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127
노아와 오필리아의 경기가 따로 주말에 치러짐에 따라, 전날 자신의 경기를 모두 끝낸 다른 부동의 15인들도 이를 관전하고 있었다.
“오필리아가 연무장 위의 일대일에서 제 실력을 다하지 못하고 있었던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무지막지한 화력 투사에 다들 질려 있는 가운데 로젤리아가 운을 뗐다.
“저건 이미 대인검술의 영역이 아닌데?”
“오필리아의 검술은 처음부터 마수와 싸우기 위한 검술이었으니까요. 그보다는 저 공격을 버티는 와중에 전진하고 있는 노아도 놀랍네요.”
오필리아의 광역 공격도 공격이지만 그걸 받아내면서 악착같이 전진하는 노아의 모습도 기가 질리긴 마찬가지였다.
작년까지 13위에 있었던 리나리아는 인간체스에서 아니스를 쓰러뜨리고 5위에 안착, 그대로 두 사람이 졸업하며 3위가 되었다.
바로 어제 4위인 셰리의 도전을 가까스로 버텨내며 어떻게든 순위 방어에 성공하긴 했다.
그러나 로젤리아와 함께하는 것이 익숙한 리나리아에게는 다른 15인이 괴물처럼 보였다.
‘아니, 그래도 힘을 내야…….’
로젤리아는 현재 10위로 리나리아보다 낮다.
하지만 익시드를 완성하며 앞서 나간 로젤리아의 검술은 리나리아보다 확실히 위였다.
어설프게나마 자신도 익시드를 완성하여 셰리를 장외패로 막아내긴 했지만, 로젤리아의 옆을 지키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만 했다.
“어이, 나이로비. 괜찮겠어?”
“뭐죠? 로젤리아 씨.”
“노아가 13위인 오필리아를 쓰러뜨리면 다음은 12위인 너잖아. 저런 식으로 덤벼오면 버틸 수 있겠어?”
“……확실히 무시무시한 돌파력이긴 합니다만.”
나이로비는 확답을 내지 않고 말을 흐렸다.
그녀는 마이어의 산하가문 출신으로 알렌을 어린 시절부터 윗사람으로 모셨다.
때문에 펠릭스와 노아가 알렌과 아슬란의 구도를 이어받자, 아슬란에 이어 노아까지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싫은 건 싫은 거고 검술은 검술.
‘인정하기는 싫지만…….’
재해급 영약을 모두 흡수한 노아는 아니스와도 주먹으로 붙어볼 만한 스펙을 지니게 되었다.
그 상태에서 검술마저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모를 무지막지한 검술을 쓰고 있으니, 나이로비가 보기에 자신의 승산은 잘해야 절반.
현실적인 요소를 생각하면 그 이하였다.
‘안 돼. 약한 생각 하지 마. 내가 저 녀석을 잡아두지 않으면 펠릭스 도련님이 설욕하기 힘들어져.’
펠릭스가 다시 노아에게 도전하기 위해선 노아가 한 자릿수 랭킹으로 도망가는 걸 막아야만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로비의 베스트는 오필리아 선에서 노아를 막아주는 것.
“오필리아 화이팅……!”
“뭐야. 둘이 사이가 그렇게 좋았던가?”
거검이 떨어져 내리자 나이로비는 무심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나 검은 물결이 거검을 향해 쏘아진다.
“펠릭스와 붙었을 때의 그건가!”
로젤리아가 눈을 빛냈다.
그와 동시에 흑암진천이 나이트레이의 하늘을 갈랐다.
* * *
“후우.”
오필리아의 거대 무형검을 갈라 버린 노아는 숨을 골랐다.
‘가급적 바로 움직이는 편이 좋겠지만.’
이만한 오러를 쏟아부은 공격이라면 상대도 반작용이 적지 않을 터.
같은 상황이라면 오러의 양이 더 많은 노아가 회복이 빠르다.
“이게 선배의 무형검 오의인가.”
기승전결을 제외한 모든 검술은 검기의 단계에 따라 검술의 단계도 나뉜다.
검술을 배우다가 검기를 쓸 수 있게 되면 강검 기술을, 무형검을 쓸 수 있게 되면 무형검 기술을 배우는 식인 것.
어느 검기까지 쓸 수 있냐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니 당연한 일이었다.
때문에 깨달음을 총망라한 오의는 단계마다 존재한다.
‘흑천은 원래 검기를 외부로 뿜어내는 검기상인의 오의. 하지만 거기에 속성변환을 입혀 흑암진천을 만들었다.’
2단계 베이스인 오의로 3단계 베이스인 오의를 뚫어낼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
‘그렇다면 선배한테는 아직 4단계 속성변환 오의가 남아 있을 거야.’
