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99)
제 1111화
246화. 미트라 대사막 쟁탈전(10)
이제 라프라로사를 해방하기 위한 관건은 기술이 아니라 시간이다.
물론 시간을 구하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대사막엔 항상 적명족과 마족들이 있으니, 그들로부터 장시간 안정적으로 장치를 운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그래도 도저히 실마리가 잡히지 않던 이전에 비하면 지금은 희망이 눈앞에 있는 기분이었다.
“요나야, 네가 가서 총수에게 상황을 말해주어라. 우린 지금 즉시 퇴각할 테니.”
“히, 알겠어요 오울 님.”
“조심해, 요나.”
“고마워, 루나 언니!”
공중요새 한 기가 추가되고 마족들이 본격적으로 나선 까닭에 전투는 초가 지날 때마다 눈에 띄게 격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요나가 움직이기에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요나는 죽음을 휘둘러 적뇌 파장을 걷어내며 대사막을 나아갔다.
루나가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갈 생각이었다. 적뇌 파장과 모래 폭풍, 간헐적으로 전장을 물들이는 섬광이 시야를 가리는데도 요나는 루나가 사용한 길을 정확히 읽어냈다.
‘히, 언니도 급했던 걸까? 아니면 의외로 덤벙대는 구석이 있는 걸까.’
적명족 정찰조.
루나는 2조를 찾는 동안 자신의 뒤에 그들이 붙은 사실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들이 입은 특수한 은폐복은 적뇌 파장에 닿으면 몹시 투명해지는 효과가 있었다.
푹!
죽음이 바닥을 찔렀다. 모래와 더불어 적뇌 파장 속에 숨어 있던 한 적명족의 광심장이 관통되었다.
“언니가 바빠서 너흴 놓친 모양이야. 난 가는 길에 너흴 전부 죽일 거니까, 살고 싶으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도망쳐, 히.”
적명족 정찰조들은 가장 먼저 죽은 대원의 은폐가 부족했다고 여겼으나, 그때부터 요나는 사막을 질주하며 쉴 새 없이 정찰조를 찾아 죽였다.
“히, 바보들. 언니 스승이 아니었으면 너흴 좀 더 괴롭게 죽였을 거야.”
그렇게 요나는 진 일행과 합류할 때까지 총 서른두 명의 정찰조를 찾아 죽였다.
“진 형제…… 이, 사람은…….”
린파가 가장 먼저 요나를 발견했다. 요나는 단번에 자신을 알아본 린파를 보며 엘티엇 때처럼 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와, 명왕족들은 다 감이 엄청 좋나 봐.”
“요나 룬칸델! 맞지? 진 형제한테 얘기 많이 들었다.”
막 적뇌포에 튕겨져 지상으로 떨어진 벨리즈가 요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지면에 구덩이가 생길 만큼 강하게 떨어졌는데도 벨리즈의 몸엔 작은 생채기조차 하나 없었다.
“히, 나도 반가워. 너희 엄청 단단하네!”
“오셨습니까, 누님. 2조는 어떻게 됐습니까?”
“콰울이 이제 빠져도 된대. 라프라로사 해방 장치를 만드는 건 이제 어렵지 않고, 장치 사용 시간을 버는 법만 구하면 된다고 했어.”
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모든 형제들이 인세로 나올 날이 이제 정말 머지않은 것이다.
“알겠습니다. 누님은 저와 함께 빠지시죠.”
“진 형제! 나랑 린파 형제가 2조와 이쪽 사이를 오가며 엄호할게. 어디까지 빠져야 하지?”
“대사막 남부 초입까지 가야 합니다. 거기서부터는 우리도 공간 도약 장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족 3인방이 난리를 치는 덕분에 후퇴가 아주 어렵지는 않을 예정이었다. 적명족 공중요새와 함대는 마살룬의 저주를 피하느라 계속 상공을 선회하고 있었다.
때문에 압도적인 기동력을 보유하고도 진 일행을 추격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 마살룬은 아예 ‘진의 편’으로서 싸우고 있으니 말이다.
