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230
지난 1년간 일반 기사들의 랭킹은 어느 정도 공신력을 갖출 만큼 정립되었다.
그렇다면 마스터 나이트는 어떨까?
아무리 심검의 종류에 따라 특기분야가 갈린다지만, 강약은 존재할 것이다.
힘을 잃은 광휘제나 법적으로 제국인이 아니게 된 카인을 제외하면 1위가 레지나라는 것엔 아무도 이견이 없었다.
그럼 그 아래로는?
실제로 붙어보지 않은 이들의 승패를 예상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대전쟁 세대를 포함, 랭킹이 확실하게 정해진 마스터 나이트는 10명 남짓이었고.
로젤리아는 7위였다.
“왜 다들 나를 막아서려는 거야…….”
펠릭스와 오필리아의 경기를 본 로젤리아는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주먹을 꽉 쥐었다.
“나는 리나의 검술이 최고였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레지나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인정하는 1위가 되어야 했다.
테오도르의 주선으로 진행된 마스터 나이트 간의 비공식 대련에서 4승 5패.
비교적 평범한 기록이었으나, 로젤리아가 심검을 얻은 시기를 생각하면 이는 상당한 승률이었다.
그녀는 지금도 계속 강해지고 있었으나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지면 안 돼, 지면 안 돼…….”
* * *
“그러니까 섬을 떠나 바다 위에서 만난 그 사람들이 종말의 마수를 피해 도망치던 사람들이었다고요.”
“종말의 마수를 피하느라 급한 상태라서 마수가 출몰하는 해로로 나왔던 거지. 나로서는 운이 좋았던 거야.”
“그래서 그 사람들을 설득해 도착한 곳이 마술사의 땅이었고요?”
“응.”
유니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으나 노아는 여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 사람들은 검술이랑은 다르게 주문을 외워서 마술이라는 걸 사용하더라. 말의 힘으로 이능 같은 걸 쓴다고 해야 하나?”
검기도 강체술도 결국 오러를 이용하는 기술이었다.
그런 점에서는 마술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의지에 반응하는 오러의 특성을 이용해, 주문으로 마수의 이능과 같이 기적을 일으키는 것.
문제는 마술사들에겐 강체술과 같이 신체를 강화시키는 기술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아무튼 집에 돌아갈 방법을 찾으려고 999개의 주문을 사역한다는 마왕이라는 작자를 찾았는데, 그쪽도 종말의 마수가 되어 있더라고. 그거 잡느라 좀 걸렸지.”
무작정 노아가 뛰어가서 잡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들을 위협하는 마수를 제거하고, 인류의 생존 영역을 넓혀가며 마왕을 쫓던 나날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지나, 노아가 마왕을 쓰러뜨린 순간.
신대륙 전역에 펼쳐져 있던 마왕의 주문이 풀리며 고립된 세상이 바깥과 이어졌다.
“그 뒤론 지금 보는 것처럼 마술의 도움을 받아 마수 하나를 길들여서 돌아가고 있던 중이었지. 아니, 근데 이야기 못 들었어? 중간에 아빠랑 만나서 소식 좀 전해달라고 했는데?”
“카인 씨와 만났다고요?”
“난 짐이 많으니까 먼저 가라고 했지.”
엘릭서 연구에 필요한 마수의 표본을 얻기 위해 대양을 헤매던 카인은 유니아와 마찬가지로 노아가 타고 있던 재해급 마수를 발견했다.
노아는 신대륙의 마술사왕과 제국 간의 사절 역할로 상당히 많은 짐을 옮기고 있었다.
개중에는 마술에 대한 자료와 새로운 마수가공법 등도 있었다.
마수를 잡으려고 몸만 나왔던 카인은 노아의 요청에 따라 필요한 짐만 가지고 먼저 돌아가 엘릭서를 완성시켰다.
탑승 중인 재해급 마수에게 걸린 마술 중에는 항로 개척을 위한 것도 있어, 누군가는 계속 여기 있어야 했기 때문.
“그러니 내가 도착할 때쯤엔 그쪽에서도 짐 받아갈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예 몰랐다고?”
“저는 마데이라에서 나온 거라 어쩌면 엇갈렸을지도 모르겠네요.”
이후 노아는 카인이 자신은 생텀 킵으로 가면서 제국에는 오필리아를 보냈음을.
그 와중에 또 오필리아에게는 제대로 설명을 안 해서 노아가 가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지 않았음을 알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청의 하청을 거듭하다 아무도 진행 상황을 모르게 된 꼴이구만?”
그렇게 노아는 유니아 손만 달랑 잡고 제국에 입성했다.
