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33)
제 888화
209화. 테마르의 일곱 번째 무덤 – 케이탐의 그림(7)
진과 무라칸.
두 사람이 가장 먼저 가짜의 존재를 느꼈다.
“경들, 놈이 오고 있습니다.”
“가짜 놈이다. 혹시 다시 다른 지역들 들쑤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친히 뒈지러 찾아와주는군.”
십대기사들도 감각을 끌어올려 가짜의 힘을 인식했다.
“성내 전 기사, 집결하세요. 결전의 날입니다.”
“오늘 놈을 처단해, 가주의 원한을 씻어내야겠군…….”
“바멀, 무라칸. 실력 좀 보여주라고.”
놈이 인근 상공에 출몰하자마자 폭풍우가 한층 거세졌고, 밤은 더욱 어둡게 물들었다. 용이 아니라, 어느 악신이 이곳을 끝장내기 위해 강림했다고 표현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십대기사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기사들을 지휘했다.
“……강하네. 케이탐 님이 그린 게 정말 전성기의 네가 맞았나 보다. 아직 놈과의 거리가 상당한데도 그 거대한 힘이 고스란히 느껴지는군.”
“흥! 그래 봤자 가짜다, 그림에 불과한 놈이지.”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네가 느끼기에도 세긴 세다는 거지?”
“물론 진짜인 나는 저것보다도 더 강했지만, 그래. 위험한 놈이다. 긴장해야겠다, 꼬마.”
밖으로 나가자 벌써 기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중 가장 무력이 낮은 평기사들 중에도 공포에 질린 자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 죽음을 각오한 채 결연한 태세로 임전하고 있는 것이다.
진과 무라칸이 성문 위로 올랐다.
“잘 알겠지만, 놈이 공중에 있는 한 답이 없어.”
“놈은 루가도와 미토를 휩쓸고 왔으니, 저와 무라칸의 존재를 알고 있을 겁니다. 곧 사정권이군요.”
스릉…….
진이 천천히 시그문드를 뽑았다. 달빛 한 점 없는 폭풍우 속, 창백한 칼날이 차분히 번들거렸다.
“나와 꼬마를 중심으로 놈을 지상으로 떨궈야 한다. 프레이, 너는 장거리 지원을 맡다가 지상전이 시작될 때 기사들과 함께 치고 들어와. 드라낙스랑 비올로는 공중에서 우리랑 같이 근접전을 맡고.”
십대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멀, 무라칸.”
“말씀하십시오, 프레이 경.”
“왜?”
“그대들을 처음에 환대하지 못했는데, 막상 이토록 큰 싸움이 시작되려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제 폭풍성은 진과 무라칸을 완전히 믿고 있었다.
이번 사태에 정녕 분노한 사람만이, 룬칸델을 위해 죽을 수 있는 사람만이 지금 두 사람처럼 저편 어두운 하늘 위로 이런 투기를 내뿜을 수 있었다. 그 무엇이든 압도하고 찢어버릴 것 같은 강렬한 투기를.
“그러실 것 없습니다.”
“또한, 그대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지금 보니 우리만으로는 놈을 결코 감당할 수 없었을 것 같군요.”
“실망할 일 없을 거라 말씀드렸으니까요. 경들과 함께 싸울 수 있어 영광입니다.”
“우리 또한.”
프레이가 대답한 순간.
별안간 룬칸델이 보고 있는 하늘 위 한가운데 검은 소용돌이가 일었다. 가짜가 토한 숨결이 날아든 것이다.
“흡!”
동시에 무라칸이 한껏 몸을 뒤로 젖히며 주먹을 쥐었다. 주먹과 다리가 검은 용비늘로 뒤덮였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딛자 성벽 한쪽이 허물어졌다.
“으랴!”
이어 앞으로 내지른 주먹은, 숨결처럼 거대하고 날카로운 영기를 토했다. 허공에서 두 줄기의 영기가 부딪히며 공간을 일그러뜨렸다.
마구잡이로 흩어진 영기가 다시 각자에게 환원되기도 전에, 무라칸이 본모습으로 변신하며 성 전체에 검은 방벽을 둘렀다.
[이 몸을 사칭한 것도 모자라, 테마르를 해하고 그 수많은 사람들을 이유 없이 죽인 죗값을 받을 준비는 되었나, 거짓으로 이루어진 덧없는 존재여.]그 말에 가짜가 허공에 멈추며 무라칸을 응시했다.
‘저놈이 무라칸보다 더 크군…….’
