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97)
제 999화
246화. 미트라 대사막 쟁탈전(8)
키이잉, 크가가가각-!
공중요새와 함대가 시뻘건 적뇌포를 토하기 시작했다.
[좋아, 좋아! 우린 오늘 더 강해진다!] [마살룬, 빨리 흡수하자고!] [오오, 슈리여.]스리비와 카르마슈는 탐욕스러운 눈으로 떨어지는 적뇌포에 온몸을 맡겼다. 마살룬은 그때까지도 슈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고, 슈리는 그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피해 다시 적옥으로 들어갔다.
“음!”
벨리즈는 묵직한 기합을 내뱉으며 대검을 올려쳤다.
진은 그 모습에 과거 투왕대전에서 벨리즈와 싸운 날이 떠올라 순간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그날 벨리즈 형제는 마지막까지 손에 여유를 두면서 싸웠는데도 결국 나를 꺾었지…… 나도 벨리즈 형제의 오른팔을 베기는 했지만.’
벨리즈는 그 생각을 읽은 듯 검을 올려친 동작이 끝나자마자 잠시 진을 돌아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우리 진 형제, 투왕대전에서 제이검 칭호를 얻긴 했지만 사실 나보다는 좀 약했는데. 이젠 정녕 하늘에 올랐군. 형제가 자랑스럽다.”
벨리즈가 그렇게 말하는 사이, 공중요새를 다 덮어버릴 듯한 거대한 푸른 검기가 적뇌포를 찢으며 하늘로 치솟았다.
마치 파도에 모래가 쓸려나가는 것 같았다. 공중요새들의 주포 출력이 아주 높은 건 아니라고 하나, 그래도 적명족들은 기함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이건 그 시절 청명족 투왕들조차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 아닌가……!’
‘이런 자들이 대체 몇이나 있는 거지? 저 둘이 전부일 리는 없다!’
이어진 린파의 검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검기는 함대 안에서도 바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기묘한 가속을 지니고 있었다. 처음엔 느릿하게 뻗어 나가다가, 적뇌포와 부딪힐 땐 폭발적으로 가속해 그 궤도를 읽어내기가 난해했다.
“창성…… 멋져. 형제가, 우리 형제인 게…… 영광.”
두 갈래의 푸른 검기가 붉은 하늘을 난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로, 한 줄기 거대한 금빛 섬광이 떠올랐다. 명왕검 금뢰기, 창성에 올라 새로이 깨달은 황금의 뇌기가 함대의 보호막을 찢어발겼다.
공중요새와 함대의 뇌기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보일 지경이었다. 힘의 크기만으로는 당연히 함대 쪽이 압도하지만, 창성과 그 근처에 다다른 두 투왕의 응축된 힘은 그야말로 체급을 무시하고 있었다.
“오오, 그 금빛 뇌기 뭐야! 멋있는데!?”
“나도…… 알려줘.”
진과 형제들에게선 조금도 긴장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적뇌포들은 이제 ‘떨어진다’는 표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하늘 가까이 밀려난 모습이었다.
[오옷! 동네 적당한 식당 음식을 기대하고 왔더니 갑자기 최고급 요리들이 쏟아지는 느낌이군! 안 그런가, 카르마슈, 마살룬이여!] [그렇다, 스리비! 적명족 놈들의 적뇌포가 향신료로 범벅 된 잡고기 맛이라면, 이 뇌기는 추악한 인간의 영혼으로 만든 정수 같은 맛이로다. 마살룬! 빨리 안 먹고 뭐 하나!] [마살룬은 슬픔에 잠겼다. 슈리가 마살룬을 거부하고 사라졌으니…… 하지만 이 또한, 슬픔을 찬미하는 한 방식일 수도 있을 터. 마살룬은 슈리가 흑해에서 겪었을 고독과 슬픔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저, 저 미친놈 하여간.]스리비와 카르마슈는 물 만난 고기처럼 뇌기로 가득 찬 허공을 누벼댔다. 마살룬은 몸을 웅크린 채 계속 슈리의 이름을 읊었는데, 그래도 뇌기가 그에게 자연스레 흡수되고는 있었다.