승패는 그쪽의 속성변환 오의와, 이쪽의 승 오의인 만상붕괴에 달려 있었다.
‘3단계는 위력의 증대에 집중한 기술이었지. 그러면 4단계는 은신 같은 암부 기술인가?’
사도인 오필리아의 검술이라면 그런 쪽이라도 이상할 건 없었다.
자신의 기척을 숨기는 것은 사냥꾼으로서는 기본.
마수를 사냥하기 위한 검술이 마지막에 은신술에 도달했다면 납득이 갔다.
‘문제는 그 경우 내가 선배를 쫓을 수 없게 된다는 거군.’
딱히 상대는 발이 묶여 있는 게 아니다.
도망치려면 얼마든지 도망칠 수 있다.
완전히 장기전으로 간다면 오러가 많은 노아가 유리하겠지만, 쫓기는 입장으로 그때까지 버티긴 쉽지 않으리라.
‘반대로 사냥감의 급소를 노리는 오의일지도 모르고.’
마수는 대부분 인간보다 크고 강인하다.
기사라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
때문에 강력한 힘으로 짓누르는 것보단, 약점을 노리는 편이 유리했다.
힘들게 접근했더니 돌파하느라 힘이 빠진 상대를 한 방에 콱!
그런 식의 검술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에도 마냥 쫓아가는 게 능사는 아냐.’
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 답은 하나인가.”
노아는 손가락을 베어 자신의 피로 원을 그렸다.
진법 설치.
범위는 전장 전역.
“간이 축 하나로 만드는 진법이지만 괜찮겠지. 물리력은 필요 없으니까.”
애초에 아무런 효과도 없는 진법이다.
하지만 노아는 범위를 특정하는 것만으로도 승의 제어를 보조하는 용도로 써먹을 수 있었다.
“동화.”
정령태가 세계를 품에 안는 것이라면 엔야의 기승전결은 자신을 세계의 품에 던지는 방식으로 오러를 동화한다.
척 봐도 이쪽이 훨씬 위험해 보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기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완전한 통제를 완성했다면 그러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전장에 있는 모든 오러가 노아와 연결된다.
제어를 위해서는 더 깊게 동화할 필요가 있지만, 거기까진 필요 없었다.
“연결되지 않는 점이 11개. 언제 가짜를 10개나 만들어뒀대?”
역시 무작정 돌진했다간 함정에 빠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각각의 점들은 오러량도 천차만별이군. 뭐가 진짜지?’
온전한 상태의 오필리아를 100이라고 치면, 감지된 분신들은 1부터 40까지 가지각색의 오러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결국 똑같은 사람의 오러를 나눠놓은 거니 이것만으로는 진짜를 구별할 수 없었다.
“그럼 반응을 볼까.”
감지한 위치에 무형검을 형성한다.
이만큼 멀리 떨어진 곳에 무형검을 만들어봐야 그 위력은 보잘것없으리라.
하지만 단순한 위장으로 오러를 고정시켜 둔 것이라면 아예 공격에 대한 대응 능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쿠이나 선생님의 실체 분신조차 전투 능력은 없었어. 이만큼 뛰어난 위장이라면 더더욱 다른 효과를 넣긴 힘들겠지!’
이어서 10개의 무형검이 상대를 관통했다.
피한 것은 하나뿐.
“찾았다.”
확인된 순간, 번개가 내달렸다.
파지직!
피한 쪽의 오러량은 100 기준에 3.
‘분신을 만들기 위해 오러를 나눈 상태다! 잡으면 이겨!’
일부러 오러가 적은 척 숨기고 있을 가능성도 없었다.
지금까지 쓴 것에, 다른 쪽 분신들이 가지고 있던 오러량까지 생각하면 이미 오필리아의 총량에 근접했으니까.
오차가 있다고 해도 허용 범위 내다.
오필리아가 아무리 강해도 저런 상태라면 마주친 시점에 필승.
피잉!
노아는 옷깃에 무언가가 닿은 순간 몸을 뒤틀어 피했다.
이전과는 다르게 감지하기 힘든 애기살 같은 공격이 날아든다.
광범위 공격도, 강력한 한 방도 안 통하니 보이지 않는 저격을 시도하는 것.
허나 노아는 무형검이 옷깃에 닿고 나서 인지하고도 피해내는 기예를 선보이며 전장을 내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오필리아와 마주했다.
“대단하네.”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곰 가죽.
경기에 임하며 후드처럼 쓰고 있던 곰 머리를 뒤로 넘긴 오필리아는 노아와 눈을 마주쳤다.
‘뭐지? 저 눈은? 자포자기? 아냐, 저건…….’
노아의 승리가 확실한 순간.
오필리아의 눈은 포기한 자의 눈이라기에는 아직 의지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가짜? 아냐. 이쪽은 진짜가 맞아.’
