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86
마스터 나이트는 모든 기사가 목표로 하는 꿈의 경지였다.
당연하게도.
제국의 기사 지망생들을 모아놓은 나이트레이에서도 마스터 나이트와 심검에 대한 이야기는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그리고 마스터 나이트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면 보통 그 후의 전개는 마스터 나이트끼리 붙으면 누가 제일 세냐는 거였다.
“심검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효과를 가지고 있지요. 때문에 일반적으로 마스터 나이트간의 싸움은 상성 싸움으로 알려져 있어요.”
아니스는 적을 베고 돌아오는 레지나를 바라보며 운을 떼었다.
“상대보다 검술이나 강체술 면에서 뛰어나다고 해도, 가장 강한 기술인 심검 상성이 밀리면 불리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만일 심검이 서로 상쇄되는 것이라면 일반 기사들처럼 검술과 강체술의 싸움이 된다.
하지만 그게 아니면?
실제 마스터 나이트 간의 전투 사례는 한순간에 결판이 나는 게 대부분이었다.
애초에 마스터 나이트는 나라의 최종병기나 다름없는 존재.
국가 간의 전쟁이 벌어지면 피차 마스터 나이트들이 직접적으로 충돌하길 피한다.
이기고 있는 나라는 괜히 졌다간 일이 꼬이니 피하고, 지고 있는 나라는 마지막 희망이 날아갈 수도 있으니 피하는 것.
그런 이들이 서로 맞붙었다는 건 진짜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기 때문.
그리고 그 경우, 상대에게 유리한 상성을 가진 마스터 나이트를 내보낼 수 있는 제국은 압도적인 우위를 가졌다.
세상은 사실상 제국과, 제국이 굳이 점령하지 않은 소수의 국가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학교장님은 마스터 나이트 중에선 젊으신 편이지만, 역사상으로도 손꼽힐 강력한 심검을 가지고 있지요.”
알려진 모든 심검에 대해 우위를 가지는 절대적 심검.
그것이 바로 레지나의 시공단열이었다.
“시공간을 가른다…….”
노아는 그 간단한 설명이 가진 가능성을 새삼 실감했다.
필요하다면 국경지대에서 단번에 공간을 가르고 넘어가 상대의 수도를 지도에서 지워 버릴 수 있는 존재.
상대 국가에 마스터 나이트가 없다면 레지나 홀로 나라를 멸망시킬 수도 있었다.
제국에선 그저 병사를 파견해 빈 땅을 점령하기만 하면 되는 일.
일인군단을 넘어선 전쟁종결자.
그게 바로 레지나가 검의 여왕이라 불리는 이유였다.
‘그럼 도대체 저것보다 더 세다는 황제 폐하는 얼마나 센 거야?’
허나 정작 적을 베어버린 레지나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본인 앞에서 그런 낯부끄러운 소리들 하지 마라. 칭찬받을 만한 상황이 아니니까.”
“침입을 허용하긴 했지만 그건 이능의 특수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였잖아요. 피해도 없이 적을 제압했는데 잘된 거 아닌가요?”
“아니. 벤 느낌이 없었다.”
그 말과 동시에 쓰러진 멸성제의 시신이 재가 되어 스러져 갔다.
“저게 무슨……?”
멸성제만 그런 게 아니었다.
섀도 펜서도, 아라크네도, 기껏 잡아놓은 이들이 전부 재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그 기이한 모습에 학생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의 명이 끊어지면 그 사람이 보유한 오러가 통제에서 벗어나며 특정한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멸성제라는 놈에게는 그런 게 안 느껴졌어.”
“아직 살아 있다는 건가요? 이것도 이능……?”
“그렇다면 전투 준비를……!”
리나리아와 로젤리아 또한 그 말에 태세를 재정비하려 했으나 레지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러는 완전히 사라졌다. 놈들은 떠났어.”
마수화한 시점에 상대는 이미 인간이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생명체가 되었다고 봐야 했다.
“목을 노린 건 실수였군. 다음부터는 아예 통째로 지워 버려야겠어.”
마수화를 사용한 인간.
마인에 관한 전투교리가 처음으로 정립되는 순간이었다.
* * *
제국 내의 어딘가.
재가 되어 사라졌던 멸성제와 침입자들이 어둠속에서 깨어났다.
“어? 어어? 여기는…….”