시마트는 한동안 피빌의 함교에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하아.”
속에서부터 깊은 한숨이 치밀었다.
바멀 연합엔 난데없이 최상위 초인 수준으로 추정되는 명왕족이 둘이나 추가되었고, 마족들은 캬캬캬 웃으며 난리를 치고 있으니, 그로서는 속이 갑갑할 수밖에 없었다.
‘느낌이 좋지 않다…… 마치 태양신의 의지 일부가 바멀 연합을 축복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군.’
단지 느낌일 것 같지가 않았다.
‘란케 할로비체가 대사막에서 마족 소환식을 진행하고, 그로부터 여러 우연이 겹쳐 숨겨진 아공간의 명왕족들이 바멀 연합에 합류할 확률…….’
심지어 기술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그 우연의 가장 큰 핵심은 대사막을 강타한 공중요새의 화력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었다.
그딴 걸 정말 단지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시마트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대 당시 그 누구보다도 태양신에 대해 잘 아는 필멸자라 할 수 있었다. 그는 태양신의 의지는 하나가 아니라는 걸 알고, 그가 죽었다고 알려진 지금도 그 의지들이 세상 곳곳에 남아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게 시마트를 불쾌하게 만들고 있었다. 정작 태양신을 되살려 세상의 질서를 회복하려는 건 자신들 쪽인데, 어째서 신은 저들을 아끼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기어이 나를 불경한 신자로 만들려는 셈이오? 태양신 킨젤로.’
으득……!
시마트는 노기를 가라앉히며 영상 통신 창을 열었다. 대투왕들과 각 함선 지휘관들이 보이는 수십 개의 창이 나타났다.
“마족들은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바멀 연합에 우호적이다. 그러니 바멀 연합은 힘을 쓰는 것에 거리낌이 없군. 마족들이 살찔수록 자신들에겐 이득이 될 테니. 우린 이번 전투를 방어 위주로 전개하고, 일단 청명족 후손들의 전투력을 면밀하게 분석한다.”
{알겠습니다.}
“정찰조를 늘리라는 명령은 변함이 없다. 전장에서 이탈한 백경을 추적하라, 그러면 엘티엇과 아공간 추적 기술자들의 위치가 나타날 것이다. 그들이 새로운 정보를 얻어서 돌아가지 못하게 막도록.”
{예!}
“또한 방어하는 동안 아공간 추적에 집중하겠다. 청명의 후손들이 전부 다 빠져나오기 전에, 반드시 라프라로사를 찾아 파괴해야 한다.”
라프라로사.
그 미지의 아공간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지금 벨리즈와 린파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되고 있었다.
77인.
그중 남은 투왕은 열 명에, 투신 반까지. 시마트는 그 규모를 정확히 알지 못하나 확신할 수 있었다.
라프라로사의 명왕족 전원이 무사히 인세로 빠져나오는 순간, 적명족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방금 소환된 명왕족들 때문에 라프라로사의 위치는 확실히 특정된 상태입니다, 투신 동포. 그러나 아공간 추적기를 사용해서 파괴 가능한 상태로 만들기엔 적들의 반격이 거세고, 별다른 작업 없이 타격 가능한 균열들은 계속 위치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리마가스가 말했다. 그는 파틀 함교에서 쉴 새 없이 라프라로사의 파장을 분석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리마가스 동포의 의견은?”
{공중요새 한 기를 더 투입해서 아공간 위치로 상시 포격을 진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면 임의로 발생하는 균열도 반드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아공간 내부로 전해질 겁니다.}
그 말대로, 현재 라프라로사의 입구에 형성되는 ‘균열’들은 인세와 완전히 이어졌다 봐도 무방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반이 벨리즈와 린파가 나갈 통로를 넓힐 때 사용한 뇌기가 적명족 정찰조를 괴멸시킨 것이다.
라프라로사 안에서 사용한 힘이 인세를 타격할 수 있으니, 그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알겠다. 크리를 투입하도록 하지.”
