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212
수인 군단을 쓸어버린 통합군은 부상자를 호송할 최소한의 인원만을 남겨놓고 계속해서 진격했다.
노아는 휘하의 지휘관들을 다독였다.
“제한 시간은 나흘. 처음부터 전 병력을 이끌고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조직이 리히테나워 본가에서처럼 대규모 마수화를 준비하고 있다면 일정 수준 이하의 병사들은 오히려 짐만 될 뿐이었다.
때문에 통합군은 가용 병력을 전부 데리고 출발하되, 진격 도중에 만나는 마수나 조직의 병력과 싸우는 과정에서 체력이 다한 하위부대를 분리할 예정이었다.
“남겨진 부대는 인근의 마수 방위를 맡고 본대는 계속 진격한다.”
강체술을 익힌 이들에게 나흘 치의 식량과 짐을 운반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통합군은 추가적인 보급 없이 의식의 장소를 향해 일직선으로 진격했다.
첫날의 수인 군단을 뚫고 맞이한 이틀째 아침.
율리우스가 이끄는 싱클레어 가문의 기사들이 통합군에 합류했다.
“뭡니까 그 꼴은?”
율리우스는 비록 닦아내긴 했으나, 물에 쫄딱 젖은 모습이었다.
요 며칠 비가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던 노아는 그를 보자마자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전투가 있었다.”
“그쪽에 마수는 안 나타났을 텐데…….”
“그래, 마수는 아니었지. 인간이었어.”
철도를 끊고 싱클레어 가문을 막아선 것은 제국 황실의 기사들이었다.
디 오더의 존재를 바탕으로 조직은 진작부터 황실에 이런저런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태였다.
그간 조직에 협력하던 황실의 관계자들조차 서로가 똑같이 배신자인 줄 모르고 있었을 정도.
힘들어도 적인 것이 명확한 마수와의 싸움과는 달리 인간과의 싸움은 심적인 충격이 상당했다.
“저명한 고위 인사들도 상당하더군. 이건 전쟁이 끝나도 문제일 거야.”
8대 가문의 후계자인 율리우스의 입장에선 어렸을 때부터 알던 이들도 꽤 있었다.
그런 이들을 죽이고 온 율리우스의 모습은 어딘가 피곤해 보였다.
“좋든 싫든 앞으로 3일이에요.”
진격 둘째 날.
통합군을 맞이한 건 53마리의 재해급 마수였다.
* * *
모든 기억이 지워진 아슬란은 조직의 기사로 다시 태어났다.
세뇌는 이능이 아닌 교육을 통해 이루어졌다.
당시에는 관련 이능에 대한 연구가 덜 되어 있었다.
해당 이능이 검술 재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모르니 재능이 다할 때까진 순수하게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덕분에 아슬란은 이능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라, 훗날 황궁에 첩자로 잠입하기까지 했으나 그건 나중 이야기.
“13살에 속성변환이라. 과연 특별 취급한 보람이 있군.”
“과찬이십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놀랄 위대한 기록.
그러나 아슬란이 조직을 위해 일하는 이상 그 기록은 세상에 알려질 일이 없으리라.
허나 그 사실에 아쉬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 사람은 눈과 귀가 어두워져 있었고, 한 사람은 전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대신 사람이 아닌 자는 그 모습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시원검 디 오더.
최초의 성련검이자 최초의 검령인 그는 주인을 천 년의 고통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미하엘을 도왔다.
하지만 그것도 한때의 일.
미하엘은 과거의 인물인 시황제의 해방보다는 미래의 일에 더 관심 있었다.
미하엘이 멋대로 군다고 해도 디 오더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는 검.
도구는 사용해 줄 사람이 있어야만 의미가 있었으니까.
‘저 아이라면…….’
검령은 기억 그 자체를 상대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었다.
이를 이용하면 세뇌로 흐려진 눈을 다시 뜨게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그러기 위해선 심상세계를 열어야 한다는 점.
심상세계를 여는 일에는 오러가 소모된다.
‘내 본체는 황가의 무덤에 있다. 여기서 심상세계를 열면 미하엘이 모를 수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슬란이 스스로 자신이 들어갈 심상세계에 필요한 오러를 대는 것이었다.
물론 그러려면 아슬란이 디 오더를 볼 수 있어야 했다.
‘그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다.’
시황제는 검술을 만들어 인간이 마수로 변하는 세상을 막았다.
그러나 그 대가로 자신은 인간의 세상을 끝장낼 뻔한 대마수가 되었고, 아직까지도 완전히 죽지 못해 고통받고 있었다.
