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211
리히테나워의 본가에서 아슬란이 심검을 발동했을 때.
나이트폴의 내부에서 광휘제는 아슬란과 마주했다.
“……이게 무슨 짓이지?”
“반역입니다 폐하. 20년에 한 번이면 그리 드물지도 않은 일이지요.”
아슬란이 카인을 들먹이자 광휘제는 인상을 찌푸렸다.
“네게는 나를 배신할 이유가 없을 텐데.”
학생 시절부터 그만큼이나 눈에 띄는 일들을 벌여온 아슬란이다.
당연하게도 광휘제는 이미 그에 대한 조사를 모두 끝낸 상태였다.
몇 번이고 교차 검증을 끝낸 자료들은 조직이 개입했다고 해도 조작에 한계가 있었다.
“제국 정보부가 만능이 아니라는 건 이미 방금 걸로 증명된 것 같습니다만.”
여기서 더 놀렸다간 바로 칼을 뽑아 들 기세였기에 아슬란은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자신을 선각자라 칭한 미하엘 가주조차 제가 그의 뒤통수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죠.”
“음?”
“이곳에서 싸워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폐하.”
리히테나워의 본가에는 미하엘이 몰래 모아둔 별의 파편이 쌓여 있었다.
이곳에서 그를 너무 몰아붙일 경우 종말의 이능을 이용해 동귀어진을 시도할 수 있다.
만일 광휘제가 마수화한다면 세상은 끝장이다.
“그는 당신의 생각보다 더 위험한 존재입니다. 제국이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승산이 희박할 정도지요.”
“그러니 포기하라 이 말인가?”
“아니오.”
아슬란은 고개를 저었다.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 * *
아슬란은 마인 실험을 위해 조직이 잡아들인 아이들 중 하나였다.
전쟁 직후에는 길거리의 강아지만큼이나 고아가 흔했다.
주민들끼리도 전쟁 통에 누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와중에 실험체를 모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 꼬맹이는 재능이 꽤 괜찮군. 소모품으로 버리긴 아까우니 마인화 기술이 안정되면 마인으로 만들기로 하지.”
어떻게 해야 폭주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마인으로 만들 수 있는가.
아슬란이 사람 목숨으로 시행착오를 거듭하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검술 재능 덕분이었다.
“저 녀석은 따로 검술을 가르쳐 보도록.”
“알겠습니다.”
그날부터 아슬란은 조직의 마인기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았다.
아직 마인화 기술이 완성되지도 않은 시점부터 아낄 정도로 특출난 재능.
훗날 나이트레이의 정점에 설 그의 재능은 이때부터 이미 빛나고 있었다.
아슬란 또한 조직에 있는 것이 좋았다.
그들은 아슬란에게 따뜻한 밥과 잘 곳을 제공했다.
검술 또한 가르쳐 주었으며 열심히 할 때마다 칭찬도 해주었다.
자신처럼 잡혀온 다른 이들이 어떻게 되는지 따윈 알 수도 없었다.
부모를 잃은 어린아이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랬던 생활이 뒤집어진 것은, 드물게도 조직에서 수인을 붙잡아온 날이었다.
“젠장, 정식 기사를 잡아오면 어떡해! 저놈들은 단순한 실종으로 처리할 수 없다고!”
“저놈들이 먼저 지부를 습격해 왔는데 그럼 증거를 다 내주고 안녕히 가십시오 인사라도 하리?”
관리자들은 동요를 숨기지 않았다.
실험체와는 달리 자신들은 안전하다 생각했기에 위험이 닥쳐오자 더 빠르게 겁을 집어먹었다.
어린 아슬란은 관리자들을 겁먹게 한 수인이라는 것이 궁금해졌다.
이미 은신술이 수준급에 이른 그는 손쉽게 수인들을 가둬놓은 창고로 들어섰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별의 파편으로 만들어둔 창고는 지부에서도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었다.
관리자들은 혹시라도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수인들을 깊숙이 처박아둔 후 손을 뗀 상태.
덕분에 아슬란은 여유롭게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맙소사 이들은 이런 어린아이까지…….”
그곳에서 만난 수인 기사 부부는 아슬란을 보고 안타까워했다.
실험체로 잡혀온 이들도, 심지어는 관리자들조차 아슬란의 검술을 부러워했다.
그를 보고 안타까워한 것은 그들이 처음이었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그가 보기에는 갇혀 있는 그들이야말로 불쌍한 사람이었다.
아슬란은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은 같은 말을 쓰면서도 말이 안 통하는 꼴이었다.
