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182
빈센트는 유니아를 안고 노아가 사람들을 치료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중앙에 앉은 노아를 중심으로 누워 있는 환자들에게 칠흑이 내려앉는다.
한 번에 다섯 명씩.
마스터 나이트들이 혈도를 제압해 환자들을 눕혀놓으면 칠흑이 그들을 덮고 안정화시킨다.
노아의 심검으로 만들어진 검은 연기는 그야말로 칠흑이라는 말 그 자체나 다름없었다.
오감, 육감은 물론 마스터 나이트의 심안조차 칠흑을 관측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보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그곳은 그저 검은빛의, 텅 빈 공간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가득 찬 공간이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점이 그것을 ‘텅 비었다’고 생각하게 만들 뿐.
가득 차 있음에도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인지부조화가 만들어내는 약간의 혼란이 노아의 심검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었다.
이러한 칠흑을 검은 연기라고 인식하는 것은 칠흑이 연기처럼 피어오르듯 움직이기 때문.
그러나 연기와는 달리 ‘옅은’ 부분 없이 모든 부분이 완전히 검었다.
“허억! 으아악!”
“내 팔! 내 팔이……!”
“진정하도록.”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환자들은 발작하듯 튀어 올랐다.
마스터 나이트들은 그런 환자들을 제압하고 진정시켰다.
맨 정신으로 사지가 뒤틀리고 피부가 끓어오르던 것을 겪은 사람들은 인간으로 돌아와서도 쉽사리 충격에서 해어 나오지 못했다.
게다가 그들은 마인이 되어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여전히 그들의 내면에는 이능이 잠든 상태였다.
이물질이 들어앉은 듯한 그 감각에 자신의 이능을 제어하지 못하고 날뛰는 이들도 있었다.
허나 마스터 나이트들은 그런 환자들을 손쉽게 제압했다.
테오도르는 옆에서 그러한 일들을 처리하며 일어나는 일들을 기억해 뒀다.
‘재해급의 이능을 가지고 있어도 그 이능을 사용할 오러가 적어 제 위력이 나오지 않는 것인가…….’
일반인들의 경우에는 마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에 반해 기사들은 마인화의 여파도 크고, 변이도 빨랐다.
‘한순간에 변한 이오시프가 특수한 경우였나.’
이오시프는 기본적으로 8대 가문의 메인 기사단 중 하나의 단장.
그만한 실력자였기에 반응이 빨랐을 뿐, 아무나 그렇게 재해급 마수로 펑펑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강력한 기사가 아닌 이상 마수화해도 그리 강하지 않으며,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런 거라면 조직이 날뛰어도 어떻게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는 동안 노아는 땀을 뻘뻘 흘리며 사람들을 고쳤다.
스텔라리움에서 리히테나워 영지까지.
기차를 기다릴 틈이 없어 오버드라이브를 활성화하고 ‘달려서’ 주파한 노아였다.
그 엄청난 거리를 주파한 직후에는 대모를 썰어버리고, 미하엘을 몰아붙였다.
막대한 힘을 쏟아부은 싸움 이후에는 사람을 치료하는 섬세한 작업.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쉬이 장담할 수 없는 일을, 노아는 실제로 해내고 있었다.
저 어린 나이에.
모든 짐을 떠안고서.
빈센트는 노아에게서 엔야의 모습을 겹쳐 보았다.
종말급 마수를 마주한 그때와 마찬가지로, 종말급 마인을 마주한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노아가 집중할 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 것뿐.
“도, 돌아왔어?”
“저 아이가 치료해 준 건가?”
노아의 치료 속도는 점점 가속했다.
대략 잡아서 1,000명일 뿐, 딱 1,000명만 치료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서는 안 된다.
시간에 맞추지 못했다고 뒤에 남은 이들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치료를 마친 이들이 계속해서 쌓여가자, 정신을 차린 환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엘리? 엘리야?”
“제 아들은요? 집 안에 아들도 있었는데……!”
산 채로 마수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자신들도 겪어봤기 때문에, 마찬가지 상태일 가족이나 친지들을 찾게 되는 것.
그나마 마스터 나이트들의 통제가 있기에 망정이지 노아 혼자였다면 당장 폭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한 사람들의 앞에, 유니아가 나섰다.