“저 마족들이 많은 도움이 되는군. 이제 돌아가서는 우리 할 이야기가 참 많겠어, 진 형제.”
전장 중심을 벗어나는 동안, 진 일행은 공중요새 베슬에 시선을 집중했다. 베슬은 마살룬의 저주가 멀어질 때마다 라프라로사의 균열로 주포를 쏘아댔다.
‘형제들, 다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진은 그 균열 너머에 있을 형제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전장을 빠져나갔다.
* * *
지플, 이야기의 탑.
켈리악이 들어서자 로닐과 사트린, 라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둔과 엘로나만 앉은 채로 그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오셨습니까, 가주.”
켈리악은 조슈아 가네스토를 만나고 막 돌아온 참이었다. 대사막의 마족들에 대해 가네스토가의 의견을 구할 필요가 있던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대사막에 소환된 마족들은 모두 마녀의 수하들이다. 아니, 정확히는 수하가 아니라…… 마녀로부터 심연의 거주권을 허락받은 인물들이라고 하더군.”
“심연의 거주권? 그게 뭐냐, 켈리악.”
“그냥 마녀의 영역에서 살아도 별다른 해를 받지 않는 존재들이란 뜻이다.”
“별…… 어쨌거나, 놈들이 마녀의 수하가 아니라는 건, 가네스토 쪽에서 통제하는 건 아니라는 뜻인가?”
켈리악이 카둔과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마녀는 부하나 자신의 병력을 따로 두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자를 추종하는 맹목적인 이들이 있을 뿐이지.”
마녀의 딸이라 불리는 혼돈의 파편들, 그리고 마살룬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었다.
헬루람은 한 번도 추종자들에게 직접적인 명령을 내린 일이 없었다. 때문에 추종자들은 자의로 그녀의 의도를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뭐, 딱히 마녀나 가네스토 쪽에서 놈들을 통제하지 않더라도 지금으로서는 우리에게 나쁠 것이 없지. 안 그래, 켈리악 친구?”
“본래라면 그랬겠지.”
“……본래라면?”
켈리악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조슈아를 만나서 새로운 정보를 확인하기 전까지, 마족 삼인방은 분명 지플에게도 호재였다. 마족들이 적명족의 발목을 잘 붙잡는 만큼 지플에게도 여유가 생길 테니 말이다.
“라프라로사. 조슈아가 말하기를, 이번 마족 소환과 전투로 인해 대사막에 명왕족의 땅인 라프라로사와 인세를 잇는 통로가 생겼다더군. 때문에 그중 명왕족의 투왕이라 불리는 자가 벌써 둘이나 해방되었다고 하였다.”
-그 마족들에 대해선 가네스토가와 한번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 어쨌거나 이제부터는 당분간 성지와 마신석에 제대로 집중해야겠군. 대사막에 또 변수가 나타나지만 않는다면 말이지.
켈리악은 대사막으로 적명족을 끌어들인 직후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마를 짚었다.
그 말을 한 시점부터, 변수는 이미 발생한 상태였다.
“명왕족의 투왕!? 켈리악 친구, 적명족이야 청명족이야!? 아니지, 지금은 청명족의 후손만 남았다고 했지? 청명 새끼들은 좀 위험한데. 지금 남은 적명족 대투왕들보다 강한가?”
“과거 진 룬칸델이 일시적으로 소환한 명왕족 투왕을 생각해보면, 아마 더 강할 것이다. 그러나 그조차 그들의 투신에 비하면…… 문제라고 부를 수도 없을 것이다.”
투신 반.
흉신전 당시 그가 보여준 초월적인 무위는 잊힌 전설 속의 옛이야기나 부풀려진 신화가 아니었다.
“그가 온전히 소환되는 순간 인세의 판도는 아예 가늠조차 필요치 않은 상태가 될 테지.”
지플, 킨젤로, 적명족, 가네스토, 태양신교.
그 모두가 힘을 합쳐도 과연 반과 명왕족이 더해진 바멀 연합을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지경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미트라 대사막 쟁탈전에 참전을 해야 한다는 뜻이군.”