두 흑룡의 거대한 몸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 같았다. 완전히 똑같이 생겼으나 얼핏 보기에도 몸집은 가짜 쪽이 더 커서 보다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미토의 미물들이 한 말이 사실이었군. 나와 똑같이 생긴 존재가 있다더니… 그 힘, 꽤 봐줄 만하구나. 누가 너를 빚었느냐?] [이 새끼가 근데, 아직도 자기가 진짜인 줄 아네. 됐다, 쓸데없이 긴말할 거 없지. 그냥 맞다 보면 아, 내가 가짜구나, 나는 벌레만도 못한 쓰레기구나, 그런 마음이 들 거다.] [테마르 룬칸델 없이 그게 가능한 일일 것 같나? 네놈들 중엔 나를 죽일 수 있는 자가 없다. 순순히 바리사다를 내놓으면 목숨은 붙여주마. 특히 가짜, 네놈은 두고두고 쓸 일이 있을 것 같…….]쐐애액-!
놈이 말을 끝내려는 찰나, 성벽을 딛고 폭풍우를 가로질렀다. 그에게 떨어지는 빗물이 시퍼런 뇌기에 증발하며 잔상을 남겼다.
제5비기 광속 찌르기 명왕. 일곱 줄기의 검기가 검은 하늘을 등분하며 가짜에게 쇄도했다.
가짜는 이미 보호막을 치고 있던 터라 그중 여섯이 가로막혔으나, 중첩해서 쏜 마지막 검기가 찢어진 틈으로 들어가 가짜의 가슴팍을 찔렀다.
움푹 파인 상처에서 피처럼 영기가 쏟아졌다.
그러나 영기가 지상으로 떨어지다가 금세 다시 가짜에게 환원되는 모습이 이어졌다.
‘단순한 초재생이 아니다. 아예 가짜를 구성하고 있는 영기의 절대량에 아무런 타격이 없는 건가…….’
-내 전성기라면 지금 꼬마랑 내가 같이 덤벼도 승산이 없다고.
-진짜냐? 그 정도라고? 너도 전성기에 근접했다며?
-근접과 완전은 다르거든. 큭큭. 그 시절 이 무라칸 님은 말이다, 일단 창성이 아니면 죽일 수가 없어요. 죽일 수가. 센 녀석들이 아무리 많이 몰려와도, 그중 창성이 없으면 일단 못 죽이는 거야.
첫 일격을 먹이자마자 그림에 들어오기 전 무라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과연 그 말처럼 진은 마치 바다를 벤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다. 물 위에 아무리 거대한 흔적을 남겨도, 바다는 금세 제 모습을 되찾으니 말이다.
진은 자신이 가진 수 중, 가짜를 효과적으로 타격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떠올렸다.
‘영원화, 업화, 명왕군림검과 멸살암천화염옥 마황 최종형, 가문의 오의.’
그중 영원화는 마지막까지 아끼다가 확실하게 심장을 노릴 수 있을 때 꺼내기로 마음먹었다. ‘창성’의 특성에 가장 가까운 건 영원화라는 판단이었다.
[처음 보는 기사로군. 테마르가 이런 후인을 숨겨놓고 있었는지 몰랐구나.]“테마르 님도 모를 거다.”
[그러한가? 라프라로사에 있던 모양이지, 명왕의 힘을 사용하는군.]“나에 대해 네놈이 알 필요는 없어. 한 하늘 아래 함께 있을 수 없는 사이니까.”
가짜는 그 말이 그림 속 세계를 암시한다는 걸 알아듣지 못하고 피식 코웃음을 쳤다.
[그건 내가 그렇게 되기를 바랄 때의 이야기지. 네게 흥미가 이는구나. 네놈은 일단 살려서 알아봐야 할 것이 많겠어.]콰드득-!
무라칸이 가짜에게 바짝 붙으며 그의 목을 물어뜯었다. 가짜도 동시에 무라칸의 목을 물었고, 둘 다 입에 숨결을 머금고 있었다.
숨결들이 폭발하며 잠시 두 용의 머리가 서로가 내뱉은 영기에 가려졌다. 머리와 목이 통째로 폭발한 듯 보였으나 둘 다 거의 타격이 없었다.
그리고 진과 십대기사들이 검풍을 타고 순식간에 가짜를 포위했다. 드라낙스와 비올로의 검이 먼저 겹겹이 펼쳐진 장막을 찢었고, 진이 그 속으로 진입해 놈에게 접근했다.
투신기 9검, 멸절의 검기가 날개처럼 펼쳐지며 가짜의 양 날개를 내리찍었다. 이어서 7검 용살이 가슴팍을, 유성우가 등허리를 노렸다.
특히 투신기 용살은 이름처럼 용에게 특화된 검이다. 갈고리처럼 휜 시퍼런 검기가 쉴 새 없이 가슴팍의 비늘을 파내고, 도려냈다. 놈이 고통스러워하며 용살을 신경 쓰느라 다른 공격을 더디게 쳐내는 게 보였다.
