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13
8대 가문은 고작 여덟 개의 가문이지만 그 세력은 절대적이었다.
본가의 이름을 잇는 이들이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뛰어난 검술과 강체술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본가 외에도 수많은 분가와 산하 가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8대 가문이라는 것은 사실상 나라 안의 나라.
제국 내에 존재하는 8개의 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펠릭스 마이어는 8대 가문 중 하나인 마이어 가문의 적통.
현 가주의 막내아들이자 가문의 최대 유망주 중 하나였다.
펠릭스의 검술은 나이트레이에 입학하기 전부터 이미 상위 랭커로 재학 중인 사촌들을 넘어섰다.
마이어의 이름을 잇지 못한 분가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같은 세대에서 그의 검을 받아낼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존경하는 형님뿐이었다.
‘형님은 당당히 랭킹 2위로서 정도 학생들을 이끌고 있는데 나는 여기서 이게 뭐 하는 짓이지…….’
8대 가문의 적통으로서 모두가 펠릭스를 존중했지만, 사실 그는 사람이 거북했다.
펠릭스는 그냥 혼자 검술이나 단련하는 것이 좋았다.
가문의 명예를 위해 나이트레이에 입학하긴 했지만 단체 수업 때마다 위가 쑤셔 죽을 맛이었다.
동기들은 그것도 모르고 펠릭스를 쿨 하다며 떠받들어 댔지만 그 점이 더더욱 그를 힘들게 했다.
솔직히 말해 남들의 기대감으로 매일 아침 토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밤에 싸웠던 애들은 괜찮겠지? 최대한 손대중을 하긴 했는데 다쳤으면 어쩌지? 나 때문에 다시는 검을 잡지 못하게 되기라도 했으면…….’
사람은 거북하고 검술은 재미있으니 집에 박혀 검술만을 단련했다.
덕분에 검술 실력 하나는 8대 가문의 후기지수들 중에서도 수준급이었으나, 사회성은 반대 방향으로 수준급이었다.
‘지금이라도 사과하러 갈까? 하지만 단서도 못 찾고 사과해 봐야 놀리는 꼴인데. 으으, 이럴 때 형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벌떡!
혼자 끙끙 앓기만 하던 펠릭스는 순간 느껴진 감각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적습이다.”
“펠릭스 님?”
주변의 학생이 의문을 표함과 동시에 노아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두 번째 단서는 내 손에 있다! 원한다면 덤벼라!”
오러가 담긴 노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펠릭스는 곧바로 검을 챙겨 달려 나갔다.
‘강적.’
오러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고민할 것도 없이 확실했다.
노아.
사도 출신의 강자.
동기들 사이에서 정도의 구심점인 자신과 대척점으로 여겨지는 인물.
자신에게도 몇 번이나 랭킹전을 걸어왔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저 녀석이랑 싸우긴 싫은데.’
펠릭스는 일부러 노아와의 랭킹전을 피하고 있었다.
쓰러뜨려 봐야 자기가 이길 때까지 계속 랭킹전을 걸어올 녀석이었다.
게다가 교내의 정치적인 문제까지 생각하면 이겨도 손해, 져도 손해였다.
“대장이 납시셨군.”
노아는 펠릭스가 나타나자 멀찍이서부터 그를 알아보고 기다리고 있었다.
펠릭스는 그사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바로 온 건데…….’
이미 몇 명의 동기들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도 없이 기절한 게 압도적인 실력차로 제압한 것이 분명했다.
“어젯밤에 사도 녀석들을 괴롭혀 줬다며?”
“단서를 찾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헛수고였어. 두 번째 단서를 가져간 건 나였거든.”
노아는 그렇게 말하며 지침석을 꺼내 들었다.
“이게 두 번째 단서다. 원한다면 날 쓰러뜨리고 가져가라.”
‘끙…….’
노아의 목소리에는 대화로는 풀 수 없는 완고함이 서려 있었다.
저렇게까지 말한 이상 정말로 쓰러뜨리지 않으면 내주지 않으리라.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애들 말을 듣는 게 아니었는데. 괜히 쟤랑 싸우게 생겼잖아.’
스릉!
펠릭스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검을 뽑아 들었다.
대충 봐도 알 수 있었다.
