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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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太王)
내 힘은 –
이 자에게 통하지 않아.
하은천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을 감싸고 있던 절망의 정체였다. 그리고 어떤 수단이든 동원해서 유검의 힘을 따라잡으려 하면 할 수록, 유검의 힘은 더더욱 머나먼 세계로 떠나버리고 있었다.
실체는 다음과 같았다.
결국 무상검 제 일식, 검신무(劍神舞)는 세계를 향하는 유검의 의지 그 자체.
무상검 제 이식, 대허빙(大虛憑)은 세계를 없던 것으로 하려는 유검의 의지 그 자체.
이 세상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결국 유검의 무공이란 건 모조리 ‘의지’ 그 자체이고, 그 의지는 무림에서 팔왕급 고수들이 의념(意念)이라고 행세하는 걸 아득히 넘어선다.
수억 배, 수십억 배도 가뿐히 넘어설 것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유검의 공격을 인정 안 한다고 생각하는 걸로는 저항이 불가능하다. 의지는 매개물일 뿐, 그로 인해 법칙이 바뀌는 건 다른 현상이기 때문이다.
유천영이 수십억 명의 의지를 꺾어서 현실을 변혁시켰던 것처럼, 유검의 무공은 모두 그런 식이었다. 아니 사실 무공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했다. 사용할 때마다 현실은 물론 법칙마저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는 일종의 ‘공능’에 가까웠다.
초능력자의 염동력과도 궤를 달리한다. 유검의 무상검은 법칙 그 자체를 건드릴 뿐 초능력의 모든 원리를 무시할 수 있었다. 의념이 몇 단계나 숙고와 깨달음을 통해서 초월하면 무상검이 되는 식이었다.
더욱 무시무시한 점은, 유검이 무상검을 사용하기에 그는 세계(世界) 그 자체와 다름없다는 점이었다. 마주치는 모두가 유검을 향해 끝모를 수준차와 공포를 느끼는 일은 당연하다. 마음만 먹으면 모든 현실을 뒤바꾸고 자신의 법칙으로 타인의 법칙을 덮어쓰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구궁진법으로 아무리 힘을 키워서 유검의 실체를 잡으려 해봐야 소용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유검의 실체라는 건 세계였고, 유검에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세계 그 자체를 부술 정도의 의념이 필요했다.
영속으로 속도만 따라잡아봐야 유검이 지닌 무상검 의지의 공능을 방어할 방법이 없으면 끝까지 호구에 불과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에너지의 출력을 높이는 건 유검을 상대할 때 아무 짝에도 쓸모 없었다. 설령 핵폭발이 수천억 번 일어나고, 세계를 가르는 개벽의 별이 몇억 개씩 쏟아져도, 유검에겐 산들바람만도 못하다는 뜻이었다. 팔왕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므로 도저히 대항할 방법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 바로 방금 전까진 그랬을 터였다.
부웅!
이 단순한 하은천의 주먹은 무림인이라면 그냥 보고 피할 것이다. 유검 또한 초월하기 전에 원래 쌓았던 무공수위가 적어도 하은천급은 되기 때문에 장난처럼 보였다. 하지만 하은천의 주먹에 담겨있는 의지는 완벽하게 무상검(無常劍)의 파해법이나 다름 없었다.
무념(武念)!!
어째서 하은천에게 그런 게 존재하는지는 모르지만, 유검의 [법칙 바꿔쓰기]를 원천봉쇄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개별인간에게 존재하는 의지나 인격과는 달리, 끝도없이 이어지면서 끝과 시작이 존재하지 않는 윤회(輪回)다.
그렇기에 하은천에게는 대허빙이 통하지 않는다. 끝까지 자기로 남아있는 이상, [없었던 것]으로는 만들 수 없는 것이다.
마음도 자기 안에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무(武)를 생각하고, 추구하는 모든 자들의 무의식.
그 속에서 순수한 무념을 퍼올리면서 오로지 [추구할 뿐].
만일 제대로 주먹을 맞게 된다면 어떤 기적이 일어날지 모른다. 무상검은 완벽하게 인과율을 거스르는 힘이기 때문에, 한 번 역풍이 불기 시작하면 큰일난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면서 유검이 갑자기 패배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다들 생각도 하지 못했다.
겉으로는 얌전히 막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검은 사실상 이 공격을 피하는 게 불가능했다. 지금까지처럼 의지만으로 이동을 할 경우, 피한 위치에 상관없이 적중당한 게 되어 버린다. 유검 본인도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예전에 상대해 본 바로는 딱 그랬다.
그렇다고 초월하기 전의 무공신법을 이용해서 회피할 경우, 하은천은 바로 무상검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낼 것이다. 그렇다면 유검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제멋대로 날뛰지 못한다. 언제 인과율에 의해 철퇴를 맞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설마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유검은 마음속으로 이제 완전히 하은천을 인정했다.
‘ 귀찮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유검이 궁지에 몰린 건 아니었다.
하은천은 지금 유검의 존재감을 이겨내는데 모든 힘을 쏟고 있어서, 제정신으로 싸울 수가 없다. 복잡한 무공절기가 아니라 그냥 전신전령으로 주먹질을 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유검은 가만히 받아내기만 하면 되니 아직까지 타격을 제대로 입지도 않은 셈이었다.
한편 하은천은 점차 숨이 차는 게 느껴졌다.
어째서인지 승산 희박한 싸움에서 그냥 발악을 하는 것 뿐인데, 쉽사리 끝이 나지 않았다. 그건 그것대로 좋다고 생각하며 하은천은 모든 힘을 다해서 유검에게 [한 방]을 먹이기 위해 싸웠다.
도중에 한두 명씩 하은천의 행동에 기대를 걸며 의지가 되돌아 오고 있었다. 어쩌면 유검이 무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