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98)
제 999화
246화. 미트라 대사막 쟁탈전(9)
크콰앙-! 쩌엉!
두 자루의 대검이 공중요새 리탈의 하부를 두들겼다. 투왕들은 적뇌포가 발생시킨 기류를 타고 쉴 새 없이 하늘로 올라 대검을 휘둘러댔다.
그들은 마치 날개가 있는 듯 자유롭게 상공을 누볐다. 수백 갈래의 적뇌포는 그들을 요격하지 못하고 허공에서 엉키기 일쑤인 모습.
“아까 우리와 이야기를 한 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나와라, 계속 공중요새 안에 숨어 있을 셈이냐?”
벨리즈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전장을 울렸다.
‘시마트, 이번엔 직접 나올 생각이 없는 모양이군. 예상치 못한 변수가 계속 발생하고 있으니, 일단 상황을 신중하게 살피려는 것인가.’
안전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진은 왠지 운명이 자신에게 웃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애초에 소환된 마족들도 시마트 쪽에 더 불리하게 작용했고, 형제들도 벌써 만나게 될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게다가 지금껏 자신을 상대로 안전한 판단을 중시해온 이들은, 대부분 결국 패배를 경험했었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모험을 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진이 보기에 시마트는 그런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 이런 식이면, 결국 너도 내 앞에 쓰러지게 될 것이다. 시마트.’
진이 하늘 높이 도약하며 시그문드를 휘둘렀다.
검이 내리쳐진 궤적을 따라 금빛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했다. 명왕검 금뢰기 평식 벼락, 그 일격은 하나하나가 창성의 위엄을 품고 있다.
아래에선 린파와 벨리즈의 대검이, 위에선 진의 금뢰가 떨어지니 적명족의 보호막은 계속 파괴되었다.
공중요새들은 그래도 아직은 끄떡없이 버티고 있으나, 일반 함대는 기함급을 제외하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고대 명왕족이라고? 웃기지도 않은 놈들이군. 옆에서 형제들이 탄 함선이 계속 격추되고 있는데 그들을 지켜주려고 나서는 놈이 정녕 하나도 없단 말이냐?”
“맞아…… 이상해.”
벨리즈와 린파로서는 적명족의 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완벽한 상명하복, 극도로 수직적인 전체주의. 적명족은 근간부터 현재의 명왕족과 닮은 점이 하나도 없었다.
때문에 벨리즈와 린파는 더 분노하고 있었다. 이런 차갑고 비열한 작자들이 자신들과 같은 명왕의 이름을 사용한다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시마트와 적명족들은 그들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를 듣고도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예정대로 두 투왕들의 전투력을 분석하고 있을 뿐.
‘마치…… 소형 공중요새 같다는 느낌이 들 지경이로군. 청명의 후손 두 명이 나타나자마자 진 룬칸델은 마치 내가 공중요새의 지원을 받는 것과 비슷한 형식으로 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소형 공중요새, 시마트는 두 사람을 그렇게 평가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지상과 공중을 미친 듯 날뛰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철저하게 진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절대로 진과 일정 거리를 벗어나지 않으며, 진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포격도 대부분 두 사람이 중간에서 미리 쳐내는 것이다.
실제로 명왕족 투왕들은 이런 전투가 매우 익숙했다. 지금까지는 투왕들끼리 뭉쳐서 싸울 때 늘 투왕제일검 바바가 중심이 되었으나, 기준이 진으로 바뀌었을 뿐.
“청풍제의 위치는 파악했나?”
{아직입니다.}
바카룬이 시마트의 말에 대답한 순간, 전장 상공에 붉은 차원문이 하나 더 열렸다.
“하? 대장을 나오라고 했더니 공중요새를 하나 더 내보내?”
베슬, 적명족의 네 번째 공중요새가 대사막으로 공간 도약을 한 것이다. 지플에게 빼앗긴 우스록과 투신의 공중요새 크리를 제외하면, 적명족이 일반적으로 운용하는 모든 공중요새가 출격한 순간이었다.
