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176
“네가 완전히 맛이 간 건 아니라 다행이군.”
“무슨 소리지?”
“네 입장에서는 그대로 기습을 가하는 게 가장 확실했을 텐데. 안 그런가?”
광휘제는 카인이 감지할 수 없는 범위에서부터 날아왔다.
그럴 거라면 도착과 동시에 공격을 가해 기습하는 편이 확실했으리라.
하지만 광휘제는 그러지 않았다.
“황제로서 제국의 신민들을 보호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인류 최강의 기사인 그가 곧바로 공격했다면 주위의 병사들도 버티지 못했을 테니까.
광휘제가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면 이 일대는 확실히 날아간다.
검을 뽑아 들긴 했지만 광휘제는 주위의 병사들이 이탈할 때까지 강하게 나설 생각이 없었다.
“그래 황제라면 그래야지. 근데 범죄자는 그럴 필요 없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
카인은 그 점을 노렸다.
파앙!
갑판 위의 광휘제를 향해 돌진한다.
그에 맞서 광휘제는 제자리에서 손가락을 들어 올려 카인을 가리켰다.
광선이 쏘아졌다.
‘무슨 심검을 준비도 없이 즉발이냐.’
손가락 굵기의 얇은 빛줄기.
허나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그것은 심검으로 이루어진 절대적인 공격이었다.
치이잉!
빛의 속도로 이루어진 공격.
공격의 방향을 읽고 미리 검을 가져다 댄 카인은 그것을 튕겨냈다.
하늘로 빗겨나간 광선은 구름에 거대한 구멍을 남긴다.
빛이 사라진 뒤에야 심검이 만들어낸 강렬한 열 폭풍이 그 뒤를 따랐다.
화아악!
카인의 몸이 뒤로 날려간다.
광선은 그저 그곳에 잠시 존재했던 것만으로 대기를 팽창시켜 성인 남성을 날려 보냈다.
이어서 공중에 떠 자세가 흐트러진 카인을 향해 또다시 빛줄기가 쏘아진다.
카인은 허공에서도 몸을 틀어 광선들을 전부 튕겨냈다.
튕겨나간 광선 중 한 줄기가 수면에 닿자 순식간에 기화한 바닷물이 폭발한다.
콰아아앙!
거대한 전함이 출렁인다.
이탈하던 주위의 군함들까지 피해를 받는 모습에 광휘제는 계속하려던 공격을 멈췄다.
‘역시 이건 안 통하나.’
천의무봉.
상대의 공격을 되돌려주는 저 반격용 심검 앞에선 정면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병사들이 충분히 물러날 때까지 광휘제가 공격할 수 있는 방향은 단순해질 수밖에 없었다.
카인에게 그런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일단은 버틸 수밖에.
카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공격할 수 있는 방향이 제한되어 있으면 아무리 빨라도 대응할 수 있지.”
무형검을 밟고 뛴 카인이 거리를 좁혀온다.
그는 일부러 사선상에 다른 군함을 넣고 움직이고 있었다.
어설프게 공격했다가 피하기라도 하면 군함이 맞는다.
“군함들이 충분히 물러날 때까진 계속 내 턴이다.”
카인은 견제를 위한 광선을 빗겨내면서 거리를 좁혀왔다.
광휘제도 마냥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니었다.
‘놈에게 직접 닿으면 안 된다.’
지금까지 보인 바로는 무간의 효과는 닿아야지만 적용된다.
광휘제는 카인을 피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빛이 인 직후, 육체가 원하는 공간에 도달한다.
카인은 그를 따라 허공에 무형검으로 발판을 만들며 도약했다.
출렁!
도약의 반동으로 거대한 전함이 수면 아래로 잠길 듯이 푹 들어갔다가 올라온다.
이어서 만들어낸 발판을 차례로 밟고 뛰어오른다.
압도적인 가속.
‘강체술이 없는데도 빠르다. 신체를 강화하는 계열의 심검도 있었나.’
제국 정보부에서 파악한 카인의 심검은 여덟 개 중 둘.
대전쟁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던 기존 심검인 천의무봉과, 생텀 킵 시내에서 사용한 무간이 전부였다.
하얀 마녀와의 전투가 빙하를 깨고 해저에서 이루어졌기에 그 이상의 정보를 수집할 수가 없었던 것.