“아가씨?”
리히테나워에 사는 사람들 중 유니아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가주의 배신을 모르는 상황.
아무리 마스터 나이트라고 해도 외부인인 이들이 통제하는 와중에 등장한 유니아의 존재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진정하세요, 여러분.”
“아가씨, 지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조금 전 우리는 조직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
조직과의 전쟁이 진행 중이라고는 해도, 8대 가문의 본가인 이곳이 전장이 되리라 생각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유니아는 충격받은 사람들을 향해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우리는 습격한 이들을 몰아냈습니다. 여기 마스터 나이트님들의 도움과, 또 제 오라버니의 힘으로요.”
그제야 사람들은 노아를 다시 돌아보았다.
이곳에는 노아의 이름은 들어봤어도 얼굴은 본 적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저 정체불명의 치료사라 생각했던 인물이 사실 가문의 양자라는 것을 알게 되자 사람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개중에는 뒤늦게 빈센트를 알아보는 이들도 있었다.
“구, 국사님?”
코코아처럼 심장을 뽑히고 오러를 모두 잃을 정도로 극단적이지는 않았지만, 심검을 잃고 오러가 변한 탓에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강력한 육감에 의존하다 보니 오히려 얼굴을 알아보고도 긴가민가하고 있던 것.
빈센트는 그런 이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가족들이 걱정되는 마음은 압니다. 하지만 레지나 님께서 시간을 멈춰두신 덕에 환자들은 상태가 악화되거나 고통을 겪는 일 없이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습니다.”
유니아는 담담히 설명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믿고 기다려 주세요.”
웅성임이 가라앉았다.
이윽고 사람들은 치료를 진행 중인 노아를 향해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노아의 존재는 리히테나워의 모두에게 각인되었고,
4시간을 조금 넘은 4시간 16분째에 마지막 환자의 치료가 끝났다.
* * *
치료를 끝낸 노아는 집중력의 소모와 오버드라이브의 반동으로 쓰러져 잠들었다.
남은 마스터 나이트들은 이후의 일에 대한 회의에 들어갔다.
“폐하께선 잡혀가셨고, 미하엘은 어쩌면 여기 모인 우리 모두보다 강할지도 모릅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할까요.”
테오도르의 상황 정리에 침묵이 이어졌다.
멈춰 버린 이야기를 진행시킨 것은 가문 내의 상황을 확인하고 온 빈센트였다.
“어쩌면 상황은 생각만큼 나쁘진 않을지도 모른다.”
“무언가 발견된 거라도?”
“창고에서 모든 오러가 빨려 나간 별의 파편들이 발견되었다. 8대 가문의 일원으로 리히테나워 가문이 받은 것들에 더해, 조직이 모은 것도 있더군.”
이러한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종말의 이능을 사용하려면 막대한 오러가 필요한 게 분명하다. 미하엘은 능력 사용에 별의 파편을 쓰고 있는 모양이다.”
여기서야 그간 모아둔 별의 파편을 이용해 광범위하게 이능을 발동했지만 막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
“놈들에게 별의 파편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알 순 없으나, 이걸 무한히 반복할 순 없을 게다.”
재해급 마수가 쌓이기 전에 빨리 잡아야 하는 건 맞지만, 당장 사방에서 재해급 군대가 밀고 올 일은 없다는 뜻이었다.
“별의 파편 생산지들을 보호하는 게 우선이겠군요.”
“다행히 한 시름 던 건가?”
“하지만 한시가 급하다는 건 달라지지 않았지.”
이어서 레지나가 말을 꺼냈다.
“폐하의 경우에는 놈들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해서 가둔 것이니 당장은 괜찮을 거다. 하지만 너무 시간을 끌면 최악의 경우 폐하께서 마수화될지도 모른다.”
광휘제가 마수화하면 그건 사실상 전투에 특화된 종말급 마수가 탄생하는 셈이었다.
사실상 종말의 이능을 지닌 미하엘이 종말의 힘까지 얻게 된다는 소리.
그땐 정말로 모든 게 끝장이다.
어떻게든 그 전에 광휘제를 구출해야 했다.
“하지만 찾는다 해도 놈은 심검을 흡수한다. 쓰러뜨릴 순 있는 건가?”
