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34)
제 888화
209화. 테마르의 일곱 번째 무덤 – 케이탐의 그림(8)
진 일행에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산맥이 반죽처럼 변하는 모습이었다.
폭풍성으로 중심으로 사방에 뻗어있는 산등성이들이 우그러지고 있었다.
산맥의 그림자가 가짜의 뜻대로 움직이며 벌어진 현상이었다.
파괴력이 대단하다거나, 기술이 엄청나다거나.
그런 영역이 아니었다.
가짜가 사용한 ‘영기 해방’은 말 그대로 신적인 권능이었다.
그림자를 뜻대로 통제해서 그 대상에게 치명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으니 말이다.
“크억, 어어어!”
“프, 프레이 경……!”
“아아악!”
폭풍성의 기사들이 몸부림치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프레이는 가짜의 권능에 저항하고 있었으나, 다른 기사들은 대부분 자신의 그림자에 잠식되어 끔찍한 고통을 느꼈다.
우직, 크자작-!
들불처럼 일어난 그림자들이 기사들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순식간에 성내엔 피와 영기로 이루어진 강이 흘렀고, 프레이는 떨리는 눈동자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대체 어떻게… 도와주어야. 어떻게 해야 기사들을 살릴 수 있는가……!’
프레이도 머리가 울리고 내장이 뒤틀리는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조차 일시적인 저항만 가능할 뿐, 결국 가짜가 계속 이렇게 권능을 사용하면 기사들과 같은 최후를 맞이하게 될 터였다.
“그만둬… 이 개자식……!”
프레이가 발목까지 찬 영기로 손을 넣어 투척창을 찾았다.
그러나 창을 쥔 순간, 영기로 검게 물든 새끼손가락이 거꾸로 꺾여 손등에 닿았다.
손가락이 뽑히는 고통에도 그녀는 아랑곳 않고 그대로 창을 던졌다.
창은 오히려 아까보다도 더 맹렬하게 가짜를 덮쳤으나, 닿지 못했다.
창은 가짜의 다섯 걸음쯤 앞에 멈춰서 회오리치는 영기 속으로 사라졌다.
“역시 바로 반응이 오는군. 한 오백쯤 죽은 것 같은데. 어떠냐, 가짜들. 내 눈에 너희가 얼마나 우습게 보이는지 알겠나?”
영기 해방, 흑쇄.
무라칸이 펼친 영기 해방이 가짜의 장막을 찢고 검은 사슬을 쏘았다.
그러나 놈은 연기처럼 흩어졌다가 허공에 다시 나타나 본모습으로 변신하며 폭풍성을 향해 날개를 펼쳤다.
거리가 너무 빠르게 벌어졌다.
일행이 곧장 따라붙었으나 가짜의 숨결이 먼저 폭풍성을 휩쓸었다.
[프레이!]무라칸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전 괜찮습니다!”
다행히 프레이는 미늘창으로 가짜의 숨결을 양단하며 마검 비기를 펼치고 있었다.
룬칸델 마검 비기
하말렌의 진노 – 프레이 룬칸델
마치 만빙이 개방된 듯 돌연 전장 일대에 뼈를 찌르는 냉기가 내려앉았다.
일순 가짜의 몸통이 얼어붙었고, 프레이는 도약해서 놈의 심장을 향해 미늘창을 휘둘렀다.
얼음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가짜의 가슴팍에 거대한 상처가 남았다.
진 일행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 번 더 놈의 후방을 노렸다.
푸욱……!
진과 십대기사들의 검과 창이 동시에 가짜의 등과 가슴을 찔렀다.
세 사람 다 칼끝에 턱, 놈의 심장이 걸리는 감각을 느꼈다.
진은 그때 영원화를 펼치고 있었다.
예상보다 심장을 찌를 수 있는 확실한 순간이 빠르게 찾아온 것이다.
진의 영원화, 프레이의 마검 비기, 드라낙스와 비올로의 결전기.
그 전부가 동시에 가짜의 심장을 강타하고 있었다.
[크아아악……!]가짜는 처음으로 자세가 완전히 흐트러지며 괴성을 내질렀다.