“아무리 내 움직임이 제한되어 있다고 해도 나를 몰아세운 것은 너뿐이다.”
“칭찬은 고수가 하수한테 해주는 거다만?”
“그래, 그렇지.”
지이이잉!
광휘제가 들어 올린 손 위로 빛이 모여든다.
광검.
빛을 뭉쳐서 만들어낸 거대한 무형검이 하늘 위에 떠올랐다.
닿은 모든 것을 그 자리에서 증발시켜 버릴 엄청난 열기가 집약된 초대형 무형검.
“너는 나를 이길 수 없으니까.”
광휘제가 자신의 검을 내려치자, 광검 또한 그에 연동해 휘둘러졌다.
카인은 이를 악물었다.
“여전히 오만하군.”
거대한 무형검이 일반적인 사이즈의 검과 연동해서 움직이자 그 크기로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속도가 만들어졌다.
카인은 그러한 광검을 피하려 드는 대신 정면으로 맞붙었다.
콰직!
카인의 검이 광검에 틀어박힌 순간, 검기의 지배권이 넘어간다.
검기강탈.
광휘제가 직접 닿기를 피해 무형검의 형태를 택한 시점에, 카인은 그것을 무간으로 상쇄시키는 대신 강탈할 생각이었다.
“네가 그렇게 강하다면, 네 힘을 이용해서 쓰러뜨리면 될 일.”
광검이 카인의 검에 깃든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은하섬.”
마데이라의 해도에 검은 원이 그려진다.
초승달 군도 전체를 뒤덮을 규모의 초거대 은하섬.
밤의 장막이 태양을 가렸다.
“네 심검은 태양핵을 만들어내 그것을 중심으로 힘이 발현되는 방식이지. 이걸로 태양과 본체가 갈라졌다. 이제 어쩔 테냐?”
광휘제의 심검인 클라우 솔라스는 그의 오러를 빛으로 바꾸는 매개인 태양핵이 존재했다.
오러로 만들어진 이 인공태양과 본체의 연결이 끊어지면 빛으로 화해 도망가는 것도 불가능.
말하자면 유일한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확실히 태양핵의 존재는 내 심검의 약점이‘었’지.”
“……?”
“허나 이제는 아니다.”
은하섬으로 그어진 밤의 장막 아래.
작열하는 천 개의 태양이 새롭게 떠올랐다.
“한번 완성된 심검의 근본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발동하면 될 일.”
“……미친 종말 자식이.”
카인 또한 기존의 심검을 개조하는 것이 불가능해 검술을 처음부터 익히는 것으로 새로운 심검을 배워야만 했다.
반면 광휘제는 종말급 영약의 무한한 오러를 바탕으로 같은 심검을 동시에 여러 번 사용하는 방식을 만들어냈다.
사실 똑같은 심검이 더해져봐야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긴 힘들었다.
하지만 그게 수십, 수백을 넘어 일천에 달한다면?
또한 그 무지막지한 화력을 일거에 폭발시킬 수 있다면?
“흑점폭발.”
천 개의 태양이 일제히 플레어를 발했다.
바다가 증발한다.
카인은 말라붙은 해저의 밑바닥에 처박혔다.
‘크윽……!’
무간으로 기술의 직격은 막았다.
그러나 흑점폭발이 만들어낸 열이 그를 휘감고 있었다.
그를 중심으로 붉게 달아오른 대지가 차츰 녹아내리며 용암이 된다.
바다 한가운데에 용암대지를 만들어 버린 광휘제는 하늘에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버텨냈나.”
“시원한 게 잠이 솔솔 오더라.”
아무렇지도 않은 듯 허세를 부리긴 했으나 카인은 내심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었다.
‘돌아버리시겠네. 일격으로 초승달 군도만한 용암구덩이를 만들어 버리는 게 말이 되나.’
왜 병사들의 대피부터 우선하는지 확실하게 체감했다.
저런 걸 난사하면 일반 병사들은 무슨 마스터 나이트도 녹아내리리라.
무간으로 직격을 피하고 열 폭풍만 받았는데도 죽을 맛이었다.
당장이라도 몸이 익어버릴 것 같았다.
아니, 실제로 죽어가고 있었다.
은하섬으로 갈라진 공간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공간.
외부의 바닷물이 다시 들어차는 대신 용암만 펄펄 끓고 있었다.
