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52
리카르도의 사주를 받은 공성 측의 정예 멤버들은 아군이 공격에 나서는 동안 오히려 후방으로 빠져나왔다.
양측은 시작부터 내성벽을 중심으로 대치하고 있었다.
내성벽 바깥의 신시가지, 그것도 외성벽에 가까운 이 지역까지 나와 있는 참가자는 아무도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
어지간해서는 들키지 않겠지만 리카르도는 모든 일을 확실하게 처리하길 원했다.
혹시라도 고고도로 올라가는 모습을 들키지 않도록 그들은 공항에서 이륙하는 우편수송기의 그림자에 숨어 올라갈 생각이었다.
“지금쯤이면 아군의 공세에 그나마 남아 있던 적들도 황궁 쪽으로 빠졌겠지. 이제 올라…….”
픽!
의식하지 않으면 듣고도 그냥 넘어갈 자그마한 소음.
별거 아닌 소음에 그들은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그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검을 뽑아듦과 동시에 멤버 중 한 명이 쓰러졌다.
“습격이다!”
“적? 여기까지 와서?”
“적은 몇 명이지? 상황을 파악해라!”
“쓰러진 녀석을 커버해!”
그들은 전원이 무형검을 이용한 비행이 가능할 정도의 실력자였다.
그런 그들조차 소리가 들리기 전까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어흥.”
노아는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며 가장 앞에 서 있는 인물을 후려쳤다.
공격당한 인물은 순간적인 반응으로 그 공격을 막아냈으나, 자세를 잡지 못해 몸이 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가 날아간 곳에는 펠릭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걸로 두 명.”
깡!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막으려 드는 검을 걷어내고 칼등으로 정수리를 후려쳤다.
일반인이라면 머리가 으깨졌을 위력이 실려 있었지만 이 정도는 해야 이들을 기절시킬 수 있었다.
“뭘 두 명이야? 지금 건 서로 0.5명씩이지!”
“그럼 그런 걸로 하지. 네가 0.5, 나는 1.5.”
“아니, 잠깐. 처음 한 놈도 내가 잡은 거였잖아? 야!”
대화의 내용은 시답잖기 그지없었지만 검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이트레이! 나이트레이 녀석들이다!”
펠릭스의 얼굴을 알아본 참가자가 소리를 질렀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이들은 빠르게 태세를 정비했다.
“아쉽게도 기습의 효과는 이게 끝인가.”
“20명 중 2명이면 10%나 잡은 거니 괜찮지 않나?”
노아와 펠릭스 또한 포위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등을 맞대고 자리를 잡았다.
“두 명?”
공수부대 인원들은 자신들을 공격해온 것이 단둘이라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주변을 살펴봐도 누가 더 숨어 있는 낌새는 없었다.
애초에 인원이 더 있었다면 둘이서만 기습할 이유도 없었다.
“진짜로 두 명이서 온 건가?”
“아닌데? 난 200명인데?”
“난 300명이다.”
“그럼 합쳐서 500명이네. 너흰 죽었다 야.”
말뿐이 아니었다.
노아는 실제로 자신이 있었다.
‘검이 훨씬 잘 든다.’
테오도르의 도움으로 감각의 재조정을 마친 노아는 지금까지 배워왔던 검술을 처음부터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미 완벽하다 생각했던 기본기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할아버지가 오의를 하나도 안 가르쳐 준 게 납득이 갈 정도였다.
‘단순히 따라 하는 것만으론 안 돼.’
속성변환도,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오의도 마찬가지였다.
감이 좋은 노아는 정식으로 배우지 않은 기술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술들은 매우 강력해서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됐다.
‘처음부터 다시.’
외부로 돌출되지 않고 검 내부에 머물며 검신을 강화하는 1단계 검기.
강검의 단계부터 다시 짚어나간다.
그간 노아의 검술은 대체로 해보니 됐고, 되니까 그 상태로 익숙해지는 식이었다.
‘하던 대로 하는 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대로 정확히 따라 해보자.’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니, 그냥 어려운 게 맞았다. 그것도 더럽게 어려웠다.
노아는 이미 강검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면 쉽게 될 것 같은데 그걸 참고 어려운 방법을 쓰자니 오히려 손발이 꼬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낸 강검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묘한 예기(銳氣)를 품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아직 제대로 고친 건 1단계 검기뿐이지만, 1단계만으로도 효과는 미쳤다.’
노아는 1단계 검기만을 사용한 채 기습을 감행했고, 이것만으로도 상대의 검기를 검째로 베어냈다.