일행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 번 더 심장을 찔렀고, 무라칸도 벌어진 상처로 흑쇄를 박았다.
무라칸은 심장을 뽑아버릴 요량으로 흑쇄에 영기를 집중시켰다.
흑쇄는 단단히 심장을 붙잡았으나, 밖으로 끌어내지 못하고 먼저 끊어지고 말았다.
진과 십대기사들도 놈이 발산한 영기에 밀려 지상으로 추락했다.
가짜의 벌어진 가슴으로 영기가 모여들고 있었다.
프레이는 숨을 몰아쉬며 굳게 닫힌 놈의 가슴을 올려다보았다.
[너희 중엔 나를 죽일 수 있는 자가 없다고 하였다. 가짜 계약자, 보아하니 네놈은 회심의 일격을 사용한 것 같은데, 아쉽게 되었군. 그 정도로는 이 무라칸의 심장을 꿰뚫지 못해.]“그런 개소리는 가슴에 들러붙은 불이나 지우고 지껄여라.”
[아, 이 불… 께름칙하긴 하군. 네놈을 죽이기 전엔 꺼지지 않는 모양이지? 그러면 살려주고 싶어도 살려줄 수가 없잖나.]진은 대답하지 않고 브라다만테로 검을 바꿔 업화를 펼쳤다.
명왕군림검은 십대기사들의 움직임에도 제한을 둘 것 같았다.
개만 펼친다면 모를까, 전 이상으로 이어지면 십대기사들도 반드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바깥이었다면 명왕군림검으로 시간을 벌고 후일을 도모하는 게 나았을 테지만, 여긴 미텔만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선조들께는 물러날 수 있는 곳이 없어.’
십대기사들이 진과 무라칸을 진심으로 동료로 받아들였듯이.
진과 무라칸 역시 더는 저들을 그저 그림이라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케이탐의 말처럼 그림 속에선 그림이 곧 현실, 그리고 바깥에서도 저들은 진짜 진의 선조들이었다.
‘저 검은, 사라의……!?’
‘사라의 업화잖아!’
십대기사들은 업화를 보고 흠칫했으나 그에 관해 묻지는 않았다.
또 가짜가 영기를 증폭시키고 있었다.
그림이라는 아공간의 특성 때문인지 테스는 소환되지 않았다.
‘테스 그 양반이 소환되지 않는 게 아쉽군. 그 양반의 불은 어쩌면 저 가짜 놈 심장에 나나 꼬마 이상으로 타격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아직까지 명백한 유효타라고 할 수 있는 공격은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진과 무라칸, 십대기사들은 조금도 전의가 꺾이지 않은 채 놈에게 계속 쇄도하고 있었다.
가짜의 첫 영기 해방으로부터 살아남은 기사들도 결연한 얼굴로 검진을 꾸렸다.
가짜가 그들을 숨결 한 번에 죽인다 한들 기사들은 그 영혼이라도 남아 굳건히 자리를 지킬 것만 같았다.
업화가 가짜를 휘감으며 다시 놈의 고도를 낮췄다.
가짜는 업화에 깃든 영원화의 속성을 의식하며 날개를 휘둘러댔다.
하지만 가짜가 폭풍성에 가까워지는 것을 아예 차단할 수는 없었다.
놈의 거대한 그림자가 점점 폭풍성의 성벽으로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 그림자에 닿은 기사들은 온몸이 굳은 채 그대로 어둠 속에 삼켜졌고, 검막은 금세 그 빛을 잃었다.
[오늘 내가 정한 것은 폭풍성의 멸망과 바리사다의 회수다. 이미 정해진 미래라는 뜻이지. 너희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누가 테마르가 돌아올까 두려워 비열하게 간이나 보던 놈 아니라고 할까 봐, 삼류 악당처럼 지껄이는 꼴이 우습구나.]이제 일행과 가짜는 폭풍성의 상공에서 난전을 펼치고 있었다.
한 번씩 무라칸이 기사들의 도움을 받아 가짜를 성내에 처박았고, 그때마다 건물 일부가 허물어지며 거대한 파편들이 튀었다.