리마가스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투신 동포. 크리는 물론 라프라로사의 균열에 가장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테지만, 그리하면 본진이 너무 약해집니다. 무엇보다도, 최초에 정찰조 함대를 전멸시킨 뇌기…… 그게 너무 위험합니다.}
반의 뇌기.
리마가스는 파틀의 장비로 수집한 그 잔재를 분석한 후부터 깊은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수치상으로는 그리 대단할 것 없는 듯 보이나, 그 뇌기의 구조는 리마가스가 익히 잘 아는 무언가를 닮아 있었다.
공중요새 크리와 태양검 테탈론에 사용된, 태양신의 정수와 거의 유사한 형태인 것이다. 리마가스는 지금껏 수도 없이 많은 필멸자와 불멸자들의 기운을 분석해왔으나, 이토록 태양신의 정수와 비슷한 기운은 본 적이 없었다.
명백히, 그 힘은 자신들의 투신 시마트를 가볍게 압도할 것이 분명했다.
‘듣는 귀가 많으면 말할 수 없는 내용이 있는 모양이군.’
시마트는 리마가스를 제외한 모든 통신 연결을 끊었다.
“자세히 얘기해봐라, 리마가스.”
{태양신의 정수와 흡사한 형태의 힘을 가진 존재가 저 안에 있습니다. 크리와 테탈론에 사용된 것보다 훨씬 크고 거대한 정수라고 가정할 수밖에 없는…… 그런 힘의 소유자입니다.}
시마트의 눈동자가 커졌다.
“……청명족 후손들의 투신이라는 인물이겠군.”
{투신 동포, 현재 전장은 계속 우리의 예측 범주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갑자기 그 인물이 균열을 뚫고 빠져나오는 일 역시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여 리마가스 동포는 그렇게 될 경우, 크리가 파손될 것을 우려하는 것인가?”
그 말에 리마가스는 잠시 시마트의 눈치를 살폈다.
{……우려가 아닙니다, 투신 동포. 확신입니다. 투신 동포가 크리와 공중요새 전부를 대동한 채 전투에 임하더라도, 그자를 죽이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당신은 절대로 그를 이길 수 없다, 무슨 수를 써도.
시마트에게 이런 직언을 할 수 있는 건 리마가스가 유일했다.
사실 고대에나 지금이나, 시마트는 그런 직언을 들을 만한 상황을 겪은 적이 없기도 했다. 전성기의 청풍제나 큰 뱀이라 할지라도 공중요새 전부를 대동한 시마트를 어찌할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리마가스는 지금 그 규칙이 깨질 수도 있다 말하고 있었다.
“소멸의 빛을 사용한다 할지라도?”
{최악의 상황에도 그것만큼은 막기 위해 크리를 내보내선 안 된다 말씀드린 것입니다. 만일 그자가 무사히 인세에 등장하게 될 경우, 차라리 마녀를 이용하십시오.}
리마가스의 판단은 언제나 정확했다. 고대에 신분을 숨기고 대봉인을 피해야 한다고 가장 먼저 주장한 것도 리마가스였다.
시마트는 곧바로 그의 의견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녀라…… 그 기묘한 존재보다도 위험하다는 것인가. 알겠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좋은 미래는, 우연이 멈춰 라프라로사의 명왕족들이 그만 소환되는 것이겠군.”
{그렇습니다. 우리가 직접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니, 제가 최선을 다해서 막아보겠습니다.}
“어떤 면에선, 지금은 나보다도 리마가스 동포의 손에 많은 것이 달렸다. 반드시 좋은 소식을 가져와라.”
{적명.}
리마가스와의 통신 창이 꺼졌다.
시마트는 다시 전장을 비추는 창을 앞으로 옮겨 진과 벨리즈, 린파, 그리고 마족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청풍제, 그리고 큰 뱀의 대봉인 이후 다시는 이런 걸림돌이 없을 줄 알았건만…… 설마 이토록 빨리 그때보다 더한 강적들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