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192
나이트레이 인근의 소도시 스톤 힐즈.
사방이 바위로 둘러싸인 이곳은 한때 별의 파편이 발견되어 사람이 모여들었으나, 얼마 안 되는 매장량으로 금세 시들해진 광산 도시.
지금은 나이트레이로 갈 때 거쳐 가야 하는 지점이라는 점, 그나마 있는 돌산들로 관광객들을 받으며 유지되는 도시였다.
“여기서 아군과 합류라니. 이 근처에는 변변찮은 기사단뿐이잖아?”
“슬슬 작전을 공유해 줬으면 좋겠는데, 단장.”
이유도 모르는 상태로 노아를 따라 스톤 힐즈까지 온 5번대를 대표해 베로니카가 질문했다.
“여차할 때 나이트레이로 복귀할 수 있는 거리를 넘어온 걸 보면 뭔가 계획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부단장인 나에게도 말하지 못할 계획이라니 도대체…….”
“그건 내가 대신 설명하지.”
그렇게 말하며 나타난 것은 바로 제국군 총대장.
“레지나 님……?”
검의 여왕 레지나였다.
* * *
레지나는 이번 마수 출현 사태에 각 군단에 명령을 내리는 과정에서 보안을 위해 단장들만이 볼 수 있는 내용을 따로 추가했다.
개중에서도 2기사단에 전해진 내용은 바로 역공.
“우리는 이대로 마수가 나타난 지점을 역으로 습격한다.”
“습격이라는 건…….”
“넓은 제국의 영토를 전부 지키는 것보다 놈들이 있는 한 점을 공격하는 편이 쉽다는 거다.”
그곳에 사성제가 있든, 선각자 미하엘 본인이 있든 상관없이 끝장을 보겠다는 것.
“이번에 나타난 마수들이 처음 발생한 지역은 이미 정보부가 찾아냈다. 총 여덟 지점. 지금부터 그 모든 지점을 나와 노아가 시공단열로 급습한다.”
5번대와 레지나가 데려온 중앙의 정예들은 그 뒤를 따르며 두 사람이 제압한 조직의 은거지를 수습한다.
“이번 마수 출현이 사실 조직이 우리를 끌어내기 위한 함정이었다고 해도 내가 함께 있으면 언제든지 복귀할 수 있지.”
“진심이시군요.”
“전쟁 같은 건 빨리 끝내는 편이 좋으니까.”
어쩐지 뼈가 있는 말이었지만 노아도 같은 마음이었다.
“한시가 급하니 신속히 움직인다. 노아.”
“준비됐습니다.”
“나머지는 최대한 빠르게 뒤따라오도록.”
가장 먼저 향할 곳은 그레이트 모스와 레드 래빗이 처음 등장한 지점.
그곳을 향해 공간이 갈라졌다.
공간의 틈을 넘어 도착한 곳은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황야.
해당 지점에 대기하던 정보부의 암부기사가 그들을 반겼다.
“브리핑, 간략하게.”
“사람이 오지 않는 황야 한복판에서 인공적인 지하 시설을 발견, 입구는 별의 파편으로 코팅되어 내부의 상황을 알 수 없습니다.”
“안에 누군가 있었다면 시공단열의 여파를 감지했겠군. 바로 돌입한다.”
레지나는 정보부원이 가리킨 지점을 향해 검기를 쏘아 보냈다.
입구를 뒤덮은 토사가 일격에 쓸려나간다.
동시에 노아의 검기가 토사 아래로 드러난 시설의 출입구를 베었다.
“내가 앞장서겠다.”
노아는 레지나의 뒤를 따라 내부로 들어섰다.
어둠에 잠긴 지하시설.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마수들의 기척이었다.
“경계…… 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군.”
이곳에서 느껴지는 건 마수의 기척 뿐.
그마저도 대부분이 일반 등급 마수였으며 특급은 소수, 격리까지 되어 있었다.
“마수를 보관하던 시설인가? 용케도 중앙까지 이만한 숫자의 마수를 들여왔군.”
기본적으로 강한 마수를 이식하는 편이 강하겠지만, 이능의 종류에 따라선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경우도 있었다.
당장 미하엘이 심검 흡수에 사용하던 이능은 태생적으론 일반 등급 마수인 지옥아귀의 이능이었으니까.
“다양한 마수를 모아서 실험해 본 모양인데, 남아 있는 건 다 버리고 간 놈들인가?”
“내부까지 별의 파편을 발라놓지는 못했군요. 뭔가 숨어 있을 수도 있으니 한 바퀴 돌아보죠.”
은신 능력으로 숨었다고 해도 마안을 가진 노아가 훑어보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시설을 둘러보는 가운데 눈에 띄는 것들이 있었다.