게다가 강검의 오러 소모량은 속성변환의 100분의 1에 달했다.
선발전에서 티우랑 싸운 시간을 생각해 보면 이쪽은 그 100배에 가까운 시간을 싸울 수 있다는 뜻.
‘몸도 엄청 빨라졌어.’
신체 능력 자체가 올라간 건 아니지만, 그걸 다루는 민첩성이 빨라졌다.
체감되는 속도 차이는 거의 3배. 혜성이 따로 없었다.
이 모든 것이 노아가 이미 할 수 있었는데 못하고 있던 것들이었다.
“고작 둘이서 온 걸 보면 분명히 시간을 끌려는 속셈이다! 작전을 속행해!”
그들은 순식간에 인원을 나눠 4명이 노아와 펠릭스를 붙잡아두는 동안 나머지가 고고도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넌 무형검 못 쓰지? 이쪽은 맡긴다.”
“뭣?”
펠릭스는 지체 없이 무형검 발판을 만들며 상대의 뒤를 쫓았다.
남겨진 노아는 버려진 강아지의 표정으로 막아서는 4명을 베어냈다.
“나도 같이…… 아이 씨! 왜 이렇게 질척거려!”
후딱 쓸어버리고 펠릭스의 발판을 이용해 따라붙을 생각이었지만 적도 그렇게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그래, 그리 쉽지는 않다 이거지?”
급한 상황이지만 그럴 때일수록 마음은 편안하게.
그간 쏠쏠하게 써먹었던 쉬운 방법 대신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그대로 어려운 방법으로 검을 움직인다.
실전에서 정신없는 와중에 그러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노아는 반사적으로 쉬운 길로 가려는 몸을 억지로 바로잡았다.
최선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연습이나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이게 더 강해.’
찔러 들어오는 검을 걷어내고 손목을 잡아당겨 뒤로 던진다.
그것으로 뒤에서 오는 공격을 막아낸 직후 다리를 노린 하단 베기를 살짝 뛰어올라 피한다.
어느새 생성된 무형검이 노아를 향해 날아왔지만 그쪽은 괜찮았다.
‘내가 더 빨라!’
기사의 주변은 강체술로 인해 오러가 불안정하다.
때문에 몸에 딱 붙여서 무형검을 형성하는 건 매우 힘들었다.
그걸 시도하느니 멀리서 만든 다음 가까이로 당겨오는 게 빨랐다.
즉, 날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있으니 무형검을 조종하는 것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면 굳이 상대해 줄 필요가 없었다.
“크으읏!”
순식간에 두 명을 돌파한 노아는 가장 약해 보이는 인원을 향해 쇄도했다.
“미친, 무슨 속도가……!”
찌르는 척하다가 발차기.
피지컬을 이용한 단순한 페이크로 한 명을 지워 버렸다.
‘다수를 상대할 때는 벽을 등지고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숫자를 줄인다.’
일대다의 기본적인 개념.
노아는 속도를 벽으로 삼아 적들은 순차적으로 상대했다.
피빗!
동시에 옆에 있던 녀석에게 던진 수리검은 두 줄기의 광선이 되어 한쪽 다리를 베고 지나갔다.
이걸로 제압할 순 없지만 기동력을 잃었으니 따라오지 못한다.
‘또 한 명.’
그 모습을 확인하고 뒤로 돌아서자 자신이 뛰어넘어 피했던 녀석이 노아의 정수리를 향해 대검을 내려치고 있었다.
공격력 하나만큼은 수준급이었지만,
“안 맞으면 의미가 없지.”
살짝 몸을 틀어 피하고는 턱에다 어퍼컷을 날려주었다.
뇌에 충격이 가는 공격은 강체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어퍼컷을 맞고 몸이 넘어가는 와중에도 정신을 잃지 않았다.
“이 정도쯤이야……!”
“대단한 목 근육이네. 그걸 버티다니.”
팡!
노아의 돌려차기가 관자놀이를 가격하며 상대를 완전히 침묵시켰다.
“마무리.”
여기까지 단 2초.
확실히 노아는 이전과 비교도 안 될 만큼 빨라져 있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한 놈.”
“헉!”
처음 노아가 뒤로 던졌던 녀석은 아군이 순식간에 쓸려 나가는 것을 보곤 곧바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놈은 무형검을 발판삼아 높이 올라가는 데 주력했다.
“헤헷, 네가 바로 노아지? 네 녀석이 공식전에서 한 번도 무형검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건 이미 조사했다! 숙련도가 떨어지는 모양이지? 그런 네가 나를 쫓아올 수 있을까?”
