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35)
제 888화
209화. 테마르의 일곱 번째 무덤 – 케이탐의 그림(9)
[네놈…… 창성의 기운을 가지고 있었군.]가짜 무라칸이 흉부에 생긴 상처를 영기로 덮으며 말했다.
진은 검황성전 때 론에게 그 기운을 받은 적이 있기는 하나, 지금 가짜의 심장을 벤 건 순전히 영검의 위력이었다.
[아니지, 아니지. 내가 아니라 네놈이라서 베인 거지. 전성기의 이 몸이었다면 저걸로도 어떻게 안 돼. 이 싸구려 가짜 새끼야.]상처를 회복한 가짜는 겉보기엔 아무런 타격이 없는 듯했다.
그러나 아무리 작다 할지라도, 심장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 의미하는 건 영구적인 손실이다.
이제부터 가짜는 진 일행을 상대로 무적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일행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 가짜라 할지라도, 상대는 전성기로 묘사된 무라칸이었다. 물론 무라칸의 표현처럼 진짜 그에겐 못 미치는 모양이지만, 분명 그림 속 세계를 통째로 끝장낼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브라다만테가 다시 영기로 어둡게 젖었다. 프레이가 펼친 마검 비기, 하말렌의 진노는 이제 드넓게 펼친 냉기를 한데 모아 가짜에게 집중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가짜가 움직이려는 찰나, 드라낙스와 비올로가 동시에 마검 비기를 펼쳤다.
룬칸델 마검 비기
지옥환영검 – 드라낙스 룬칸델
풍신검 – 비올로 룬칸델
드라낙스의 마검은 불, 비올로의 마검은 바람을 품고 있었다. 좌우로 도약한 두 사람의 검이 각각 거대한 불과 바람을 퍼뜨리며 비기를 형성했다.
지옥환영은 사슬검의 특성을 극한까지 살린 검이었다. 채찍처럼 늘어난 검신이 순식간에 가짜를 휘감으며 붉은 검막을 일으켰다. 가짜는 날개가 찢기고 쉴 새 없이 몸에 찍히는 사슬검 때문에 뜻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지옥환영검을 파훼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보다 더 강하고 빠른 일격으로 드라낙스를 직접 타격하는 것뿐이다.
그나마 가짜는 회복력을 기반으로 지옥환영의 피해를 그냥 감당하며 드라낙스를 노릴 수 있으나, 그조차 비올로의 마검에 가로막히고 있었다.
바람의 신.
비올로는 ‘바람’이라는 속성으로 위대한 이명을 가진 처음이자 마지막 기사였다. 룬칸델 마검의 역사가 끊긴 뒤로 이명에 바람이 붙는 건 늘 마법사들, 주로 멜자이어의 계약자에게만 해당되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비올로야말로 신의 도움 없이 풍신의 이름을 쟁취한 유일한 인물이었다. 공중전에서 십대기사들이 탄 검풍을 자유자재로 바꾼 것도 그였으며, 지금 가짜가 바람을 일으켜 기동할 수 없도록 ‘베어버린’ 것도 그였다.
눈에 보이지 않음에도 진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비올로의 검이 바람을 통제하며 검신으로 흡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흡수된 바람은 비올로가 뜻할 때 검풍으로 변환되어 가짜의 온몸을 찢어발겼다. 십대기사들이 펼친 마검의 세 가지 속성이 가짜를 옭아매고 있었다.
그들은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고자 마검을 펼친 게 아니었다. 오로지 가짜를 묶기 위한 검이었다.
놈에게 근본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건 오로지 진뿐이니 말이다. 진은 마치 그 시절의 테마르처럼, 십대기사들의 보조를 받고 있었다.
[크랴아아!]무라칸도 십대기사들에게 합세했다. 원거리에선 십대기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위치로 숨결을 연사하며 접근했고, 근거리에선 가짜와 뒤엉켜 미친 듯이 놈을 물어뜯고, 앞발과 날개와 꼬리를 휘둘러댔다.
어쩔 수 없이 마검 비기들이 무라칸도 일부 타격하기는 했으나, 십대기사들이 적절히 조절해 심각한 충격이 되지는 않았다.
진은 언제든 검기를 발산할 수 있는 자세를 유지한 채 전투하는 이들을 응시했다. 무라칸과 십대기사들이 놈을 억제하는 동안엔 직접 들어가서 심장을 노리는 것보다, 검기로 저격을 하는 게 맞다는 판단이었다.