“월광나비와 블레이즈 래빗의 사체…… 확실히 여기서 재해급 마수를 만들어낸 게 맞는 모양이네요. 저희가 상대한 마수의 원본들입니다.”
“처음부터 이곳은 버릴 생각이었군. 그나저나 검술을 사용하는 마수라니, 단순히 마수를 부리는 것만이 아니라 직접 조종도 가능한 건가?”
“그에 관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노아는 자신이 보았던 아지랑이에 대해서 설명했다.
“레드 래빗의 검술이 끊긴 순간, 아지랑이도 사라졌습니다. 그 아지랑이는 조직과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안으로만 보이는 아지랑이라. 혹시 그걸로 놈들의 위치를 역추적할 수 있나?”
“자세한 위치는 몰라도 방향 정도는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가가각!
말이 나오자 레지나는 곧바로 무형검을 이용해 벽에 간소화된 제국 전도를 그렸다.
전술적으로 써먹긴 힘들어도 대강의 지역은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디테일.
그러한 지도 위에 여덟 곳의 점이 찍혔다.
“이 점들이 이번에 나타난 재해급 마수들이 처음 모습을 드러낸 위치다.”
“이 중에서라면…….”
노아는 그레이트 모스와 레드 래빗을 상대할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싸웠던 지점에서 선을 그었다.
서로 다른 두 곳에서 이어진 직선은 한 점에서 교차했다.
“여긴……!”
마이어 가문의 본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점.
“전부 돌아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군.”
* * *
“어, 어떻게…….”
“이능이나 다중심검이 고작해야 능력의 폭이 좀 넓어진 것뿐이라 생각했나? 어리석긴.”
기세등등하게 나선 것과 달리 밴과 유진은 미하엘의 앞에서 잠시도 버틸 수 없었다.
‘우리가 놈의 실력을 오판했단 말인가!’
자신이 나설 기회조차 없이 허망하게 쓰러지는 밴과 유진을 보며 알렌은 경악했다.
순식간에 끝난 그 싸움에서 미하엘은 어떠한 이능도 사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검술.
그것만으로도 미하엘은 이미 다른 마스터 나이트들과 격을 달리하고 있었다.
“쯧, 어차피 네놈들은 광휘제가 카인을 내버려 두고 있던 이유도 모르겠지.”
“카인이라니 어째서 이 상황에 그 이름이……?”
“나와 검을 논할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그 남자 정도밖에 없다. 그는 이미 심검을 넘어 지평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
다중심검은 이미 마스터 나이트라는 단계를 완벽하게 정복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덤에 불과.
카인의 진짜 저력은 고작 다중심검 따위가 아니었다.
“타인의 심검을 빼앗았을 뿐인 내가 곧바로 이것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지.”
미하엘이 손을 내밀자 수룡이 머리를 그 위에 얹었다.
코코아의 심검을 능숙하게 다뤄내는 모습.
미하엘은 이미 대역만리 무궁해겸을 자신의 것처럼 자유롭게 다루고 있었다.
“네놈들도, 종말의 힘을 가졌을 뿐인 광휘제도 마찬가지다. 나를 향해 이능에 손을 대었다 손가락질하지만 검술조차 내 밑이지. 기사라는 족속들이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미하엘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아니, 말해 뭐 하겠나. 이만 끝내도록 하지.”
그는 유진의 멱살을 잡아 들었다.
“심검을 발동한 상태로 붙잡히는 것만 아니면 심검을 빼앗기지 않는다. 반은 맞지만 반은 틀렸다. 협조하지 않아도 빼앗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거든.”
한쪽 팔을 잃고 바닥을 기던 밴은 그 모습에 분노했다.
“무슨 짓을 할 셈이냐!”
“기생충 형태의 마수 중에서는 숙주의 정신을 지배하는 놈들도 있지.”
그리고 모든 이능을 지배하는 미하엘 또한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끄아아아아!”
알렌은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나이로비, 펠릭스를 부탁한다.”
“알렌 님?”
마이어의 산하 가문 출신으로서 자신을 보좌하던 나이로비에게 펠릭스를 맡긴다.
그것으로 알렌은 후계자의 책임을 내려놓았다.
“안 된다!”
자신을 쓰러뜨린 아슬란.
그러한 강자와의 싸움을 위해 완성된 알렌의 심검은 대인전에 특화되어 있었다.
아무리 미하엘이라도 모르는 상태로는 승산이 있다.
“심검…….”
“아들 쪽도 그새 심검을 얻었던 건가?”
그와 동시에 미하엘의 그림자 속에서 레드 래빗이 튀어나왔다.
