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Bireido, a parody RAW novel - Chapter 46
0046 / 0343 ———————————————-
화산지회
난데없이 환마동이 터진 것은 그 때였다.
쾅! 콰광! 쾅!
” ……?!”
나는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나예린과 비류연은 이미 저만치 앞으로 가서 보이지 않았다. 바로 눈 앞에서 덮쳐오는 백염을 급하게 검강을 휘둘러서 막아내었다.
우우우우 –
청강장검이 부러지려고 했다. 유운검법의 위력은 엄청난 정종내공의 순도에 의해서 만년한철도 부스러뜨릴 수 있었지만, 바로 눈 앞에서 염마뢰가 터지고 있는데야 어쩔 도리가 없었다.
눈이 마구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검을 잡은 손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눈을 감았는데도 시신경이 마비되는 게 느껴졌다. 아직까지도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쿠구구궁 –
폭발의 1파가 지나갔을 때, 동굴이 크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는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무사했으므로 재빨리 떨어지는 암벽을 피했다. 그리고 위지천이 있던 곳으로 달려갔다.
” 이런 젠장!”
나는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위지천은 이미 그 자리에서 사라져 있었다. 나는 큰 의문을 느꼈다.
‘ 검기점혈은 완벽했다. 최소한 하루나절은 일어나지 못할 정도였는데… 그걸 자력으로 풀어낸다는 것은 철권 마진가라도 불가능하다.’
여기가 바로 염마뢰가 터진 진원지인 듯, 땅바닥이 크게 패여 있었다. 누군가가 위지천을 구해놓고는 염마뢰를 따로 세팅해두고 사라진 모양이었다. 그 자는 아마도 위지천에게 금용암기를 줬던 자일 것이다.
나는 힐끔 위지천에게서 빼앗은 금용암기를 내려다보았다.
” 철두철미하군.”
그 자는 학관 내, 그것도 중요인물일 가능성이 컸다. 위지천을 시종일관 어떤 수로든 감시하다가, 제대로 된 시간내에 염마뢰가 폭발하지 않자 몰래 들어와서 따로 폭발시켜버린 것이다.
그 정도 위치와 행동력을 가진 것은 천무학관의 노사들밖에 없었다.
‘ 노사들 가운데 천겁령의 첩자가 있는거 같군.’
의심할 계제도 안된다. 틀림없이 첩자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폭발을 저지했는데도 터질 리가 없는 것이다. 나는 노사들 중에서 그럴만한 인물을 차분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빠져나오고서 약 한 식경이 지난 후, 환마동은 붕괴했다.
쿠르르르릉…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오지 못했다. 다들 나름대로의 무공을 지니고 있으니 왠만하면 살아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두 명의 사망자는 피할 수가 없을 것이다. 곧이어서 구출대가 투입되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조되었다.
” 비류연과… 나예린?”
두 시진이 지나도록 구출되지 않은 명단엔 두 사람이 존재했다. 비류연과 나예린이었다. 그들은 왠지 너무 안쪽으로 들어간다 싶더니 결국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그들이 당연히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죽여도 죽지 않을 것 같은 놈이니까.’
그들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은 채, 나는 다음 날부터 사건수습을 하는 과정을 주의깊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10배의 시간동안 노사들을 감시하다보면 첩자의 꼬리가 드러날 것이다. 그 자를 잡아내는 건 의외로 쉬울 것이다.
환마동 붕괴 사고 이후 44일이 지났지만 사람은커녕 시신조차도 견되지 않았다. 현재 실종자는 비류연과 나예린 단 두 사람뿐이었다.
하늘의 도우심인지 아니면 그것이 바로 실력인지, 그 엄청난 폭발 사고에도 불구하고 사망자가 없었다. 그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러나 그 대신 부상자는 엄청나게 많았다. 개중에는 떨어지는 낙반에 사지 중 하나를 깔려 불구가 된 사람도 있었다.
현재 집계로는 총 참가자 321명에 사망자 0명, 부상자 151명, 그리고 실종 2명이었다. 그 2명의 실종자가 바로 비류연과 나예린이었다.
매몰된 동굴 아래에서 10일 이후에 피골이 상접한 채 구조된 사람만 해도 20명이 넘었다. 가장 최근 발견된 매몰자는 붕괴된 지 18일만에 구조된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예린과 비류연만은 아무리 열심히 삽질을 해도 종적이 묘연했다. 그리고 한 달이 넘어가자 사람들의 마음속에 포기하는 마음이 점점 더 커져갔다.
나는 그때쯤 첩자가 누군지 대충 알고 있었다.
‘ 늑기한, 고약한.’