베슬은 이제부터 리마가스의 의견에 따라 라프라로사를 타격할 예정이었다.
키이이이……!
베슬이 나타나자 독무처럼 전장에 퍼진 적뇌 파장이 한층 더 짙어졌다. 린파와 벨리즈는 위화감을 느끼며 진과 거리를 조금 더 가까이 유지하기 시작했다.
“형제들, 제 생각에 저 공중요새는 라프라로사를 타격하려는 목적으로 나타났을 겁니다.”
“라프라로사를!?”
“우리와 끝장을 볼 요량으로 불러냈다면 시마트가 이미 나왔어야 합니다. 놈들에겐 아공간 추적 기술이 있어요. 그러니 라프라로사와 인세로 이어진 통로를 파괴하거나, 그 안에 타격을 주려는 생각일 겁니다.”
“흥! 백날 해보라고 해라, 투신 형제가 저딴 것에 끄떡이나 하나.”
진도 그 말에 동의했다. 공중요새 1기의 화력 정도로는 반에게 어떤 피해도 줄 수 없었다.
다만 반은 지금 평전사들을 지켜줘야 하는 상황이고, 무엇보다도 통로가 파괴될 수 있는 게 마음에 걸렸다.
‘벨리즈 형제와 린파 형제가 네 번째 공중요새까지 신경을 쓰는 건 어렵다. 그렇다고 셋이 함께 더 깊이 들어가자니 루나 누님 쪽의 안전이 신경 쓰이고…….’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뾰족한 수 하나가 진의 뇌리를 스쳤다.
진은 고개를 돌려 대사막에 퍼진 힘을 미친 듯이 퍼먹는 중인 마족들을 바라보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어찌나 많은 힘을 흡수한 건지, 이제는 셋 모두에게서 꽤 고강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봐, 마살룬!”
마살룬이 공벌레처럼 말고 있던 몸을 풀며 진과 눈을 맞췄다.
[마살룬을 왜 부르는가, 진 룬칸델. 마살룬은 아직 그대를 죽일 생각이 없다.]“개소리는 집어치우고, 좋은 제안이 하나 있다. 들어보겠나?”
[제안……? 그대는 그대와 마살룬의 관계를 무엇이라 생각하고 있지?]“지금 공중요새가 하나 더 나타났거든. 네가 만약 그걸 막으려고 적극적으로 움직여준다면, 네가 슈리를 만져도 되는지 한번 내가 물어봐 주마.”
그러자 동태처럼 어둡던 마살룬의 눈동자에 반짝 빛이 맺혔다.
{마살룬이, 슈리를……!}
“그래. 내가 말하면 아마 들어줄 거다. 그 정도 부탁은.”
{하지만 마살룬은 그대를 신뢰할 수 없다. 인간, 그 고아 중의 고아들은 더럽고 간사한 혀를 가지고 있지.}
진은 재빠르게 슈리를 꺼냈다.
[먀.]“슈리, 들었지?”
[먀냐.]싫어.
슈리는 그렇게 대답했으나 마살룬의 귀에는 반대로 들렸다. 동물의 언어란 오래 교감한 사람만이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적명족, 게 섰거라. 마살룬이 간다.}
진은 일순 소환된 마족들의 지능을 의심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앞으로 달리기 시작한 마살룬에게선 스리비나 카르마슈를 압도하는 투기를 느낄 수 있었다. 생전에 셋 중 가장 강했던 건, 단언컨대 마살룬이었다.
{슬픔이 너희를 저주하리라! 저주가 너희를 슬픔에 빠뜨리리라!}
마살룬의 특기는 저주였다.
그가 괴상한 주문을 외워대며 손을 뻗자, 별안간 그 앞에 놓여 있던 적뇌 파장이 장막이 걷히듯 밀려나기 시작했다.
“진 형제, 저놈 뭐야. 엄청 강했잖아……?”
“저주…… 적이면, 까다로운…… 놈이야.”