“아지트다. 내 능력으로 전이한 거니 신체 확인부터 해라. 단체로 이동하다 보면 몸뚱이 일부를 두고 오는 일도 흔하거든.”
아라크네는 옆에서 일어난 섀도 펜서의 말에 황급히 자신의 몸을 더듬어보았다.
다행히도 그녀의 몸은 멀쩡했다.
한편 근처에서는 목이 잘린 멸성제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히익!”
“과연 검의 여왕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을 만하군. 네가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 죽었겠어.”
멸성제는 잘려 나간 머리통을 주워 목 위에 얹었다.
그러자 목은 순식간에 재생되며 머리와 몸을 다시금 이어놓았다.
초재생 능력.
멸성제에게 신체 절단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전이는 우리 셋만 한 건가?”
“나머지는 필요 없었으니까요. 전이 과정에서 재로 변한 채 버렸습니다.”
그 말대로 주위에는 잿더미가 가득했다.
재로 변한 뒤 다시 합쳐지지 못한 것.
섀도 펜서는 아라크네와 자신, 그리고 멸성제 외의 모든 침입자들을 자기 손으로 죽인 것이었다.
아라크네는 그 사실에 몸이 굳었다.
단순히 버림패로 쓰는 것과, 직접 처리하는 건 전혀 다른 의미였다.
“당신 도대체…….”
“뭐냐. 저년에게는 말해주지 않았나?”
“만일 그림자 세계가 마스터 나이트에게 먹히지 않았다면 그녀도 버릴 예정이었으니까요.”
섀도 펜서는 그렇게 말하며 옷에 묻은 재를 털었다.
가장 기대를 걸던 것은 가니메데의 오러 동결이었지만, 그쪽은 한계가 명확했다.
그래도 강력한 능력자를 하나라도 건진 것은 확실히 이득이었다.
“나도 시원석을 충분히 ‘먹어두는 데’ 성공했으니 다음에는 이렇게 쉽게 당하지 않을 거다.”
“네. 당연히 그러셔야죠. 그러지 않으면 선각자님께서 실망하실 테니까요.”
그렇게 답한 섀도 펜서는 웃으면서 아라크네를 돌아보았다.
“그럼 제 소개를 다시 하도록 하지요, 아라크네 양. 저는 집성제. 앞으로 당신은 저와 함께 일하게 될 겁니다.”
멸성제와 같은 사성제 중 하나.
섀도 펜서의 정체는 바로 일반 조직원으로 위장해서 마스터 나이트와의 전투 정보를 수집하던 집성제였다.
“당신의 능력은 분명히 그림자 능력이었을 텐데 어떻게 이런…….”
“아, 그거야 간단하죠.”
조직의 인사 등용은 오로지 얼마나 유용하고 강력한 능력을 얻었는가에 달려 있었다.
“추후에 저희보다 더 강력한 능력을 얻은 이들이 등장할 순 있겠으나, 그들이 저희 사성제의 자리를 대체할 순 없을 겁니다.”
“어째서죠?”
“그야 저희가 사성제의 이름을 받은 이유는 능력의 강약 때문이 아니니까요.”
집성제가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리자 그의 얼굴이 레지나의 얼굴로 변했다.
모습을 바꾸는 능력.
그것은 재로 변해 이동하는 전이 능력도, 그림자 속을 돌아다니는 섀도 펜서의 능력도 아닌, 제3의 능력이었다.
“사성제는 하나가 아닌 여러 이능을 소화할 수 있는 이들. 현재의 강함 따위가 아닌 무한한 가능성을 평가받은 것이거든요.”
비록 지금은 마스터 나이트에겐 상대가 안 되지만, 앞으로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는 존재.
그것이 바로 사성제였다.
“아라크네 당신의 능력은 확실히 검증됐습니다. 앞으로 잘해보도록 합시다.”
그녀는 내민 손을 맞잡을 수밖에 없었다.
* * *
침입자들로 인한 소동은 생각보다 빠르게 조용해졌다.
애초에 외부에 알려진 것도 아니었고, 전투도 모두 그림자 세계에서 이뤄졌다.
덕분에 그만한 일이 있었음에도, 1위 결정전은 아무런 문제없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음…… 습격까지 받았는데 그 직후에 멀쩡히 행사가 개최되고 있으니 기분이 묘하네요.”
“방금 학교장님의 그 모습을 본 이상 뭐라 하기도 그러네. 누가 와도 혼자서 다 막아낼 수 있을 것 같던데.”