최초의 미하엘은 분명 시황제의 영혼을 고통에서 해방시키겠다는 의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능을 접한 이후로 그는 변했다.
‘전 인류를 마인으로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겠다니, 그런 건 용납할 수 없다.’
조직에 가담한 인물은 죄다 미하엘의 생각에 찬동하는 자이거나, 깨우친다고 해도 막을 힘이 없는 자들이었다.
그 와중에 나타난 유일한 희망이 바로 아슬란.
‘심상세계를 열 수 없다면 내 혼 자체를 그에게 주입하겠다.’
그 대가로 자신은 소멸할 수도 있겠지만, 아슬란을 깨우칠 수만 있다면 자신은 상관없었다.
디 오더는 아슬란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을 쏟아부었다.
결과적으로 그는 최초의 검령답게 자아를 잃었을 뿐, 소멸하진 않았다.
그리고 아슬란은 세뇌에서 깨어났다.
빠득!
정신을 차린 아슬란이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분노.
하지만 이 분노를 무작정 풀어내서는 안 된다.
미하엘은 이능을 제외하더라도 마스터 나이트.
아무리 자신의 재능이 뛰어나도 지금은 안 된다.
‘조직은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으며 이능은 증명이 힘들다. 어설프게 이 사실을 신고해 봐야 소용없다.’
미하엘이 사회적인 명망을 가지고 있는 데 반해 아슬란은 일개 전쟁고아에 불과했다.
어설프게 조직에 대한 것을 신고해 봐야 중간에 무마될 테고, 윗사람을 직접 만나는 건 불가능했다.
‘나이트레이라면.’
미하엘은 광휘제와 레지나, 카인 이 세 사람을 가장 경계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레지나의 경우에는 가장 동태를 살피기 쉬운 위치에 있었다.
이미 조직에서는 학생이나 고용인 등으로 나이트레이에 꾸준히 첩자를 심고 있었다.
자신도 나이트레이에 입학한다면 대전쟁의 영웅인 레지나에게 이 사실을 직접 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아슬란은 모든 것을 준비했다.
16살에 나이트레이에 입학했다.
처음으로 자신과 같은 천재들을 만나 이기기 위해 상대의 검술도 공부했다.
상성의 불리를 이겨내고 1위에도 등극했다.
그러나 바로 레지나에게 모든 사실을 알릴 순 없었다.
처음에는 레지나 또한 미하엘과 한패가 아니라는 걸 확신할 수 없어서였다.
기회는 한 번뿐이니 확실하지 않은 일에 모든 것을 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심검도 얻었다.
이걸로 레지나 본인은 꿰뚫어볼 수 없어도, 그 주변의 다른 이들을 통해 그녀가 적인지 아군인지 판별할 수 있을 테니까.
다만 그가 심검을 얻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미하엘은 완전한 마인이 되었다.
광휘제나 레지나보다도 훨씬 긴 수명을 손에 넣은 그는 수틀리면 두 사람이 늙어 죽을 때까지 숨어 살 수도 있었다.
확실하게 그를 끝장내기 위해서는 우선 바깥으로 끌어내야 했다.
계획을 개선할 필요성을 느끼던 때.
교내에서 길을 잃은 노아와 티우가 아슬란의 앞에 나타났다.
종말급 마수를 쓰러뜨린 숨은 영웅의 아들.
‘그가 부모의 재능을 반이라도 닮았다면 가능성이 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신입생이니?”
다행히도, 노아의 재능은 최고였다.
* * *
둘째 날의 전투는 밤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일몰과 동시에 끝났다.
극야.
밤의 어둠이 흘러내렸다.
마수들은 늪에 잠긴 것마냥 어둠에 잠겨 소멸했다.
“맙소사 노아 너…….”
마스터 나이트가 ‘마스터’인 이유는 그것이 기사들의 종착지이기 때문.
마스터 나이트가 된 이후에는 숙련도의 차이만이 있을 뿐, 더 발전하지 못한다.
허나 노아는 지금 이 순간에조차 성장하고 있었다.
검술이 잠시 막히더라도 선술을, 선술이 막히면 이능을.
노아에게는 아직도 끝 모를 ‘여지’가 남아 있었다.
“계속 진격합시다.”
셋째 날 통합군을 맞이한 것은 거대한 진법이었다.
반경이 최소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진법은 이능의 힘이 섞여 그 내부를 알 수 없게 되어 있었다.
대신 그 위에는 (0/300)이라는 숫자가 표시되어 있었는데, 바깥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표시의 의미를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우회는 불가능. 신산께서도 그 이상 직접 확인해 보기 전까진 알 수 없다고 하셔.”