아그리파 가문의 가주인 테레사가 그 점을 지적했다.
마스터 나이트라고 해도 심검을 빼면 절대 전력은 아니다.
다른 기사들보다 강하긴 해도 어디까지나 같은 경지 내에서 더 강할 뿐인 것.
“놈을 상대할 때는 마스터 나이트 없이 재해급 마수를 레이드하는 것처럼 부대 단위로 움직여야지.”
“저 노아라는 아이는 상성상 우위를 점한 듯 보였다만.”
“노아의 심검에 대해선 정확한 능력을 모르니 확신할 순 없다만, 애초에 우위라면 미하엘이 싸움에 응해주지 않을 거다.”
세상은 넓다.
광휘제처럼 말도 안 되는 이동 능력을 보유한 게 아니라면 한 사람쯤 피해 다니는 건 일도 아니었다.
“또한 이쪽은 어디까지나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섣불리 자리를 비웠다가 나이트레이 같은 곳이라도 놈들에게 넘어가면 끝이야.”
시원석이 조직의 손에 들어가면 정말로 재해급 마수가 무한히 불어날 수도 있었다.
광휘제가 마수화하는 시간제한뿐 아니라 별의 파편들도 지켜야 하는 것.
“그 아이를 쓰겠다면 비장의 카드로 정말 확실한 곳에만 투입해야 해.”
“폐하의 부재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문제로군.”
“이 와중에 혼란이 커지면 걷잡을 수 없다. 얼마나 갈진 모르겠지만 최대한 비밀로 부치는 수밖에.”
“결론이 나왔군.”
제국은 황제의 부재를 숨기고 현 상황에 맞게 군을 재편한다.
“재해급 마수가 언제 어디서 나타나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에 따라 나이트레이도 엘리트 육성 체제에서 기사장교 양산 체제로 변경.
하이 랭커 이상은 즉시 졸업 후, 장교 임관.
상위 랭커들은 시험을 치른 후, 결과에 따라 장교나 부사관 임관.
하위 랭커들은 전공에 따라 졸업시키고 돌려보내거나, 군사학교 커리큘럼으로 넘어갈 수 있게 조정한다.
“또한 저도 학교장 자리를 내려놓고 기사단에 복귀하겠습니다.”
레지나는 이 자리에서 기사단 복귀를 선언했다.
“임시 학교장 자리는 심검을 잃으신 국사께서 맡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시원석이나 장교 육성이나 모두 중요한 일이니까요.”
“전선에 나서기 힘들어졌으니 어쩔 수 없나. 알겠다.”
르클레르 가문의 가주인 샤를로트는 그런 레지나에게 물었다.
“그럼 황실 2기사단을 부활시키실 겁니까?”
레지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전쟁 이후, 궤멸적인 피해를 입은 2기사단은 레지나가 이탈하면서 그대로 해체하고 영구결번으로 남겨졌다.
레지나가 복귀한다고 하면 당연히 2기사단의 부활이라고 생각할 만큼 그 존재는 상징적이었다.
“2기사단은 부활시킨다. 하지만 나는 공백 상태가 된 1기사단 단장을 맡는다.”
“그럼 2기사단은……?”
“2기사단 단장은 노아에게 맡긴다.”
“……!”
노아 또한 마스터 나이트에 이르렀으며 그 강함은 이미 모두가 확인한 바였다.
그가 지휘관 자리에 오르는 것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지만 레지나가 2기사단의 이름을 그에게 물려준 것은 꽤나 파격적인 일이었다.
“이 나라에 나한테 텃세를 부릴 놈들은 없겠지. 아슬란 때문에 혼란스러울 놈들을 내가 잘 정리하고 새로 편성될 기사단을 노아에게 맡기는 것이 낫다.”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추가로 리히테나워의 5군단이 사실상 해체에 가까운 활동정지 상태가 될 테니, 그중에 상당수는 2기사단으로 흡수될 거다.”
노아에게 치료받은 이들이라면 어린 상관에게도 충성을 다하리라.
“그렇게 되었으니 일단은 마데이라에 나가 있는 군단부터 철수시키지.”
일주일 뒤.
노아는 최연소 마스터 나이트 기록을 갱신하며 제국군 중장 계급으로 2기사단 단장 자리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