허나 말이 아닌 것은 통했다.
“검술?”
부부는 붙잡힌 뒤에도 계속해서 선술을 운용하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들키지 않도록 최대한 은밀히 진행한 것이었으나, 아슬란은 그것을 꿰뚫어보았다.
“우리의 오러가 느껴지는 거니? 이건 검술이 아니라 선술이란다.”
“선술이 뭐야?”
아슬란의 반응에 부부는 잠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붙잡힌 그들에겐 미래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죽더라도 아슬란을 비롯해 이곳에 잡혀 있는 이들과, 또 앞으로 잡혀올 이들만은 구해야 했다.
“선술은 검술보다 오래된 오러 사용법이야. 한번 볼래?”
그들은 선술로 아슬란의 관심을 끌었다.
기존의 검술과는 전혀 다른 체계.
아슬란은 뛰어난 재능으로 그 사실을 금방 이해했다.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면 선술에 대해 가르쳐 줄게. 대신 다른 이들에겐 비밀로 해야 해.”
“알았어.”
아슬란은 기승전결처럼 특별한 검술을 익힌 것도 아니었고, 티우처럼 수인 혼혈도 아니었다.
그는 선술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선술에 사용되는 개념들을 이해하고 자신의 검술을 개량할 수는 있었다.
‘아무리 기본 검술이라 해도 이 어린 나이에 그걸 바탕삼아 자신만의 검술을 만들어냈다고?’
충격적인 재능이었으나, 아슬란은 애초에 잠깐 보고도 놀랄 정도의 재능이 있었기에 살아남은 것이었다.
아슬란의 재능을 알게 된 부부는 그를 통해 정보를 수집, 지원을 요청할 방법을 찾는 한편 순수하게 무인으로서 그를 가르쳤다.
용궁은 외부와의 교류를 최소화하고 있었다.
용궁에서 외부 임무에 나설 정도인 부부는 뛰어난 실력자였다.
그런 부부에게도 아슬란의 재능은 놀라웠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어른들이 당신들을 죽이고 이곳을 떠날 거래.”
“결국……!”
부부는 절망했다.
그들은 어린 아슬란에게 위험한 일을 시킬 수 없었다.
덕분에 아직까지도 탈출할 방법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그들이 언제 떠나려는지 알 수 있겠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당할 순 없어.”
“알아볼게.”
아슬란 또한 부부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기에 그들이 도망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아슬란은 단순히 이야기만 나누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조직에 반하는 행동을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되어 배운 게 없을 뿐, 아슬란은 기본적으로 똑똑한 아이였다.
‘모두가 떠날 거라면 대대적으로 짐을 싸야 할 거야.’
떠날 시기를 대놓고 물어볼 순 없지만 추측하는 것은 가능했다.
아슬란은 그동안 출입이 통제되어 있던 구역들을 돌아보았다.
마수와 납치한 인간들의 관리, 거기에 연구 및 경비원들까지.
‘식량 창고의 변화를 살펴보면 지부의 관리자들은 300명 근처.’
그중 자신이 일상적으로 얼굴을 마주하는 사람은 30명도 안 됐다.
그렇다면 지부 내에 그가 보지 못한 시설이 10배는 더 있다고 생각해야 했다.
‘잡혀온 이들이 갇혀 있는 곳만 확인해 보면 돼.’
어차피 가장 큰 곳은 그곳이다.
그곳의 상태만 확인하면 철수의 진행도를 알 수 있었다.
시설 내부를 돌던 아슬란은 마침내 자신이 찾던 방에 도착했다.
그리고 경악했다.
“……!”
비명을 지르고 싶었으나 너무 놀라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곳에 펼쳐진 것은 인세에 펼쳐진 지옥도.
닭장 같은 우리에서 인간을 마수와 접붙이고 있는 현장이었다.
인간과 마수가 자신들의 분뇨와 체액에 뒤덮여 뒹군다.
그러다 죽은 이들은 그대로 옆에 있던 마수들의 먹이가 된다.
썩은 피와 오물이 만들어낸 가스가 흘러나오자 아슬란은 정신이 아찔해졌다.
정확히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알 순 없었으나,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끔찍한 오러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 사람들은 관리자들이 말하던 실패작들이야.’
붙잡아온 실험체가 1차적인 마인 실험에 실패하면 이곳에 버려진다.
이쪽은 마인화가 아니라 마수의 이능을 실험하는 곳이었다.
‘나도 검술에 재능이 없었다면 이렇게 되는 거였어.’