두 사람은 틀림없이 첩자이거나 그에 준하는 자들이다. 소속이 같은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10배의 시간동안 끊임없이 관찰한 결과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사실, 그리고 몰래 어디론가 나간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 첩자의 범위를 좁혔을 때는 아무나 하나 붙잡아서 족쳐볼까 생각했지만 그만두었다. 첩자가 누군지 알아봤자 원래 줄기까지 도달하기는 한없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단지 지금은 첩자가 누군지 대충 심증만 있어도 충분하다. 뭣하면 그때가서 그들을 붙잡아서 심문해도 늦지 않은 것이다.
44일 후, 마침내 비류연과 나예린의 장례식을 하려고 할 때 별안간 그들이 어디선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고 동시에 분노했다. 나예린한테 비류연같은 파리가 엉겨붙는다는 이유인 것 같았다.
비류연은 얼마 후에 마진가한테 불려갔다. 대충 이유는 짐작할 수가 있었다.
화산규약지회 출발까지는 앞으로 약 한 달, 즉 10개월 정도가 남아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한단계 더 강해지기로 마음먹고 지금까지보다 더 열심히 수련했다. 그러는 와중에 낙하구구검과 낙전칠검, 낙뢰구검의 세 가지 검법이 원래는 하나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하나의 검법을 세 부분으로 나눈 것 같다.’
지금껏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마치 무당파의 절세검법인 사상류나 구궁영같은 형식이었다. 나는 남은 시간 동안에 세 절정검법의 특징만을 모아서 하나로 묶는데 열중했다. 유운검법과 천하삼십육검을 통달한 덕에 그 과정은 쉬웠다.
3개월 후, 마침내 세 검법을 하나로 통일해서 대충 형식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마치 처음부터 하나의 검법이었던 것처럼 충돌도 별로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이 세 가지 검법들은 종남파의 절세천재가 이룬 심득을 후인들이 받아들이지 못할까봐, 무술의 이치를 셋으로 나눠두었던 것 같았다. 그걸 이제야 발견한 것이다.
” 대충 이름은, 낙성검법(落星劍法)이라고 해둘까.”
별은 모용휘의 은하류 개벽류를 상징한다. 나는 이 낙성검법을 좀 더 연마해서 모용휘를 단박에 꺾어버릴 생각이었다. 이 일로 인해서 대종사의 길로 한 걸음을 내딛었지만 그런 사실을 굳이 인식하려 하지 않으며 수련에 몰두했다.
그 무렵 내공심법도 경지에 이르고 있었다. 앞서 두 내공심법의 극성에 자극받았는지 구양신공(九陽神功)이 팔 성까지 도달해 있었다. 이제는 음한공력조차도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이다.
게다가 내공심법이란 극성에 이르러도 내공의 성취가 멈추는 게 아니다. 더욱이 정종내공의 순도를 생각하면, 나의 내공은 갈수록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대기만성이란 말처럼 후반에 갈수록 그 위력을 더하는 것이다.
서서히 유운검법과 천하삼십육검의 형태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이미 변(變)과 환(幻)의 극의를 깨달아서 굳이 검법의 형식이 필요하지 않아도 싸울 수 있게 되고 있었다. 세간에서는 무초(無招)로 유초(有招)를 제압한다고 부르는 경지였다.
마침내 마음과 검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으며, 심지어 혼 마저도 검으로 벼려낼 수 있다고 생각해 내었을 때 화산규약지회 출발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그 동안 사람과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천무학관주 철권 마진가는 단상 위에 서서 화산으로 떠나갈 정포의 청년 대표들을 향해 마지막 훈시를 하고 있었다. 이들의 어깨에 백도의 명예와 힘의 판도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번에 치러질 화산규약지회는 지난 백년 동안 치러졌던 그 어떤 대회와는 다른 형태로 치러질 것이다. 예전에 들었던 화산규약지회의 상식따위는 오늘로 머릿속에서 깡그리 지워버려도 된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이번에 백주년을 맞이한 화산규약지회에 백도의 명예와 운명이 걸려 있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향후 10년의 힘의 역학 관계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를 결정하는 대회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너휘들의 용기와 지혜와 무예를 지켜볼 것이다.
이제 그대들이 밑을 것은 그대들을 도와줄 도움의 손길은 없을 것이다. 모든것을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내가 해줄 말은 하나 뿐이다.
그대들은 영광스런 천무학관의 자랑스러운 제자들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행동하라! 그대들의 무운을 빈다!”
마진가는 이렇게 연설을 마쳤다.
“그럼 다녀 오겠습니다,관주님,”
인솔자의 총책임자인 빙검이 마진가를 보며 인사했다.
“잘 부탁하네.”
“예.”
“화산에서 보세나. 그곳에 무사히 도착하기를 빌겠네. 보이지 않는 손을 조심하게나.”
“물론입니다.”
이제 이들은 백도의 명예를 짊어지고 자신들의 능력을 시험받기 위해 떠난다. 빙검이 열병하고 있는 청년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출발!”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여명이 어둠을 몰아내는 시각, 우리는 그렇게 화산으로 떠났다.