그 와중에도 가짜의 영기에 물든 산맥들이 출렁이고 있었다.
진과 십대기사들은 산맥에서부터 해일처럼 쏟아지는 영기를 밀어내며 놈의 공간 장악을 억제했다.
업화는 여전히 활활 불타오르며 가짜 무라칸의 비늘을 녹이고 있었다.
때때로 심장을 비롯한 장기들이 드러났다.
다른 장기는 파괴되었다가 수복되기를 반복했으나, 심장만큼은 몇 번을 찔러도 자그마한 생채기조차 나지 않았다.
놈은 이제 고통에도 익숙해진 듯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십대기사들의 숨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검격의 위력이 떨어진 건 아니나, 시간은 명백히 가짜의 편이었다.
놈의 영기는 오히려 점점 더 사납게 폭발하고 있었다.
‘벨 수 있다…….’
진은 예전처럼.
버거운 적을 만났을 때 마음을 다잡던 때처럼,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놈의 심장을 벨 수 있다고, 세상에 자신이 벨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 시절과 달리, 이제 그건 거짓보다 진실에 훨씬 가깝다.
‘심지어 저건 가짜, 이미 간파되어 있는 거짓에 불과한 존재다.’
브라다만테에 영기가 깃들고 있었다.
칼날을 채운 어둠이 가장 깊어졌을 때, 가짜는 홱 몸을 돌려 진을 노려보았다.
순간적으로 ‘테마르가 돌아왔다’는 착각에 빠진 것이다.
가짜는 진에게서 테마르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점점 더 마음에 안 드는군…….]십대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진으로부터 테마르를 느끼고 있었다.
전황이 불리할 때, 희망이 없을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 적들을 응시하던 그 깊고 단단한 눈동자를 보고 있었다.
“미래는 이미 정해졌다고 했나, 가짜.”
진이 산맥에서 뻗어진 영기와, 가짜의 숨결을 베어버리며 놈과 거리를 좁혔다.
무라칸과 십대기사들이 날아오르려는 놈을 가로막고 있었다.
가짜는 처음으로 필사적으로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기로 사방을 어둡게 물들여 진의 시야를 가리려 했고, 무라칸과 십대기사들을 떼어내려고 미친 듯이 기운을 폭발시켰다.
프레이와 비올로가 튕겨 나갔으나, 무라칸과 드라낙스는 놈을 놓치지 않은 채 오러로 거대해진 검과 이빨을 양 날개에 내리꽂았다.
가짜는 고정된 날개가 찢어지는 걸 감수하며 정면으로 달려든 진을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진은 아슬아슬하게 놈의 앞발을 피했다.
풍압에 뺨과 어깨가 찢어지긴 했으나 품으로 파고들어 브라다만테를 휘두를 수 있었다.
영검 1식, 영혼 베기.
검게 물든 칼날이 가짜의 앞발을 관통해 가슴을 베었다.
놈은 숨이 막힌 듯 입을 벌렸고, 진은 반대로 검을 휘둘러 한 번 더 심장을 노렸다.
검에 무언가가 걸렸다가 어긋나며 풀어지는 감각이 선명하게 전해졌다.
양단은 못 했으나, 영혼 베기는 분명 놈의 심장에 이전과 다른 타격을 주고 있었다.
놈은 눈동자를 까뒤집으며 울컥 영기를 토해냈는데, 곧바로 환원되지 않고 입자로 흩어져 사라지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진과 무라칸, 십대기사들은 가짜가 급하게 거리를 벌리다가 무언가를 흘린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쩔그럭…….
바닥에, 호두만 한 크기의 심장 조각이 떨어진 것이다.
진이 짓밟자 힘을 잃은 조각이 부스러졌다.
가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앞발로 제 심장을 더듬었다.
진은 가짜를 노려보며 검을 그러쥔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네놈이 말한 미래는 틀렸어.”
이내 진은 재차 영검을 펼치며 자세를 잡았다.
십대기사들이 그의 옆에, 무라칸이 그들의 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