이능의 힘이 더해진 진법은 결국 무슨 이능이 작용하고 있는지 알기 전까진 효과를 추측할 수 없었다.
“결국 들어가 봐야 한다는 거네.”
노아의 말에 신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구강구조 탓으로 말을 할 때는 고대 수인어를 사용했기에 티우를 통해 통역을 거치고 있었지만, 현대어를 모르는 건 아니었으므로 듣는 건 문제가 없었다.
신산의 진법은 검증되지 않은 심상세계와 달리 대모를 봉인하는 데 성공한 전례가 있었다.
때문에 그는 카인 측에서 제공한 시원석 봉을 챙겨 전장에 따라왔다.
미하엘과 싸우는 것은 단순히 죽이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으므로, 대안은 언제나 필수였다.
노아는 신산과 함께 마안으로 살펴본 바를 지휘부에 전했다.
한편 레지나는 다른 쪽으로도 진법에 대해 조사해 보았다.
“숫자의 정체를 알아낸 것 같습니다.”
병사들이 직접 접해 보며 조사해 본 결과, 진법 위에 표시되는 숫자는 안에 들어선 인원수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들어간 사람의 숫자만큼 표시가 차오르더군요. 다시 나오는 건 문제가 없었습니다.”
“300명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건가? 아니면 300명이 들어가야 된다?”
“숫자가 꽉 차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거기까진 아직 시험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렇겠지. 최악의 경우 300명을 채운 시점에서 무언가가 발동할 수도 있으니까.”
참모진들 사이에 이런저런 의견들이 오갔으나 결국 진법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상 할 수 있는 말은 거기서 거기였다.
“한가롭게 조사할 시간은…….”
“없겠지. 우리에겐 이틀밖에 없다.”
레지나는 딱 잘라 말했다.
“뛰어난 기사는 사흘밤낮을 내리 싸울 수도 있다. 통합군이 지금 당장 적의 미하엘과 맞붙어도 이틀 내로 전투가 안 끝날 수도 있어. 시간을 끌고 있을 여유는 없다.”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기에 레지나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뭔지도 모를 곳에 전 병력을 밀어 넣을 수는 없지. 선발대를 꾸리겠다.”
침묵이 이어졌다.
바로 전날 그들은 두 자릿수의 재해급 마수가 일렬로 늘어선 모습을 보았다.
최악의 경우 저 안에서 300명으로 그런 적들을 상대해야 할지도 몰랐다.
“걱정들 마라. 일단 나는 확정이니까.”
총사령관이 직접 머리를 들이밀겠다는 소리에 주변이 놀랐다.
“뭘 새삼스럽게 놀라고 그러나? 여차할 때 후퇴를 위해선 내가 가장 필요할 텐데.”
“그럼 제 심검도 필요하겠군요. 저도 가겠습니다.”
이어서 나온 것은 율리우스였다.
크룩스 오메가는 경우에 따라 시공단열 이상으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심검이었다.
한 번 물꼬가 트이자 그 뒤로도 수많은 자원자들이 나왔다.
“그만! 필요한 건 300명뿐이다. 의욕은 좋지만 더는 필요 없어.”
레지나는 선발대에 참가할 인원을 손수 선정했다.
“호명하는 인원들은 바로 튀어나오도록.”
이윽고 준비를 끝낸 그들이 내부로 들어선 순간, 진법은 완전히 외부와 차단되며 다른 공간으로 변했다.
레지나는 육감에 감지되는 내부의 광경을 확인하곤 혀를 찼다.
“……복마전이 따로 없군.”
한때 제국군은 집성제의 분신을 마수화시킨 재해급 마수들에 고생한 바가 있었다.
진법 내부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그와 비슷하지만 다른 마수들.
“이번엔 미하엘 본인의 분신인가.”
미하엘과 똑같은 얼굴을 한 300인의 마수가 선발대를 노려보았다.
“예상대로 함정이군.”
일단 진법이 작동을 시작하자 선발대도 그 효과를 추측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300명씩 상대를 갉아먹는 진법인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모두 쓰러지기 전까진 바깥에서도 진법이 다시 펼쳐지지 않겠죠.”
“파리지옥 같은 함정이라 이거군. 300 대 300이면 이길 수 있다는 건가.”
레지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설프게 진법을 시험해 보기 위한 300명을 보냈다면 그대로 몰살당했으리라.
‘죽는다면 내가 먼저.’
물론 죽어줄 생각은 없었으므로, 모두 함께 돌아가는 것이 목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