“흑흑, 내가 믿을 건 너희밖에 없다.”
“어? 응? 그래, 그래. 고생했어.”
유니아는 엉겁결에 노아와 포옹하며 이후의 일을 생각했다.
‘이거 말없이 돌아가면 분명히 난리 날 것 같은데.’
1년 전에 있었던 그 일을 생각하면 유니아는 여전히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노아는 드디어 돌아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감회에 젖어 있었다.
이어서 반가운 제국철도에 그 몸을 실으려는 찰나.
“으응? 저, 기사님 이 회원권은 등록되지 않은 ID라고…….”
“망할 장기 행방불명.”
일일이 절차를 밟자면 귀찮았기에 노아는 결국 유니아의 ‘개인 수하물’로 기차에 탑승해야 했다.
* * *
베로니카와 펠릭스의 결승전은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펠릭스로서는 이미 오필리아와의 대결에서 자신의 심검을 보였기 때문에 먼저 심검을 꺼내 드는 것이 위험하다고 여겼다.
반면 베로니카는 서로 심검 없이 싸울 경우 이길 자신이 있었으므로 굳이 정보의 이점을 포기하고 먼저 심검을 꺼내 들 이유가 없었다.
마스터 나이트가 되며 자신의 검술이 마안의 눈높이에 맞게 된 베로니카였다.
덕분에 그녀의 기본기는 20년차 마스터 나이트와도 동급.
심검을 활용한 전투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 베로니카는 대전쟁 세대와 맞먹는 기량을 갖추게 되었다.
마안을 타고난 그녀는 어릴 때부터 마스터 나이트와 동급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봤기 때문.
그 경험을 검술에 녹일 수 있는 경지가 되었으니, 그간의 경험치가 단번에 성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먼저 심검을 꺼낸 것은 펠릭스였다.
“블루 문.”
펠릭스의 육체가 형태를 잃고 오러 속으로 녹아든다.
그것이 인지를 흐리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이능처럼 물리적인 변화도 동반하는 것인지 한번 본 것만으로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어.’
펠릭스의 심검에 겹치듯 베로니카 또한 자신의 심검을 발동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앱솔루트 제로
(Absolute Zero)
“……!”
경기장을 가득 채운 물의 검기가, 하늘과 땅의 오러가,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관객들까지도.
단순한 온도변화를 넘어 오러 그 자체에 대한 동결.
기사의 전투력은 오러를 이용한 검기와 강체술에서 나온다.
그러한 오러를 마음대로 동결시킬 수 있다는 것은 전투에서 절대적인 이점을 가져간다는 뜻.
“제 승리예요.”
베로니카의 검이 펠릭스를 가리켰고, 펠릭스에게는 그걸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패배를 인정합니다.”
펠릭스는 조금 허탈한 듯 답했다.
“이런 심검인 줄 알았으면 절대로 범위 안에 들어오지 않았을 텐데.”
무적의 심검 따위는 없다.
모든 심검에는 정해진 용도가 있고, 그 힘을 최대로 발휘하기 위한 조건도 있었다.
펠릭스가 베로니카의 심검을 미리 알았다면 오필리아처럼 원거리 전투를 시도해 볼 수도 있었으리라.
서로 오러를 대부분 소모한 뒤에 근접전으로 들어가면 앱솔루트 제로의 파괴력도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었다.
‘강력한 심검이다. 익숙해지면서 범위가 늘어나면 아무런 응용 없이 그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할 거야.’
거기에 베로니카의 검술이 더해지면 일대일도, 대규모 전투도 모두 뛰어난 심검이 되리라.
‘기사로서의 감상은 이쯤 하고.’
펠릭스는 나름대로 로젤리아와 리나리아를 화해시키겠다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탑 소드에 임하고 있었다.
솔직히 마스터 나이트가 된 이상 어지간하면 자신이 우승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패한 이상 이 내용은 전해둬야겠지.’
그는 전음을 통해 베로니카에게 엘릭서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런 일이라면 저도 협조하겠어요.
-쉽지 않으실 겁니다.
펠릭스의 검술과 물의 속성변환, 그리고 심검은 불을 다루는 로젤리아에게 유리한 것이었다.
반면 베로니카의 심검은 로젤리아에게 큰 효과를 보기 힘들었다.
-오러를 동결해도 그녀의 심검 그 자체를 저지할 수 없는 이상 상성을 지고 들어가는 셈입니다.
로젤리아의 심검은 모든 불꽃을 몸 안에 가두는 것.
아무리 베로니카라도 심검의 효과로 작용하는, 게다가 신체 내부의 오러를 동결시킬 순 없었다.