전문적인 암부기사도 아닌 오필리아가 눈앞에서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분신술을 쓸 수 있을 리 없었다.
어쨌든 제압하고 본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노아는 전장의 오러가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오필리아는 노아의 의문에 친절히 답해주었다.
“다른 쪽에 박아둔 오러는 위장이 아니라 포대야.”
“포대라면……?”
“너라면 어떤 식으로든 나한테 도달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오필리아의 속성변환 오의는 사냥꾼답게 설치형 기술이었다.
본체가 가진 오러량은 3.
그 외의 나머지는 전부 이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력을 다한 일제사격.
목표는 자신을 찾아온 노아.
“만상붕괴는 준비에 시간이 걸리지?”
여유는 없었다.
등 뒤로 날아온 투검을 전력으로 쳐낸다.
막은 순간 손이 얼얼했지만 멈춰 있을 시간은 없었다.
충격에 떠오른 몸이 밀려난 지점에 또 다른 검이 날아든다.
동시에 오필리아 또한 자신의 검을 들고 노아를 찔러든다.
위기의 순간.
거검이 떨어질 때도 느끼지 못한 짜릿함이 노아의 등골을 타고 올랐다.
자신을 쓰러뜨리기 위해 오필리아가 작정하고 준비한 무대였다.
“하핫!”
뛰어난 상대와 전력으로 맞붙는 즐거움.
승부는 빠르게 절정으로 치달았고,
키이잉!
“체크메이트.”
천공을 꿰뚫는 섬광과 함께 노아는 승리를 거머쥐었다.
* * *
“히야. 나이로비 너는 저거 막을 수 있겠어? 나는 못 막을 것 같은데.”
비타는 어제 보았던 노아의 천원을 떠올리며 나이로비를 놀려댔다.
“준비부터 발동까지가 만결일섬보다 훨씬 빨라. 그렇다고 어설픈 방식으로 대응 가능한 위력도 아니었고. 고생 좀 하겠네.”
“……알겠으니까 볼일 다 보셨으면 이제 돌아가세요.”
“네넹, 아니스가 9위에서 한 자릿수 수문장을 해주는 덕에 한가한 7위는 이만 물러갑니다~.”
비타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나이로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인간체스 때를 기준으로 공략법을 준비했더니 전혀 쓸모없게 되었다.
영약을 완전히 흡수하는 것까진 예상했어도 저런 건 상상도 못했다.
“이번에 또 나가던데 설마 또 이상한 기술을 배워오는 건 아니겠지?”
뱉어놓고 보니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한 나이로비였다.
* * *
“진법을 이용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괜찮았어. 그리고 오필리아 선배의 기술은…… 어쩌면 검기전이를 좀 더 활용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복기를 마친 노아는 기록을 정리하고 일어섰다.
이러한 기록을 시작하게 된 것은 카인에게서 엔야가 남긴 검술서에는 기승전결의 전반부만 적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의 일이었다.
후반의 전과 결에 대한 것은 구전으로, 그마저도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기본적인 개념만 남아 있었다.
때문에 그 정확한 내용을 알고 있는 것은 초승달 군도의 지하에서 엔야가 남긴 검로를 보고 온 노아뿐.
‘애초에 다른 검술을 익힌 사람이라면 보고도 배울 수 없게 되어 있었지.’
카인은 후반부를 다른 방식으로 비슷하게 구현했고, 빈센트는 일부 개념만을 취합해 자신의 검술을 개량했다.
결국 완전한 원본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
‘어머니가 살았다는 증거를 남기고 싶다.’
노아 자신.
그리고 노아가 사용하는 역사상 최고의 검술.
엔야가 살았다는 증거는 그것이 전부였다.
세상을 구했음에도 알려지지 않은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노아는 의무감을 가지고 자신의 변화를 기록하고 있었다.
“사실상 일기에 가까운 것 같긴 하지만 말이야. 나중에 정리하려면 머리 아프겠네.”
자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에 겪은 일과 느낌 등까지 전부 적다 보니 결과적으로 일기처럼 되어버렸다.
물론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을 것 같으니 상관없었지만.
시간을 확인한 노아는 빠르게 짐을 챙겨 나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사고가 정지했다.
“내가 잠이 덜 깼나……?”
수인 기준으로 마스터 나이트에 해당하는 경지인 용왕.
용궁을 대표하는 존재인 동해용왕이 티우를 목말 태우고 있었다.
그 옆에서는 토끼 수인과 거북이 수인이 안절부절못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고, 티우는 부끄러운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고개를 숙인 상태였다.
동해용왕은 노아의 멍한 시선을 보곤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알았다는 듯이 말했다.
“노아, 당신도 탈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