“그런 것까지 조사했냐?”
나이트레이의 참가자들은 다른 참가자들에게 마크당할 거라는 이야기를 듣긴 했다.
특히 결승에서 화제를 모은 노아는 더더욱.
베로니카가 그 점을 주의시킬 때도 기록이 적으니 알려질 정보도 없지 않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분석된 모양이었다.
“근데 괄목상대라고 아나?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강하거든.”
노아는 몸의 무게중심을 낮추며 달려 나갈 자세를 취했다.
“벌써 거리가 이렇게 벌어졌는데 쫓아오겠다고?”
“거기서 딱 기다려.”
무소와도 같은 기세의 돌진.
순식간에 건물의 끝에 도달한 노아는 사자의 유연함으로 탄력을 받아 땅을 박찼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른 노아는 한순간에 거리를 좁혔고,
“어깨 좀 빌린다.”
“에?”
수면 위의 연꽃처럼 사뿐하게 상대의 어깨를 밟고 올라섰다.
이어서 도약.
파아앙!
발판이 된 인물은 그 반대급부로 순식간에 지면으로 곤두박질쳤다.
“미안!”
발끝으로 어깨가 탈골되는 것을 느낀 노아는 간단하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러고는 다음 징검다리에 안착했다.
“어? 어어?”
“목 조심하시고.”
파아앙!
무형검 대신 사람을 발판 삼은 고공비행.
노아는 그렇게 몇 사람을 더 밟아가며 펠릭스에게까지 도달했다.
“이 자식! 나를 버리고 혼자 가다니!”
“놔, 놔라! 걸리적거린다!”
“절대 안 놔줘! 나도 데려가!”
“알았으니까 흔들지 마!”
그리하여 하늘 위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 * *
“이거, 기존에 알려진 인원들만 신경 쓸 게 아니었구만?”
자신을 막아선 티우를 바라보며 리카르도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제국이 강하다는 건 이미 작년에 질리도록 배웠다.
하지만 올해에는 나이트레이의 강자들에 대한 대비책도 여럿 준비하고, 강도 높은 훈련으로 자신들의 실력도 키워왔다.
“이번에야말로 이긴다고 생각했더니 뭔 신인들이 이렇게 세?”
그랬는데 작년에는 보이지도 않던 녀석들이 이렇게까지 센 건 좀 너무하지 않은가.
제국에는 저런 녀석들이 매년 쏟아진다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었다.
작정하고 준비하면 뭐 하나. 처음 보는 녀석이 튀어나와서 저렇게 활약하는데.
‘물론 선발전에서의 정보가 있긴 하지만, 이쪽도 노아 못지않게 정보가 적단 말이지.’
펠릭스의 참가는 차라리 괜찮았다.
8대 가문 쪽에 대한 대비는 탑 소드가 아니라도 잘되어 있으니까.
그보다는 오히려 이런 쪽이 더 껄끄러웠다.
“하지만 이번엔 상관없지.”
나이트레이의 인원들에게 붙잡혀 진격을 가로막힌 상황.
다른 때 같았으면 억울하다며 분통을 터뜨렸겠지만, 지금은 진격을 막히든 말든 승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무슨 의미죠?”
“내가 이겼다는 의미다.”
“……!”
티우와 대치하고 있는 리카르도에게는 다음과 같은 전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성식자들도 서쪽 방면에 합류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상대에게 발목을 붙잡히고 있는 건 리카르도가 아니라 나이트레이였다.
“지금이다! 가라!”
수성 측의 전력 대부분이 밖으로 나온 게 확인되자마자 리카르도는 공격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황궁의 상공에 모여 있던 구름이 갈라지며 오러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서, 설마……?”
수성 측이 당황하는 가운데 구름 위에서 사람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막으러 돌아가기에는 늦었다. 거리가 너무 멀다.
레오를 포함한 수성 측이 동요하는 가운데, 리카르도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어?”
최대한 빨리 강하해도 모자랄 녀석들이 느긋하게 자유낙하를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낙하하는 자세도 이상한 것이, 빠르게 내려가기 위해 몸의 면적을 좁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팔다리를 펼쳐 속도를 줄이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치 정신을 잃고 떨어지는 듯한 모습.
“어어어?”
그 위화감은 이어서 나타난 두 명의 오러로 인해 확신으로 변했다.
“베로니카아아아! 이쪽은 정리했다아아아!”
마이어 가문의 둘째와 나이트레이 2선발.
노아와 펠릭스가 기절한 참가자들과 함께 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