동기들 중에 노아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이었다.
“그럼 쓰러뜨려 줄게.”
노아는 분명히 강적이었다.
그러나 펠릭스에겐 자신이 진다는 생각 따윈 없었다.
오만?
소심한 성격인 그에게 오만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펠릭스가 가진 것은 오로지 지금까지 해온 수련과 그에 대한 믿음뿐.
패배를 상상하기에는 그의 검술이 너무 강한 것이었다.
‘최대한 빨리 끝내자.’
펠릭스가 검에 손을 얹은 순간 노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일섬(一閃) 대범람(大氾濫).”
펠릭스의 검이 지평선을 횡으로 갈랐고, 검에서 뻗어 나온 검기가 간격 안에 있는 숲을 지워 버렸다.
* * *
“저게 신입생의 검술이라고요……?”
견습 교관 쿠이나는 고작 한 번의 참격으로 일어난 참상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경 100미터 안에 있는 모든 나무와 바위들이 그대로 베어졌다.
아니, 찢겼다고 해야 옳으리라.
“검기를 일직선으로 쏘아내면서 그 찰나의 순간에 길게 늘어진 검기로 주위를 베어버렸군. 아직 무형검은 익숙하지 않나?”
“그걸 완전하게 다룰 수 있었으면 학생이 아니라 교관을 하고 있겠죠.”
“하긴 무형검은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활용법이 발견된다고 하니.”
3단계 검기인 무형검은 그야말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었다.
발현이 가능하다고 끝이 아니었다.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천차만별로 변하는 것이 바로 무형검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쏘아 보내는 것밖에 못하는 것치곤 응용이 뛰어나군. 저 기술 하나만으로도 상위 랭커 자리는 충분히 따겠는데?”
기술도 기술이지만 막대한 오러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펠릭스에게는 그럴 만한 오러가 있었고, 그 오러에 무형검이 더해지면 상위 랭커 자리는 따놓은 당상이었다.
“문제는 상대도 어지간한 상위 랭커보단 센 것 같다는 점일까요.”
대범람으로 일어난 흙먼지가 걷히자 그곳에는 허리보다 높이 있던 것들이 싹 사라진 평지가 드러났다.
그러나 그 평지에는 단 하나, 대범람의 여파를 피해간 곳이 있었다.
“펠릭스의 검기를 자신의 검기로 베어냈군.”
“아무리 방출한 검기가 검에 씌운 검기보다 약해진다지만 어느 정도 대등한 수준의 검기가 아니고서야…….”
“펠릭스는 마이어 가주의 둘째 아들이다. 황실 못지않은 환경에서 자랐겠지. 아니, 계승권과 거리가 먼 어지간한 황족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았을 거야.”
그런데 그런 펠릭스와 맞먹는 검기를 쓴다?
거기에 아무도 그 출신을 모른다?
“노아 저 녀석은 황실의 비밀병기라도 된단 말인가?”
“선배의 말이 맞는지 어떤지는 곧 알 수 있겠죠. 펠릭스가 상대라면 노아도 자신이 배운 검술을 드러내지 않을 수가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교관들의 기대가 채워지는 일은 없었다.
* * *
노아는 펠릭스의 대범람을 막아낸 직후 앞으로 달려들어 거리를 좁혔다.
멀리서 일방적으로 공격당하기만 하면 언젠가 방어가 뚫리기 마련이었다.
펠릭스는 그런 노아를 눈으로 좇았다.
‘여기서 거리를 좁힌다? 노아는 무형검을 못 쓰나?’
노아와의 거리가 충분히 가까워진 지점에서 펠릭스는 다시 한번 검기를 쏘아 보냈다.
“삼식(三式) 회륜(回輪).”
무수한 검기의 조각이 노아를 중심으로 흩뿌려졌다.
사방을 검기에 점거당한 상황. 노아의 사고가 가속했다.
찰나의 순간.
사진 같은 정지화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노아는 그 장면 속에서 검기의 흐름을 읽었다.
‘하나하나를 직접 조종하고 있는 건 아냐. 패턴이 있다.’
직접적으로 자신의 현재 위치로 날아드는 검기가 8개.
퇴로를 막는 검기가 4개.