엘로나가 무감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투신이라는 인물과 명왕족들이 넘어오기 전에, 통로를 완전히 파괴하는 게 상책일 테니까. 내 말이 틀렸나? 켈리악.”
“정확하다. 성지를 옮기고 병력을 복구하는 것보다도, 명왕족을 막는 게 더 시급해졌어. 다음 전투부터는 우리도 대사막으로 들어가야 한다.”
“켈리악 친구, 그럼 적명족에게 협상을 제안하는 건? 어차피 우리나 그놈들이나 명왕족을 막아야 하는 건 똑같으니까…….”
“이봐, 라갈. 얼마 전에 우리로부터 드락카를 빼앗은 놈들이다. 자존심이 없냐, 넌?”
카둔의 날카로운 반응에 라갈은 민망한 듯 어깨를 으쓱였다.
“난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야.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자존심도 자존심인데, 어차피 우리도 엘로나 친구가 있으니까 여차하면 적들을 다 쓸어버리는 방향을 잡는 게 더 낫겠군.”
당연히 지플에게 가장 좋은 결과는, 라프라로사의 통로가 파괴되기까지 적들이 최대한 타격을 받는 것이었다.
“적명족과는 따로 협상을 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놈들은 우리가 라프라로사의 통로를 파괴하려는 걸 아는 순간부터 우리 쪽으론 소극적인 대응을 할 거다. 지금 소환된 마족들은 바멀 연합 쪽에 호의를 베풀고 있다 하니, 적명족의 입장에선 우리가 그런 역할이지.”
“그렇다면 엘로나 친구가 적명족에게서 빼앗은 공중요새는 사용하지 않는 게 좋겠군. 괜히 놈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상황이 꼬일 수도 있으니.”
“……라갈, 정말 거슬리는군. 나는 네 친구 따위가 아니라는 걸 대체 몇 번이나 더 설명해야 하지? 내 말을 그만 무시하는 게 좋을 것이다. 켈리악이 없었다면 넌 내 손에 이미 열댓 번은 죽었으니.”
엘로나가 라갈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녀는 여전히 라갈을 보면 왠지 분노가 치솟는 기분을 느꼈다.
‘……여전히 라갈에게 적의를 품고 있군. 아직도 성수관이 엘로나를 완벽하게 제어하지는 못하고 있는 건가.’
켈리악이 생각했다.
그는 엘로나가 라갈에게 유난히 사나운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건, 엘로나가 성수관을 쓰기 전에 라갈에게 원한을 품은 까닭이었다. 베라딘과 함께하던 시절, 엘로나는 라갈로부터 연방의 시민들을 지키다가 심각한 부상을 겪었었다.
‘이러다 갑자기 엘로나 지플이 성수관의 제어를 벗어나는 것도 항상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기 전에, 성지를 옮기고 성수관을 강화해야 한다.’
성수관의 제어를 벗어난 엘로나가 지금의 지플에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 그렇게 될 경우 그녀는 반드시 베라딘이 있는 바멀 연합으로 합류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성수관의 제어력이 완벽해지면, 그때는 비로소 마신석에 엘로나 지플을 완전히 녹여낼 수 있을 테지…… 그 모든 일이 무사히 완료되면, 그때부터 지플은 세상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켈리악이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엘로나는 조용히 라갈로부터 시작된 불쾌감을 억눌렀다.
‘가끔 라갈뿐만이 아니라 켈리악 지플을 대할 때에도 적의가 치솟는다. 무언가 이유가 있는 건 분명한데…… 기회가 오면, 켈리악이 없을 때 탑에게 질문을 던져봐야겠어. 도대체 이 적의는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언젠가 적의를 억누를 수 없게 되는 날이 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엘로나도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다. 라갈이나 켈리악 모두 과거에 자신과 모종의 원한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엘로나는 한동안 생각에 잠긴 채 과거 지옥에서 들은 한 목소리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엘로나 경! 잊지 마십시오, 제가, 경을 다시 찾아가겠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잊지 마……!
베라딘 지플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