모두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고, 각자의 공격 경로를 예측할 수 있는 실력이 있기에 가능한 전술이었다.
‘프레이 경의 마검 비기가 중심이다. 그러나 처음보다 기운이 약해졌으니, 무라칸의 장막을 필두로 견제하는 모양새가 되겠지.’
예상대로 하말렌의 진노가 옅어지자마자 십대기사들은 미리 약속한 듯 유연하게 합공을 변경했다.
대신 프레이는 비올로의 검풍을 타고 무라칸과 함께 끊임없이 가짜의 후방을 노렸다. 마검 비기로 인해 초대량의 오러와 마력을 발산하는 일에만 제약이 생겼을 뿐, 그녀의 일격은 하나하나가 최상위 초인의 격을 품고 있었다.
“카아아아!”
드라낙스가 기합을 내지르며 지옥환영검의 절정부를 시작한 순간, 한 줄기의 검은 검기가 하늘을 가로질렀다.
진의 영혼 베기가 가짜의 가슴을 정확히 벤 것이다. 방금 전처럼 조각이 떨어지진 않았으나, 영혼 베기는 분명 놈의 심장을 일부 파괴했다.
‘느리다 할지라도, 결국 언젠가는 완전히 박살이 날 거다.’
가짜에게 남은 패가 있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예측할 수는 없었다. 진이 알고 있는 무라칸의 기술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애초에 무라칸도 전성기를 회상할 때면 특별한 기술보다는 주로 압도적인 힘을 통해 그냥 찢어발겼다고 했으니까.
‘영기 해방, 흑쇄, 혹은 숨결의 강화판일 것 같지만, 다른 무언가가 더 있을 수도 있다. 무라칸은 전성기 시절의 기억이 거의 없으니.’
이격.
두 번째 영혼 베기가 전장을 양분했다. 무라칸과 십대기사들은 진이 영혼 베기를 쏘는 순간마다 잠시 산개하며 공격을 원거리로 전환했다.
이번에도 영혼 베기는 심장을 놓치지 않았다. 심장 어딘가를 관통해서 등을 뚫고 시커먼 검기가 빠져나간 것이다.
[크하아악!]가짜는 탁해진 영기를 토하며 바닥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뻘겋게 불타는 지옥환영검이 놈의 오른다리를 휘감았고, 비올로는 검신에 품은 모든 바람을 일제히 놈의 추락에 보탰다.
놈이 내리꽂힌 탓에 폭풍성 안채 일부가 완전히 허물어지며 거대한 구덩이가 형성되었고, 그 충격파에 성벽들이 파괴되었다.
처음으로 도약한 진은 놈이 빠져나오기 전에 공중에서 구덩이 속으로 영혼베기를 난사했다.
시야가 없으나 이미 한계까지 거대해진 검은 검기는 어딜 타격하더라도 심장을 건드릴 터였다. 검기가 단단한 무언가에 막혀 이리저리 휘고 꺾이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었다.
“후우……!”
이내 숨을 고르며 지상에 착지하는 진. 땀에 젖은 머리칼이 무거웠고, 방금까지 극도로 정신을 집중한 탓에 일순 머리가 멍해지는 감각이었다.
아직 놈은 살아 있다.
공격을 멈춘 건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함일 뿐, 일행은 여전히 감각을 곤두세운 채 구덩이를 바라보았다.
지반을 깨부수며 순식간에 구덩이를 빠져나온 가짜는, 온몸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주변에 퍼뜨리고 있는 영기는 불안정하게 꺼졌다가 형성되기를 반복했고, 반투명하게 변한 흉부엔 여기저기 깎이고 터진 검은 심장이 보였다.
분명 심대한 타격을 받은 듯 보이는 기색이나.
묘한 위화감이 일행을 엄습하고 있었다. 지금 접근해서 끝내려고 했다간 오히려 역풍을 맞는다는 직감.
[푸흐흐흐…….]놈은 울컥 영기를 토하고는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를 냈다.
