한 방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함대 성능의 평균은 적명족이 우월할지라도, 기함끼리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추락하는 두 기함을 향해 적명족의 1급 투왕들이 난입하고 있었다. 망령대가 흩어지며 투왕들을 상대했고, 옥타비아는 오로지 라키만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수많은 마법과 적뇌, 검과 지팡이가 엇갈리며 허공을 일그러뜨렸다. 옥타비아와 라키만은 벌써 온몸에 잔상처가 가득했다.
기함들의 추락이 끝나가고 있었다. 이미 두 함선이 떨어질 지반엔 충격파가 만든 거대한 구덩이가 형성된 상태였다.
“망령대, 흩어져서 충격을 피해라!”
“투왕들은 흩어져라!”
옥타비아와 라키만이 소리를 질렀다. 각자의 기함이 땅을 박고 폭발하면 그 여파에서 나머지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망령대와 투왕들이 기함 바깥으로 몸을 내던진 순간.
옥타비아와 라키만은 서로에게 무기를 겨눈 채 각자의 비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큭, 대장님!”
“대투왕 동포……!”
칭, 퍼어어엉……!
이내 두 함선이 추락하며 마력과 적뇌가 분출되는 모습이 이어졌다. 새하얗고 붉은, 거대한 기둥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망령대와 투왕들로서는 결코 버틸 수 없는 끔찍한 폭발, 모든 함대가 잠시 포격을 멈추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거대한 함선들이 폭풍우 앞의 나룻배들처럼 미친 듯이 출렁이고 있었다.
폭발은 3분이 넘도록 계속되었다. 마침내 열기가 조금 잦아들며 육안으로 기함들을 확인할 수 있을 때, 먼저 그 속을 빠져나온 것은 옥타비아였다.
“후우, 훅, 큽……!”
그녀는 핏물을 토하며 구덩이를 노려보았다. 그 모습에 망령대도, 투왕들도 아직 결판이 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잠시 뒤 반대쪽에서 잔해를 뚫고 빠져나온 라키만은 옥타비아보다 훨씬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뼈가 보일 만큼 깊은 상처가 온몸에 가득했고, 움직일 때마다 그 틈으로 핏물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광심장만큼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빛나고 있었다. 라키만은 그 광심장을 부여잡으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성채화는 오랜만이로군…….]대투왕의 전투 변신을 행한 것이다. 변신을 끝낸 그는 붉고 거대한 뱀과 같은 형태였고, 방금 전과 달리 지친 기색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설마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나, 옥타비아 지플. 실망한 얼굴이로군.]“이쪽도 아직 꺼내지 않은 수가 많다, 와라. 끝장을 내줄 테니!”
옥타비아는 핏물을 뱉으며 다시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 * *
이야기의 탑.
“망령대장이 선방하고 있군.”
베라딘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큐운 마탑을 직접 보지 않고도 전황을 알아보고 있었다.
하늘엔 지플의 1함대와 붉은 함대가 포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쪽은 지플의 물량이 압도적이었다. 침공한 붉은 함대는 칠십 척쯤인 반면, 이야기의 탑에 대기하던 함선은 오백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다행이군요.”
사트린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러니 어서 저들을 처리하고 망령대장을 지원해야겠습니다. 놈들도 오늘 이야기의 탑은 그저 한 번 살펴보기나 하려고 찾아온 모양이니. 아마 곧 차원문을 열고 퇴각할 겁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가주. 대규모 순간 이동을 믿고 칠십 척만 보낸 것일 테니.”
“하지만, 도망칠 수 없는 상황이 있다는 것도 알려줄 필요가 있겠죠.”
“……놈들을 붙잡을 방법이 있는 겁니까?”
“탑을 개방하도록 하세요, 집정관. 놈들의 차원문을 조작하겠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탑에 온 적명족 함선 칠십 척은, 단 한 대도 빠져나갈 수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