노아와 유니아는 약간 얼떨떨한 기분으로 관중석에 앉았다.
침입자들과의 전투는 완전히 음지에서의 일로 넘어갔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도 못하고 들뜬 마음으로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암부기사들은 이런 게 일상인가요?”
“일상까지는 아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쿠이나는 그런 노아와 유니아의 곁에서 푸드코트에서 사온 만두를 집어먹고 있었다.
사건은 종결된 것으로 보이나,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오늘 하루는 계속 노아와 동행하기로 한 것.
정보부 출신의 암부기사인 쿠이나는 이런 일엔 익숙한지 여유가 생기자 배부터 채워두고 있었다.
“방금까지 그런 일이 있었는데 잘 드시네요.”
“암부기사는 언제 일 터질지 모르니 휴식과 식사는 기회가 될 때 알아서 챙겨야 하거든. 이제는 버릇 됐어.”
“허어.”
기사의 활약은 보통 대대적으로 보도된다.
초승달 군도에서의 일이 아직까지도 관련 기사를 낼 정도였으니 일반인들도 그 일을 모를 수가 없었다.
반면 암부기사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공개된 바가 없었다.
그저 첩보나 기밀 유지가 필요한 일을 한다고 알려졌을 뿐.
‘대충 이런 식이었던 건가.’
공을 세워도 알아주는 건 관계자들뿐.
암부기사는 남들의 눈이 닿지 않는 음지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당연히 암부기사 중에도 강자가 많겠지?’
세상에는 알려진 것 이상으로 많은 강자들이 있으리라.
“역시 갈 길이 멀어.”
그런 의미에서 노아도 이번 1위 결정전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그와 같은 세대의 최강자를 가리는 경기.
마스터 나이트같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당장 같은 학생이라는 입장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이 경기는 현실적인 목표가 되어주리라.
‘알렌 선배의 실력도 궁금하긴 하지만 드디어 아슬란 선배의 진짜 실력을 볼 수 있다는 게 크지.’
노아는 나이트레이에 입학한 이후 한 번도 아슬란의 본 실력을 본 적이 없었다.
노아만이 아니었다.
실제로 현재 나이트레이에서 아슬란의 본 실력을 본 인물을 극소수였다.
알렌과 아슬란이 맞붙었던 이전의 1위 결정전이 비공개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아슬란은 그 전까지 본 실력을 드러낼 것도 없이 가뿐하게 승리했으니까.
유니아는 경기를 기다리며 노아에게 물었다.
“검은 달에는 한밤중의 대련이라는 전통이 있었죠? 그럼 아슬란 선배하고도 붙어보셨겠네요?”
“응. 하지만 그것만으론 진짜 실력을 볼 수 없었어.”
아슬란의 대련 승률은 고작 60%대.
그럼 별거 아닌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 60%를 낸 방식이 경이로웠다.
“아슬란 선배는 대련에서 상대가 쓰는 검술을 그대로 따라 해서 싸워.”
“예? 겉보기는 따라 할 수 있어도 그래서야 이해도가 부족해서 제대로 된 검술을 못 펼칠 텐데요.”
“맞아. 익숙하지도 않은 검술을 그게 익숙한 상대한테 쓰면서 그냥 기량으로 찍어 눌러버리는 거지.”
기본적인 체급 자체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나마 60%도 노아가 70%대였던 걸 잡고 끌어내려서 60%인 것이었다.
노아는 원래 할아버지와의 대련으로 자신과 같은 검술을 쓰는 상대와 싸우는 데 도가 텄으니까.
즉, 아슬란은 제약을 두고 놀면서도 70% 가까운 승률을 유지하던 괴물이었다.
이 승률은 같은 부동의 15인인 오필리아나 쌍둥이까지 포함해서 나온 수치였다.
아슬란의 실력이 부동의 15인 중에서도 독보적이라는 것은 확실.
노아는 예전부터 그 진면목이 궁금했다.
“노아!”
“펠릭스, 티우. 표정을 보아하니 승급전은 잘된 모양이네?”
이어서 승급전 후 샤워까지 마친 두 사람이 합류했다.
침입자들에 대해 모르는 그들은 곁에 있는 쿠이나를 보곤 물음표를 띄웠지만 노아는 적당히 이유를 둘러댔다.
다행히 그들의 관심은 이어진 환호성에 금방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입장한다.”
이번 세대의 최강을 가리는 대전이 지금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