[뭐야, 자포자기를 한 거냐? 엉?] [무라칸…… 불현듯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를 알겠군. 나 자신을 너라고 생각하며.]그 말에 일행의 눈동자가 커졌다. 특히 십대기사들은 잠시 격해지는 감정을 억눌러야만 했는데, 그간 무라칸을 원망했던 마음 때문이었다. 진짜 무라칸과 함께 싸우며 새로이 신의를 다지긴 했으나, 놈의 입으로 직접 듣는 건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 드디어 네놈이 싸구려 가짜라는 사실을 인정하는구나. 주제에 나를 흉내 내느라 고생이 많았다. 이제 마저 맞고 뒈지도록 하…… 아, 거 새끼 끈질기네. 마지막 발악은 하고 가야겠다, 그거냐?]가짜 무라칸의 영기가 증폭되고 있었다. 흐릿해진 몸이 다시 검고 진하게 변했고, 등에는 한 쌍의 새로운 날개가 더 형성되었다.
머리 위로 난 두 개의 뿔도 한층 더 커졌고, 호박색 눈동자는 불처럼 타올랐다. 그건 진과 십대기사들 대부분이 직접 본 적 없는 무라칸의 또 다른 상태이자, 무라칸 본인도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무라칸은 가짜가 변한 모습을 보며 극심한 두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크윽…… 머리가 또, 젠장.]기억 때문이었다. 무라칸은 가짜가 변한 모습으로부터 잊고 있던 천 년 전의 기억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잊고 싶어 발버둥을 쳤던 날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진은 긴장한 채 무라칸과 가짜 무라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오르갈을 처음 만난 날처럼, 무라칸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게다가 가짜의 저 힘은, 도저히 창성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가 없다. 일종의…… 각성인가?’
함부로 먼저 공격을 시작할 수가 없었다.
지금의 가짜 무라칸에겐 어떤 빈틈도 남아 있지 않았고, 시선과 영기가 닿는 모든 곳은 놈의 영역이나 다름이 없었다.
영혼 베기로 심장을 벤다 할지라도 지금까지처럼 타격을 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진짜 그 시절의 무라칸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크아아아……!] [무라칸…… 괴로울 테지. 네놈은 우습게도 지금껏 이 모든 일이, 내가 저지른 그 수많은 학살과 파괴가 모두 거짓에 불과하다 믿고 있었을 테니.] [닥쳐라! 난 그런 짓을 한 적이 없다……!] [아니, 너는 수많은 학살을 저질렀다. 죄 없는 인간들을 벌레 짓이기듯이 죽였고, 가문의 기사들을 처형했고, 믿었던 동료들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으며, 끝내 너의 계약자까지 해하려 하였지.]그것이 진실이다, 무라칸.
가짜가 말을 끝맺자마자, 무라칸이 앞으로 달려들며 영기 해방을 펼쳤다. 그러나 일순 이성을 잃은 터라 이대로라면 바로 가짜의 힘에 치명상을 입을 것 같았다. 자신을 전혀 보호하지 않으며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진과 십대기사들이 동시에 무라칸을 지키려고 몸을 던졌다. 하늘에 끝없이 펼쳐진 가짜의 영기 장막에서 흑쇄가 쏟아졌고, 진과 십대기사들은 그것들을 거의 다 쳐내며 무라칸을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한 줄기 검은 사슬이 프레이의 등허리를 찌르는 건 막지 못했다. 사슬에 찔린 프레이는 허공에 고정된 채 움직임을 멈췄다.
죽지는 않았으나, 프레이의 몸에서 검은 덩어리가 빠져나가 사슬로 흡수되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그림자였다.
“프레이!”
“프레이 경!”
무라칸은 그때도 이성을 되찾지 못하고 계속 가짜에게 공격을 이어가려 했으나, 가짜는 가소롭다는 듯 영기 장막으로 손쉽게 그의 접근을 가로막았다.
[이제 프레이는 곧 죽는다. 사슬을 잘라낸다 할지라도 한 번 찔린 이상 확정된 죽음을 피할 수는 없으니. 천 년 전에도 프레이는 네 손에 당해서 죽었었지, 아직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할 텐가. 계속 그렇게 진실을 거부할 텐가.]진은 프레이를 찌른 사슬을 벤 후, 무라칸에게 날아든 다른 사슬들을 쳐냈다.
[무라칸, 내가 천 년 전의 너를 재현하며 벌인 일들 중, 네가 진짜로 직접 하지 않은 일은 단 하나다. 이렇게…… 폭풍성을 흔적도 없이 무너뜨리는 것이지.]흑룡 궁극기
암흑도래
가짜가 잊고 있던 무라칸의 궁극기를 펼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