적뇌 파장이 있던 자리는 보랏빛의 찐득한 마력과 마기로 대체되었는데, 처음에 적명족들은 간단히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살룬의 저주는 보호막을 무시하며 그 안에 있는 함대를 순식간에 부식시키는 위력을 보였다.
치이이익……!
끈적한 저주의 마력은 마치 빛처럼 보호막을 투과해서 바로 함대를 타격하고 있었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함선은 채 3초가 지나기도 전에 모조리 녹아 검은 덩어리가 되어 지상으로 추락하는 모습.
‘처음 보는 저주로군. 마녀와 관련이 있는 저주인가…… 진마계의 마신들이 다룬 저주보다도 몇 배는 위험하다.’
적명족은 함선 7척을 잃고 마살룬이 펼친 저주 지대를 빠져나갈 수 있었으나, 그에 맞춰 저주 지대도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마살룬! 드디어 제대로 해볼 생각이 든 모양이군. 그래, 얼른 적명족 놈들 치워버리고 진 룬칸델을 족치자고.] [스리비, 저거 그냥 적옥묘 만지려고 저러는 거야.] [아, 그렇군. 그래도 맞춰주자고, 저 친구가 처음으로 열의를 드러내고 있으니.]스리비와 카르마슈는 곧장 마살룬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저주에 이어 스리비의 타격과 카르마슈의 염화까지 이어지니, 베슬은 오자마자 일단 회피 기동을 먼저 시작했다.
여전히 마족들은 모든 공격에 면역이다. 베슬이 아무리 강한 공중요새라 할지라도 제압할 수도, 죽일 수도 없는 적을 상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물론 마족들은 베슬의 기동력을 따라가지 못했다. 베슬은 마살룬의 저주 지대를 피하며 이리저리 전장을 맴돌았다.
그러다가 한 번씩 자리를 잡고 라프라로사의 입구를 향해 적뇌포를 터뜨렸는데, 최대 출력이었다.
진 일행조차 피하는 게 좋을 정도로 끔찍한 충격파가 대사막 전체를 난타했다.
심지어 적명족의 일반 함대들도 그때는 황급히 산개해서 충격파를 피했다. 오직 같은 공중요새들만이 보호막만으로 충격파를 무리 없이 견디는 것이다.
‘역시 저 주포들은 위험하다. 그래도 반 형제는 문제없을 테지만, 통로 그 자체가 망가지는 건 계속 마음에 걸리는군. 2조는 잘하고 있겠지?’
잘하고 있었다.
2조는 이제 막 루나와 합류한 채 라프라로사의 입구를 분석하는 중이었다.
“크읏! 저 빌어먹을 충격파 때문에 하마터면 장치가 깨질 뻔했잖아.”
무인들의 보호막 안, 콰울이 주먹만 한 장치 하나를 품에서 꺼내며 말했다.
피빌의 부품을 기반으로 급조한, 간이 아공간 추적 장치였다. 적명족의 장치에 비할 바는 아니나 기록 마법의 보조를 받으면, 아공간의 균열 유무를 파악하는 것쯤은 가능한 물건이었다.
“콰울 박사, 어떻소? 라프라로사에 관한 단서가 좀 나오고 있소?”
헤도가 말하자 콰울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서는 이미 아까 루나 경이 명왕족 투왕들이 인세로 나온 걸 알려준 순간부터 나왔어! 이제 남은 건 라프라로사와 인세 사이에 생긴 통로에 맞는 장치를 제작하는 것뿐이지.”
“어려운 일인가?”
“아니, 제작은 어렵지 않다. 직접 살펴보니 통로를 넓히는 일 자체는 아주 쉽겠어! 관건은 오히려 장치를 사용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버는 것이지.”
엘티엇이 그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콰울이로군. 내 생각도 똑같다네. 이 격렬한 전장에서 장치가 손상되지 않고 최소 열두 시간은 유지될 수 있어야 청명의 후손들을 인세로 불러낼 수 있을 것이야.”
“이만하면 분석은 됐어, 이제 총수한테 전달해서 빠지자고! 돌아가서 당장 장치를 만들고, 어떻게 시간을 벌지 논의해야겠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