“항복해라. 지금이라면 무기징역 정도로 봐주마.”
“이제 와서? 나를 죽이면 나중에 엔야 얼굴을 볼 면목이 없겠다 싶은 생각이라도 들었나 보지?”
“네놈……!”
엔야의 이름이 나온 순간 광휘제는 전에 없던 표정을 지으며 진심으로 분노했다.
사방에 퍼져 있던 태양들이 일제히 정렬한다.
열을 한 점으로 모으기 위한 천체정렬.
단순한 화력투사였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광휘제는 정말로 모든 것을 끝장낼 생각이었다.
‘저건 무간으로 막아도 뒤지겠군.’
그에 맞서 카인도 리유니온을 활성화시켰다.
여덟 심검이 동시에 발현된다.
오러의 컨트롤이 한계에 이르자 신체에 영향이 가기 시작했다.
강체술을 배우지 못한 그의 몸은 충격이 조금만 새어 나와도 즉사한다.
카인은 삐걱대는 몸을 붙잡고 상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광휘제는 카인이 뭔가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도 멈추지 않았다.
‘여차하면 빛으로 화해 도망가면 될 일이라 생각하겠지.’
실제로 그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그러니 황제를 쏘아 떨어뜨리고 싶다면 우선 상대가 도망갈 생각을 버리게 해야 했다.
‘지금처럼 말이지.’
“떨어져라, 황제.”
거대한 힘이 충돌했다.
* * *
“커흑!”
“어, 어어? 대무녀 선생님?”
“뭐야. 너는 누구냐? 여긴 또 어디지?”
비슷한 시각 코코아는 마데이라의 왕성에서 정신을 차렸다.
“저는 아라크네고, 어, 음, 아이 씨!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되는 거지?”
아라크네는 자신이 아는 선에서 최대한 열심히 지금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표정이 썩어 들어가던 코코아는 끝내 한마디로 작금의 사태를 평했다.
“조졌군.”
“네, 조졌죠. 잠깐 일어나지 마세요! 당신은 지금 심장이 없는 상태라고요! 심장박동을 대신하는 게 얼마나 섬세한 작업인데!”
“부탁한다. 당장 카인이 향한 쪽으로 가야 해.”
“그쪽으로 탈출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할 텐데요? 그보다 왕성으로 쳐들어오는 제국군부터 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차피 그놈들은 카인을 잡으러 오는 거니 카인이 없으면 굳이 싸우지 않을 거다. 그보다 저쪽에 올베르트가 있다면 카인 녀석을 놓칠 리 없어.”
실제로 올베르트는 카인의 위치를 잡아내는 데 성공했으니 코코아의 예상은 정확했다.
“싫어요! 정말로 탈출 루트를 간파당한 거라면 그쪽은 사지잖아요!”
“제국에서 나까지 죽이려고 들진 않을 거다. 너 죽이면 나도 죽으니 사정을 설명하면 네가 위험할 일은 없을 거야.”
“거 마스터 나이트들 싸우는데 끼면 여파로도 충분히 죽거든요?”
“어차피 안 가면 정말로 위험해!”
“카인 그 인간이 이길 수도 있잖아요? 우리 둘이 그 인간 걱정할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아니, 위험한 건 그놈들이 아니라 제국이다.”
“……?”
뜬금없는 소리에 아라크네가 의문을 표하자 코코아는 자신이 쓰러지기 전에 본 것들을 설명해 주었다.
사정을 들은 아라크네는 경악했다.
“잠깐, 그러면 진짜 끝장이잖아요!”
“그러니 당장 그놈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단 말이다. 시간이 없어. 이대로라면 선각자가 움직일 거야.”
“으으……!”
가면 위험하다.
안 가도 위험하다.
상황을 깨달은 아라크네는 머리칼을 쥐어뜯고 침대를 뒹굴며 끙끙댔다.
그렇게 한참을 끙끙댄 다음, 결심이 선 태도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괜히 갔다가 나 죽으면 저승에서 저주할 거예요?”
“너 죽으면 나도 죽을 테니 귀찮게 그럴 필요 없다.”
그 말에 아라크네는 똥 밟은 표정이 되었다.
“길동무가 생겼으니 저승길도 외롭진 않겠군.”
“역시 죽는 거잖아!”
“최대한 안 죽어볼 테니 따라와라.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