‘기껏해야 둔화가 한계. 억지로라도 동결시키려면 직접 접촉해야 할 거다.’
그러나 로젤리아는 근접전의 파괴력만이라면 레지나도 위협할 정도였다.
-그거라면 걱정 마세요.
-네?
-이게 제 전부는 아니니까요.
그 말에 펠릭스는 놀란 표정으로 베로니카를 바라보았다.
베로니카가 아직 비장의 패를 남겨두고 있다는 것 자체도 놀라웠지만, 그보다는 기시감이 컸다.
‘이건…….’
마치 나이트레이에 다닐 적 노아를 보는 듯한 모습.
매번 상상을 뛰어넘었던 그 모습이 이제는 부단장인 베로니카에게서 겹쳐 보이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부탁드리죠.”
펠릭스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네, 맡겨주세요.”
눈앞의 황녀는 그의 친우를 닮아가고 있었다.
* * *
펠릭스와 베로니카, 새로운 두 마스터 나이트의 등장.
거기에 예고 없이 치러진 두 사람의 결승전과 달리, 예고된 로젤리아와 베로니카의 대결.
어쩌면 다음 황위를 확정 짓는 자리가 될지도 모르는 이 대결에 대한 소식은 순식간에 제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전보를 통한 정보의 이동은 열차를 통한 승객의 이동보다 빨랐다.
마수 문제로 아직도 외곽의 철로는 끊어지고 복구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덕분에 돈 문제는 신경 쓰지 않고 가장 빠른 차편만을 구해 이동 중이던 노아는 신문으로 그 사실을 먼저 접했다.
“전쟁 끝났다고 다들 놀고만 있던 건 아니네?”
“누적 숫자만 따지면 전쟁 후에 토벌한 마수가 더 많으니까.”
미하엘은 어차피 계획이 성공하면 마수 문제가 해결되니 뒷일은 신경 쓰지 않고 마수를 찍어냈다.
미하엘이 노아와 함께 사라진 뒤에도 통제가 풀린 마수들은 그대로 남아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제국을 위협한 것.
“그동안 검술이 어떻게들 변했을지 기대되는걸.”
“또또 발동 걸린다? 그런 건 적어도 암월 문제를 다 해결한 뒤에 해.”
유니아와 만난 노아는 월식에게 암월의 상태를 봐줄 것을 부탁했다.
애초에 그가 암월의 검령과 처음 만났던 것도 월식의 심상세계를 통해서였다.
검령끼리는 인간과 달리 직접 연결될 수 있었으므로, 월식이라면 암월이 침묵하는 이유를 뭐라도 알아낼 수 있을 터였다.
-문을 콱 틀어막은 통에 들어가기 힘들어. 이쪽은 시간이 좀 필요하겠어.
“시간이 걸려도 되니 확실하게 알아봐 주세요.”
-그건 문제가 없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기에 애가 이렇게 된 거야? 검령으로서의 힘도 엄청 강해져서 나나 디 오더 이상으로 불어나 있는데.
“성련검은 결국 주인의 오러를 받을수록 강해지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암월은 독보적이죠.”
엔야가 사용하던 오러에 더해 20년간 수인족 전체의 오러를 받아들인 월식이나, 가장 오래된 성련검인 디 오더조차 암월보다 많은 오러를 품지 못했다.
그만큼 노아가 달에서 휘둘러 댄 오러는 엄청난 것이었다.
“누나는 별 이상 없었어요? 아무리 공간전이의 주체는 미하엘의 몸뚱이였다지만 그만한 진법을 발동했는데.”
-안 그래도 한참 앓아누웠어. 다 낫고 나서야 유니아와 함께 널 찾으러 나선 거지.
월식이 회복하는 데 그렇게 오래 걸렸다면 어쩌면 암월도 지금 회복 중인 것일지도 몰랐다.
‘유난히 회복이 긴 것도 같지만. 내가 저지른 일이 있으니…….’
암월이 깨어나기도 전에 노아는 지상에서 만난 종말의 마수와 싸웠다.
어쩌면 그 때문에 암월의 회복이 더 늦어졌을 가능성도 높았다.
“암월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평생이 걸려도 괜찮아요.”
-맡겨줘.
월식 또한 엔야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자신이 있었다.
그녀는 노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살아 돌아온 것도 알리고, 비워뒀던 2기사단도 확인하고, 대장장이들의 관점에서도 암월을 점검해 보려면 결국 스텔라리움으로 가야겠지?”
베로니카와 로젤리아의 특별전이 이루어질 그곳.
스텔라리움으로 제국의 기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