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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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지회
마지막 진력을 다해서 내 필생의 검법을 출수했다.
검정중원(劍定中原)
손 끝에서 발 끝까지 모든 것이 검날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생생하게 명동하는 기세가 전신에 파장처럼 퍼지자, 이제까지 본 적이 없었던 지평이 활짝 열렸다. 빛과 소리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無)의 세계가 펼쳐졌다.
아마 지금까지 비류연과 태월하등의 격전으로 얻은 경험치 덕분일 것이다.
더 서글퍼졌다.
살아날 수 있다면 분명히 이걸 계기로 더 강해질 수 있었을텐데…
” 으.”
월승혼은 짐짓 여유롭게 나를 상대하려다가 당혹해한다.
놈은 급히 상단을 베어오는 검강을 피하려 했지만, 그 순간 다섯 갈래로 치솟아오른 변화에 왼쪽 어깨가 갈가리 찢겼다. 놈의 실력으로는 대비하고 있어도 내 필생의 일격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 크아아악!!”
비명소리가 울리자마자 시간이 점멸했다.
흑백이 시야를 가렸다.
또…
그 침묵의 공간 속에서 다시 시간이 삭제되기 시작했다. 내가 행했어야 할 움직임이 허공에 실처럼 풀려나오면서 놈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보였다. 시간이 삭제되고 결과만 남는 과정이 보이자 속이 답답해졌다.
이래서야 놈에게 일격을 맞출 무인은 지상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습격이 아니라 정면대결이라면 천무삼성이라도 월승혼에게 당할 수 없다. 상대가 천하의 협객이 아니라 마왕(魔王)에 가깝다는 사실이 속을 갑갑하게 했다.
저 놈을 쓰러뜨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가 흐를 것인가.
쓰러뜨릴 수 있기는 한 건가.
용안이 새까맣게 물든 놈이 어깨를 부여잡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눈에서 적황색 광기가 치솟아 흘렀다. 마치 흉신악살과 같았다.
” … 크크크!! 용안의 직계는 무적이다.”
스으윽
놈이 내 공격의 궤적을 피해서 다시금 손바닥을 심장 앞에 들이밀었다. 아까 머리를 노렸을 때 한방에 없애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심장을 터뜨려버릴 작정이다. 이번에도 어찌어찌해서 막을 수는 있겠지만 내 생명은 곧바로 꺼질 것이다.
이번에도 인식은 하지만 움직일 수 없다.
타격점에 내공을 집중시키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마저도 이 시간동안은 할 수 없다.
기(氣)조차도 시간에 포함되는 것.
어찌보면 놈의 능력은 지상의 모든 무공을 아래로 두는 완전무결한 것이다.
어떤 무공의 절초를 쓰더라도 초원거리 저격이 아니라면 놈을 적중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 단 하나, 비뢰도만을 제외하고는.
‘ 외법… 뇌신(雷神)…’
내가 알기로 비뢰도의 사문은 비(飛)와 뢰(雷)를 붙이는 것조차도 함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광오한 곳이다. 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광오하다고 볼 게 아니다. 어쩌면 비(飛)와 뢰(雷)의 이름에 어울리는 무공을 익히기 위한 기초자격을 보고싶은 게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한 힘인 우뢰, 그것을 다루는 신(神).
그 영역에 도달한다면 어쩌면 저 용안천성(龍眼天星)조차 격파할 수 있는 것이다.
… 신의 영역이라.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알 수 없는 깨달음이 관통하듯 스치고 지나갔다.
[ 세상에 일만가지 무공이 있으면 일만가지 극의가 있다.] [ 이 몸은 이미 그 영역을 본 적이 있다.] [ 그 이름은…]퍼걱!!!
생각이 끝나자마자 흉측한 소리와 함께 가슴팍이 허전해졌다. 월승혼의 장심에서 뿜어져나온 자줏빛 강기가 변명의 여지없이 심장, 아니 상반신의 이 할을 뭉개버린 것이다. 검을 잡고 있던 팔이 떨어져나가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끝났나.
인간은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현실을 찾아 헤매다가, 분노하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게 되는 존재다. 한때 세계의 운명에 관련된 모험을 한 존재로써 그 죽음의 비밀은 깨닫고 있다.
나 또한 그 예외가 되지 못하고 아뢰야식(阿瀨耶識)의 굴레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 오게 되니 남는 것은 아쉬움이나 원통함이 아니었다.
단지 아직까지 할 수 있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에 대한… 의미없는 헛웃음이다.
” 잘 가라.”
풀썩
그렇게 나는 5초 후 찾아올 죽음을 기다리며 대지 위에 몸을 누였다.
가슴에서 흐른 피가 흘러서 귀를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