한 수 앞의 움직임을 쫓는 검기가 4개.
두 수 앞의 움직임을 예상하여 막아서는 검기가 8개.
무작위로 회전하며 예상치 못한 경로를 막아서는 검기가 12개.
노아의 머릿속에서 모든 검기의 움직임이 재구성되었다.
어설프게 돌파를 시도할 순 없었다.
‘뒤에는 펠릭스 본인도 있지.’
짧은 순간 노아는 머릿속으로 검기를 최대한 순차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움직임을 계산해 냈다.
타다다다다당!
검기가 사방에서 동시에 덮치는 것을 피해 순차적으로 쳐낸 노아는 곧바로 펠릭스에게 검을 내질렀다.
펠릭스는 가뿐하게 그 공격을 피하며 반격해 왔지만 그가 공격한 것은 오러를 씌운 수리검이었다.
‘이형환위?’
기사들의 대결에서는 전방만 볼 수 있는 시각보다 오러 자체를 느끼는 육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때문에 무형검 단계에 이르면 일부러 허공에 검기를 만들어 위치를 속이는 이형환위라는 수법이 존재했다.
노아는 바로 그 기술을 무형검 대신 수리검에 오러를 덧씌우는 방식으로 써먹은 것이었다.
상대에게 뒤를 잡힌 일촉즉발의 상황.
퍼엉!
펠릭스는 지면으로 검기를 뿜어 그 반동으로 공격의 범위를 벗어났다.
대범람에서 여기까지 고작 3초.
“확실히 무형검이라는 게 대단하긴 하군. 그런 식으로도 써먹을 수 있는 건가.”
“너…….”
좋은 걸 배웠다는 듯이 말하는 노아의 모습에 펠릭스는 처음의 생각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네 검술을 사용하지 않는 거지?”
“무슨 소리냐?”
“지금까지 계속 기술이랄 것도 없는 기본적인 검술만 사용하고 있지 않나.”
사람을 대하는 것이 서툰 펠릭스라도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이 있었다.
그의 기술에 맞춰 노아가 사용한 것은 어디까지나 기본기와 그 응용뿐.
펠릭스로서는 자신을 놀리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미안하지만 딱히 놀리려던 건 아냐. 사실 내 검술은…….”
그러나 노아의 해명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구구구구구구!
“뭐야 이건 또?”
“또 벽력탄인가?”
“아니, 이제 그거 없는데.”
벽력탄으로 만들어낸 인공적인 진동이 아니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진동이 안 끝나잖아?”
“땅속에서 뭔가 움직이고 있다.”
그것은 교관들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교관들은 시험을 위해 용검도를 만들고 이 안에 마수들을 집어넣었다.
용검도의 마수들은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곳 환경 속에서 자체적인 생태계를 형성했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생존을 위해 경쟁해야 하는 마수들은 비정상적인 속도로 진화했다.
거기에서 끝났다면 괜찮았으리라.
아무리 강력한 마수가 탄생한다고 해도 이곳은 나이트레이 내부.
진화의 속도가 이곳을 관리하는 교관들의 실력을 뛰어넘을 리는 없었다.
문제는 이곳의 마수들이 자신들을 이곳에 집어넣은 섬 밖의 강력한 인간들에 대해 알고 있었단 점이었다.
그들은 진화 과정에서 자신의 기척을 숨기는 방향을 택했다.
그러나 최근 며칠.
용검도에는 대량의 오러를 지닌 맛있는 먹이들이 유입되었고, 주기적으로 섬을 관리하던 교관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교관들을 피해 땅속에 숨어든 마수들에겐 다시없을 기회.
이틀 동안 눈치만 살피던 용검도의 지배자가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마수 반응? 선배 이거 시험을 중단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판단은 본부에서 할 거다. 게다가 저 녀석들을 봐봐.’
방금까지도 서로에게 검을 겨누던 노아와 펠릭스는 어느새 등을 맞대고 있었다.
“다른 녀석들이 도망칠 때까지 몇 분쯤 걸리지? 우리가 붙잡아둘 수 있나?”
“땅속으로 도망친다면 못 막는다. 현실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 한 번에 죽여야 해.”
‘신입생들은 싸울 생각으로 가득한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