일곱 살배기 아이가 길거리를 떠돌며 겪은 배고픔과 두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때문에 그는 이곳에서 몇 년을 보내면서도 관리자들의 말을 거역하려 든 적이 없었다.
아예 그럴 생각도 못 했다고 해야 하리라.
아슬란은 자신이 시킨 것 외의 무언가를 질문할 때면, 관리자들의 오러가 싸늘하게 돌변하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때문에 아슬란은 잡혀온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되는지 알지도,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 사람들이 나를 불쌍하게 여겼던 이유가 이거였어.’
평범한 아이라면 여기서 겁에 질려 도망쳤겠지만, 아슬란은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
몇 년간 이곳에서 검술을 배워온 아슬란에게는 실질적인 힘도, 그에 따른 자신감도 있었다.
얄궂게도 관리자들의 칭찬과 인정은 아슬란이 부모와 같은 그들에게 분노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어주었다.
“뭐냐? 네 녀석이 왜 거기에 있지? 이곳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을 텐데?”
충격적인 광경에 오러가 흐트러진 탓일까.
금지 구역에 있는 그를 발견하고 사람이 내려왔다.
‘한 명.’
아슬란은 그가 반응하기 전에 달려들어 급소를 무릎으로 차고 검을 빼앗았다.
서걱!
“윽! 끄윽……!”
일격에 목을 벤다.
특별 대우를 하고 있다곤 해도 실험체로 데려온 어린아이가 기습할 거라 생각하지 못한 경비는 피를 토해내며 쓰러졌다.
위잉! 위잉!
경비의 오러가 사라지자마자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검을 얻은 아슬란은 거칠 것이 없었다.
“이 망할 자식이 죽을 걸 살려줬더니 배신을 해!”
“그럼 차라리 죽게 내버려 뒀어야지!”
적들은 시설이 무너질까 큰 힘을 사용하지 못했다.
그에 반해 같이 죽자는 듯 좁은 공간에서 날뛰는 아슬란은 성난 무소와도 같았다.
“젠장, 이쪽 구획이 무너져도 상관없으니 놈을 막아!”
결국 참지 못한 적들이 검기를 뽑아내자 아슬란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무형검을 발현했다.
키이잉!
콰자작!
사용자의 오러를 반영하는 성련검은 그 자체로 사용자가 누구인지 알리는 신분증이나 다름없었다.
비밀리에 이런 시설을 만든 만큼, 이곳에 있는 이들은 성련검이 있어도 일부러 일반 강철검을 사용하고 있었다.
검신에 직접적으로 맺히던 검기가 붕괴현상으로 소멸하자 일반 검들은 일제히 부서졌다.
아슬란은 무기를 잃은 적들을 순식간에 베고 지나갔다.
“커헉!”
“어, 어느새 무형검까지……!”
그래봐야 9살짜리라 얕보고 있던 적들은 아슬란의 무형검에 손 쓸 틈도 없이 쓸려 나갔다.
‘이걸로 19명 째.’
아슬란은 싸우는 와중에도 자신이 베어 넘긴 이들의 숫자를 정확히 세며 수인 부부가 갇혀 있던 창고로 향했다.
쾅!
“나오세요. 여기서 도망치는 건 오늘이에요.”
“너……!”
그들은 피를 뒤집어쓴 아슬란을 보고 슬퍼하면서도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잡혀온 뒤로 회복된 오러는 쥐꼬리만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무시무시한 살상력을 발휘했다.
꼬마아이와 다 죽어가는 수인 기사 둘은 리히테나워 출신을 포함한 조직의 하수인 300여 명을 쓰러뜨리고 잡혀 있던 사람들을 구해냈다.
그리고 그 모든 이들이 지상으로 나왔을 때.
“저 나이에 벌써 무형검이라니 확실히 놀랍군.”
아슬란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그 자리에서 심장이 꿰뚫려 죽었다.
“어? 어?”
처음으로 느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검술.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멍해 있는 아슬란을 쓰다듬는 손이 있었다.
“이 아이는 내가 직접 세뇌해서 검술을 가르쳐 보도록 하지. 너희들은 안쪽을 청소해 두도록.”
“알겠습니다, 선각자시여.”
부하들이 용궁에서 냄새를 맡았을 지부를 지워 버리는 동안 미하엘은 아슬란을 내려다보았다.
“두려워하지 마라. 곧 이 모든 기억을 잊을 테니.”
미하엘의 손에서 이능이 발현된 순간 아슬란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