막 발동하려던 알렌의 심검은 레드 래빗에게 적중.
재해급 마수인 레드 래빗은 일격에 분해되어 버렸다.
“그건 확실히 맞았으면 위험했겠군.”
미하엘은 경악한 알렌을 바라보며 웃었다.
“나한테 맞출 자신이 없어서 기회만 보던 거 아니었나? 끝까지 기회가 오지 않았으면 물러날 것이지 만용을 부렸군.”
미하엘의 검이 알렌을 반으로 갈랐다.
그와 동시에 공간의 틈이 열렸다.
번쩍!
“미하엘!!!”
오버드라이브 7단계와 극야를 발동한 노아가 등장과 동시에 은하섬을 갈겼다.
시종일관 여유롭던 미하엘도 그때만큼은 표정을 굳히며 공간이동으로 거리를 벌렸다.
그러나 미하엘이 이동한 직후, 레지나 또한 그곳에 나타난다.
시간을 가르고 쫓아오는 그녀의 추격에서 피할 방법은 전무.
파아앗!
공간 가르기가 작렬했으나 미하엘은 또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그것을 피해냈다.
“위험했군.”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가를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공격을 가할 때는 시간정지를 풀어야만 하는 것.
미하엘이 시간을 멈춰놓고 가하는 일반 공격으로는 쓰러뜨릴 수 없는 강자였기 때문에 드러난 시공단열의 유일한 약점이었다.
“이쪽에 정신이 팔린 사이 그쪽에 보내둔 재해급은 전부 쓰러뜨렸나 보군. 역시 직접 조종하지 않으면 얼마 못 버티나.”
“그런 놈들은 얼마든지 몰려와도 무섭지 않거든?”
미하엘은 레지나와 노아의 합공을 받으면서도 잘만 입을 놀려댔다.
“고작해야 15마리를 조종하던 중 잠시 연결이 끊긴 놈을 잡아놓고 기세등등하군.”
‘15마리라고……?’
이번에 제국을 습격한 재해급 마수는 총 12마리로 알려져 있었다.
‘그렇다면 제국군이 발견하지 못한 3마리가 더 있다는 소리인가!’
“눈앞에 있는 상대에게 집중해라. 다른 데 정신을 팔 틈이 없다.”
레지나는 노아의 생각을 눈치채고 빠르게 주의를 주었다.
그러나 미하엘은 그사이 이미 흡수를 끝마친 상태였다.
“목표였던 유진의 심검은 회수했으니 오늘은 이만 물러가도록 하지.”
“그렇게 놔둘 것 같아!”
황급히 노아가 그를 쫓았으나, 미하엘은 공간이동으로 유유히 사라질 뿐이었다.
“카인의 아들. 네 실력은 잘 알았다.”
“알긴 뭘……!”
레지나가 기습했으나 미하엘은 또다시 공격을 피해 사라졌다가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회피할 때 다른 곳을 경유했다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날 위치를 예상할 수 없게 만든 것.
“앞으로 심검을 4개만 더 모으면 네놈 따위는 내 적수가 되지 못한다.”
“……!”
“내가 네 심검을 회수하러 갈 그날까지 목 닦고 기다리고 있도록.”
그 말을 마지막으로 미하엘은 완전히 사라졌다.
‘젠장, 저 망할 이능부터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잡을 수 없는 건가.’
생텀 킵에서 테오도르가 불꽃으로 집성제를 감싸 공간이동을 막았던 것처럼, 극야의 칠흑으로 미하엘을 감쌀 생각이었다.
그러나 미하엘은 노아의 모든 움직임에 반응하며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심지어 시간을 멈추고 접근하는 레지나의 공격마저 반응할 정도였으니 속도의 빠르고 느림 문제가 아니었다.
미하엘이 사라진 뒤에도 노아는 한동안 경계하고 있었으나, 그동안 마이어 기사단 측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밴은 팔을 잃었으며, 유진은 심검을 잃었다.
“크윽……!”
“알렌 님! 저를 알아보시겠습니까? 나이로비입니다!”
그러나 알렌은 다행히도 레지나가 몸을 빼내는 데 성공했다.
가슴을 크게 베이긴 했지만 죽을 상처는 아닌 것.
“노아, 추적은 중단한다. 놈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나 방금 이야기에서 나왔던 15마리라는 내용 등을 생각해보면 여기서 힘을 뺄 순 없다.”
“……알겠습니다.”
그리하여 조직의 첫 번째 습격.
2기사단은 첫 출진에서 적은 피해로 재해급 마수 둘을 해치운다는 공을 세웠지만, 제국군은 미하엘에게 또다시 심검을 빼앗겼다는 결과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