‘타격은 없으나, 고통은 느끼는 모양이군. 혹은 영기 환원을 통한 회복에 정신력이 소모되거나, 어쨌든 놈은 되도록 공격을 피하려고 한다. 지상으로 끌어내릴 수 있겠어.’
두 용이 뒤엉켜서 회전하는 와중에도 진과 십대기사들은 정확히 가짜만을 공격했다. 초인 중에서도 상위권 강자들에게만 가능한 영역이었다. 애초에 이들이 아니면 두 흑룡이 쉴 새 없이 토해내는 숨결과 영기를 감당할 수도 없었다.
폭풍성 쪽에서도 프레이가 가짜를 공격할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프레이의 옆엔 고대 만년철로 촉을 만든 두껍고 거대한 창들이 놓여 있었는데, 그녀는 그중 하나를 쥐어 신중하게 가짜를 조준하고 있었다.
‘지금이다.’
투하악, 쐐액-!
프레이가 있는 힘껏 창을 내던지자 성벽 바닥이 허물어지며 충격파가 번졌다. 사선으로 쏘아 올려진 창이 검은 하늘에 눈부신 궤적을 남겼고, 정확히 가짜의 머리통을 가격했다.
놈이 흠칫하며 프레이 쪽을 보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새로운 창을 던지고 있었다. 창이 놈을 두드릴 때마다 전장에 묵직한 진동이 울렸다.
조금씩, 가짜 무라칸의 고도가 낮아지고 있었다. 놈은 온몸에서 검은 송곳을 내뿜으며 가까이 붙으려는 진과 십대기사들을 밀어냈다.
하지만 세 사람은 검으로 송곳을 베고, 부수며 끈질기게 가짜의 몸 곳곳에 들러붙었다. 목에 검을 쑤셔 박고, 날개 피막을 찢고, 복부에 오러와 마력을 폭발시켰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몸에도 크고 작은 상처들이 생겼다.
초반부터 치열한 양상, 먼저 원하는 바를 이룬 건 진 일행이었다. 몸싸움 끝에 무라칸이 가짜의 등으로 올라탄 것이다.
무라칸은 가짜의 목덜미에 이빨을 박은 채 양 앞발로 놈의 어깨와 날개를 쉴 새 없이 후려쳤다. 두 날개에선 송곳을 형성해 옆구리를 찔러댔다. 퍼걱, 푹, 푸욱! 가짜의 비늘과 살점, 뼈와 장기가 박살 나며 영기로 흩어지고 있었다.
환원되고 있기도 했다. 고통을 주고 있지만, 본질적인 훼손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떨어져라!”
드라낙스가 악을 쓰며 프레이의 창이 관통한 어깨에 검을 내리꽂았다. 창이 부러지며 가짜의 상처로 더 깊게 파고들었고, 비올로는 드라낙스와 진을 노린 송곳을 베었다.
가짜가 전성기의 무라칸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한들, 변신을 하지 않고는 이 상태를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기사들과 무라칸 모두 가짜가 영기로 발산한 송곳을 모조리 무마하며 계속 압박을 이어가고 있으니, 그냥 벗어나기엔 신체 구조상 한계가 있었다.
결국 가짜는 순간적으로 인간으로 변해 지상, 산허리에 자리를 잡았다. 진과 드라낙스, 비올로가 번개처럼 떨어지며 검을 내리쳤다.
그러나 다음 순간, 세 사람은 동시에 동작을 멈추며 검풍을 일으켰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하강 경로를 비튼 것이다.
그 모습에 가짜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나를 지상으로 끌어내리면, 뭔가 될 것 같던가? 특히 가짜, 네놈이 제일 필사적이더군. 아마 나를 잘 알기에 그랬을 테지.”
[미치겠군, 누가 누구더러 가짜라는 거냐. 정신을 못 차리네, 덜 맞긴 했어.]“그래… 그러고 보니 너흰 너희보다 다른 누군가가 다치는 걸 더 괴로워했지. 그럼, 우선 폭풍성부터 박살 내주마. 어차피 바리사다도 저기에 있으니.”
가짜가 그렇게 말하며 폭풍성이 있는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영기는 이렇게 쓰는 것이다, 가짜. 그리고 가짜 계약자.”
그 순간 폭풍성이 있는 무라칸 산 정상을 포함해 산맥 일대가 전부 영기로 검게 물들었다.
그리고 폭풍성에 대기 중인 기사들은, 별안간 발아래 놓인 제 그림자가 기묘하게 뒤틀리는 모습을 확인하고 있었다.
폭풍성 곳곳에 있는 거의 모든 그림자가 그렇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놈의 권능에 그림자가 비틀어진 존재들은, 그림자와 똑같은 모습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